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사쿠!"
"아, 다자이"


방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그에게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제 이름을 부르는 그는 언제나와같은 얼굴이어서 되려 울고 싶어지는건 이 쪽이었다. 


"내가 가서 말하겠네. 이건 누명이지 않나!"
"알고 있어"


곧 해가 밝으면 자신이 마음에 품었던 사람은 곧 처형이 될 것이다. 조직의 정보가 새어나갔고 영문모를 이들이 족족 오다사쿠의 이름을 대었다. 이 모든 것들이 짜인 각본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누가 그린 그림인지 알아볼 틈도 없이 빠르고 또 조용하게. 그리고 나 또한 알고 있었다. 


"다자이"


자네가 그것을 모를리 없음을.


-


눈물이 날 것만 같아서 두손으로 얼굴을 덮어버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그의 숨소리와 체취가 자신의 온몸을 둘러쌓다. 이 온기를 잃고 싶지 않아. 아직 못한 말도,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흐려지는 시야에 입술을 깨물었다. 울고 싶지 않아. 그에게 보일 마지막 모습이 우는 모습이길 바라지 않아.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그렇게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 


"다자이"


낮은 한숨과 함께 제 이름을 부른 그는 내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쳤다. 차가운 외벽이었던 제 손을 그는, 자신의 온기로 가볍게 녹여 내 얼굴을 드러내게 하였다.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그는 입가에 가벼운 호선을 띄고 있었다. 마치, 괜찮다- 그렇게 말하는 듯이. 힘없이 떨군 손으로 그의 옷깃을 힘껏 쥐었다. 


"오다사쿠, 차라리...차라리 도망가게"


제 말에 가볍게 고개를 저은 그는 그 큰손으로 내 볼 언저리를 감싸안아왔다. 가볍게 들려진 얼굴이 그의 콧잔등과 마주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속에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자신이 있었다.  


"언제까지고 널 이렇게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의 말에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는 제가 야속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저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 안겨있는 것, 그것 뿐이었다.


"다자이, 살아줘"


제 큰 손으로 감싸쥔 얼굴이 일그러지고 곧 눈물방울들이 제 손을 타고 흘렀다. 너를 울리려고 한 말이 아니었는데. 목놓아 우는 대신 불규칙해진 숨소리가 너의 감정을 전해주고 있었다. 울컥하는 마음을 눌러담으며 안타까움을 담아 네 눈물을 두손으로 닦아내었다. 다자이, 넌 모르겠지만 나에게 넌 늘 애닳은 존재였다. 아이다움을 모른채 자라버린 아이는 어른인척하는 아이일 뿐이었으니까. 네 웃음과 공존하는 살벌함은 유약한 너를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발버둥이였다. 소리내어 우는 법조차 모르는 네가 난 애처롭고 안타까웠어. 네 웃음을 볼 때마다 상처받고 싶지 않다고 피를 토하며 외쳐대는 네가 겹쳐보였었다.


"오다사쿠, 나는 이제 어떻게 하면 좋아?"


물기묻은 숨결이 내게 답을 요했다.  


"너답게 살아가면 돼"


조금 더 다정하고, 조금 더 여린 원래의 너답게. 그동안 너를 지키기 위해 쌓아온 높은 벽들을 허무는 대신 작은 문을 만들어줘. 너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그 문의 열쇠를 쥐어줘.
 


기어이 터지는 눈물샘을 막지 못하고 터트려 버린 나는 머리를 숙인채 서러움을 토해내었다. 나다움이 뭔지 모르겠네. 나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 오다사쿠. 그리고... 자네에게 하지 못한 말들도 너무 많네. 입안을 멤도는 말들은 공기중으로 흩어지지도 못한채 다시금 삼켜졌다. 속에 있는 말들을 게워내지 못해서 온 몸이 쓰라려왔다. 


제 가슴팍에 머리를 박고 우는 다자이의 떨림에 눈을 감았다. 오늘, 창 너머로 보이던 달이 유난히 밝다고 생각했었다. 귀한 손님이 오려나 생각했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네 얼굴에 귀한 손님은 너라는걸 알아챘다. 그렇지만, 네 우는 얼굴이 보고 싶었던건 아니었는데. 여명이 밝아오면 너의 시야속엔 내가 존재하지 않겠지. 언젠가 네가 떠올리는 기억들에 미련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니..



다자이, 너를 사랑한다는 고백은 미뤄야 할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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