[죠죠/로장露仗] 악욕몽 惡慾夢


 또다. 악몽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은. 억지로 눈을 떠 어두운 공간에 적응하려 한다. 온몸이 묶여 움직이지 않는다. 아직 자신은 꿈에서 깨지 않았나? 불쾌하다. 로한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인다. 어떤 악몽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것이 불쾌하다는 건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축축해진 옷이 몸을 더 무겁게 눌러왔다.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데, 가위에 눌릴 때는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면 깬다고 했던가.


 “망할.”


 손가락을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짧게 뱉은 욕설과 동시에 달아난 잠과 무거움이 머리를 맑게 해준다. 이렇게도 짜증 나는 밤들이 이어질 때, 괜히 옆쪽에서 세상모르고 잠든 소년이 제대로 보고 싶다. 등을 돌리고 조용히 잠들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몰라. 사실은 이것도 꿈? 로한은 몸을 일으켜 잠들어있는 죠스케의 뺨에 손을 대본다. 따뜻하다. 오히려 땀에 젖은 손 때문에 점차 식어가는 느낌이다. 고르게 내쉬고 있는 그 숨소리가 정적 속에서 부드럽게 마음을 잡아준다.


 “……응? 로한? 안 자고 뭐함까.”

 “자기나 해.”

 "와. 멋대로 얼굴 만져서 깨운 건 그쪽이라고요.”


 잔뜩 잠긴 목소리로 불평을 내뱉는 그는 분명 자신을 걱정해주고 있다. 무의식적으로라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루이틀이 아니게 이어진 악몽을 견디는 옆자리의 남자. 조심스럽게 손을 떼고 평소답지 않은 상냥한 행동의 일환으로 이불을 덮어준다. 잠에 취해 제대로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죠스케는 다시 수마에 빠져든다.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가 됐다. 로한은 혼자다. 벗어날 수 없는 악몽에 죠스케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 어기적거리는 몸뚱어리로 침대에서 일어나도 어둠이 끝나는 일은 없다. 뒤를 돌아 죠스케를 쳐다보다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본다. 악몽이 기억날 듯 말 듯. 어째서 혼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방 안의 작은 조명을 눌러 일말의 빛을 탐한다. 아니, 탐하고 있는 빛이 그 빛이 맞는지조차 모른다. 누군가 봤다면 멍청한 표정 좀 그만 지어, 라고 타박할 거다. 그러나 답답하고 해결되지 않는 혼란 속에서 로한은 웃을 수 없다. 안개처럼 떠오르는 중인 꿈의 내용. 땀에 젖을 만큼 격정적이고 두려운 스스로의 욕망. 감이 잡혀간다. 사랑하고 있는 그를 완전하게 범하는 욕망 ̄악몽으로 남아 욕망을 억누르게 한다.


 “히가시카타. 일어나.”

 “또. 뭠까…….”

 “이리와.”


 우두커니 방의 중앙에 서 있던 로한의 부름에 일어난 죠스케는 그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갑자기 불러도 아무렇지도 않아. 덮여 있는 이불을 걷어내고 냉큼 로한에게 다가간 것도 순간,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었다. 손을 잡아끌어 품 안에 가두고 맘껏 포옹한다. 이 빛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욕망을 품는 상대에게서 욕망을 참을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이렇게도 삐뚤어진 생각을 하고 있다. 이제 좀 괜찮슴까? 죠스케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다.


 “네놈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야.”

 “내가 아는 키시베 로한은 이런 소리 안 함다. 뭐, 그렇지만 나랑 사귀는 로한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말을 해도 꼭 맘에 안 들게 하지. 칭찬이다. 칭찬.”


 끌어안아 느끼고 있는 죠스케의 체온이 악몽 같다. 기쁜 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더,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뿌리칠 수 없다. 세간에서의 이러한 마음은 집착이라고 불린다. 모르는 바가 아니다. 지금 당장 옷 너머에서 느껴지는 심장 소리를 제대로 듣고싶다. 어정쩡한 체온 따위 완벽하지 않았다.

 미움받고 싶지 않다. 사랑하고 싶다. 멀어지고 싶지 않다. 가득 찬 애무를 하고 싶다. 어긋나고 싶지 않다. 함께하고 싶다. 눈을 감았다. 아직은, 참을 수 있는 악몽이자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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