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루-사랑에 빠진 딸기


박지훈은 힘과 운동 신경이 비례하는 남자라 체육을 아주, 아주, 아주 잘했다. 얼마나 잘 하냐 하면 1학년 체육대회 때 자기 혼자 반을 캐리해서 전체 1등으로 만들고 전설이 될 정도로 잘 했다. 물론 지훈도 그때까진 좋았다. 지 성격처럼 아주 불같은 승부욕을 가졌기 때문에. 하지만 나중에 가선 굉장히 후회를 했다. 체육 시간마다 '체육 잘 하는 사람 나와서 시범 보여봐'라는 말이 세상 귀찮았다. 그래서 2학년 때는 체육대회 파업을 하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박지훈. 축구랑 피구에 니 이름 넣는다?"

"아, 귀찮은데..."

"우리 축구 예선 5반이랑 하는데 후회 없겠나?"

"5반?"


하지만 그 결심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말았으니... 바로 지훈이 죽도록 싫어하는 5반과 축구 예선이 붙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야. 거기 유광열 있는 반 맞지?"

"엉."

"그 새끼 내가 조져야 되는데!!!"


유광열은 1학년 때 박지훈한테 시비 걸었다가 맞고, 2학년 때 박지훈한테 또 시비 걸었다가 맞고 울면서 보건실에 찾아간 바로 그 친구였다. 물론 지훈에게 시비 털다가 맞은 인간들은 지금껏 굉장히 많았으나 광열은 남달랐다. 조동아리 터는 수위가 지훈의 뇌 주파수와 아주 딱 맞아 떨어졌다. 게다가 ☆핵주먹☆이 봉인된 후 광열의 깐족거림이 정말 상상 이상이라서... 지훈은 언젠간 그 새끼를 조져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야. 빨리 내 이름 써."

"으음..."


우진은 걱정스러웠다. 박지훈이 유광열 죽이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남 일이기 때문에... 좋은게 좋은 거다, 하면서 그냥 지훈의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슬쩍 기마 싸움과 2인 3각에도 적었다.



좋아해줘

보건실: 토끼 사육 금지



"박우진 이 망할노무 새끼야."

"와."

"축구랑 피구만 적으랬지 누가 네개나 쓰랬냐?"


뒤늦게 체육 대회 명단을 확인하고 씅난 지훈이 우진의 뒷통수를 딱 갈겼다. 하지만 우진이 같이 성질을 내면서 그 손을 콱 깨물자 두 사람은 또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아아!!! 놔라, 놔라. 딱 놔라. 형 손 강철이라 어금니 다 나간다."

"퉤!"

"자... 이제 왜 네개 썼나 이유나 들어보자."

"니가 전에 남성미도 어필하고 싶다며."

"근데."

"그것엔 기마 싸움만한 게 없다고 판단했다."

"아항..."


개소리였지만 납득이 빠른 지훈은 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여러개하면 뭔가 존나 멋지고... 그럴 것 같았다. 사실 우진은 그런 마음은 안중에도 없고 그냥 반이 1등해서 치킨을 먹길 바랬다.


"근데 2인 3각은 뭐야? 나 누구랑 붙어있는 거 딱 질색인데."

"2인 3각 쌤이랑 할 수 있다."

"아... 그럼 더 싫은데."

"보건쌤도 된다."

"야.... 우진아... 너는 진짜 머리다 머리....."


지훈은 사랑스러운 제 친구를 꼬옥 끌어안아줬다. 우진은 뼈가 우그러지는 것 같고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바로 지훈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하지만 지훈의 표정은 세상 평온해보였다. 괴물 같은 새끼... 하고 중얼거리던 우진이 지훈에게 말했다.


"오늘 축구 예선 바르면 2인 3각 같이 하자고 프러포즈를 딱 해."

"와, 개멋있네..."

"맞나."


우진이 지훈의 어깨를 툭 쳤다. 지훈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어서 조금 불안했지만... 아무래도 치킨을 먹고 싶었다.



지훈은 예선이 시작되기 전, 또 보건실에 찾아갔다. 기를 받아야징~ 다니엘쌤 최고~ 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다니엘은 밖에서부터 들려오는 이상한 노랫소리에 약간 긴장했으나 곧 그럴 사람은 지훈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도 지훈은 뜯듯이 문짝을 열었다.


"도전!"

"실패."

"하하핫!"


다니엘은 고개를 갸웃했다. 평소 같았으면 1g 정도 시무룩해 했을 지훈이 오늘따라 티 없이 맑아 보였다. 그리고 마치 기능만 중시한듯한 반팔티와 체육복. 지훈은 자랑하듯 빙그르르 턴을 했다. 다니엘은 약간 의아했다. 꼬맹이는 간지를 중요시하는 고2라 늘 교복을 입고 불편하게 축구를 했다. 이걸 알고 있는 것도 이상하지만...


"꼬맹이. 오늘은 왠일로 체육복?"

"이따 축구 예선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학교 체육대회 하나?"


지훈이 큭! 하는 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웃기 시작했다. 체육대회 하는지도 모르고 있는 걸 보면 아마 다른 년놈들이 2인 3각하잔 말을 안 꺼낸 거겠지. 지훈은 전교에 퍼트린 협박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영문을 모르는 다니엘은 그저 무서울 뿐이었다. 


"와... 와 웃는데?"

"그냥요. 하핫! 쌤 저 기 좀 넣어주세요. 확 다 발라버리게."


지훈이 다니엘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얼굴에는 미소를 띄고 있고, 오늘도 토끼처럼 아주 귀여웠다. 그리고 의외로 어깨에 제법 각이 있는게 여자 깨나 울리겠구나 싶어서... 뭔가 기분이 좀 이상했다. 뭉글뭉글한 기분. 그런 생각을 모르는 지훈은 다니엘에게 빨리 기를 넣어달라며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속으론 다니엘쌤 어깨가 너무 태평양이라 거기서 헤엄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기. 기. 기. 빨리 기 넣어주세요. 곧 있음 나가야 됨."

"기를 우예 넣어야 되는데?"

"음... 뽀뽀?"

"또, 또 뽀뽀 타령."


지훈은 오늘도 실패했구나, 싶어서 입술을 삐죽였다. 지훈은 다니엘에게 들이대기 시작한 후 습관처럼 뽀뽀를 불러댔다. 하지만 지금껏 전부 fail. 쌤 고자야, 고자. 너무해. 하지만 곧 쭉 뻗어온 다니엘의 손바닥이 갑자기 지훈의 이마를 폭 덮었다. 말이 이마지 손이 커서 거의 얼굴의 반은 덮는 것 같았다. 따뜻한 온기와 갑작스러운 스킨쉽에 지훈의 심장이 또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꼬맹이."

".....네?"

"잘 해라."


손을 뗀 다니엘은 오늘도 씩 웃고 있었다. 얼굴도 잘생겼는데 멘트도 짱 멋있다... 지훈은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아마 오늘도 온몸이 다 시뻘개져있을 것 같았다. 그리곤 그 상태 그대로 슬슬슬 문쪽까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정말 별거 아닌 스킨쉽에도 열여덟 모쏠은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방금 누가 뽀뽀해 달라고 했었지? 웃음 장벽 낮은 다니엘은 또 엄청 웃었다.


"저... 저 갑니다."

"그래. 가라 모쏠."

"이잉..."

"내가 예선 보고있을 테니까 다치지 말고."


그 말에 지훈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다니엘은 창문을 한번 턱짓하더니 손을 흔들었다. 여기서 보고 있겠다, 그런 뜻이었다. 지훈은 그거 하나에 금새 또 기분이 좋아져서 아까의 부끄러움을 잊었다. 그리곤 토끼처럼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쌤쌤쌤! 저 이기고 오면 소원 하나 들어주세요!!"

"알았다, 알았다. 밖에 애들 모이는 거 같은데 퍼뜩 가봐라."

"넹!!"


흥분했는지 몇번 제자리 뛰기를 하던 지훈은 고개를 꾸벅 숙이곤 금새 문 밖으로 튀어나갔다. 다니엘은 부끄럽다고 게처럼 뒷걸음질 치던 지훈의 모습이 생각나서 또 웃었다. 거의 다니엘 전용 개그맨 수준이었다.  



운동장에 도착한 지훈은 8반이라고 써있는 핑크색 나시티를 반팔 위에 덧입었다. 색깔이 굉장히 맘에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흐뭇해 하는 모습을 본 우진이 지훈의 어깨를 툭 치더니 앞쪽을 턱짓했다. 광열이 앞에 서서 지훈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지훈의 표정이 금새 썩어들어갔다.


"미친개. 오랜만이다?"

"그래. 오늘 널 조질라고 나왔다."

"꼬우면 전처럼 한대 치지?"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에 5반, 8반 친구들이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잘못하면 축구가 아니라 개싸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훈은 도발을 듣고도 가만히 있었다. 속으로 짱구를 굴리고 있었기 때문에. 쌤이 사람 패지 말랬는데... 간접적으로 팰려면 어떡해야 할까? 그리곤 옆에 놓여있던 물병을 집어들고 그대로 광열의 얼굴에 촥 뿌렸다. 예상치도 못한 물싸대기를 맞은 광열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씨발... 진짜 뒤질라고 작정했지?"

"물 뿌렸다고 내가 때린 건 아니잖아. 물이 널 때린 거지."

"...뭔 개소리야?"

"냉수처럼 시원한 개소리."


지훈은 보건실 창문을 힐끗 돌아본 후 스을쩍 눈치도 봤다. 다니엘은 씩 웃으며 손을 휘휘 내젓고 있었다. 예선이니까 그 정도는 봐줄게, 뭐 그런 뜻이었다. 신난 지훈이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또 조증이 온 지훈을 다른 학생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그 사이에서 잔뜩 화난 사람 한명, 이미 해탈한 사람 한명이 눈에 띄었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광열을 힐끗 쳐다본 우진이 박수를 딱 쳤다.


"자, 자! 이제 예선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곤 바닥에 축구공을 내려놨다.



지훈은 휘슬을 불자마자 공 쫓는 개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을 독식했다. 딱히 남들한테 태클을 거는 것도 아닌데 너무 빨라서 따라 잡을 수 없었다. 다니엘은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있었다. 마치 온몸에서 에너지가 마구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지랄견 에너지가.


"야! 박지훈!! 패스!"

"오키! 골대까지 갖고가!!"


골대에 가까워지자 다시 지훈이 공을 받아 날듯이 골인시켰다. 벌써 세번째 골이었다. 지훈은 좋아서 바닥을 굴러다녔다. 그리곤 벌떡 일어나 보건실 창문에 윙크를 찡긋하더니 또 슬쩍 배를 보여줬다. 세레머니가 뭐 저래... 다니엘은 너무 웃겨서 창틀에 머리를 박았다. 

광열은 허리에 손을 얹고 뭔가 맘에 안 드는듯 서있었다. 먼저 5점을 내면 이기는 게임인데 스코어가 3:0이었다. 광열은 1학년 때부터 지훈의 싸가지가 존나게 싫었다. 조지고 싶은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다음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지훈을 전담 마크하기 시작했다. 자꾸 태클이 들어오자 지훈이 인상을 찡그렸다. 


"형이 그렇게 좋냐?"

"지랄."


하지만 지훈은 골대 근처에서 공을 차려는 척하다가 슬쩍 다른 애에게 패스하고 또 1점을 얻었다. 지훈이 에베베벱ㅂ베베벱ㅂ하면서 광열을 약올렸다.  

그러자 다음 게임부턴 태클이 더 심해졌다. 지훈이 혹시 다치진 않을까 싶어서 다니엘은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 우려는 금새 현실이 됐다. 우진이 공을 받아서 골인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광열이 지훈에게 몸통 박치기를 시전했다. 지훈은 그대로 바닥에 슬라이딩 했다. 순간 성격이 나올 뻔 했으나 어차피 사람을 칠 수도 없었다. 고개를 들었을 때 이미 광열은 사라져 있었다. 놀란 우진이 지훈을 일으켜세웠다.


"미친... 피나네. 박지훈 니 괘안나?"

"어, 완전 괜찮아. 그 새끼 언젠간 죽어. 권선징악."


몸에서 모래를 털어내던 지훈은... 문득 다니엘의 '다치지 말고'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리곤 아차싶어서 보건실 창문을 돌아봤다. 다니엘은 잔뜩 화가 난 표정이었다. 순간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륵 흘렀다.


"야, 나... 나... 보건실 가봐야겠다."

"안 데려다줘도 되나?"

"엉. 먼저 가있어라. 담임쌤한테 나 다쳐서 보건실 갔다 해주고."

"알았다."


지훈은 절뚝거리며 보건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여느때와 다르게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었다. 많이 화나셨나... 지훈이 보건실의 문을 슬쩍 열었다. 다니엘은 열 받은듯 냉수를 들이키고 있었다. 그리곤 들어오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지훈을 빤히 쳐다봤다.


"뭐하노. 빨랑 와서 안 앉고."

"넹..."


지훈은 쭈뼛거리며 침대에 걸터 앉았다. 드러난 무릎에선 피가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다치지 말라고 했는데... 상처를 보고 인상을 찡그린 다니엘이 지훈의 발목을 콱 붙잡았다. 그리곤 상처 위로 슬슬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지훈이 아야 아야, 하며 엄살을 부렸다. 의자에서 일어난 다니엘이 소독솜 통을 뒤적이며 말했다.


"왜 다치고 다니는데."

"으으음..."

"걱정된다 안 했나."


그 말에 지훈은 감동한듯 고개를 들었으나, 여전히 화가 난듯한 다니엘 때문에 다시 기분이 추욱 가라앉았다. 다친 건 본인인데 왠지 엄청 미안했다. 습관처럼 손을 꾸물거리며 상처를 만지려는 지훈의 손을 다니엘이 콱 붙잡았다. 심장은 눈치도 없이 나대서 지훈의 얼굴이 또 벌개졌다. 다니엘은 그 모습을 보니 슬슬 화가 풀리는 것 같아서 얄미웠다.


"좀 따끔하다."

"네?"


다니엘이 지훈의 무릎 위로 소독솜을 꾹꾹 눌렀다. 지훈이 다리를 버둥거리기 시작하자 발목을 잡은 손에 더 힘이 들어갔다. 발목을 잡고...(19) 그 와중에 야한 생각이 들어서 지훈이 제 뺨을 한대 후렸다. 그 이후로는 아주 조용했다. 수도꼭지를 무뽑듯 뽑아버린 날처럼 둘 다 아무말도 없었다. 지훈은 어색해서 눈을 도륵도륵 굴리고 다니엘은 치료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소독은 제법 빠르게 끝났다. 다니엘의 엄지 손가락이 마지막으로 발목을 슥 훑고 떨어지자 지훈이 헉 소리를 냈다. 


"...."

"...."

"하하하..."

"그래.."


굉장히 어색해진 분위기에 지훈은 죽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뇌 새끼야 너 왜 이렇게 불순하니! 하고 자신을 타박해봐도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 겨우 가라앉혔던 얼굴이 딸기처럼 시뻘개졌다. 반창고를 들고 온 다니엘은 그게 또 귀여워서 얄미웠다. 하지만 손길은 다정했다. 상처 위로 반창고가 붙자 지훈이 슬쩍 다니엘을 올려다봤다.


"쌤... 아직도 화나셨어요?"

"니같으면 화 안 나겠나."

"죄송..."

"그래도 오늘 잘했다."

"네?"

"축구도 이기고 사람도 안 팼잖아."


다니엘이 지훈의 머리를 슥 쓰다듬었다. 세상에... 개멋있어. 세상에서 제일 멋있어. 지훈은 진심으로 감동받아서 또 한번 다니엘에게 반했다. 눈을 초롱초롱 빛낸 지훈이 은근슬쩍 다니엘을 끌어안으려고 시도하자 다니엘이 지훈의 입에 사탕을 물렸다.


"빨랑 올라가라. 니네 담임쌤 걱정하신다."

"네... 오늘은 이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사랑해요."

"안다."


지훈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 조용히 문 밖을 나서려 하자, 갑자기 아까 그 소원이 생각난 다니엘이 지훈을 붙잡았다.


"아, 맞다. 니 아까 말한 소원은 뭔데?"

"아... 하하하하하..."

"뭔데 그라노?"

"그..."

"엉."

"2인 3각 있잖아요.... 저랑 같이하면 안 돼요?"


지훈은 문에 몸을 반만 걸치고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그 말에 진심으로 빵터진 다니엘이 배를 잡고 끅끅 웃었다. 지훈이 의아한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다니엘이 씩 웃으며 말했다.


"내 아까 교무실에 전화해서 니랑 2인 3각하겠다고 이미 얘기했는데."


그 말을 듣고 흐물흐물해진 지훈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건... 치사량의 설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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