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고른 노랜 아닌데, 오늘 아침 이 노래를 듣는 순간 당신 생각이 나더라고요. 들으면서 읽어주면 기쁠 것 같아요. 

자, 눈을 감아

후, 숨을 내쉬어

천천히

천천히

숨을 쉬어 봐요. 아주 느린 템포로 천천히. 한번, 두번, 세번. 사실 이건 당신보다는 내게 필요할 지도 모르겠어요. '신경이 예민하고 산만한 사람이라 끊임없이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필요하다'는 당신의 문장을 보고 어찌나 놀랐던지. 나는 스스로가 '신경이 예민하고 산만한 사람'이라 외부 자극의 차단과 공간으로서의 단절이 다른 사람의 평균보다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우리는 어찌나 닮고도 다른 사람인지, 사람들의 글을 볼 때마다 놀라요. 내가 거기 있고 네가 거기 있고. 마치 서로가 서로의 자화상 같아요. 다들 왜 이리 닮았을까? 분명 다른 사람인데 다른 점도 있는데. 닮은 사람들. 


네 꿈 사이사이에

네 숨 마디마디에

조심스레

어슴푸레

달빛이 되어서

너에게로 갈게

그 누구도 너를 떠나지 않아


네가 놀라지 않게

네가 두렵지 않게

조심스레

잔잔하게

바람이 되어서

너에게로 갈게

그 누구도 너를 떠나지 않아

 


'너를 떠나지 않는다' 는 말, 원래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해요. 절대로 떠나지 않는다는 말, 확답할 수 없는 말을 그렇게 명확하게 말해도 되는거야? 그런 느낌으로 말이에요. 어떤 의미로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 심지어 '그 누구도 너를 떠나지 않아' 라니, 기만 아니야? 라고 말이죠. 누구를 사랑한다는 말도 그래요. '좋아해' 와 달리 '사랑해' 는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말이 아니니까. 마음에 없는 말과 거짓말을 하는 것을 싫어하거든요. 그 말들이 위안이 될 거라는 걸 알아도 말이에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글을 읽고 가장 먼저 생각난 말은 "사랑하죠? 라고 묻지 말고 사랑한다 말하자!!!" 였어요. 당신은 다정한 사람이에요. 당신의 글은 밝고 복작거려서, 비유하자면 쉴 새 없이 지저귀는 밝고 명랑한 작은 새 같아요. 그건 당신이 힘이 없거나 슬플 때에도 동일해서, 굉장히 흥미롭고 신기해요.


‘아무 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두려움은 생각보다 별 거 아닐 수도 있어요.’


요전에 캠프 얘기를 했었잖아요. 후기는 멋지게 썼지만 정말이지 많이 삐걱였어요. 다들 날 어떻게 생각했을지 티는 안내려고 노력했지만 속으로 엄청 걱정했고 아마 앞으로도 걱정할거에요. 상상 속의 나는 완전... 고장난 안드로이드였는데 실제는 어땠을까요? (부디 노간지여도 좋으니 좋은 인상으로 남았길 빕니다) 내게 사람과의 관계가 어떤 의미냐면요, 굉장히 두려웠고(과거) 여전히 두렵고(현재) 계속 두려울 거라고 생각해요(미래). "내게도 그래요," 그래요 이 말이 하고 싶었어요. 스스로가 만든 벽을 넘지 못하고 남들과 거리를 두는 사람, 상처를 입을 관계 '자체'를 만들지 않으며 살아온 사람. 그게 나였고 지금도 아직. 그래요. '물성'이 크지 않아 아직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이 느껴져요. 당신을, 당신의 글을 보고 왜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는지 알겠지요?


그러나 우린 한 가지를 더 알고 있어요. 행동은 두려움을 없앤다, 그리고 (상상한 두려움에 비해) 실제는 별 거 아닐 수도 있다. 두려움은 정말이지 아주 쉽게 몸집을 부풀려요. 웅크려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봐도 줄어들지 않아요.

그러니까

우리, 코로나가 진정되면, 끝나면 만나요. 좀 그 날이 멀어지더라도 포기하지 말아요. 기다려요. 만나요.



2020.08.22

사랑을 담아,

이카고.



나무님의 "쥐구멍 어디 없나요?죽겠어요..." 후기 입니다. 이 글은 후기인 동시에, 서로 다르고 닮은 나와 너를 향해 쓴 글이기도 해요.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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