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온 윤은 힘이 쭉 빠져 허탈하게 소파에 푹 기대어 앉았다. 역시 괜히 입 밖으로 꺼냈나 싶었다. 고민은 혼자 하고 혼자 해결했어야 했는데 더 들쑤셔서 오히려 더 위태롭게 무너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좋아하는 게 뭐 별건가? 케이크 먹으면서 이 케이크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을 떠올리는 게 좋아하는 거지.’


그러고 보니까, 먹을 사람도 없는데 호두 파이는 괜히 샀네.

작은 사이즈의 호두 파이는 두 사람 중 누구도 손을 대지 않아 처음 사온 모양 그대로였다. 버리긴 아깝고 먹기엔 어쩐지 끌리지가 않고. 돈은 썼으니 일단 포장해 들고 왔다. 윤은 상자 째로 덩그러니 놓인 호두파이를 물끄러미 보다가 사진을 찍었다. 오늘 도착해서 몇 개의 케이크를 다 먹을 때까지 기록 한 장 남기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남은 게 예쁘지도 않은 호두파이였다.


‘베를린엔 이거 없지? 난 오늘 먹었다ㅋㅋㅋ’


윤이 버릇처럼 골라버린 호두파이의 주인은 지금 메시지를 받을 그 사람이었다. 전송 버튼을 코앞에 두고 멈칫한 그의 손가락이 이내 취소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굳이 이런 거까지 보낼 필요는 없는데 왜 고민하고 있는 걸까. 짤막한 한숨을 쉬고 신경질적으로 파이를 썰어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아무 생각 없이 우적우적 견과류를 씹어 삼키는 와중에 전화가 왔다. 발신인은 은학이었다. 이른 아침일 베를린의 현지 시각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윤이 그 전화를 받았다.


“안녕- 형아. 통화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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