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러간다. 안간다. 보러간다. 안간다. 간..다."
들판에 핀 꽃 하나 따서 점을 친지가 벌써 몇일짼지 모르겠다. 이젠 하도 많이해서 점이라 할것도 없다. 꽃잎은 다섯장. 언제나 정해진 결말이다. 카라는 머리의 깃털을 뽑아 하늘로 사라졌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개울이 흐르는 숲속 나무귀퉁이. 시야의 아슬아슬한 끝에는 새하얀 은발의 셋쇼마루가 서있었다. 카라의 꽃점의 종착지는 언제나 셋쇼마루의 곁이었다. 언제나 그의 주변을 맴돌며 지켜본다. 인사를 건내거나 모습을 드러내진 않는다. 그저 먼 발치에서 지켜만 볼 뿐.
어느날은 작은 초록 요괴가 그를 따라 뛰어다니고 어느날은 작은 꼬맹이가 합세해 노래부른다. 모든것에 무관심해 보이면서도 제 일행은 잘 챙긴다. 그것에 못낀다는것이 내심 질투나는 카라였다. 그렇다고 그녀가 매일 따라다니는 것은 아니다. 그녀도 나락의 심부름으로 바쁘니까. 그저 조금의 여유가 생겼을때 꽃점을 쳐서 정하는거다. 그를 볼지 말지.
"오리새끼 마냥 잘도 따라오는군."
맨날 자기 갈길만 가던 셋쇼마루가 무슨 바람인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워낙 코가 좋은 족속이다보니 카라가 따라오는걸 모를 이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말을 걸어온건 처음이었다. 맨날 모르는척 시선 하나 안던지더니.
"대뜸 오리새끼라니 너무한거 아니야? 인사 몰라?"
샐쭉한 목소리로 카라가 답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막상 대화하려니 어색하기도 하고 그의 단어 선정도 마음에 안들었지만 이렇게 정면으로 마주보니 내심 기분좋은 카라였다. 셋쇼마루의 외모는 역시 마음에 든다. 굳이 시간 날때마다 찾아가는 이유도 그의 얼굴을 보며 힐링이라도 하려던걸지도 모른다. 만약 카라 자신의 처지가 이렇지만 않았으면... 그와 함께 할 수 있었을까.
"만약..."
본인도 모르게 만약이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자유를 얻어놓고 누군가와 함께한다니 자신과 안어울리는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함께 할 사람을 선택하는것도 자유다. 만약. 그래 막상 뱉어놓고 나니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만약 내가... 나락한테 묶여있지 않았으면. 당신과 함께 있을수 있었을까?"
결국 그녀는 속마음을 내뱉어 버렸다. 딱히 말할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당황하진 않았다. 언젠가 흘러넘칠 속마음이었고 숨길 자신은 없었으니까. 그저 내뱉고 그의 반응을 지켜볼 뿐이었다.
"만약은 상황도 못바꾸는 약한 녀석들이나 내뱉는 말이다. 그런 말 내뱉을 겨를이 있으면 그걸 현실로 만들도록 해."
한참을 조용히 있다 중얼거린 말에 카라의 눈이 커졌다. 대답을 들을거란 생각자체를 하지 않았다. 콧방귀 뀌며 떠나지않았으면 앞으로 쫒아다니지 말라 하지 않았으면 바랄뿐이었다. 그의 답은 마치 곁에 있어도 된다는 듯이 들렸다.
"현실로... 만들어 줄거야?"
더 큰걸 바라선 안돼는데 목소리가 떨린다. 비어있을 가슴께가 아프다. 심장이 있어야할 자리가 다른 무언가로 채워지는듯 몸이 무거워 졌다.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 그에게 다가갔다.
"현실로 만들어 주는거야? 곁에... 있어도 돼?"
무슨 표정을 짓고있는지 그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울것 같으면서도 기쁜 그런 복잡한 심정이었다. 마주보고 있던 셋쇼마루가 몸을 돌렸다. 어떠한 대답도 없었지만 고개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천천히 뒤돌아 걷던 셋쇼마루의 몸이 뜨고 곧이어 사라졌다.
카라는 벙 쪘다.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어버렸다. 그리고 희망이 생겼다. 실낮 보다는 크고 아름다운 희망. 가슴께가 뜨겁다. 한참을 손을 얹은채 그 온기를 느꼈다. 마치 심장이 뛰는 듯한 그런 열기. 잊고싶지 않았고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만끽하고 그녀는 자리를 떠났다.
오늘도 카라는 꽃을 집었다. 꽃잎이 다섯장인 꽃을.
그리고 다시 점을 친다. '보러간다.'로 시작하는 꽃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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