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며칠 전에 그런 소릴 했었거든. 겨울에 거리를 걸으려면 주머니에 지폐 몇 장 정도는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어쩐지 먹을 때보다 반죽이 판에 올라가 뒤집힐 때 나는 튀겨지는 소리에 더 침이 고이는 호떡, 이제는 크림치즈에 고구마 앙금까지 넣어가며 네 취향이 하나쯤은 있겠지-의 자세를 보여주는 붕어빵, 뜨끈뜨끈해서 아무리 주변이 추워도 당장은 못 먹지만 후후 불어가며-손을 녹이면서 먹는 재미가 그만인 오뎅 국물('어묵 국물'이랑은 느낌이 다른!) 같은 맛은 겨울에만 오롯이 느낄 수 있거든. 요새야 카드 되는 곳이 많긴 하지만, 우리 집 근처에 가끔 있는 노점상들은 몇천원 넘게 사야 카드를 받거든.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겠지만, 난 그런 것까지 신고하고 싶지는 않더라고. 그래도 된다기보다는, 그냥 옛날에 모부님이 노점상을 하신 적이 있어서 마음이 물러지나봐. 되게 사소한 거긴 한데 평소에는 현금 쓸 일이 없잖아. 가뜩이나 난 카드 쓰기도 귀찮아서 각종 페이로 결제할 때가 많거든? 그러다보니 겨울 한정으로 현금을 내고 먹을거리를 받아들 때면 어쩐지 아주 적은 돈으로 훌륭한 쇼핑을 한 것 같은 충족감도 느껴져. 변명인가? 변명일 수도 있겠다.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들을 학창시절에 특히 좋아했어서 그런가, 다른 계절에 파는 음식들도 좋아하지만 먹을수록 가슴까지 뜨끈해지는 겨울 음식이 유난히 좋더라. 난 추위를 많이 타거든. 겨울에 거리를 걷는 일 자체가 나한테는 꽤 괴로운 일인데, 다만 그 계절에는 모든 게 아주 쉽게 따뜻함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좋아. 평소에는 당연했을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해줘서 또 좋고. 따뜻한 게 이렇게나 좋은 거라고 피부로, 공기로 알려주잖아. 예전에는 겨울에도 그놈의 패션을 버릴 수 없네 뭐네 라면서 끽해야 바지에 코트, 잘하면 패딩 정도나 입었었지만 이제는 뭐 발열내의에 조거팬츠, 기모 처리된 상의, 패딩만 입어도 그렇게 춥진 않으니까 겨울나기가 한결 수월해지긴 했네. 그래도 수족냉증을 앓는 사람에게 겨울은 아직 힘들어. 운동을 더해야 하나? 혈액순환이 덜 되는가본데, 고민되네.

그거 기억나? 그런 말을 자주 했잖아, 난 포옹을 좋아한다고. 가까운 사람과 나누는 포옹은 더없이 따뜻하다고. 그래서 겨울에 하는 포옹은 더 좋아해. 겨울을 타는 건 또 아니라서 외로움 같은 걸 느끼진 않지만, 추우면 온기가 그리워지잖아? 내가 스킨십을 잘 하는 타입이 전혀 아니라서 먼저 한 적은 없지만, 친한 친구랑 안으면 그야말로 가슴이 따땃-해지곤 했어. 접촉에서 오는 온기나, 서로에게 전해지는 마음이란 게 있잖아. 그 온도와 마음들이 좋아서 나는 스킨십 중 포옹을 좋아한다고 하고 다녔어. 그런데 특정한 사람과 포옹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하면 하는 거고, 하면 좋은 거였던 포옹은 당신과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됐어.

겨울이 아주 중요한 건 아닌가봐. 하고 싶은 게 아주 많아졌거든. 당신을 찍고 싶어. 글에는 쓴 사람이 드러나듯 사진은 피사체가 아니라 찍은 사람을 보여주는데, 나는 당신을 어떻게 찍을지가 아주 궁금해졌어. 당신은 나를 과연 어떻게 찍을까? 당신의 온도는 나보다 낮을까? 날씨가 어떻든 아마 당신 온도는 나한테 잘 맞을 거야. 아까 그 사람들은 호떡을 한 아름 사가지고 가던데, 같이 호떡도 먹어보고 싶다. 가끔 속이 너무 뜨거울 때 베어물면 깜짝 놀랄 만큼 뜨거워서 혀를 뗄 때도 있잖아. 차가운 손을 충분히 녹일 만큼 잘 쥐고 있다가 조심히 먹자. 다 식기 전에 먹어버렸으면 손을 잡아줄게. 핫팩으로 데워진 손은 꽤 따뜻할 거야. 다 먹고나면 별다른 이유 없이 서로를 꼭 끌어안고, 또 손을 잡고 걷자.

겨울에는 사랑을 안고 싶어져. 아마 그 사랑이 나에게는 당신인가봐.


글로 세상을, 또 당신들을 만나는 여성주의자이자 레즈비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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