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일단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겠죠. 첫 번째는 하나의 장르가 유행하기 위해서는 그 유행을 만들어내는 기수 소설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는 여러 기준에서 그런 스페이스 오페라 작품이 있다고 보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SF라는 장르 자체가 다른 판타지나 미스터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유행에 덜 편승하는 경향도 있고요. 예를 들어, 이건 영화의 이야기지만,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시리즈는 같은 장르로 묶을 수 있는 유사 작품들이 영화화 되었었지만 "아바타" 같은 작품은 그 흥행의 크기에도 불구하고 별로 그렇지 않았죠. 이건 SF라는 장르 특성 때문이라고 보는데 당장의 주제와 관련이 없으니 넘어가고. 또 세 번째 이유는 SF의 하위장르들이 단독적으로 유행하기에는 한국 SF의 작품 수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다 단편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일단 단편 독자라고 한다면 그런 장르적 유사성에 대해서 유인되지 않는 경향이 있고, 작가들도 그걸 알죠. 물론 그렇게 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웹소설에서의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를 쓰는 작가분들도 있거든요. 하지만 역시 그 숫자가 많다고 보긴 힘듭니다. 위에서 말한 기수 소설을 레퍼런스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은하영웅전설", "엔더의 게임", "스타쉽 트루퍼스", "스타워즈", "스타트렉" 등의 개별 해외 스페이스 오페라 작품들을 보고 그 레퍼런스로 삼는 작가분들이 대부분이죠. SF 마니아들 사이에서야 이름만 들어도 아는 작품이지만 실제로 해당 작품들을 고대하며 비슷한 작품을 기다리는 마니아층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작가들도 알테고요. 그리고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가 쓰기가 어렵다는 것도 있습니다. 장르 판타지의 경우에는 반지의 제왕과 D&D, 그리고 한국 웹소설을 가로지르는 공용 설정이 존재하고 이런 설정은 작가와 독자들 사이에 공유됩니다. 무협은 이런 설정이 더 긴밀한 편이고요. 반면에 스페이스 오페라는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 속 외계인들은 다채롭고, 우주 항행에 대한 설정, 무기의 기술 수준, 주무대의 형태 등 여러면에서 개별적입니다. 물론 SF도 클리셰가 존재하지만 한국에 SF 클리셰를 모조리 이해하는 독자층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고요. 굳이 따지자면 사람들이 정말로 스페이스 오페라를 좋아하는가 하는 부분이네요. 게다가 한국 SF 흥행이 단속적이지 않고 연속적일 수 있는가 하는 의문도 있습니다. 김초엽 작가의 단편집이 베스트셀러에 있다고해도 비장르 독자들이 장르독자들처럼 해당 장르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독서를 이어나갈지 의문이라는 거죠. 몇몇은 SF 마니아가 될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제도권 소설의 연장선상에서 SF를 읽었을 뿐이고, 또다른 흐름이 생겨난다면 SF가 아니더라도 그 책을 읽을 독자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SF의 흥행이라기보다 유명 작가 개인의 흥행이었다고 판단해도 되겠죠. 물론 당장은 SF 판매가 호성적이라고 알고는 있지만, 스페이스 오페라 같은 마니악한 장르가 유행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더불어 여러 방편이 있어야 할 것 같네요.

단편 「미궁에는 괴물이」가 네이버 ‘오늘의 문학’란에 실려 첫 고료를 받았다. 이후 여러 지면에 장르소설 단편을 게재하고 웹소설을 연재했다. 소설집 『백관의 왕이 이르니』, 웹소설 『슬기로운 문명생활』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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