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n년 1월 1일 연애부의 모든 면을 차지하고도 모자라 실시간 검색어가 한 사람의 이름으로 도배되었다. 민윤기, 민슈가, 민슈가 결혼,... 매 년 1월 1일 새 해를 맞이해서 터뜨리는 잭팟의 주인공은 새 신랑이 된 민윤기였다.

 

 

그럼 민윤기가 누구냐? 십오년 전 대구에서 비트 찍는 천재가 났타났다면서 언더힙합을 흔들고 데뷔해서 부터는 프로듀싱부터 랩까지 다 해내는, 곡마다 대박을 찍는 대한민국의 욕해도 욕 안 먹는 유일한 1인 이시다. 민슈가라는 활동명으로 음악을 시작해서는 지금은 민까살 (민슈가 까면 사살)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대한민국 최초로 빌보드를 제집처럼 들락날락하시는 분이셨다.

 

 

그분의 결혼소식이 올 첫 뉴스를 장식했다.

 

 

연애도 아니고 결혼이래... 와, 성님 화끈하십니다. 부터 결호오온!?!?! 결호오오오오오온!?!?! 누구랑! 누구랑!!,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등 난리 난리 생난리였다. 그도 그럴게, 일 년에 한두 번 내는 앨범은 활동도 잘 안할뿐더러, 예능 같은 것도 나오지 않는 거의 얼굴 없는 랩퍼. 신상은 까발려질 대로 까발려졌지만 티비에는 안 나오시는 분, 시상식이나 빌보드에서나 겨우 얼굴 뵐 수 있는 분이 연애설도 아니고 이미 결혼했다니,...

 

 

기사는 슈트를 입고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과 청첩장 사진, 그리고 짤막하게 어디서 어떻게 결혼을 했으며 8년 동안 사귀던 일반인 남자친구와 작년 12월 30일 결혼을 올리게 되었다고 짤막하게 전해졌다. 소속사는 행복하게 잘 사귀다 행복하게 잘 결혼했다며 소식을 전했고, 민슈가 본인은

 

 

'8년 동안 힘들 때, 행복할 때, 함께해준 친구와 그 친구가 태어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날 영원히 함께하기로 했다.'며 '놀라셨을 거 같네요. 저도 이렇게 밝힐 생각은 없었는데 이렇게 강제로 알리게 해주신 D신문사, S신문사 그리고 청첩장 넘버 105번. 꼭 잊지 않겠습니다. 라고 짤막하게 본인의 SNS로 심경을 밝혔다.

 

 

 

그렇게 1월 1일을 발칵 뒤집은 민슈가는 그 다음 주인 1월 8일 또 다시 온라인을 핫하게 만들었는데, 이유는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민슈가, 신혼일기 출연 고려 중. 배우자에게 허락받는 중?'

 

 

 

그리고 딱 세달 뒤, 촬영이 시작되었다.

 

 

 

 

 

신혼일기上

 

 

 

 

맨 처음 사전 미팅을 준비하는 모든 스텝들은 조금 들떠있었다. 랩퍼 민슈가를 처음 보는 사람도 한 가득이었고, 꽁꽁 숨겨둔 8년 연인, 3개월 신혼부부의 모습도 궁금했다. 회의실 문이 열리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어... 안녕하세요."

 

 

 

이름처럼 하얀 남자와 뒤에 까무잡잡한 남자가 쭈뼛쭈뼛 들어왔다.

 

 

 

"어, 이쪽이 슈가씨, 이쪽이..."

"안녕하세요! 민윤, 민슈가씨 배우자 김태형입니다..."

 

 

 

몸은 동떨어져있는데 손은 꼭 붙잡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카메라맨은 본능적으로 저 장면을 찍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꾸벅 인사를 하고 인터뷰지를 받고 앉기까지의 짧은 순간동안 민슈가는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 태형의 옆에서 안절부절, 의자를 꺼내주고 물을 까주고 난리였다. 그 장면들이 남김없이 1화에 방영될 것이었다. 같이 인터뷰 한번, 따로 각자 인터뷰 한번 할거구요. 질문지에 있는 거 외에는 말씀하신 대로 절대 안 할거에요. 하나하나 짚어주는 작가에 말에 작은 두 머리가 끄덕 끄덕하고 움직였다.

 

 

 

"그럼 개인 인터뷰부터 할게요."

 

 

 

작가의 말에 둘이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한분만 옆방에서 할게요. 누가..."

"아, 제가 갈게요."

 

 

민슈가가 먼저 선뜻 일어났다. 손을 한번 꼭 잡고는 옆방으로 가는데, 역시 신혼부부구나 싶은 분위기였다.

 

 

 

/

 

 

 

Q. 자기소개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아.. 네. 안녕하세요. 저는 랩퍼 겸, 프로듀서 서른두 살 민 윤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Q. 네 저희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질문할게요. 배우자분은 어디서 만나셨나요?

 

A. 어... 태형이는...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동아리에서 만났어요.

 

 

Q. 어떤 동아리요?

 

A. 랩 동아리요. (웃음) 랩 동아리 부원 뽑을때 처음 봤어요. 진짜 충격적인 첫 만남이었거든요. 둘 다 절대 못잊을거에요.

 

 

Q. 왜요?

 

A. 아 이거 말하면 태형이 진짜 삐질텐데... 랩 동아리 부원을 뽑으려고 제가 심사를 봤거든요. 태형이가 마지막이었어요. 지금보다 훨씬 꼬질꼬질하고 귀여웠었는데. 아 여튼, 태형이가 랩을 딱 하는데... 다 뒤집어졌죠. 너무 못해서요.

 

 

Q. 랩퍼분의 배우자다운 첫 만남이네요

 

A. 그렇죠.. 이 얘기하면 막 아! 하지말라구요! 하면서 소리 지르는데. 귀엽죠.

 

 

Q. 그럼 바로 연애를 하신건가요?

 

A. 어 아뇨. 태형이 그러고 떨어졌거든요. 열정이 가상해서 붙일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뭐. 잘 안됐죠. 그때 귀여워서 전화번호를 제가 땄는데, 태형이는 부끄럽다고 피해 다녔어요.

 

 

Q. 그럼 언제부터 연애를 하셨어요?

 

A. 한 이년 쫓아다녔어요. 태형이 군대 가기 직전까지 쫓아다녔던 거 같은데.. 저는 무릎, 네. 무릎이 안 좋아서 못 갔는데, 태형이는 너무 튼튼했어요. 제발 한번만 데이트하자고 쫓아다니다가, 태형이가 영장 받고 나서. '형 저 영장 받았어요. 이래도 괜찮아요?' 했는데 제가 당연하지! 이년을 쫓아다녔는데 이년을 못 기다리겠어? 라고 말했더니 그럼 만나자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만났어요. 8년.

 

 

Q. 8년이면 정말 오래 사귀셨네요?

 

A. 그렇죠? 근데 사귀자마자 태형이 군대 가고, 이년은 제가 고무신 신었죠. 태형이 군대가 있는 동안.. 음악을 아예 업으로 삼으면서 학교 자퇴하고, 뭐 이런 저런 일 있다가.. 태형이 제대하자마자 학교 근처로 다시 이사 갔죠.

 

 

Q. 생각보다 달달하신데요?

 

A. 저요? 저.. 노력하죠. 근데 잘 안돼요. 지내다보면 아실걸요.. 태형이 놀리는 거 진짜 재밌거든요.

 

 

Q. 놀려요?

 

A. 네ㅋㅋㅋ 뭐... 애가 일단 잘 속아요. 진짜 순진하거든요. 뭐 약간, 태형아. 피자 사실 한국거래. 그러면 네!? 아 거짓말치지마요! 하다가 한두 번 이상 말하면... 헐 진짜요? 대박이다.. 하거든요. 한번은 비행기에서 신발 신고 타는 거 아니라구 했더니 진짜 믿어서, 비행기 탈 때 벗을 뻔 했어요. 그날 진짜 많이 맞았는데, 꽁꽁펀치. (함박웃음)

 

 

Q. 꽁꽁펀치가 뭐에요?

 

A. 태형이가 보면 되게 말랐잖아요. 저도 그렇고. 애가 마른만큼 좀 팔랑팔랑해요. 주먹으로 자기는 세게 친다고 치는데 하나도 안 아파서.. 꽁꽁펀치라고 불러요. 그래서 군대 보낼 때 정말 많이 울었어요.

 

 

Q. 슈가씨가요?

 

A. 네. 하하, 안 어울리죠. 근데 막 밤에 잠자는데 갑자기 걱정되는거에요. 저렇게 마르고 팔랑팔랑한 애를 군대를 어떻게 보내지 같은... 많이 울었어요.

 

 

Q. 하하, 되게 의외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신혼일기는 어떻게 나오게 되셨나요?

 

A. 아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닥 찍을 생각이 없었어요. 죄송해요. 아... 왜냐면, 일단 저 자신이 연예인이라고 하기엔 예능도 나가본 적 없고, 집에서는 일단 안 움직이거든요. 침대에 누워있고.. 쇼파에 누워있고... 그럼 정말 분량 안 나오겠다. 했어요. 근데 태형이한테 물어보니까 재밌을 거 같다고 해서... 찍는 곳이 제주도라고.. 저희 제주도는 한 번도 같이 안 가봤거든요. 그래서 하게 됐습니다. 하하, 별거 없죠. 잘 부탁드립니다.

 

 

 

 

 

 

/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아 여기 보고! 아. 안녕하세요. (꾸벅 하다가 테이블에 머리박음) 아! 아.. 저는 윤기 형 남편, 김태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태형씨, 이마 괜찮으세요?

 

A. 네! 아.. 제가 맨날 이렇게 좀 덜렁거려서요.. 죄송해요 (울상) 제가 맨날 이렇게 어디다 박고 막 그래서 형이 걱정을 많이 하거든요. 인제, 제가 맨날 무릎도 잘 박고... 약간 덜렁거리다보니까...

 

 

Q. 슈가씨가 걱정이 많으시겠네요.

 

A. 네, 디게 걱정해요. 예전에는 친구랑 둘이 유럽여행 간다니까 무슨 상비약만 한박스를 가져와서 제 캐리어에 막 넣더라구요. 그때 좀 느꼈어요.. 제가 엄청 덜렁거리는구나...

 

 

Q. 슈가씨가 되게 챙기시나봐요.

 

A. 네! 형이 되게 많이 챙겨줘요. 되게 무기력한 형이거든요. 막 약간.. 집에서 숨만 쉬고... 근데도 제 밥은 꼬박꼬박 챙겨요. 밥 디게 좋아해요. 눈 뜨면 밥 먹자, 나갔다 들어오면 밥은? 뭐 쫌만 하면 밥 먹을래? 하고 맨날 물어봐요.

 

 

Q. 근데 두 분 다 마르셨는데..

 

A. 어... 저는 많이 먹어요! 엄청 먹고 엄청 움직이는 타입이고, 형은 딱 삶에 지장 없을 만큼 먹고, 죽지 않을 만큼 움직이고... 제가 맨날 어디 가자! 하면 가는데, 다음날은 정말 형은 꼼짝없이 못 움직여요. 진짜 집돌이!

 

 

Q. 두 분이 많이 반대이신가 봐요.

 

A. 네.. 헤헤 저는 엄청 편식하는 편이에요. 콩도 싫구.. 팥도 싫구... 근데 형은 이걸 먹나 저걸 먹나... 하는 편이고, 또 저는 맛집을 찾아가는 편인데 형은 여기서 먹으나 여기서 먹으나 똑같다구 하고. 근데 대부분 형이 맞춰줘요. 착해요, 형.

 

 

Q. 8년이나 연애하셨는데, 서로에게 뭐 너무 익숙해지거나 그런건 없으셨어요?

 

A. 어... 권태 같은 거 말씀이죠? 그런 건 없었어요. 디게 정신없이 연애했거든요. (웃음) 맨 처음에 형이 절 따라다닐 때.. 이거 절대 왕자병 아니에요! 형이 진짜 저 따라다녔어요. 맨 처음에는 이 형 뭐지? 싶은데.. 막 군대를 기다려주겠다는 거에요. 그래서 뭐, 흥 만나보자 했는데. 어 왜 웃으시지! 진짠뎅... 헤헤 여튼 그러고 바로 군대를 갔고, 제대했을 땐 형이 연예인이 되어있었어요. 진짜 신기했는데... 그러고.. 저는 학교 다니구... 인제 형은 음악하구... 어... 그러다 보니까 팔년이나 만났죠. 바빴어요. 서로!

 

 

Q. 프로포즈는 누가했어요?

 

A. 형이요. 전 절대 안할 줄 알았거든요? 형이 아시죠, 좀 무뚝뚝하고. 어. 그랬냐. 이런 스타일인데, 어느날 형 집에 하도 놀러오라고~ 놀러오라고~ 해가지구 왜이래? 했는데, 형이 집을 이사를 했다는거에요, 저 모르게! 그래서.. 어 약간 뭐지... 싶었는데 일단 갔어요. 갔는데, 어 전보다 좀 큰 집으로 들어가길래.. 돈 벌었다고 자랑하는 건가 했는데....

 

 

Q. 했는데...?

 

A. 집이 현관부터 거실까지 다 풍선이었어요ㅋㅋㅋㅋ 전부다! 막 풍선에 뭐에 해서 들어가 보니까 창문에는 막 태형아! 결혼하자! 이런 거 걸려있구, 막 안방에 엄청 큰 침대있구... 그리고 형이 막 엄청 긴장한 채로 다른 방문을 열어보라는 거에요. 그래서 딱 열어보니까 평범한 서재 같았는데, 엄청 귀여운 강아지가 있는거에요! 형이 막 엄청 빨개진 얼굴로, 걔가 우리 아이라고 생각하고 형이랑 결혼해달라구.. 너는 몸만 오면 된다면서...

 

 

Q.와... 대단하네요. 진짜 부러워요.

 

A. 앗.. 감사합니다. 엄청 쑥스러워요. 근데 이 얘기 나가면 형 엄청 창피할걸요. 그날 형 손 떨었거든요.

 

 

Q.그럼 마지막으로... 신혼일기에 나오게 된 소감은요?

 

A. 어... 인제 형을 다들 거칠구, 무서운 사람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제가 결혼을 할 때도 주변 분들이 많이 걱정하셨어요. 막 좀 무서운 사람 같은데, 결혼하면 나중에 고생한다구. 근데 형 정말 따뜻한 사람이거든요, 다정하구. 그거 많이 알아주셨으면 해서 나오게 됐어요. 앞으로 어, 신혼일기두, 형두 정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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