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태현이와 만나기로 했던 식당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걱정과 두려움으로 머리 속이 가득 찼다. 과거로 돌아온다면 내가 과연 태현이를 살릴 수 있을까...? 초조함에 손을 쥐었다 폈다 했지만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태현이가 오면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아니 안아야 하나? 아니 그 전에 내가 태현이를 보고 안 울 수가 있을까? 어렵사리 만난 태현이를 보고도 전처럼 내가 태현이를 안일하게 대할까?

딸랑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너무나도 그리웠던 사람, 태현이가 들어왔다. 나는 태현이의 눈, 코, 입부터 머리카락, 행동까지 다시 살펴보았다. 태현이의 눈에 일렁이는 감정, 행복 그리고 지침... 정말 나는 관심이 하나도 없었구나... 태현이 내 앞에 앉자 나는 어색하게 태현을 보다가 입을 뗐다.

"왔어..?"

"응. 형이 먼저 올 줄은 몰랐네?"

저 말조차도 나에 대한 신뢰가 깨져 하는 말같이 들렸다.

"응... 그러게..내가 먼저 나오게 됐네.."

"배고프죠?? 우리 뭐 먹어요."

"태현아."

"..네?"

"형이 많이 사랑해."

이 말 한 마디 내뱉는 게 지금까지 나는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내뱉기 전까지는 목에 가시가 돋은 듯 말할 때마다 시큰시큰했는데 내뱉고 나니 너무 시원했고 아련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형.."

나의 말에 태현은 걱정이 서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뗐다. 하지만 입은 웃고 있었다.

"오늘... 무슨 일 있어요..?"

"아니? 그냥.."

"형..?"

결국 말을 잇지 못하고 나의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떨어진 눈물은 흘러남쳐 나왔다.  연인의 사랑한다는 말에 의문을 갖게끔 만든 나, 또 이 뻔한 말 한 마디에 기뻐하는 태현을 보며 지난 내 자신이, 또 이렇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게끔 기회를 주신 하늘에게 너무나도 감사했다.

"아니야. 우리 오늘 데이트 즐겁게 하자!"

"즐겁게 하자며 자기는 울고 있네."

태현의 아직도 울고 있는 나에게 장난치며 말을 했지만 나는 그마져도 행복해져 더 울었다. 아니 웃으며 울었다.  우리는 나온 음식을 먹으며 지금껏 못했던 말들, 사소했던 연인의 행복을 누렸다. 그렇게 늦게까지 우리 둘은 같이 있었다. 

늦은 시각에 나는 태현을 데려다준다하였지만 태현은 나의 권유를 거절하며 택시를 타고 집에 간다고 하였다. 택시를 기다리며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마주잡은 손은 그 어느때보다 따뜻했다. 나는 태현의 손을 놓치고 싶지 않아 더 꼭 잡았다. 

나는 태현을 택시에 태웠다. 

"도착하면 연락 줘!"

"알겠어요, 형도 얼른 들어가요."

"태현아."

"네?"

"오늘 내 생에 최고로 행복했어."

나의 진심이 담긴 말에 태현 또한 배시시 웃으며 택시 문을 닫았다.

"저도요."

택시가 출발하자 나는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나 이 비극이 계속 될 줄은. 태현이 탄 택시가 내 눈 앞에서 엄청난 굉음을 내며 다른 차와 추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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