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가 맛있어 보이나 봐요.”

 

고개를 든 지훈이 민규를 보며 웃었다. 지금 어딜 만지는... 웃으세요. 기자들이 몇인데. 그러면서 지훈이 힘 주어 툭툭 다리 사이를 쳐냈다. 민규가 힘겹게 입꼬리를 올리며 지훈에게만 들리는 소리로 말했다.

 

“먹어봤습니까?”

“안 먹어봐도 알 것 같은데요.”

 

슥 몸을 일으킨 지훈이 민규의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를 천천히 쓸어보았다. 지훈이 피식 웃고.

 

의원님. 식사 하시죠. 멀리서 민규와 지훈을 부르는 봉사단들의 소리에 지훈이 민규를 향해 말했다.

 

“갑시다. 먹어보러.”


LOVE or HATE

W. 몸



“김 의원. 무슨 개새끼들 있는데를 다녀오고 그럽니까. 차라리 그 시간에 국무총리 조찬을 하죠.”

“뭐, 국무총리님이야 우리 당원분들께서 어련히 챙기십니까.”

“어련히? 말 뉘앙스가?”

“말이 말이죠. 뭘 또 2차 해석하고 그러세요.”

“자자, 조용히들 해보시고. 우리 김 의원님. 요새 이 의원이랑 투닥거리느라 바쁘신 거 우리가 익히 아는데. 한 판 크게 벌여 봅시다.”

“판이요?”

“당 이미지하고 하반기에 있을 투표 대세에 걸린 중요한 문제죠. 이걸 김 의원에게 맡기겠습니다.”

 

툭. 당대표가 민규 눈 앞에 던진 기사.

 

“올해의 정치인상? 최보. 작년엔 누구였지?”

“이지훈 의원입니다.”

“재작년엔?”

“이지훈 의원입니다.”

“그럼 난 뭐 했지?”

“이런 거 쓸데없는 선전이라고 랭킹 거론 자체를 거부하셨습니다.”

“잘 했네, 과거의 나. 근데 이거 꼭 해야하는 거지?”

“네. 아버님이... 아니 당대표 의원이 부탁하셨으니 아무래도...”

“참내. 상반기에 지네가 싸질러 놓은 똥 때문에 당 이미지 떨어진 걸 왜 나보고 올리라는 거야.”

“의원님 말... 조심을.”
“내가 지금 비속어 썼나?”

“아니... 그건 아닌데요.”

“이 의원 프로필 좀 뽑아서 오후에 브리핑해. 그 쪼그만 자식, 도대체 뭐가 그 인기에 난리인지도 좀 보고.”

 


 

“나이 33세. 최연소에 가까운 나이에 입당. 인권운동가 출신으로 고향은 부산. 대학을 중퇴한 것은 교수진 수준이 떨어져서, 라는 설이 있고요.”

“대학이 어딘데.”

“카이스트입니다. 아이큐가 멘사에 가깝다는 설이 있으며...”

“멘사... 거기 몇이면 들어가는데.”

“150인가 그럴 텐데요...”

“나 몇이지?”

“오후에 스케쥴 잡아놓겠습니다.”

“계속해.”

“주로 청년 실업, 여성, 동물권, 경계 없는 사랑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스캔들 난 적은 한 번도 없고 애인으로 밝혀진 건... 지난 번, 아시죠?”

 

찌릿. 민규가 눈을 흘겼다.

 

“혈혈단신이고 의원실에서 살고 있습니다. 집 따로 없구요.”

“집이 없어?”

“네, 그 명의된 집들은 다 기부... 그리고 부모님은 이 의원 중학교 때 있었던 태풍 14호 때문에 산사태가 나서 흙더미에 깔려...”

“아 됐어. 그건 됐고, 그래서 인기 비결이 뭐야?”

“이게 이지훈 의원 지지자들이 만든 영상인데. 일단 보시는 바와 같이 인물이 훤하죠.”

“참나, 저게?”

“그리고 미소가 예쁘지요. 어디서든 웃는데 꼭 햇살 같다고 합니다.”

“화살 아니고?”

“의원님... 좀 객관적으로 보시는 게...”

“그러고 있잖아, 지금.”

“국가 주요 보직 행사보다는 대학 강단이나, 외노자들이 많은 공단 같은 곳을 소리 소문 없이 다니면서 돕고요.”

“나도 시장 자주 가는데?”

“거긴... 표밭이라... 매번 같은 아주머니들이...”

“다음주에 대학 강의 잡아.”

“네. 인권 운동가 출신이라 잘 듣고 정책에 반영해주는 게 제일 평가가 높습니다. 의원 사무실에서 24/7 뉴스고를 운영하고 있고요.”

“그게 뭔데.”

“신문고입니다. 뉴스에 나오지 않는 억울한 국민들 이야기 들어서 정책에 반영시켜준다고. 전화로도 받고 상담도 받고, 인터넷 댓글로도 신청 받고요.”

“그거 어려운가? 우리도 하면 되잖아.”

“아이디어가 안 나왔던 건 아닌데. 의원님이 워낙 바쁘셔서 리젝하셨던...”

“해. 하자, 그거. 단, 찾아오는 건 귀찮으니까 전화로 해. 핫라인으로. 당장 내일부터 캠페인 시작해.”

 

넵. 보좌관이 대답하고 테이블 위의 아이패드를 챙겨가려하자 민규가 두고 가, 말하곤 턱을 괴었다. 끝나지 않은 영상 속에서는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웃고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지훈의 얼굴이 계속해서 연이어졌다.

 

*

 

“캠페인 한 거 맞아?”

“네. 오늘은 지역방송 광고도 넣었는데요. 변변하지 않은 이야기도 들어드리는 대국민 핫라인!”

“변변?”

“낮은 자세에서 다가가야죠.”

“근데 왜 전화가 안 와. 내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돼?”

 

그 때, 따르릉.

 

“네, 김민규 의원입니다.”

“여보세여?”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오케이, 오케이. 나긋나긋한 민규의 목소리에 신이 난 보좌관이 연신 손가락으로 오케이를 흔들었다.

 

“여기 벽화가 너무 감성이 없는 것 같아여.”

“아... 그럼 제가... 뭘 해드리면 될까요?”

“그건 알아서 하셔야져.”

 

뚝.

 

“야, 광고 제대로 한 거 맞아? 이상한 데 광고 나간 거 아니야?”

“아, 아닙니다. 지금 기사도 제대로 보도되고 있고...”

 

따르릉.

 

“후... 네. 김민규 의원입니다.”

“의원님. 아니제가뭐라고불러야해요?... 김..김의원님?김민규의원님?”
“편하신 대로 부르세요. 조금만 천천,”

“제가, 제가 꿈을 꿨는데.. 꿈을...”

“꿈이요?”

“꿈에서... 의원님한테 회색 수건을...”

“네? 회색 수건?”

 

뚝.

 

“야.”

“...”

“이거 신문고 맞지?”

“...”

“민생을 좀 돌봐드리겠다니깐 이게 뭐하자는,”

 

따르릉.

 

“의원님.”

“네, 김민규 의원입니다.”

“현재 당 정책이 매우 오만하기 짝이 없습니다.”

“네? 누구십니까?”

“부자들의 낙원 아래에서 서민들의 통곡소리가 들려오지 않으십니까?”

“하하. 어느 단체십니까? 공식 성명을 내주시면...”

“그건 아실 필요 없습니다만.”

 

뚝.

 

“...최보. 나 테러 당하는 거야?”

“네? 아니...”

“지금 밖에 경호원들 있나? 나 지키고 있어? 삼엄해? 어?”

“의원님...”

“추척해서 알아와. 당장.”

따르릉.

 

“...네...네...김...민규...”

“의원님!”

“아, 네. 김민규 의원입니다.”

“저 의원님 엄청 팬이에요. 이런 좋은 캠페인도 해주시고 정말 좋아요.”

“아, 감사합니다.”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네, 뭡니까? 뭐든 들어드립니다. 정책으로 반영도 하겠습니다. 항상 낮은 자세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무슨 이유인지 요즘 사람들은 열정이 너무 없는 것 같아요...”

“아 네에...”

“그래서 그런데. 가정마다 열정을 심어주는 방문 도우미를 지원 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아 그건...”

“그리고 의원님. 우리는 역사에 남아야합니다, 역사.”

“네?”

“열쩡을가지고!!!! 역!!!!사!!!!!,”

 

뚝.

 

“의원님! 전화를 먼저 끊으시면 어떻게 합니까?”

“야 됐어! 됐어, 때려쳐! 당장 캠페인 내리고. 그 핫라인 뭐시기도 다 없애버려. 이 전화 한 번만 더 울리면 내가 가만 안 둔다. 알았어?”

 

앞뒤도 없고. 내용도 없고. 시간 낭비야 이건. 민규가 제 머리를 흐트러뜨리곤 테이블에 획 엎드렸다. 이지훈 그거... 그건 지금 정책 반영한다고 기사가 매일 같이 뜨는데.

 

“저... 의원님. 강의... 가셔야.”

“뭔 강의?”
“그... 대학 강의 잡아달라고...”

“내가?”

“네. 30분 뒤라서 어서 가셔야 합니다.”

 

알았어. 민규가 조였던 넥타이를 풀었다. 아, 진짜. 이건. 선거유세보다 더 힘든데, 어째.

 

“바쁘시 와중에 아주 귀한 스피커를 모셨습니다. 공정당에 김민규 의원님!”

 

와아아아... 기어들어가는 함성소리를 지나쳐 민규가 강당으로 올랐다.

 

“아, 제가 스피커는 아니고 앰프 정도는 됩니다. 하하.”

 

싸늘한 강당. 매서운 눈빛으로 민규를 노려보며 휴대폰을 하는 대학생들이 겉보기에도 300명은 넘어보였다.

 

“반갑습니다. 모교로 오니까 기분이 좋네요. 아재 같은 이야기는 됐고, 정치도 관심 없으실 것 같고. 그냥 본론부터 질문으로 들어가죠. 질문 하시면 답변하겠습니다.”

휘이이이이. 서부극의 모래바람이 이는 것 같은 적막이 지나갔다. 하하. 민규가 씁쓸하게 웃었다. 뭔가... 준비해 올 걸 그랬나.

 

“저요. 질문여.”

“네, 거기 키 큰 학생.”

“왜, 학교 벽화에 감성이 없져?”

 

너 이... 민규가 순간 입술을 들썩였다.

 

“다... 다음 질문! 다음 질문 없나요?”

 

보좌관이 빠르게 좌중에게 소리쳤다.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던 중, 강당의 가장 뒷좌석에서 손을 든 학생이 질문을 했다.

 

“의원님에게 정치란 무엇인가요?”

“아. 드디어 대답해드릴 만한 질문이 나왔네요. 저에게 있어 정치라. 딱 잘라 말할 수 없겠네요. 사전적 의미를 원하는 건 아니실 테고. 저에게 있어 정치란 그런 겁니다. 빈 곳을 채우는 것.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쳤던 것을 콕 집어서 캐내고, 더 좋게 만드는 거죠.”

“그럼 의원님은 어떤 방식으로 하고 계신가요?”

“저요? 저의 정치 방식은... 물고 뜯고 끈질기고 집요하게 쫓아가서 끝장을 냅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저는 온순한 편은 아닙니다.”

“검사 출신이셔서 더 그런건가요?”

“저에 대해 잘 알고 계시네요? 네,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런 근성 말이죠.”

“의원님만의 방식대로, 앞으로도 잘 이끌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슨 과시죠? 아주 깊은 질문을 하시네요.”

 

민규가 웃는 동안 지훈이 스윽 몸을 숙여 일어나며 옆자리의 학생에게 악수했다. 학생, 고마워요. 질문 할 거 더 해도 돼요. 내가 부탁한 질문은 거기까지에요.

 

물꼬가 트인 강당 안에서 다른 질문들이 연이었다. 민규가 정신없이 답하는 동안 지훈은 슬쩍 강당을 빠져나갔다.

 

*

 

“내가 생각보다 팬이 많은 것 같아.”

“그렇죠, 의원님! 몇 개 타이틀만 이의원 줬을 뿐이지, 입당 이후로 계속해서 젊은 정치인의 심볼은 의원님 아니셨습니까!”

“내 정치에 대해 질문을 해주는 대학생도 있고 말이야. 세상이 아주 밝아. 찬란해.”

 

민규가 흐뭇한 표정으로 창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의 자주 잡아줘. 다음에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좀 준비해서 가야겠어. 그리고,

 

“이제 이 의원 브리핑은 필요없어. 내 방식대로. 나 검사 XX기 김민규 검사의 스타일대로, 집요하게 파고 든다. 슬슬 웃으면서 지지부진한 이야기나 듣는 이지훈 스타일은 됐어.”

 

그러면서 민규가 주먹을 꽉 쥐었다. 전면전이다, 이지훈.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한 번 해보자.

 

*

 

오늘 오후 5시부터 이곳 종합의원실에서는 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간담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매회 결의안 부결로 인해 당 내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번 안건이...

 

“준비 좀 많이 해 왔나?”

“김 의원님, 오랜만입니다.”

 

제 등 뒤로 스치고 오는 민규를 보던 지훈이 급작 부드럽게 민규의 어깨에 코를 묻었다.

 

“이제 냄새는 안 나네요?”
“하아. 언제적 얘기를.”

“원래 패배의 냄새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법이거든요.”

지훈이 서둘러 의원실로 올라갔다. 어째서, 쟤는 못 본 사이에 싸가지가 더 장전된 것 같아. 민규가 제 옷깃을 털고 성큼 계단에 올랐다.

 

“오늘은 끝을 냅시다. 여야 합의를 내지 않으면 연내 발의가 안 돼요?”

“그건 저희 정당당이 할 말입니다. 매번 횡포를 부리는 건 공정당 아닙니까?”

“누가 횡포를 부립니까. 우리처럼 전통적으로...”

“중계 시작하니까, 사담은 그만하세요.”

 

각 정당마다 3명씩 대표 발의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민규와 지훈이 마주보고 앉았다. 미음자 테이블 셋팅이 멀찍이 둘을 떨어뜨려놓아씨만 코 앞에 있는 것처럼 서로의 입꼬리를 실룩 거렸다.

 

“어떻게, 아직도 치킨 좋아하십니까?”

 

지훈이 마이크를 켜고 물었다.

 

“아이스브레이킹을 치킨으로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다들 배고프실 텐데.”

“있다가 끝나고 가실까요? 아, 브랜드 있는 곳으로 가야합니까? 의원님은 소상공인 안 좋아하시는데.”

“산통 깨기 전에 본론 들어갑시다. 저희는 소상공인 지원을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그 기준이 지난 번 발의하신 기준입니까? 연매출과 점포 면적을 기반으로 한다는.”

“이를 테면 그렇죠.”

“그 기준이 정말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라면 대안을 대보세요.”

“저는 매일 같이 아침에 김밥을 두 줄 사서 의원실로 옵니다. 1인가구라 밥 해줄 사람이 없거든요. 그리고 점심에는 의사당 앞의 후드트럭에서 샌드위치를 먹죠. 커피도요. 저녁은 어떤지 아십니까?”

“이의원 식생활을 우리가 왜 알아야 합니까?”

“이 분들이 과연 다들 제 가게를 가지고 있을까요? 단가 천원 이천원 하는 것을 팔아서 연매출이 얼마나 될까요?”

주고 받는 대화 가운데 불쑥 공정당의 몇몇 노의원들이 소리쳤다.

 

“이지훈 의원, 하고 싶은 말을 하세요.”

 

그러자 정당당의 의원들이 맞불로 소리를 키웠다.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기준을 들이대니까 그런 거 아닙니까?”

“그건 정당당이 먼저지요. 예산이 얼마나 된다고 그 많은 걸 다 지원해줘요?”

“하면 하는 거지, 올해 내내 미루면 내년엔 달라집니까?”

“안 한다는 게 아니잖아요. 한다고요, 하는데 기준을 갖자는 말이죠.”

 

삐이이이. 시장통 같은 의원실 안에 울리는 마이크의 비음에 모두가 귀를 막았다. 손가락으로 슬슬 마이크를 문지르던 민규가 조용해진 사위를 확인하고는 톡톡, 마이크를 두들기고 말을 시작했다.

 

“하자, 안하자가 아니라. 어떻게. 어떻게만 가지고 이야기해도 오늘 모자랍니다. 아시죠.”

 

그 말에 지훈이 씨익, 웃었다.

 

“우선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소상공인 20%가 건물주죠. 나머지는? 대출입니다. 대출 규모는 작년 기준으로 한 점포당 약 2억원인데, 이자율까지 하면 대충 2.4억이네요. 소상공인 월 평균 이익이 2.6백만원이니까, 1년 내 상황을 기준으로 하면 거의 마이너스나 다름없습니다.”

 

오호. 준비 좀 해왔는데. 지훈이 제 앞에서 팔락팔락 두꺼운 서류 더미를 넘기며 하나 둘 숫자를 집어 이야기하는 민규의 모습을 보고 몸을 빼며 팔짱을 꼈다. 제법, 검사 출신답네. 야무져.

 

“그러니까 영업이익 기준으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술렁술렁. 한참 민규의 말을 듣던 의원들이 큰 소리는 내지 못하고 작게 술렁였다.

 

“동의합니다.”

 

이의원! 당 내 상의 없이 동의 의지를 내보이는 지훈의 발언에 정당당이 발끈했다.

 

“동의하는데, 그 이익의 증빙은 철저해야겠죠.”

“물론입니다.”

“그걸 어떻게 할 건지는, 우리 당에 세금 전문가가 있으니 우리 당에서 준비해보겠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연내 발의 가도 됩니까?”

“좋습니다.”

 

탁. 민규와 지훈이 동시에 제 앞의 마이크를 껐다. 이의원! 우리 당에 그런 전문가가 어디있습니까! 연말에 해외 골프 연수 가야하는데, 연내 발의가 무슨 말이에요! 서로를 마주보며 시선을 떼지 않는 민규와 지훈의 주변으로 수많은 웅성거림이 있었다. 그럼에도 둘은 마주친 눈을 피하지 않고, 민규가 먼저 입모양으로 지훈에게 말했다.

 

“오늘은 무승부야.”

 

그러자 지훈이 피식 웃고는 화답했다.

 

“니 노력이 가상해서. 박수를 쳐준다.”

 

짝짝짝. 갑자기 박수를 치는 지훈의 행동에 소요를 멈춘 장내. 민규도 짝, 짝 느린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하나 둘 모두가 약속한 듯 손뼉을 맞췄다.

 

...이로써 여, 야의 당을 대표하는 젊은 의원들의 당찬 협의 하에 1년간 지지부진하던 지원책의 구체화가 결의되었습니다. 이들은 연내 발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상세 발의 내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 김민규-이지훈, 우리 화해했어요. ]

[ 당쟁 불신도 뛰어넘은 젊은 정치 화합. ]

[ 저도 치킨 좋아해요, 김민규 의원의 고백. ]

[ 치솟는 의원 지지율, 그러나 당 인기는...? ]

 

실시간으로 떠오르는 민규와 지훈의 맞잡은 손, 포옹하는 사진들을 보고 두 정당의 주요 의원들이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른 체 발을 동동 굴렀다. 당 이미지는 좋아졌는데... 연말에 어디 가지도 못하고 이게 뭡니까? 조용히 하세요. 그러다가 또 감사받아요. 둘이 일을 벌였으니, 둘이 알아서 하겠죠. 에잉, 내버려 둡시다. 밥이나 먹으러 가요. 오늘은 뭡니까? 부대찌개라던데. 소세지는 많이 주나. 보좌관, 가서 치즈 좀 사와. 치즈는 안 줄 것 같아.

당신을 조금만 벗어나면 고장 난 나침반 처럼 흔들렸다. | 정수경, 슬픔의 각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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