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오후 12시가 된다. 종이 열두 번 울리고, 번개가 나무에 내려치기 시작한다. 아라브, 캣니스, 이솔렛을 카메라가 비춘다.


 “자, 이제까지 종이 몇 번 울렸는지 생각해 봐. 코뉴코피아 꼬리가 어디를 가리키는지 한번 보고.”


 아라브가 코뉴코피아를 가리키며 말한다.


 “코뉴코피아는 지금 번개가 치는 곳을 가리키고 있어. 그리고 종이 열두 번 울렸으니까... 잠깐만, 혹시 경기장이 시계 모양으로 되어 있는 거야?”


 캣니스가 번개 나무에 시선을 집중하고 말한다. 아라브가 고개를 끄덕인다.


 “뭐라고, 시계?”


 이솔렛이 미간을 찌푸린다.


 “그러면 지도를 만들 수 있겠네. 몇 시에 어떤 함정이 나오는지.”


 캣니스가 중얼거린다. 세 아이들은 멘토들이 그랬던 것처럼 몇 시에 어떤 함정이 펼쳐지는지 기록하기 시작한다. 물론 기록하는 도구는 모래사장과 나뭇가지지만. 그래도 그들이 종소리에 따라 어느 구역으로 이동할지 전략을 짤 수 있어서 기쁘다.


 “아까 공간이 투명한 벽 같은 것으로 나뉘었던 거 기억해? 시간이 되면 게임 운영자들이 그걸로 그 구역만 분리하나 봐.”


 캣니스가 말한다.


 “맞아. 그걸 함부로 건드리면 피해를 입도록 뭔가를 해놨을 가능성도 충분하고.”


 아라브가 말한다.


 “너네가 말한 게 뭐가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시간이 되기 전에 빨리 빠져나가야겠네.”


 이솔렛이 한숨을 쉰다.


 “그래서 여기가 어딜까?”


 캣니스가 물은 순간, 코뉴코피아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그 움직임이 바다를 건드려 파도가 넘실대기 시작한다.


 “모두 정글 쪽으로 가! 여기에 곧 큰 파도가 덮칠 거야!”


 바다를 잘 아는 이솔렛이 소리친다. 셋은 재빨리 정글로 향한다. 들이친 파도가 그들의 몇 시간에 걸친 노고를 지워버린다. 10분이 지나고 섬은 서서히 돌기를 멈추고, 종이 두 번 울린다.


 “2시야. 여기가 2시 구역이 된 건 아니겠지?”


 캣니스가 말한다.


 “저기네.”


 아라브가 하얀 연기가 비어져 나오는 곳을 가리킨다. 그들과 정확히 정반대편이다.


 “그럼 여기는 8시에서 9시 사이 구역이 된 거야. 시간이 되기 전에 재잘어치가 있던 데로 움직이자.”


 아라브가 다시 그린 그림 위에서 손가락을 움직인다.


 “아까 내 기억에 따르면, 그 구역은 4시에서 5시 사이였어. 종이 정확히 네 번 울리고 그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거든.”


 이솔렛이 말한다.


 “딱히 그러고 싶진 않지만, 너희 의견을 따라야겠네. 지금까지 모은 정보에 의하면, 그곳이 제일 안전한 건 맞으니까. 딱히 미지의 구역에 있기도 싫고.”


 캣니스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한다. 고문당하는 목소리에 충분히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나마 아라브가 해명을 해줬겠지. 다행이다.


 “3번 구역의 아라브, 4번 구역의 이솔렛, 12번 구역의 캣니스가 경기장의 모양을 정확히 파악했습니다. 이 세 명이 현재까지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살아남고 있군요. 비록 아무도 죽이진 못했지만요. 하지만 이 경기장에서 중요한 게 죽인 사람 수일까요?”


 실시간 화면이 한구석으로 밀려나고 시저가 등장한다.


 “한편 1번 구역의 토파즈, 2번 구역의 테레사와 드미트리는 1시와 2시 사이 구역에서 가까스로 곤경을 헤쳐나왔습니다. 토파즈가 피를 씻어내는군요.”


 화면이 커지며 몸을 씻는 토파즈를 비춘다. 노골적인 성적 어필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7번 구역의 앤은 10시와 11시 구역에서 식량을 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육감으로 함정을 헤쳐나왔는데, 과연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럴 수 있을까요?”


 앤은 새벽에 코뉴코피아로 몰래 가 도끼와 칼을 손에 넣었다. 잠시 커진 화면 속에서 그녀는 나무쥐를 손질하고 있다.


 “9번 구역의 밀러는 9시와 10시 사이 구역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앤과 마주칠까요?”


 밀러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정글 속을 헤치고 이동하고 있다.


 “자, 이제 8명이 남은 지금, 살아남은 조공인들의 가족과 친구를 인터뷰한 영상이 방송될 예정입니다. 자, 그럼 인터뷰 영상이 2시간 동안 방송되겠습니다. 새로운 소식이 등장하면 배너를 통해 바로 알려드리죠. 계속 집중하시죠!”


 멘토들에게 인터뷰 영상을 틀어주지는 않는다. 조공인들의 안위를 지켜 보고, 그들에게 선물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고향에 있는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그들은 캣니스가 무사하다는 것에 지금 기뻐하고 있을까? 고향을 보는 것, 친구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감정을 붙잡아 가둬 두고 화면에 집중한다.



 글로스는 프로 일행에게 식량을 보낸다. 1번과 2번 구역의 빵과 칼 한 세트이다. 지금 시점에서 칼은 아주 비쌀 텐데. 글로스는 내 시선을 눈치채고 나를 향해 눈을 찡긋한다. 나는 화면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4시가 되자, 그들 셋은 재잘어치 구역으로 이동한다. 5시가 되기 전에 그곳으로 무사히 이동해야 할 텐데. 5시와 6시 사이 구역에서 추적말벌이 활동하는 게 저번에 화면에 비춰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내 바람대로 된다. 아라브가 와이어를 손질하는 동안, 캣니스와 이솔렛은 아까 파도에 휩쓸려 사라져 버린 덩굴 그릇을 새로 만든다. 이솔렛이 캣니스에게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그러고 나서 둘은 물고기를 잡으러 간다. 저녁이 되어 물고기를 먹으며, 아라브는 자신의 작전을 캣니스와 이솔렛에게 찬찬히 말한다.


 “아까 프로들이 해변에서 우리를 쫓아오던 것 봤지?”


 “응. 우리를 발견하고 신나게 달려들던걸.”


 캣니스가 말한다.


 “그래, 지금 다섯 명이 남은 상태에서 프로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무리는 우리야. 7번 구역 여자아이와 9번 구역 남자아이는 숨어다니고 있지만, 금방 제거할 수 있겠지.”


 아라브가 다시 경기장을 그린다.


 “그리고 너희 생각에, 프로들이 어디에 머물고 있을 것 같아?”


 “우리처럼 해변에. 여기가 가장 안전하니까.”


 이솔렛이 툭 던진다.


 “난 해변에 함정을 설치해서 프로들을 죽이거나 무력화하고 싶어.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해?”


 아라브가 모래 위에 그린 해변을 가리켜보인다.


 “그게 가능하다면. 어떻게 할 건데?”


 캣니스가 묻는다. 이솔렛은 호기심에 눈을 반짝인다.


 “나는 번개가 치기 전에 그 나무에 이 와이어를 연결해서 소금물에 담가 놓을 거야. 소금물은 전기가 잘 통하는 물질이고, 번개가 치면 전기가 와이어를 타고 소금물에 흐르겠지. 그 전에 열 시가 되면 뭐가 일어났어?”


 “파도가 치고 모든 해변에 바닷물이 밀려와.”


 이솔렛이 말한다. 캣니스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파도 때문에 해변이 젖겠네. 그러면 전기가 모든 해변에까지 다 흐를 거고.”


 “맞아. 그러면 그 순간 해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감전될 거야.”


 아라브가 손가락을 튕기고 말한다. 이솔렛은 아라브의 생각에 바로 찬성한다. 캣니스는 조금 고민하는 눈치다.


 “정글에서 사냥을 할 수도 있고, 우리 멘토들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 와이어가 끊기거나 전기를 전달하기 전에 타 버리는 거 아니야?”


 “뭐, 타기는 할 거야. 하지만 전류가 전달된 뒤에 타게 될걸. 이 와이어는 퓨즈 같은 역할을 하거든. 왜, 퓨즈는 과도한 전류를 받기 전에는 계속 연결되어 있잖아.”


 캣니스와 이솔렛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지만 어쨌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나무에 와이어를 설치하고, 우리는 어디로 가 있어야 돼?”


 캣니스가 말한다.


 “안전하려면 정글 깊숙이 들어가야지.”


 “프로들이 그때 해변에 없다면...”


 “그때는 작전 실패고. 그래도 바다에서 다시는 식량을 얻지 못하겠지.”


 “그렇겠네. 그러면 나도 찬성. 정글에 사는 동물도 있고 열매도 있고... 우리 멘토들도 있으니까 식량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


 캣니스가 아라브의 설득에 넘어간다.


 “이렇게 하자. 나는 오늘 자정이 되기 전에 번개 나무를 살펴보고, 그다음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서 번개가 어떻게 치는지 관찰해보고 싶어. 그래야 와이어를 어떻게 설치할지 알아낼 수 있으니까.”


 “어두운 와중에 이동하는 건 위험할 것 같은데.”


 캣니스가 눈살을 찌푸린다.


 “프로들은 시끄럽게 움직이잖아. 위험하기 전에 우리가 알아차릴 수 있어. 그리고 우리가 국가가 울릴 때 정글 깊숙한 데에서 이동하면 프로들 눈에 띄지 않을 거야.”


 이솔렛이 말한다.


 “좋아. 하지만 나무에 올라가서 한 번 살펴봐야겠어.”


 캣니스가 재잘어치 구역의 큰 나무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캣니스가 해변 쪽에서 그나마 높은 나무에 올라가 프로들이 2시와 3시 사이의 구역의 해변에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거리가 가까워서 알아챘다), 아이들은 프로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정글 깊숙이 들어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한다. 그들은 국가가 울릴 때 독안개 구역을 지나친다. 캣니스 일행이 있는 곳에서 해변까지 거리가 상당한 것에 더해, 프로들은 하늘을 지켜보느라 그들을 눈치채지 못한다.



 하늘에 재스퍼, 리버, 11번 구역 남자아이, 설리반의 얼굴이 뜬다. 프로들은 캣니스 일행을 어떻게 사냥할지 논의하기 시작한다. 드미트리는 밤중에 이동하면서 다른 조공인들을 찾아보자고 하지만, 토파즈는 어떤 함정이 있을지 모른다며 반대한다. 프로들은 경기장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아직 완벽하게 파악은 못했지만, 적어도 정글에서 다양한 함정이 나온다는 것은 알아챘다.


 “아라브 전략이 꼭 성공하길 바라야겠네요. 프로들이 경기장 구조에 당황해서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설 것 같은데요.”


 내가 말한다.


 “성공할 겁니다. 저들은 와이어를 그저 금속 뭉치로만 여겼어요.”


 비티가 대답한다.


 “지식의 힘을 보여줄 때네요.”


 피타가 비티에게 말한다. 비티는 처음으로 미소를 짓는다.


 “그렇죠.”


 캣니스 일행은 번개 구역에 도착한다. 번개가 치는 커다란 나무 바로 뒤에 둥근 역장이 위치해 있다. 아라브가 열매를 던져 역장의 위치를 확인한 후, 그 나무의 껍질을 떼어보고 그것을 조사하는 동안, 이솔렛은 그 옆을 지킨다. 캣니스는 번개 나무 옆의 나무로 올라가 혹시나 다른 조공인이 접근하지 않는지 망을 본다.


 “다 됐어! 이제 피의 비 구역으로 이동하자.”


 아라브의 말을 들은 캣니스가 나무에서 내려오고, 셋은 피의 비 구역의 커다란 나무 밑으로 이동해 12시가 되어 번개가 치기를 기다린다. 그 사이 10시와 11시 사이 구역의 함정이 발동해 9번 구역의 밀러를 익사시킨다. 그들은 대포 소리에 움찔한다.



 아라브가 캣니스에게 번개가 칠 때 나무 위로 올라가 번개가 치는 모양새를 알려주기를 부탁한다. 종이 열두 번 울리고, 번개가 치기 시작한다. 캣니스는 나무 위로 높이 올라가 번개가 치는 모양새를 관찰한다. 그사이 분할된 화면에서는 프로들이 원숭이 구역을 거쳐 재잘어치 구역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윽고 캣니스가 내려와 아라브에게 최선을 다해 번개에 대해 설명한다. 아라브는 고개를 끄덕이고, 피의 비가 내리기 전에 시계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자고 말한다.


 “재잘어치 구역으로는 다시 안 가는 거야?”


 이솔렛이 말한다.


 “프로들이 있는 구역을 다시 거쳐서 가야 하니까. 그리고 함정이 발동할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곳으로는 다시 안 가는 게 낫겠지?”


 아라브가 말한다. 캣니스는 아라브에게 동의하고, 그들은 프로들과 반대쪽으로 이동한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들이 재잘어치 구역으로 다시 돌아올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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