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明 _ 어둠 000

무명.
:  밝음이 없는 어두움.
:  알 수 없음.

無明 : 킬러조직.
無命 : 경호업체.










// 유정 김제하 현우진 과거.


#. 13년 전 어느 날.



無明의 본거지인 홍콩. 지사를 한국으로 옮기기위한 일이 분주한 조직 내부는 언제나 그렇듯 시끄럽다. 그 시끄러움 속에서 보이지 않는 권력다툼은 24시간 내내 이루어진다. 어떻게해서든 권력을 더 가지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틈에서 유일한 휴식처였던 엄마를 잃고 어둠속에서 생활한지 수 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유정은 오늘도 위험한 홍콩 거리를 내걷는다. 해가 지고 어둠이 몰려오지만, 딱히 집으로 돌아갈 생각 없이 점점 더 깊숙한 골목으로 파고든다.
어딜가도 시끄러운 소리가 머리를 웅웅 울렸는데 어느 순간 조용해진 골목에 그제서야 우뚝 멈춰선 정이 그 자리에 주저 앉는다.


"어디라도 들어가자."
"싫어."
"그럼 잠깐만 여기있어. 깔고 앉을거 찾아올게."
"그러던지."
집을 나올 때부터 제 옆에 묵묵하게 따라붙던 제하가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모습을 감춘다. 작아지는 제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정이 차디찬 벽에 등을 기대며 눈을 감으며 생각한다.


제하는 지금 자신의 아버지. 즉, 無明의 보스의 최측근으로 K2라는 코드명을 가진 사람의 아들로 어렷을 땐 친한 친구로 나와 똑같았지만, 어느 순간 부터 달라졌다. 아마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본격적인 수업을 받기 시작한 이후였을 것이다.
이제 겨우 고등학생이 되었을 뿐이지만 자신과는 다르게 어른스러운 모습인 제하가 가끔은 부러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차가운 모습은 원하는 아버지의 뜻을 생각했을 때 뿐이었다.
친구가 아닌 상사와 부하의 개념이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한 지금. 정이에겐 아직도 그저 친구였지만 '아니다'로 교육 받은 제하는 저를 도련님. 후계자로 대하기 시작했다. 마치 기다렸다는듯 말이다. 그 모습에 화도나고 짜증도 나고 섭섭한 마음도 들었지만 어길 수 없는 아버지의 명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때문에 회사 내에서의 행동에는 불만을 가지지 않았지만 그 외의 상황에선 거부했다. 존대를 하면 없는 사람 취급하며 모르는 척도하고, 명령이라는 말로 괴롭혀가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별다른 불평없이 제하는 제 옆을 지켰다. 그 이유가 궁금했던 적은 많았지만 오늘과 같은 궁금함은 아니었다.
'단순히 명령 때문일까?' 조용함 속에서 생각한 끝이 확신이 아닌 가정이 되니 괜한 궁금함이 퍼진다.


 '돌아오면 물어볼까...아니다. 귀찮아.'











-
타닥타닥 누군가 뛰는 소리가 들리고, 점점 더 커지는 소리. 제하가 왔나 싶은 순간, 더 이상 가까워지지 않는 소리에 이상함을 느끼며 눈을 떠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워낙에 어두워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질릴만큼 익숙한 소리. 썩 좋지 않은 소리가 연이어 들리더니 숨기려해도 숨기는데엔 한계가있는 총 소리가 정이를 일깨운다. 소음기를 부착한 것인지 커다란 소리는 아니었지만, 고요함 속에서 울린 한 발은 분명 총소리였다. 그냥 일개 사람들의 몸싸움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잠깐이지만 몸을 일으켜 인기척을 낼까.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은 비웃는다는듯 소리의 주인공이 이곳으로 다가옴이 느껴져 그저 가만히 기다린다. 그가 자신을 발견할 때까지. 그리고 보이는 반응을 기대하면서...

'무시할까? 놀랄까? 아님...나도 죽일까?'
 




"어....."
"....(모르는 척은 아니네...)"
"봤어?"
"뭘? 사람 죽이는거? 응. 봤어"
"..........."
"나도 죽일꺼야? 그래줄래? 죽여줘."
"....!!?"
살려달라 비는 모습을 생각한 것일까. 오히려 놀란듯한 상대방의 모습에 차가운 비소가 입가에 걸린다.
차디찬 웃음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한 것일까. 이내 총을 장전하고는 정의 머리를 향해 겨누는 남자다.
"그렇지. 좀 더 위에. 죽었는데 나인거 못 알아보는건 좀... 별로라서."
".........."
"빨리해. 안 그러면 못 죽어 나."
죽지 못하는 이유. 제하를 뜻하는 말이었다. 이제 정말 곧 올 시간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는듯 익숙한 발소리와 자신을 부르는 외침과 함께 제하가 나타난다.



"뭐야. 너. 총 치워."
자신의 앞에 앉아있던 남자보다 더 단단한 말투의 남자가 나타나자 겨누고있던 총구의 위치를 바꾼다. 정이가 아닌 제하에게로.


"봐. 서두르라고했잖아."
"너네 뭐야."
"넌 뭔데"
"대답해!!"
"....김.제하."
나이도 이름도 모르는 남자. 누구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데 총을 들고있다. 제 또래에 비해서 싸움을 잘한다해도 총이 없는 상황에서 총을 쥐고 발악하는 사람을 대한다는 것은 불가한 일이었다. 이름을 묻는 말에 그럴 수 없다는듯 입을 열지 않으니 자신을 향하던 총구가 다시금 정이에게로 움직이자 어쩔 수 없다는듯 대답하며 한걸음 다가선다.



둘 사이가 죽고자하는 주인과 그것을 막고자하는 부하로 확신하자 총구의 방향은 정이로부터 떨어질 줄을 모른다.
"원하는게 뭐야."
"........."
"원하는거 없을걸. 탈북하는것 같아. 아까 그러던데, 근데 탈북을 홍콩으로하나?"
앞의 상황을 몰랐던 제하의 물음에 돌아오는것은 태연한 정이의 목소리다.


"할거야. 쫓던 놈들은 다 죽였으니까 너네만 없으면 할 수있어......"
"아무짓도 안할테니 가."
"나랑 같이 갈래?"
"유정!"
"너 말고 다른 사람도있어?"
"진짜....할 수있어?"
"아니. 안돼. 죽어도 안돼."
"탈북은 몰라도 살려 줄 수는 있을거야. 근데...그 총은 계속 써야 할 수도있어. 그래도 같이 갈래?"
"동생...동생이있어."
"부모님은?"
"없어. 죽고..."
"그럼가자. 동생은 어딨어?"
"안된다고, 미쳤어? 그랬다간 너가 죽어!!"
"알아. 그래서 가는거야. 나 죽으려고"
"미친놈. 저 새끼 내가 죽여버릴거야."
정말이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긴장을 풀고 느슨해진 틈을 타 남자를 제압한 제하가 총을 뺏어들고 총구를 겨눈다.





"윽...!"
"제하야."
"싫어."
"물러서라고."
"싫다고!!"
".....명령이야. 물러서."
그저 하나뿐인 자신의 친구를 잃을 수 없는 제하가 거절한다. 그런 제하의 모습에 익숙하다는듯, 유정은 내뱉고 싶지 않았던 '명령'이라는 말로 제하를 조종한다. 이번에도 거절하면 어떡하지...하는 생각도 잠시 부들부들 손을 떨면서도 명령이라는 말엔 어쩔 수 없다는듯 일어서는 제하의 모습에 안도한다. 손에 쥐고있던 총은 넘겨주지 않고 안에 들어있던 탄환을 제거하고 조립 할 수 없게 분해하여 주머니에 넣는다. 제하가 몸을 일으키고나서야 바닥에 깔려 끙끙거리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 모습을 확인한 정이 앞장서라며 눈짓하고, 그 뒤를 제하가 따라 붙는다.





"근데 제하야."
".....예."
골목을 벗어날 쯤. 문득 아까의 물음이 떠오른 유정이 제하를 부르면 조금전의 '명령'이라는 단어에 아직도 반응하고있는 제하가 존대를 한다. 너무나도 제하같은 모습에 피식 웃으며 묻는다.
"왜 내 옆에있어? 나 없으면 편할텐데..내가 너 엄청 괴롭히잖아. 방금도 하고 싶은거 못하게하고...아버지 명령 때문이야?"
".........."
"설마 나 때문에?"
"...저 때문입니다."
"응?"
"저한테 친구라고는 도련님 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다시는 죽을 생각하지마십시오. 그럼 진짜로... 외로우니까."
"..........."
생각지 못한 제하의 대답에 이번엔 반대로 정이의 말문이 막혀버린다. 자신 때문도, 보스의 명령 때문도 아니었다. 제하는 그저 자기 자신 때문이었다. 나에게 친구가 제하밖에 없듯 제하에게도 친구라고는 자신 뿐이었던 것. 친구를 주인으로 모시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고 제 옆에있는 이유.



문득, 죽고싶지 않은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의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는 정이 애써 웃으며 자신들의 대화를 들으며 온갖 생각에 빠져있을 남자에게 말문을 연다.


"근데, 넌 이름이 뭐야? 나이는?"
"열일곱. 현..우진."
"어!? 친구다. 현우진현우진. 우진아."
".......?"
"나 대신 우리 제하 잘 부탁해. 알았지?"
".....왜..?"
"아마... 앞으로는 반대가 될거야. 제하가 외로워지는건 싫거든."

정작 유정 자신이 외로워지는 것은 상관 없다는 투의 말이었다.






그 날 그렇게 들어온 집에선 한 바탕의 소란이 일어났고, 유정은 한 동안 끙끙거려야했지만, 제하에겐 하나의 친구를 만들어 줄 수 있었다.

















#. 2년후. 현시점에서 11년 전.


제하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기던 날 이후 유정은 본격적으로 無明의 일원으로써 일하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이동했을 때를 대비한 경영수업과 직접적으로 작전의 한 가운데로 참여하기 위한 훈련이 이루어진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매일매일의 빡센 스케줄로 이루어진 하루하루는 고통의 나날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죽음을 생각했을 유정은 수업을 받으며 누가봐도 후계자의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적어도 주변의 모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함부로 감정을 나누지 않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문제를 해결했다. 툭하면 이유없이 길을 걷고, 멍하니 앉아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 라는 말을 떠올리게 할 만큼 달라진 정이 위태롭게 버티기를 2년. 새로운 작전이 떨어졌다.


"혼자다. 이름은 알제이. 시각은 내일 밤. 주소랑 위치는 미리 파악해뒀어. 오늘 가서 직접 확인하고 준비해."
".........사살입니까."
"당연하지."
"이유는 뭡니까."
"의뢰인이 원하니까."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여직 의뢰가 들어올 때면 타당한 이유를 대야만 죽여주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너무나도 당연한 대답을 하고는 뒤돌아 가버리는 자신의 선생이었지만 정은 한 동안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작전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을 바라보고, 결과를 전해듣고를 반복했을 뿐이었다. 사람을 죽기전까지 때려보기도 했고, 죽인다고 협박도 했으며, 죽여달라고 애원도 해봤지만 실질적으로 누군가를 죽인적은 없었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닥칠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멋대로 날뛰는 혼란스러움은 통제 할 수 없는 기분임을 느낀다. 그 뒤로 언제 온 것인지 모를 제하가 다가왔다.


"......제가.."
"됐어."
"그럼 오늘 같이라도...."
"혼자갈거야."
"..........."
그날 이후 밀어내진 않았지만 가까이 두지도 않았던 정이었다. 오늘과 같은 날 만큼만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내보았지만 말을 끝내기도 전에 거절당한 제하였다. 그런 제하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지만 혹여 자신의 마음이 약해진 것을 들키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정이 자리를 뜬다.







-
'타앙--'
소음기를 달지 않아 크게 울리는 총성이 캄캄한 홍콩의 밤하늘을 울린다. 은밀하고 조용하게를 원하지 않았던 의뢰인의 의뢰에 따라 움직인 정이 타겟을 명중시키고, 죽음을 확인한다. CCTV하나 없는 사각지대. 가지고 왔던 작은 소총을 분해시키고는 바로 옆의 하수구를 향해 흘려보낸다. 입고있던 옷을 벗어 반대로 뒤집은 후 피를 머금고 살인현장을 벗어난다.
2년전과 같이 공허한 눈동자로 다시 한 번 골목길을 찾아 들어간다. 생각했던 혼란스러움과 무서움은 현실이 되어 정이를 집어 삼킨다. 자신의 곁에는 이제 아무도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지금이었다.
타겟의 머리에 정확하게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기면, 잠깐의 찰나에 타겟이 멈추며 머리에선 빨간 피가 분수처럼 솟구친다. 그 모습이 눈을 감고 피하려 할수록 점점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차디찬 벽에 몸을 기대고 몸을 웅크린다. 제발 떨어져 가라고, 멀어져 가라고, 그리고, 그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리듯 하늘에선 거센 비가 내린다.


차디찬 겨울 날. 눈이 아닌 비를 맞는다. 정을 질책하듯 떨어지는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며 정의 온 몸을 때린다. 속에 품었던 피가 핏물이 되어 흘러 사라지고, 몸에 가득했던 피냄새가 비냄새로 바뀔 때쯤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조심스럽게 눈을 뜨고 고개를 든다.

".....아...하하..."
"............."
"안...녕?"
"............"
"............"
"엄마 없어? 아빠는?"
"...배고파..."
"나랑 갈래?"
"..............."
"맛있는거 사줄게."
"진짜?"
"응"
눈을 뜬 정의 앞에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작고 작은 아이였다. 어둠으로 가득찬 자신과는 다른 아이.
다시 한 번 함께가자고 권하는 정의 목소리가 죽기 위해서가 아닌 살기 위해서 데려가겠다는 듯 전과는 다르다.


언제 웃었는지도 모를 웃음으로 아이에게 손을 내밀고,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며 유혹한다. 제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배가 고파 모르는 사람의 손을 덥석 잡는 아이. 하는 행동, 대답하는 말 모두가 자신과는 전혀 다름에 살아있음을 느끼는 정이 아이의 손을 잡고 빗속을 가로지른다.







-
"어린애는 안된다."
"제가... 키울겁니다."
"가져다 버려."
"아버지!!"
모르는 사람이었던 우진과 시진을 데리고왔을 때도 맞았고, 길에서 시비가 붙었던 사람을 데려왔을 때도 맞았다. 훈련을 게을리해도, 성적이 낮아도, 아침운동을 빼먹어도 맞았다. 이번에도 그냥 맞기만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정이만의 착각이었다는듯 아버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한 모습에 정이 또한 질수 없다는듯 아버지라 소리쳤다. 그 소리를 기점으로 다시 한 번의 폭력이 행해졌다. 옆에있던 아이가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정인 입술을 깨물고 신음을 삼켰다. 한차례의 발길질이 멈추고 떨어진 명은 정이 아닌 제하에게였다.

"버리고 와. 당장!"
"..한 발자국도움직이지마."
"건방지구나. 당장 방에다 가둬. 김제하 뭐해!"
".....예. 보스"
단호한 명에 곁을 지키던 두 명의 조직원이 정이를 데리고 방으로 데려간다. 그 뒤, 울고있는 아이를 안아든 제하가 집을 나간다. 여전히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다시 집으로 들어온 제하가 유정의 문 앞을 지킨다. 젖은 옷이 차갑고 무겁지만 그런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못했다. 제 주인이, 친구가 아파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방 안에선 물건을 부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잠잠해지고, 곧 이어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혹,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것일까 싶은 생각에 문을 열면 기다렸다는듯 정이 문 앞에 서있다.

"어딨어."
"....안 됩니다."
"김제하."
"지금은, 지금은 안됩니다. 비 안맞게 잘 뒀으니까...."
"내 눈으로 확인 할거야. 어딨냐고"
"........"
"........"
"아스 304호입니다."
"미안"
제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제하의 얼굴에 주먹을 휘두른 유정이 집을 빠져나간다. 마음만 먹으면 붙잡을 수 있고, 피할 수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지저분해진 방을 치운 제하는 아무렇지 않다는듯 다시금 문 앞에 선다. 비록 아직은 보스의 명에 움직여야했지만 살고자하는 친구를 외면 할 만큼 중요한 것은 제하에게 없었기여 텅빈 방을 지키며 날이 밝아오기를 바란다.




날이 밝자마자 아이와 돌아온 유정은 자신의 방에 제하와 함께 아이를 두고는 제 발로 아버지의 방 문을 두드린다.
그 속에서 수차례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조용해지더니 정이 입술이 터진체 나온다. 대충 물로 닦은 후 방으로 돌아오자 보이는 아이의 자는 모습과 그것을 바라보는 제하. 그 곁으로다가서자 제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발자국 물러서며 묻는다.

"이름이...뭡니까."
"김탄."
"부모는요."
"없데."


비가 내리는 어느 겨울 날. 이 날 이후였다.
우연히 만난 6살짜리 김탄이라는 작은 아이가 유정의 '것'이 된것은.










-
"다행입니다."
"........"
"걱정했습니다. 위태로워서...죽어버리실까봐...."
"........."
"........."
"미안했어."
"아닙니다."
"뭐...고맙기도하고"
"저돕니다."
"...친구도 만들어줬는데 인사가 너무 늦은거 아니야?"
"..예?"
"됐어. 이제 편하게해. 뭐, 그래봤자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응.."

2년 동안 쌓였던 위태로움을 어둠을 대면하고나서야 뱉어낸 정이와 2년의 위태로움을 바라보면서도 여전히 유정을 친구로 대하는 제하의 간극이 다시 조금씩 좁혀지기 시작했다.







우주인 : 끄적끄적 내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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