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과과광!!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 소리도 들려왔다. 마리네뜨는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어우- 정말, 또 호크모스가 만든 악당이야?"

"그런가 봐"

"이번에도 블랙캣은 안 오려나"


마리네뜨는 골치라는 듯이 머리에 손을 올렸다.


"지금 그런 거 생각할 때가 아닌 거 같은데-"

"........"


티키가 난리가 난 바깥 상황을 가리키며 말하자 마리네뜨는 뭔가 좋지 않은 표정으로 그곳을 잠시 바라보다 결심한 듯 말했다.


"그래, 블랙캣 없이도 혼자서 잘 해왔잖아? 변신하자, 변신! 레이디버그!"


그녀는 레이디버그로 변신하더니 밖으로 뛰쳐나가 소동을 부리는 거대한 인형의 다리를 요요로 잡아 넘어뜨렸다.


"어른이 돼서 아이들이 즐겁게 갖고 노는 인형을 공포의 존재로 만들다니 그럼 안 되지-!"


레이디버그가 하늘에서 인형을 조종하는 악당을 보고 타이르듯 소리쳤다. 그러나 하늘에 떠 있던 악당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다른 거대 인형들을 불러 모았다.


"그래, 즐겁게 갖고 놀겠지! '아이들'은 말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고 불러 모은 거대 인형으로 레이디버그를 공격했다.


"힉!"


레이디버그는 재빨리 피했지만 이런 난장판에서 하늘에 있는 악당에게 어떻게 닿아야 할지 고민이었다.


"이럴 때 블랙캣이 있었다면 인형들의 주의를 돌릴 수 있었을 텐데....!"


블랙캣의 부재가 크게 느껴지던 레이디버그는 이내 고개를 젓더니 혼자라도 해내 보이겠다며 거대 인형 하나를 향해 달려가며 요요를 인형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순식간에 인형의 머리 위로 올라간 레이디버그는 하늘에 떠 있는 악당을 요요로 잡으려 했다.

그러나 요리저리 잘도 피하는 악당과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인형 때문에 레이디버그는 결국 다시 땅으로 떨어졌다.


'하아.. 이건 안 되나...! 그렇다면....'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레이디버그를 기다려 줄 틈도 없다는 듯 또다시 공격이 시작되었다. 레이디버그는 생각할 틈도 없이 공격을 피하는 데 집중해야만 했다. 그러나 인형의 주먹질을 피해 바닥으로 슬라이딩을 하던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 저게 뭐지?"


그것은 바닥에 붙어 있는 정체불명의 장치였다. 그리고 그 장치의 바로 위에 악당이 떠 있었다.


"!"


어쩌면 그게 악당을 떠 있게 하는 도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레이디버그는 인형의 공격을 피하며 달려 나가 바닥에 붙어 있는 장치를 향해 요요를 던졌다. 요요가 휘릭 하고 장치를 휘감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얼마나 꽉 붙어 있는 건지 전혀 끌려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직접 다가가기엔 인형이 방해라 힘들 것이었다.


"하아아아아아압!!!!"


요요 줄을 당기는 그녀의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장치는 여전히 미동이 없다. 거기에 또 다른 인형들이 그녀를 공격하러 달려오는 바람에 계속 당기고만 있을 수도 없게 돼버렸다.









"아- 진짜! 이럴 때 블랙캣이 있었으면 역할을 나눌 수 있었을 텐데!!"


레이디버그는 달려가며 소리쳤다.

영웅으로 활동하면서 언제나 두 사람이 순조롭게 모였던 건 아니다. 둘 중 하나가 늦을 때도 많았다. 그러나 오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특히 블랙캣은 언제나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곤 했다. 처음에 블랙캣이 오지 않았을 때 레이디버그는 신경 쓰이긴 했지만 블랙캣 없이도 해낼 수 있었고 애초에 주로 크게 활약했던 것도 그녀였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활약의 크기 따윈 상관없었던 것이었다. 그 누구라도 옆에 있다가 없으면 빈자리가 느껴지는 법이다. 그녀는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었지만 블랙캣의 계속되는 부재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블랙캣의 역할이었던 부분까지 해내야 한다는 점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그러다 보니 블랙캣이 이제 그만 와 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콰앙!!

인형의 주먹에 바닥이 부서졌다. 레이디버그는 날렵하게 피할 수 있었지만 저기에 맞았으면 하니 아찔해졌다. 이대로는 진전이 없다 생각한 레이디버그는 요요를 위로 던지며 소리쳤다.


"행운의 부적!"


그러자 뭔가 익숙한 물건이 만들어지더니 레이디버그의 손 위로 떨어졌다.


"어라.. 이건..."


무당벌래의 빨강-검정 무늬를 하고 있었지만 그건 분명 블랙캣의 봉이었다. 이걸로 뭘 어떻게 하지- 생각하던 레이디버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닥에 붙어 움직이지 않던 장치에 버튼이 달렸다는 점이었다.


"아하-"


그녀는 달려 나가며 요요로 인형들이 방해 못 하게 잡은 다음 다른 인형이 자신을 공격하기 전에 봉을 늘려 버튼을 눌렀다.


"안돼!"


그러자 하늘에 떠 있던 악당이 중심을 못 잡고 휘청이더니 이내 땅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레이디버그가 검은 나비가 있을 물건을 부수러 가기도 전에 땅에 떨어진 충격 때문인지 그의 깨진 자동차 장난감에서 검은나비가 나왔다.

레이디버그는 요요를 휙휙 돌려 검은나비를 잡아 정화시켰다.

오늘도 그녀는 무사히 해낼 수 있었지만 오늘따라 블랙캣의 부재가 크게 느껴진 데다가 행운의 부적을 써서 나온 물건이 블랙캣의 봉이었다는 점 때문에 마음이 심란해졌다.


"............"


신비한 치유의 힘으로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그녀의 마음만은 여전히 비어있었다.








*






"아, 안녕 알리야."

"안녕 마리네뜨..."


알리야는 마리네뜨한테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고 말하려 했다 입을 다물었다. 아직 아드리앙이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교실 안은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지만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전 같은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을.... 한 교실 안의 학생이 실종됐으니 그럴 만도 했다.


"어... 마리네뜨, 제발 기운 내. 괜찮아, 괜찮을 거야."


알리야는 어떻게든 친구를 도와주고 싶은지 마리네뜨를 걱정하며 말했다. 그러나 마리네뜨는 아드리앙의 빈자리만 보면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계속되는 블랙캣의 부재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고마워 알리야.... 난 괜찮..."


그러나 마리네뜨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괴물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쨍그랑!

교실 유리창이 깨지고 놀란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갔다.


"말도 안 돼...."


괴물과 마주친 마리네뜨는 또 악당이 나타났다는 사실에 정신이 멍해지는 것 같았다.


"말도 안 돼... 이건...! 이건 너무 자주 나타나는 거 아냐?!"


이전 악당이 나타난 건 바로 어제 오후였다. 그리고 또 다른 악당이 오늘 아침에.... 사실 블랙캣이 사라진 때부터 느끼고 있었다. 악당의 출현이 평소보다 짧은 기간 내로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점은 금방 해치울 수 있을 정도의 보잘것없는 능력인 악당도 있었고 크게 화나거나 속상하지 않은 사람도 악당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점이었다.

마치 빨리 레이디버그의 미라클스톤을 빼앗으려 초조해하는 것처럼.










-
고양이가 없는 도시 5에서 계속...



원하는 이야기가 없으면 직접 만들면 돼! 하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이야기를 읽는 것도 만드는 것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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