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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달인 7월 8일, 오전 1시경. 이른 태풍이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가운데, 마포 대교 앞에 한 학생이 서 있습니다. 매섭게 내리는 비를 피하지도 않고, 학생은 굳은 결심을 세운 듯 강 아래로 뛰어내립니다.

거센 태풍이 몰아치는 장면에서 목격자 김모 씨(41, 남)의 증언으로 화면이 바뀐다.

목격자: 아, 물론 봤죠. 비가 엄청 내리고 있는데 대교에서 조그만 학생이 뛰어내리더라고요. 교복을 입고 있었고, 남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기자: 경찰에 신고하셨습니까?

목격자: 헐레벌떡 신고 하기는 했는데, 비가 세차게 내리는 통에 경찰이 조금 늦고 말았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살리려고 한강에……

다시 화면이 전환되고, 카메라가 마포 대교 앞에 서 있는 기자를 비춘다.

기자: 지난해에 비하면 청소년 자살률이 5.8퍼센트에 육박한 상황. 청소년을 위한 복지 사업과 더불어, 아동·청소년 사망 예방 정책의 실효성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기자가 말을 마치자, 화면 밑에 검은 바탕의 하얀 글씨로 짧은 메모가 나타난다.

「실종된 차모 군(18, 남)을 찾습니다. 발견하신 시민께서는 즉시 서울 강남 경찰서로 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

 

나는 TV에서 고개를 돌리고 밥그릇에 눈을 고정했다. 맞은편에 앉은 시우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 아무렇지 않은 체하기는 이미 그른 것 같았다.

슬그머니 눈을 들어 시우를 바라보니, 시우는 양쪽 볼에 김밥을 한가득 집어넣고 다람쥐처럼 맛있는 음식을 꼭꼭 씹어먹고 있었다.

“바다 갈 거야?”

“으, 응?”

내가 무언가 말을 하기도 전에, 시우가 물었다. 당황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시우가 TV를 껐다. 조잘조잘 흘러나오던 TV 소리가 사라지자, 나와 시우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시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는 어떻게 할 생각일까?

다시 원래 있던 집으로 돌아갈 생각일까?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나와 함께 바다에 몸을 담그고, 맛있는 밥을 먹고, 마당에서 이불 빨래를 하고, 축축한 여름 냄새를 맡으며 풀벌레 소리를 자장가 삼아 삼에 빠져들고……그렇게, 내게서 떠나지 않을 생각일까?

밥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하는 내내, 시우가 신경 쓰여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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