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한국 좀비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 고어한 표현과 유혈 표현이 많으니 주의 바랍니다.
  • 표지 제작은 실친의 솜씨입니다 (^-^)7
  • Playlist.


긴급 속보입니다. 높은 치사율의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병했습니다.

난 순식간에 밀려들어가듯 급히 배에 몸을 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포로 뒤섞여 아수라장이 된 유람선에 승선하여 뱃고동 소리가 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내 여자친구의 손을 꼭 잡고 서로 부둥켜 안아 아직 서로의 온기가 남아있음을 확신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급하게 구비받은 이불을 펼쳐 그녀에게 덮어주고는 일어나 상황을 살폈다. 

좀비 바이러스, 영화에서 늘 나오던 종말의 소재가 현실에 찾아온 지 이제 막 일주일이 넘었다. 돌연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 환자의 돌발행동에서 시작된 공격성이 피와 침을 통해 불길처럼 번지고 또 번져나갔다. 이미 다른 나라들은 그 괴생명체에 잠식되어 도시의 모양새를 잃은 지 오래였고 살아남은 이들은 급한 대로 먼 섬으로 피신을 시작했다. 좀비는 물에 닿으면 자연스레 온몸이 녹아 바다 건너는 쫓을 수 없다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있었기에 사람들을 휘몰아치는 파도에 아이러니하게도 제 목숨을 걸기로 했다. 유람선의 방 한 켠마다 꽉꽉 들어차 격리된 사람들은 소란스러웠다. 갓난아이를 품에 안아 그 울음을 달래려는 부모들부터 교복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학교에서부터 실려온 학생들 또한 있었다. 늙은 몸을 이끌고 걸음을 재촉하느라 부러진 지팡이를 주름진 손으로 꼭 쥐곤 한숨을 내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도 몇 보였다. 객실, 이라고 말하기엔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이 잔뜩 남아있는 방의 중앙 벽에 달린 두꺼운 TV에서는 계속해서 좀비가 확산되고 있다는 긴급재난경보의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으며 마지막으로 들려오는 긍정의 소리라고는 어린아이를 진정시키려 틀어둔 애니메이션의 주제가 뿐이었다. 맞잡은 여자친구의 손이 떨려오자 나는 그녀에게 위로의 말을 속삭이며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아주었다. 그녀는 곧 울먹이며 울음을 터뜨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인파에 밀려 이 배에 몸을 실지 못할 뻔한 상황이었던 우리 둘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헤쳐 겨우 배에 올랐다.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는 그녀의 어깨 위 이불을 더욱 꼭 여매주었다. 급한 불은 꺼졌으니 일단 진정하기로 했다.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는 나의 손을 따라 따뜻한 물방울이 흘렀다.

굳게 닫힌 창문 틈으로 짠 바다내음이 슬슬 흘러들어왔다. 뒤쪽 창문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의 검은 머리통이, 앞 창문으로는 금방이라도 제 안에 들어오는 것은 모두 집어삼킬 것만 같은 검푸른 바다와 하얀 거품을 내며 뛰어오르는 파도가 넘실대었다. 목 끝까지 차올라 금방이라도 내 숨을 막아버릴 수 있는 혼란과 공포심만으로 심히 벅찬데도 저 넓은 바다를 지나쳐 가야 한다는 것이 뼈저리게 두려웠다. 하지만 그마저도 저 밖의 인파속에서 헤엄치는 사람들의 간절함보다 더 할까. 나 정도면 복에 겨운 사람이라 혼자 세뇌이고 있을 때였다.


부웅-


커다란 뱃고동이 배 전체를 울렸다. 깜짝 놀라 창문 밖으로 다가갔다. 분명 태워야할 사람이 훨씬 많았다. 아직 배에 발을 딛지 못한 사람들을 아우성이 잇따라 커지고 있었다. 배의 모터들이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어떻게든 배에 매달리려는 이들이 배에 오르려 돌아선 경찰들의 통제를 뚫었다. 우르르 달려나오는 사람들이 배에 매달리려 서로를 바다로 밀어 떨어뜨렸다. 아수라장, 혼비백산, 아비규환. 도미노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앞의 사람이 넘어지면 그 뒷사람도 같이 따라 넘어져 자취를 감췄다. 한 경찰의 곤봉을 빼앗아 눈에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들을 인정사정 없이 후려치며 달리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은 저 죽음으로 가득 찬 반도에 남지 않으려 이를 악물고 안간힘을 썼다. 사람들의 욕설과 비명이 어지러이 뒤엉켜서 크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제발 아이만이라도 태워달라는 외침도, 국민을 이렇게 버리는 나라가 어디있냐는 불평도, 그저 공포로 가득차 눈물 방울을 떨어뜨리며 인파 사이로 사라지는 사람들의 흐느낌도. 모두가 다들 제 이야기를 쏟아내기에 바빴다. 배려도 존중도, 마지막 남은 인간성과 도덕성도 전부 져버린지 오래였다. 눈 앞에 닥친 죽음 앞에서 그 누구도 제정신인 이는 없다. 모두가 이기심과 살의로 가득찬 것만 같았다.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상황은 더욱 고조되었다. 배에 매달렸다가 파도에 덮쳐져 익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스쳐갔다. 잠시 그들의 얼굴에 그려졌던 희망이 눈을 깜박이는 찰나에 절망으로 바뀌는 것이 늘어지도록 흔들린다. 다시 선착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에게 밟혀 머리가 깨진 사람의 시신이 순간 인파 사이로 보였다가 다시 사람들에게 밟혀 사라졌다. 서로 밀리고 밟혀서 사람들의 발밑이 피로 젖어갔다. 그러다 분홍 드레스를 입은 아이가 인파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어린 여자아이가 손에서 인형을 놓쳤고, 그 인형은 인파에 밀려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아이가 놓친 인형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인파 사이로 검은 구두가 튀어나와 그 아이를 뒤에서 걷어차버렸고 아이는 그대로 바다로 빠져버렸다. 그 장면을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창문에 가까이 붙어 그 소녀가 빠진 장소를 응시하며 제발 아이가 다시 떠오르기를 기도했다. 물에 젖은 치맛자락이 소녀의 얼굴을 덮어 그녀의 모습이 흐릿해져 갔다. 한참 뒤 그 아이의 하이얀 치마 프릴이 떠올라 거품인양 서서히 파도에 휩쓸려 갔다. 입에서 작은 탄식이 새어나오곤 자리에 그대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저리 죽어갔을까. 바다 위 검은 머리통들이 둥둥 떠올라 부표마냥 흔들린다. 그렇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배는 선착장에서 멀어졌다. 아주 안정적인 속도로. 잔잔히 뱃고동을 울리며.


약 두시간 정도를 항해했을 때였다. 울렁이는 속으로 화장실에 간 이들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다. 그렇게 시끄럽던 TV의 사이렌 소리도 잦아들고 서럽게 울어대던 아이들도 지쳐 곤히 잠들었다. 모두가 이 상황에 진이 빠져서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색색대는 숨소리와 가끔 들리는 마른 기침소리만 남은 방. 고요하디 고요한 이 흐름이 언제고 지속될지 모르겠다.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은, 폭풍전야.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불안에 떨고 있었다. 여자친구가 막 잠에서 깨어 비몽사몽한 두 눈을 비비적대어, 그녀가 몸을 일으키는 것을 부축하려 자세를 고쳐잡은 순간이었다.


아악!


생전처음 듣는 소리의 비명이었다. 외마디 비명에 이어 찢어지는 듯한 여러 사람들의 비명이 멀리서부터 귓가를 울렸다. 우당탕탕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수 십명의 사람들이 버선발로 뛰쳐나와 갑판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무작정 갑판 위로 오르는 계단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사람이 큰 소리로 외쳤다. "좀비다! 배 안에 좀비가 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객실은 다시 한 번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람들이 급하게 몸을 일으켜 너나 할 것 없이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도 여자친구의 손을 놓치지 않도록 꼭 잡은 채로 밖으로 무작정 뛰쳐나갔다. 우리 객실은 가장 지하에 있었지만 갑판으로 올라가는 계단 바로 옆이었다. 사람들이 겁에 질려 무더기로 쏟아져 나와 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저 인파에 파묻혀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 그 뒤로는 울컥 피를 토하곤 바닥으로 널부러지는 감염자의 형상이 흐릿하게나마 보였다. 상황을 인지하자마자 여자친구를 위로 무턱대고 밀어올렸다. 두 손으로 온 힘을 다해 그녀를 밀어낸 후 나도 계단 위로 오르려던 때에 한 남자에게 밀쳐져 계단 옆으로 떨어졌다. 순간 잡고 있던 여자친구의 손을 놓치고 이리저리 부딪치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계단이 그리 높진 않았지만 구조물이 날카로웠기에 정신을 차리니 깊게 긁힌 팔꿈치에서는 이미 피가 흐르고 있었다. 쓰라릴 틈도 없이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워선 여자친구에게 먼저 가라고 목청껏 소리치며 살고 싶다는 의지 하나로 사람들이 빈틈없이 들어찬 계단 행렬에 몸을 비집어 끼워넣었다. 계단을 밟는데 밟히는 계단이 단단하지 않았다. 그대신 다른 이의 외마디 비명이 들려왔을 뿐이다. 넘어진 누군가를 밟은 것이 분명하지만 그것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밀쳐지고 밟히며 지하 2층으로 빠져나왔다.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다시 계단 기둥을 잡으려던 때에 인파에게 밀려 행렬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2층의 몇몇 객실에서는 좀비에게 뜯어먹히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비명과 괴음으로 아수라장이 되어 피칠갑이 된 복도의 오른쪽을 바라보니 여자친구가 있는 길목으로 한 감염자가 입에 거품을 물고 괴상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향하고 있었다. 정신이 팍 들어 방향을 틀었다. 옆에 있는 소화기를 집어 들어 달려가선 삐걱거리던 그 좀비의 뒷통수를 가격했다. 좀비는 그륵대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고 나는 더욱 크게 그녀를 향해 빨리 올라가라고 외쳤다. 그녀가 잠시 뒤를 돌아보더니 곧 위로 자취를 감췄다. 괴성이 들려 고개를 돌리니 내 외침을 듣고 다른 좀비가 눈을 까뒤집고선 달려오고 있었다. 다시 한번 소화기를 들어 좀비를 강하게 내리쳤다. 한순간에 그 머리통이 눌러 으스러지며 검붉은 피가 얼굴의 뒤덮고 내 와이셔츠를 적셨다. 나의 뒤로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는 계단이 있었고 좀비는 계속 소란에 이끌려 내가 있는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를 부서지도록 깨물곤 소화기를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휘둘렀다. 피를 토하는 푸른 피부의 괴물들을 후려쳐 하나씩 죽여나갔다. 으르렁대던 것들이 소화기에 치여 옆으로 나가떨어졌다. 새빨갛던 소화기에 검붉은 진득한 액체가 잔뜩 묻어선 뚝뚝 떨어졌고 한 번 소화기를 휘두를때마다 패인 자국이 늘어갔다. 마지막으로 달려오던 좀비를 향해 핏줄이 드러나도록 소화기를 꽉 움켜들어 내던졌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르렁대던 좀비의 복부를 가격한 소화기는 그것을 그대로 깔아뭉갰다. 소화기처럼 패여버린 좀비는 거품을 물다가 움찔대는 것을 멈췄다. 나가 떨어진 좀비들이 한데 모여 흘린 피가 복도 길목을 따라 흘러갔다. 온몸과 두손이 피로 범벅이 되어서 가쁜 숨을 들이쉴 때마다 바다의 짠내와 피비린내가 공기 중에 가득 차 어지러웠다. 눈 앞이 일렁였고, 다시 한 번 공포심이 날 집어삼켰다. 입에 묻은 피를 소매에 쓱 닦아내며 뒷걸음질 쳤다. 몸을 돌려 여기저기 끈적이는 핏덩이를 흩뿌리며 지하 1층으로 뛰어 올랐다. 마지막으로 계단을 올랐다.

지하 1층은 더욱 아비규환이었다. 뛰어올라가자마자 세 명의 좀비가 날 보고선 굶주린 짐승마냥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들었다. 무작정 손을 뻗으며 달려오는 그들을 피하려 난 눈 앞에 보이는 창고로 뛰어들어 급하게 문을 잠갔다. 문이 덜컥이며 잠기자마자 좀비들이 피에 젖은 손으로 문을 두드렸다. 다리가 풀려 그대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온 피부에 소름이 돋아선 절망이 척추를 타고 오르며 전율했고, 일렁이는 눈물이 눈 앞을 뿌옇게 가렸다.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죽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저런 괴물이 되는 것이 뼈저리게 두려웠다. 멈출 줄 모르고 흐르는 눈물을 차마 닦아낼 수 없어 그대로 흐르게 두고선 목에서부터 올라오는 피 맛에 진저리를 치며 색색대었다. 지칠 줄도 모르고 으르렁대고 쿵쿵대는 좀비들을 막으려 무거운 상자를 억지로 밀어서 문 앞에 가져다 놓았다. 눈에 보이는 파이프를 들어선 창고의 제일 구석, 청소도구함을 비집고 들어가 몸을 숨겼다. 울컥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히끅대면서도 숨을 참으려 안간힘을 썼다. 마지막으로 본 공포에 찬 여자친구가 생각났다. 순간적으로 그녀가 원망스러웠다. 네가 뭐라고 내가 널 구하려다 이지경이 되었을까. 죽음을 감수할 정도로 네가 그렇게 중요했을까. 죽음을 문 뒤에 둔 상태로는 어떻게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오더니 챙- 하는 소리와 함께 나사가 빠진 문이 뚫렸다. 문에 막혀 웅얼이던 괴성들이 한 번에 크게 터져나왔다. 흰자를 보인 좀비들이 우르르 몰려들었고 난 최선을 다해 숨을 삼켰다. 좀비들이 피로 젖어 질척이는 걸음을 옮기며 어슬렁대는 것이 살을 타고 전해져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낮게 그르렁대는 소리들이 더러운 어스름을 퍼뜨리며 발끝에서부터 나를 타고 올랐다. 금방이라도 그 새까만 아우라가 내 목을 졸라 질식사할 듯 했다. 역겨운 시체 냄새가 흘러들어와 목구멍까지 역류한 토사물을 억지로 삼켰다. 으르렁거리는 좀비 소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으드득하는 소리를 내며 부러지기 직전의 고개를 돌려 나를 찾고 있는 것이 명백했다. 파이프를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실수였다. 분명 실수였는데... 그랬는데. 바로 옆에서 좀비소리가 들려 놀란 나머지 고개를 살짝 돌리자 대걸레가 그대로 작은 소리와 함께 엎어졌고 좀비들의 살기 어린 시선들이 초점 없이 내가 있는 청소도구함을 향했다. 그들은 피에 젖은 이빨을 드러내곤 살의로 가득찬 두 눈을 번뜩이며 다시금 달려들었고 나는 이판사판으로 그들을 향해 파이프를 휘둘러가며 문으로 달렸다. 벽에 이리저리 부딪히고 발로 진열대를 걷어찼다. 창고 안 물건들을 손에 집히는 대로 좀비들을 향해 내던졌다. 한 좀비의 턱을 으스러뜨리고 다른 좀비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이미 굳어버린 피딱지 위로 뜨거운 피들이 왈칵 쏟아졌다. 죽기 살기로, 살아남겠다는 내 열망을 다하여 뒤에서 달려드는 좀비를 피해 문으로 달려나가려는 순간, 문에서 좀비가 뛰어들어와 날 덮쳤다. 


내 인생에서 그렇게 시간이 느렸던 적은 없다. 문 밖으로 몸을 던진 순간 잇몸 사이사이에서 피를 질질 흘리는 것이 입을 크게 벌리곤 문 밖에서 달려들어 날 그대로 덮쳤다. 뒤로 엎어지던 순간 눈 앞으로 배에 오르던 순간이 천천히 지나갔다. 괜찮을 거라며 여자친구를 진정시키던 나. 나는 왜 그렇게 멍청했고 단순했을까. 왜 무작정 잘 될거라 믿었을까. 왜 죽음을 가까이에 하곤 그리 여유를 부렸을까. 늘 곁에 있겠다는 말도 안되는 약속은 왜 했었을까. 몸이 붕 뜨더니 힘이 다 빠져버린듯 저항 없이 떨어졌고 날 뒤에서 쫓던 좀비의 이가 내 목에 박혔다. 

정신이 있는 채로 뜯어먹히는 것은 상당한 고통이다. 옷 위로 내 쇄골을 좀비가 물어뜯었다. 난 내 몸에 달라붙은 것들을 털어내려 몸부림치며 공포로 범벅된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굶주린 좀비 넷을 한번에 상대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한 좀비가 이빨을 내 피부에 박아넣고선 피부를 짖이기듯 물어뜯었다. 그것은 무릎으로는 내 복부를 짓누르면서 내 가슴을 쥐어 뜯으려는 마냥 강하게 움켜쥐었다. 잡힌 가슴이 얼얼하다고 느껴지기도 전에 다른 좀비가 으르렁대며 내 머리채를 잡아들었다. 목뼈가 부러질 것 같이 강한 힘으로 인해 머리카락이 뽑혀 너덜너덜해졌다. 금속 재질의 바닥, 그 위에 칠해진 초록색 페인트칠이 벗겨질 정도로 고통에게서 도망치려 애타게 손톱 자국을 내었다. 지푸라기도 잡으려는 식으로 온몸이 살아날 길을 찾아 전율했다. 눈물이 앞을 가려 볼 수 없고, 귀는 온갖 괴성과 소음으로 어지러웠다. 유일히 부르짖을 수 있는 것은 비명과 울부짖음 뿐. 나의 쇄골을 물었던 좀비가 제 고개를 팍 들자 그 좀비의 이빨에 단단히 걸려버린 나의 피부결이 그대로 지익하는 소리에 이어 뜯어졌다. 너덜너덜해진 살결에서부터 전해져 오는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온몸을 타고 전해졌다. 다른 좀비는 내 팔을 잡더니 팔을 한번 베어물어 근육을 찢어냈다. 찢어낸 근육을 그대로 삼키더니 이번에는 손을 물었다. 뚜둑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손가락 두 개가 부러졌다. 아까 내 머리채를 잡은 좀비가 내 고개를 억지로 들어올려 목 뒤 쪽을 손톱으로 긁으며 깨물어 사냥개처럼 고개를 휘저었다. 으드득하는 소리에 이어 척추 뼈를 뜯어내고는 온 사방에 피를 튀겨대며 피범벅의 근육을 짖이겨 삼키더랬다. 어느새 바닥을 새빨간 핏물 웅덩이가 적셔가고 있었고, 눈물로 흐릿해지던 눈 앞이 점점 어두워지다 못해 눈이 뒤집혔다. 소란을 듣고 달려온 다른 좀비가 마지막 남은 겉옷 자락마저 찢어버리곤 이미 드러난 나의 갈비뼈마저 아작내려는 듯, 핏줄이 설 정도로 힘을 주어 물어뜯었다. 뚝 하며 갈비뼈가 부러짐과 동시에 정신을 잃었다. 피로 얼룩진 처참한 최후였다. 그토록 삶을 찾아 내달렸음에도 결국 마주한 것은 잔인한 게임 오버 사인이었다.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물어뜯겨짐은 겨우 고통의 시작점일 뿐이었다. 각막이 반으로 찢김과 함께 눈이 억지로 다시 떠졌다. 으스러질 듯한 고통이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주변의 으르렁거림과 웅웅대는 창고 안 기계의 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 온몸이 붕 떠서는 느린 심작박동만 천천히 귓가를 맴돌았다. 박자를 따라서, 쿵. 그리고 한 번 더, 쿵. 쿵쿵대는 심장박동을 들으며 잠시나마 찾아온 안식에 죽음을 취하려던 때 - 순식간에 심장박동이 미칠 듯 빨라지기 시작했다. 아까의 그 미칠듯한 추격전 때의 심장박동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로 심장이 혈관과 분리되어 가슴을 찢고 나올 듯 박동했다. 몸이 울림통이 되어 머리가 찡하도록 아파왔다. 가슴이 말 그대로 터질 듯 하여 너덜너덜해진 가슴팍을 꽉 움켜쥐었다.


쿵!

쿵!

쿵!


울컥, 마지막 박동이 끝나자마자 피가 거꾸로 솟구쳤다. 피가 온 몸을 뚫고 나올 마냥 무서운 속도로 혈관을 타고 역류하는 것이 가슴 한 가운데서 느껴졌다. 혈액이 용암이 된 듯 온 몸이 불타듯 뜨거웠고, 그 뜨거운 피의 흐름을 혈관이 버티지 못하여 모세 혈관이 하나씩 툭툭 끊어지는 것이 생생한 고통으로 전해졌다. 피부에는 혈관이 이리저리 튀어나와 염증처럼 부풀어올랐다. 뜨거운 피가 울컥울컥 혈관을 타고 오르더니 코와 입에서 동시에 피가 뿜어졌다. 뜨겁고 비린 검붉은 피가 쿨럭하는 기침소리와 함께 푹 튀어올라 다른 좀비의 몸에 흩뿌려졌다. 입에 거품을 물었다. 온몸이 감전된 것 같이 발작했다. 몸이 위로 팍 튀었다가 덜덜 떨렸고, 팔은 핸드폰 진동이 울리듯 벌벌 전율했다. 발작은 생각보다 길었다. 몸이 죽을듯이 떨리고 입에는 거품을 물어져서 숨도 쉬어지지 않는데 그 와중에도 지끈지끈거리는 머리의 두통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발작이 멈추자 그제서야 물어뜯긴 부분에서부터 뚝뚝 새나가던 피가 급작스럽게 굳어가는 것을 감각할 수 있었다. 질질 흐르던 피의 흔적이 그대로 몸에 붙어 굳어버린다. 어찌도 이리 끔찍할까. 고통과 절망이 흐르는 감염된 피가 부풀어 오른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을 일일히, 생생하도록 감각할 수 있다. 신음을 뱉는 입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나온다. 내가 그리도 두려워하던 그 소리가 내 입에서 나왔다. 흐느낌에 가까운 그르렁 소리가 띄엄띄엄 창고에서 흘러나왔다.


두통이 잦아들 때까지 감염된 채로 계속 누워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이성을 잃을 줄 알았는데, 좀비가 된 것치고는 정신이 너무 맑다. 방금 전의 고통이 아직도 느껴지는 듯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좀비들은 다른 먹잇감을 물색하러 간지 오래. 피딱지로 범벅된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아직 이성이 있다. 이것은 천운이다. 저런 좀비들과 같은 미친 괴물들이 되는 것을 운 좋게도 피했다. 하지만 여전히 온몸이 고통스럽다.심장이 너무 세게 가슴을 내려친다. 쿵쿵대는 소리가 머리통까지 울려댄다. 시선을 정리하려 보니 눈 앞이 네 갈래로 나뉘어 보인다. 눈 앞이 어지러워 정신을 차리려다 결국엔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앞이 선명하지 않아 소리에 의지하기로 한다. 이곳저곳에서 여러 소리가 뒤엉켜 어지럽다. 내 심장소리로도 벅찬데도 바로 위에 있는 사람들의 소란까지 귀로 몰려든다. 버티기 어려운 혐오스러운 소음들이 낳은 끔찍한 두통이 머리를 파먹는 듯이 파고든다. 더 이상 좀비의 괴음은 들리지 않는다. 대신 살아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투시된 듯 소리만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 소리 사이에서 내 여자친구의 숨소리를 찾는다. 절뚝이는 걸음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여자친구의 소리를 찾아헤매다, 그녀의 울음소리를 찾았다. 저 맨 위 갑판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 그나마 그녀가 안전하다는 것에 마음을 놓을 때였다. 


탕!


큰 총소리가 울려퍼져 따갑게 귓구멍 안을 울린다. 진한 이명이 남아 두 귀를 막아도 제대로 서지 못하고 벽을 짚어 비틀댄다. 크고, 날카로운, 완전한 살의의 소리가 배 안에서 울려퍼진다. 심장이 긴장하여 더 큰 고동을 울린다. 비틀대며 조심스레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바라본다. 저 계단만 올라가면 하늘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보이는 그것이 일그러진 하늘일지라도, 올라갈 수 있을지 모른다. 난 총을 든 군인들을 피해 무작정 계단을 뛰어 올랐다. 눈에 띄지 않도록 잽싸고 빠르게. 발을 빠르게 놀려서 한꺼번에 계단을 세네칸씩 무작정 뛰어 올랐다. 겨우 감시를 피해 갑판 위로 올라와 벽 구석에 몸을 숨겼다. 절뚝이는 걸음을 억지로 재촉해 부러질 듯한 발목이 비적거린다. 창고에서 주웠던 이불을 얼굴에 덮어 인파 사이로 망가진 몸을 비집어 꾸역꾸역 넣어 본다. 앞을 바라보니 군인들이 생존자들을 둘러싸고 있다. 나는 그 생존자들의 틈 사이에 끼어 속하지 못하고 떠다닌다. 물에 뜬 기름 마냥, 정작 이제는 물 위에 뜨지 못하는 신세면서. 모두가 날 바라보는 듯한 시선, 귀가 터질 듯한 소란과 울음소리, 공포심으로 가득 찬 냄새가 코를 찌른다. 흐르던 피가 멈춘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도 검고 끈적한 불안감이 엄습해 와 발걸음을 진득하게 잡고 늘어진다. 이불을 꼭 잡곤 뒤를 돌아본다. 날 잔인하게도 물어뜯던 괴물들이 가득 찬 밑바닥이다.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들어 앞을 본다. 날 환영해주지 않을, 날 괴물로 여길 생존자들이 있다. 갑판 한 가운데서 발걸음을 멈춰 움직일 수 없다. 진득하게 발목을 휘감아 오는 것에 탓을 돌리며 시선을 바닥으로 내린다. 마주하는 것이 두렵다. 살아남으려 올라오려 했던 갑판에 막상 다다르니 정작 느껴야 할 안정감 대신 두려움이 자리잡았다. 별 좀비들을 다 죽였고, 나조차도 물려죽었다.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 이곳까지 올라왔다. 이정도 한 거면 된거잖아. 제발, 이제 해피 엔딩이 날 때도 되었잖아. 슬금슬금 척추를 타고 올라 이성을 간지럽히는 굶주린 본능을 애써 무시한다. 난 정상이야. 그럼 당연하지, 난 이성이 있는데.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이렇게 선명한데.

날 진정시키려는 듯 차가운 바람이 훅 불어와 자연스레 하늘을 바라본다. 조금 어두워져 구름이 덮여진 하늘을  멍 하니 바라다본다. 일그러져보이는 하늘이 마치 구멍 뚫린 하늘 같아 보이기도 한다. 내가 겪은 일들이 뭉뚱그려져선 구름따라 일렁일렁 흘러간다. 뭐가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너무 많은 일이 스쳐갔다. 가슴에 손을 얹는다. 진정된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고 있다. 목 뒤에서부터 울컥 올라오는 거품을 삼킨다. 분명 누구를 찾으러 왔었는데, 뭔가 확실한 의지가 있었던 흔적이 있는데 정확히 그것이 뭔지 모르겠다. 뭔가를 잊었는데도 가슴이 홀가분하다. 심장소리와 바람소리가 두 귓바퀴에 걸쳐서 울린다. 아, 상쾌하다. 끔찍한 것을 가벼이 실어가줄 자유로운 바람을 맞는다. 그 부드러운 흐름에 나도 모르게 긴장을 푼다. 눈 앞의 조각난 세상들이 찌걱댄다. 이 완벽한 휴식 속 내가 잊은 점은 바람이 실어갈 끔찍한 존재에 내가 포함된다는 것일 뿐이다.

순간 어두운 구름을 뚫고 나온 햇빛이 쨍하게 얼굴을 비춘다. 곧이어 들려오는 공포에 찬 비명과 나에게서 하나 둘 멀어지는 사람들의 뜀박질. 이불의 따스한 촉감이 사라져 세상이 희미하다. 나에게서 멀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보인다. 공포심의 질린 혐오의 시선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전부 나를 향한다. 책임의 시선이 전부 나에게로 돌아간다. 심장이 뜨겁다. 그 긴장의 열기가 가슴이 타들어가게 해서 나조차도 내가 두렵다. 총이 장전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팔을 들었다. 입에 문 거품을 켁켁 대고 뱉어서 어떻게든 말을 꺼내려 몸부림을 친다. 변명을 하려, 나의 안전함을 증명해 보이려고, 억지로 피로 굳어 붙어있는 입을 뗀다. 


"저는, 사람을 물지 않습니다."


이 어느때보다도 진심을 담아 또렷하게 전하는 말이다. 군인이 잠시 멈칫한다. 또 다시 같은 말을 해본다. 혹시 한 글자라도 발음이 엇나갈까봐 떨려오는 팔을 똑바로 들려고 노력하면서, 나에게 총을 겨눈 군인들과 눈을 마주쳐서. 아까보다 조금 더 잘 들리는 목소리로, 금방이라도 갈라져 으스러질 것 같은 성대에서 소리를 짜내어 말한다. 나는 안전하며 실험도구든 백신연구든 날 얼마든지 이용해도 좋으니 살아가게만 해달라. 간절한 삶의 의지를 겉으로 내비친다. 웅성이는 소리가 커져간다. 사람들의 동요가 바람을 타고 흐른다. 어쩌면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감.


총을 맞았다. 

총알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장을 파고들어선 구멍을 내고 지나갔다. 한 발이 다가 아니었다. 왼쪽에서 날아온 총알이 나의 왼쪽 다리를 저격했다. 오묘한 고통이 혈관을 찢고 지나간다. 오른쪽에서 날아온 총알이 오른쪽 광대뼈에 박혔다. 얼굴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듯 전율하고, 흐린 눈 앞에 튄 검붉은 피는 내 조각난 세상을 검게 칠해버린다. 눈물샘이 터져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음에도 흐느끼는 소리를 낸다. 아픈데도 그것을 드러낼 수가 없다. 공포에 차서 한 번 더 말한다. 비틀대며 쓰러져 으스러진 다리뼈를 질질 끌어 다가선다.


"저어, 는 사라암, 을, 물-지 않, 습니다...!"


애타는 외침은 가볍게 무시된다. 이마에 총알이 들어온다. 금색 빛의 총알이 반짝이며 내 이마를 비집는다. 파도의 철썩거림과 총소리가 머릿속을 잔뜩 헤집는다. 절망감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숨이 막힌다. 목을 두 손으로 붙잡아 켁켁댄다. 머리통에서부터 흐른 피가 입 안으로 타고 들어온다. 비리고 짜다. 그리고 더럽게도 쓰다. 주변의 반응을 살핀다. 동정의 소리가 조금도 들리지 않는다. 고요함이 남았다. 인파 사이로 보이는 한 여자가 눈에 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더니 몸이 정신을 차리고 부러진 왼쪽 발목을 질질 끌어 그녀에게로 다가간다. 내 여자친구야. 내가 이 지경이 되면서도 지켜낸 내 애인이야.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그녀만은 날 사랑해줄거야, 그렇게 같이 약속했으니까. 마지막 힘을 짜내어 그녀를 불러본다.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그녀의 이름이 묻힌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주변 사람들은 뒷배경인 양 반으로 갈라져 사라지고 눈 앞에는 그녀만 남는다. 그녀의 실루엣이 흐릿하다. 파도가 그녀의 뒤에서 높게 휘몰아치고 있다. 나야, 나야, 나라고. 널 끝까지 구해낸 나잖아, 내가 정상인지는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이렇게 널 사랑하잖아.

아, 몸이 다시 붕 뜬다. 혐오와 공포만이 남은 그녀의 두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그리고 그대로 끝까지 살려낸 애인의 손에 밀쳐진다. 갑판 밖으로, 드넓은 바다 위로 하늘하늘 떨어진다.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몸뚱이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그녀는 떨어지는 나를 역겨움이 섞인 안도의 표정으로 내려다본다. 그녀의 소리가 멀어진다. 손을 뻗어봤자 잡을 수가 없다. 상대가 날 잡지 않을 테니까.

바다에 몸을 맡긴다. 그 드넓은 검푸른 바다에 깊게 빠져본다. 차가운 바다가 그렇게 포근하더라. 하얀거품이 예쁜 파도에 잡아먹혀 허탈함에 익사한다. 몸이 가볍다. 그렇게 무겁던 몸이 고통 없이 둥둥 떠간다. 갈라진 세상이 일렁이는 수면 위로 서서히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스톡홀름 증후군. 피해자였던 사람들이 자신의 가해자들에게 마땅히 느껴야 될 공포, 증오의 감정이 아닌 오히려 애착이나 온정과 같은 감정들을 느끼는 것. 아마 난 그 증후군을 앓고 있었던 모양이다. 몸이 부식되어 조각조각 나는 것이 느껴질수록 날 물어뜯은 좀비들을 곱씹어본다. 사실 그 괴성은 고통의 신음, 그 휘청거림은 소음으로 인한 두통, 그리고 굶주림은 아마 본능일지도. 생존자도, 좀비도 결국엔 본능에 의지할 뿐이다. 그저 삶에 대한 본능과 굶주림을 채우고자 하는 본능으로 구분되는 것일 뿐이다. 과연 두 가지가 뒤엉키면 이성이 될까? 그렇다면 나는 이성이었을까. 공기방울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올라오는 것을 멈췄다. 바다에게 안겨 몸이 과자조각처럼 바스러진다. 그 부스러기들이 저 어두운 바닥 밑바닥까지 떨어진다. 

망가진 육체에서 정신만이 떠올라 서럽게 흐느낀다.


2022.1.26. / 13706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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