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으로 요한은 잠을 깼다. 또 그 사람이 나오는 꿈이었다. 자신을 본 그 사람은 요한에게 있어서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그 사람의 표정에는 다양한 감정이 깃들어있다고 추측했다. 추측했다는 것은 요한이 감정을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체자렛은 요한에게 감정을 가르쳐주지 않았고 항상 요한에게 감정이라는 것은 대제 폐하의 뜻을 이루는데 있어서 방해가 되는 것이므로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요한은 감정을 모른다. 정확하게 말하면 갈루스 제국을 다스리는 대제폐하의 뜻을 이루는데 불필요한 것은 모두 버렸다. 갈루스 제국에 오기 전에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요한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자신을 구원하고 길을 알려준 사람은 대제폐하와 체자렛 참모님 뿐이었다.


***


 대륙 내에서 갈루스 제국과 반대편에 위치한 아발론이라는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다. 아발론 왕국은 갈루스 제국과 비교했을 때 국토. 인구, 기술 어느 면에서도 뒤처지는 곳이었는데도 갈루스 제국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요한은 우스웠다. 대제폐하의 뜻에 반하는 자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상관없이 자신이 처리할 것이었기에 소국의 작은 몸무림이라고 생각했다.


*


 어느 날 체자렛이 요한을 불렀다. 요한은 체자렛의 부름에 곧바로 체자렛이 머무르는 방으로 갔다. 방 앞으로 간 요한은 체자렛이 방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 앞에서 말을 걸었다.



  "요한입니다. 저를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들어가도 됩니까?"


 요한의 말을 듣고 체자렛은 웃으며 방문을 열었다.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들어와요."


 체자렛에게 예의를 갖춘 후 요한은 체자렛의 방으로 들어갔다. 체자렛이 머무르는 방이라고는 하지만 방이라기보다는 연구실에 가까웠다. 요한으로서는 체자렛의 방에 무엇이 있는지 신경을 쓰지 않았고 그것이 무엇에 쓰이는지 관심을 쓸 필요는 없었기 때문에 이 곳에 올 때마다 열심히 하신다는 생각만 들었다. 요한의 모습을 보고 체자렛이 먼저 말했다.


  "요즘 대제폐하에게 반기를 드는 국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체자렛의 말을 듣고 요한이 대답했다.


  "아발론이었던가요?"


 요한의 대답을 듣고 체자렛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맞아요. 그 아발론이 곧 갈루스 제국 동부쪽으로 향한다는 첩보를 받아서 요한이 그 왕국에게 대제 폐하의 위대함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체자렛은 말을 끝내고 요한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요한의 앞에 다가갔다. 요한은 체자렛이 다가오자 움직이려고 했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처럼 살기위해서 움직일수록 점점 더 몸을 옥죄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요한에게 몸에 대한 감각은 점점 무뎌지고 머릿속은 잡다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요한, 당신은 대제폐하의 충실한 신하죠?"


 체자렛의 목소리가 요한의 머릿속에 또렷하게 들려왔고 요한은 그에 대해 반대의 의사를 표시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몽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저는 대제폐하의 충실한 신하입니다."


 요한의 대답에 이유를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체자렛이 말했다.


  "그렇다면 대제폐하의 충실한 신하라면 그 대제폐하에게 반하는 일을 하는 아발론군을 처단해야겠네요. 그렇지요?"


  체자렛의 말에 요한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고 체자렛은 말했다.


  "그럼 이제 가야할 장소를 알겠지요? 대제폐하의 위대한 뜻을 거스르는 이들에게 힘을 보여줘요."


 체자렛의 그 말을 끝으로 요한은 이동 스크롤을 이용해 그곳으로 향했다. 요한이 사라진 장소에는 체자렛의 웃음소리만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


  아발론군이 요한이 있는 지역에 도착했다는 갈루스 병사의 보고가 들어왔을 때 요한의 머릿속은 그저 대제폐하의 뜻에 거스르는 아발론군을 처단하자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 대면한 아발론군은 아발론군 뿐만 아니라 사르디나, 엘펜하임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의 군사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요한은 아발론군을 보자마자 말했다.


  "위대한 대제폐하의 뜻을 거스르는 이들은 여기서, 요한이 처단하도록 하지."


 요한의 말이 끝나자 아발론군을 이끌던 아발론 군주가 요한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요한..... 너는 여기에 있었구나. 다행이야. 네가 있던 흔적만 쫓던 내게 너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게 되어서 기뻐."


 아발론의 군주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요한의 머릿속은 누군가가 머릿속을 헤집어 놓은 것처럼 엉망이 되었다. 그럼에도 요한은 그들에게 물러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을 대상으로 싸웠다. 요한을 두고 그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나누고 있었지만 요한에게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저들은 요한에게 있어서 적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처음 보는 자신을 바라보는 아발론 군주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요한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이 몸을 덮쳐왔다. 요한은 그 군주를 향해 소리를 쳤다.


  "네 놈에게 들을 이야기는 없다. 나는 대제폐하의 신하이자 도구인 요한!  갈루스 제국 지휘관 중 한 명인 요한이란 말이다."


 그렇게 말하고 요한은 이동 스크롤을 사용해 갈루스 제국의 왕궁으로 돌아왔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요한의 몸은 자동적으로 체자렛이 머무는 방으로 향했다. 체자렛이 머무는 방을 들어갈 때 예의를 잊어버리고 요한은 방 안으로 쓰러졌다. 요한의 모습을 본 체자렛이 말했다.


  "요한, 많이 힘냈네요. 무엇이 그대를 그렇게 힘들게 하죠?"


 체자렛의 물음에 요한은 힘겹게 말을 이어나갔다.


  "처음.... 본.... 아발론....의... 군주...입니다."


 체자렛은 요한의 대답을 듣고 자신의 무릎 위에 요한을 눕힌 후 이야기를 했다.


  "요한은 그런 인물에 대해 기억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 여기에 있는 요한은 대제폐하의 뜻을 이루기 위한 신하잖아요?"


 체자렛의 말이 끝나자 요한은 몽롱해지는 기분이 들며 잠이 들었다.  꿈에서는 자신을 요한이라고 부르며 믿고 의지하는 '로드'와 흑발과 노란 눈을 가진 지금의 자신과는 정반대로 금발에 회색이 도는 검은 눈을 가진 '요한'이 거기에 있었다.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요한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요한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요한은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요한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체자렛의 이야기를 듣고 갈루스 제국 동부로 가서 어떤 이들과 싸웠던 것이었다. 그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할 필요는 없었지만 대제폐하를 거스르는 자라면 마무리를 못한 자신이 얼굴을 기억해내서 마무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들의 얼굴을 기억해내려고 하면 두통이 더 심해져서 그냥 포기했다. 자신이 처단할 사람의 얼굴을 하나하나 기억하는 모습을 보며 요한 스스로의 모습이 너무나도 우스워서 그저 웃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연성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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