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시작하는 하루는 확실히 평소보다 더 알찼다. 아침 9시에 일어나 아침까지 먹은 해영은 배드민턴 수업 시작 전까지 뭐라도 더 해 보려 노력했다. 소설책 몇 권을 꺼내 읽기도 했고 오래된 기억을 되살려 뜨개질에도 손을 대 봤다. 하지만 손재주가 워낙 별로라 그런지 몇 코 뜨자마자 금방 구멍이 나고 말았다. 작고 귀여운 고양이 인형 하나 떠서 윤나 선물로 주려 했는데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비록 뜨개질에는 실패했지만 오랜만에 무언가에 집중해서 하니 기분은 좋았다. 집 청소까지 얼추 끝낸 그는 윤영이 냉장고에 넣어두고 간 반찬으로 밥을 챙겨 먹고 문화센터로 향했다.

수업 시작 10분 전이라 혹시 다른 수업을 하고 있을까 봐 조심스럽게 체육관 문을 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조용해서 둘러 보니 소진이 체육관에서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창고에서 라켓과 셔틀콕을 꺼내고 네트를 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날이 더워서인지 연신 흘러내린 땀을 닦는 모습에 해영은 문득 얼굴이 달아올랐다. 오늘따라 날이 좀 더운 것 같기도 하고.


“응?”


목에 걸어둔 수건으로 땀을 닦던 소진의 시야가 해영에게 와 닿았다. 그는 해영을 발견하자마자 함박웃음을 지었다.


“해영씨?”


그를 보자 해영은 어젯밤 있었던 일이 떠올라 심장이 쿵쾅댔다. 어제 침대에서 먼저 얼굴을 붉힌 쪽은 소진인데, 오히려 그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일찍 오셨네요?”

“네. 뭐...”

“아침은 어땠어요? 괜찮았어요?”


이런 거 물어보니까 꼭 같이 사는 기분이잖아. 해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고마워요. 맛있었어요.”


조금 어색한 공기. 그 어색함을 깨 버리겠다는 듯, 체육관 문이 벌컥 열렸다. 은세를 비롯한 배드민턴반 회원들이 다 함께 체육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들은 해영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해영도 미소와 함께 그들을 반겨주었다. 가벼운 안부를 묻는 거로 시작한 배드민턴 수업은 평소와 똑같았다. 저번처럼 특별히 재미있는 것도, 새로운 것도 없지만 어딘지 모르게 채워지는 느낌이다. 해영은 평소처럼 은세와 셔틀콕을 주고받다가 땀을 식힐 겸 무대에 와 앉았다. 그러자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해영을 따라 쉬는 시간을 가졌다.


“점점 실력이 좋아지시는데요?”


챙겨온 얼음물을 들이키던 은세가 물었다. 그는 보온병 뚜껑에 물을 따라 해영에게도 건넸다.


“고마워요. 체력이 좀 나아졌더라고.”


해영이 손등으로 흐른 땀을 닦아냈다. 땀 흘리며 운동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새로 산 라켓도 마음에 들었다. 해영은 손에 쥔 라켓을 살살 돌리며 한 여사님과 단둘이 경기를 뛰는 소진을 바라봤다. 얼굴이 빨갛게 상기됐는데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뛰는 두 사람을 보자 기분이 좋아졌다. 잊고 있던 열정이 차오르는 기분. 해영은 저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분명 평소와 다를 게 하나 없는 하루였다. 그래서 갑자기 걸려온 윤영의 전화에도 해영은 별 생각이 없었다.


“여보세요?”


기껏해야 수업 잘 갔냐, 어제는 내가 미안했다 정도의 이야기일 줄 알았다. 하지만 윤영은 전화를 받자마자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언니!”


분노와 불안, 초조함이 섞인 목소리다. 불길함이 엄습했다. 해영은 주변의 눈치를 보며 최대한 침착하게 반응하려 애썼다.


“왜? 무슨 일이야?”

“언니. 인터넷 들어가 봤어?”


자다가 봉창을 두드려도 이거보단 개연성 있을 것 같았다. 해영은 영문을 몰라 미간을 찌푸렸다.


“뭐?”

“안 봤구나. 절대 보지 마! 지금 내 전화 끊으면 핸드폰도 꺼 놔. 알겠지? 지금 밖이야? 밖이면 당장 집에 들어가 있어! 누가 와도 문 열어주지 말고!”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진정하고 더 자세히 말해보라 하려는데 옆에 있던 은세와 여사님들이 소란스러워졌다.


“여사님들, 이거 보셨어요?”

“응? 아이고 이게... 여기 대기업 아녀?”

“지해영? 우리 해영씨 이름이랑 똑같은데...”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해영에게 가 닿았다. 눈앞이 아득해져서 그만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언니! 내 말 들려? 듣고 있어?”


해영은 대답 없이 전화를 끊고 은세에게 다가갔다.


“그거. 잠깐 줘 볼래?”


은세는 머뭇거리는 것도 잠시 핸드폰을 건네줬다. 핸드폰 액정에 뜬 기사 제목을 읽자마자 해영은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했다.


‘횡령에 비리까지. oo기업 주가 폭락... 차승재 사장 잠적.’

‘배우 지해영 前남편 oo기업 장남 차승재 사장, 해외로 도피...’


실시간 검색어와 링크로 연결된 다른 기사들 모두 신이 나 떠들고 있었다. 사실, 해영은 그가 망하든 말든 신경 쓰이지 않았다. 원래도 그런 사람이니 터질게 터졌다고 생각하고 말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사는 교묘하게 해영까지 끌어들였고 급기야 그 남자가 해영을 비롯한 여러 연예인의 앞길을 막았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전혀 관련없는 직종인 주제에 연예계까지 터치. 제 마음에 안 들면 그쪽 업계에서 완전히 매장. 그 피해자 중 한 명이 무려 전 부인 지해영.

무덤까지 비밀로 안고 가고 싶었던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금방이라도 구토가 치밀 것 같았다. 해영이 패닉에 빠져있는 사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소진이 달려왔다.


“무슨 일이에요?”


소진은 해영의 어깨너머로 기사를 확인했다. 그의 표정이 충격으로 일그러졌을 거라는 사실은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해영씨.”


소진은 해영이 들고 있던 핸드폰을 은세에게 돌려주곤 살며시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


“해영씨. 괜찮아요? 일단 집으로 갈까요?”


대답할 힘도 없었다. 해영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소진은 사람들에게 수업은 여기서 끝낼 테니 체육관 문만 잘 잠가 달라 부탁한 뒤 해영과 함께 문화센터를 나섰다. 불행 중 다행으로 거리는 한산했다. 소진은 해영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내내 뭐라 말을 걸었다. 괜찮아요? 가족이랑 연락은 해 봤어요? 같이 있어 줄까요? 등등. 아무래도 혼자 보내면 해영이 나쁜 생각이라도 할 까봐 무서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해영의 귀에는 그마저도 들어오질 않았다.


“해영씨. 거의 다 왔어요. 그러니까...”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소진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해영은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들었다. 기자 몇 명이 그새 아파트 공동현관문 앞에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 저기!”


기자들이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해영을 바라봤다. 스타일이 많이 바뀌어서 못 알아보는 모양이었다. 그 참에 자연스레 동네 주민인 척 하면 됐었는데, 긴장한 해영은 자리에 멈춰서 버렸다. 그 행동에 확신을 얻은 기자들이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당황한 소진이 뒷걸음질 쳤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지해영씨! 지해영씨 맞으시죠?”

“지해영씨! 연예계에서 은퇴한 게 전부 남편이었던 차회장 때문이 맞습니까?”


마음만 같아선 기자들 머리채라도 쥐고 싶은데 해영은 계속 움츠러들기만 했다. 그가 가쁜 숨을 헐떡이는 사이, 소진은 아파트 입구를 막고 서 있는 기자들을 밀어내며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이봐요! 비키세요. 이젠 관련 없는 사람한테 뭐 하는 짓입니까?”

“누구시죠?”


소진이 해영을 가로막고 서자 기자 한 명이 가소롭다는 말투로 물었다. 웃기게도, 누구냐는 말에 소진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저는...”

“관련 없는 분이면 비켜주세요. 지해영씨!”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해영은 이를 악물고 공동 현관문 카드를 찍은 뒤 소진의 손을 잡고 계단을 성큼성큼 올랐다. 머리가 어지럽고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것 같다. 둘은 도망치듯 계단을 올라 해영의 집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을 닫기가 무섭게 기자들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해영은 그만 양쪽 귀를 움켜쥐고 거실에 주저앉았다.


“해영씨. 괜찮아요?”


속이 타들어 가다 못해 으스러지는 느낌이라면 알까. 아침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는데 한순간에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다들 왜 나를 가만히 두지 못해서 안달인 건지. 따뜻한 소진의 손길이 어깨에 와 닿는데도 위로가 되질 않았다.


“나가요.”

“해영씨...”

“제발... 나한테 붙지 말아요.”


해영은 소진과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다. 소진은 움찔하는 것도 잠시 해영에게서 손을 뗐다.


“혹시 모르니까 나가서 아무것도 아닌 사이라 말해요.”

“하지만...”

“엮여 봤자 좋을 거 하나 없는데...”


안 그래도 구설수에 올랐는데 기자들이라면 소진까지 싸잡아 엮어 먹을 게 분명해서 한 말이었다. 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진은 그저 해영을 안아주었다.


“울지 말아요.”


눈물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울고 있는 쪽은 소진인 것 같았다. 그는 잔뜩 울먹이는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울지 말아요, 연 끊은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하지 말아요.”


그 말을 듣자 순간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다. 눈가까지 와 닿은 그 뜨거운 기운에 그만 눈물이 치솟을 뻔했다. 하지만 해영은 울지 않았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문 채 자신의 어깨를 감싼 소진의 손을 살며시 풀어냈다.


“...가요.”


소진은 힘이 탁 풀린 사람처럼 손을 떨어뜨렸다. 그게 뭐라고 해영마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요.”


짧은 침묵. 소진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관문 너머는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그래도 주민들 신고로 경비원이 왔는지, 당장 이 아파트에서 나가라는 둥, 그럴 수 없다는 둥 하는 이야기가 오갔다. 이 틈을 타 소진은 밖으로 나갔다. 현관문이 완전히 잠긴 걸 확인하고 나서야 해영은 비틀대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앉아 핸드폰을 확인했다. 윤영 뿐만 아니라 모르는 번호들로부터 전화가 잔뜩 와 있었다. 다들 내 번호는 어떻게 안 건지. 해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핸드폰 전원을 끄고 담배나 피우려는데 전화가 왔다. 발신자의 번호가 뼈에 새겨질 정도로 익숙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끊어버렸을 거다. 너무 익숙한 번호라 더 받아서는 안 됐는데, 안 받았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해영은 습관처럼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너, 차 서방 연락되니?”


어머니다. 형식적인 안부같은 거라도 기대한 그의 잘못이었다. 기사 봤다. 너는 괜찮니. 그런 일이 있었는데 왜 말을 안 했니. 같은 것들. 하다못해 저녁 먹었냐는 말조차 없었다. 다짜고짜 본인 목적만 해결하려는 태도는 왜 변하질 않는 건지. 해영은 두통을 억누르고 대꾸했다.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세요. 이젠 아무 사이도...”

“네 아버지! 그 사람이랑 옛정 믿고 다 투자했는데 튀었다잖아! 연락받은 거 있냔 말이야!”


차 서방. 차 서방. 지긋지긋한 그 이름. 누가 보면 내가 아니라 그 남자가 자식인 줄 알겠다. 뭐라 대답할 기력도 없어서 해영은 가만히 있었다.


“당장 차 서방 어디 있는지 알아봐. 알겠어? 너는 도대체가 가족한테 이런 일이 생겼는데도! 이혼한다 할 때부터 알아봤다. 가족이 그런다 해서 끊기니?”


해영이 묻고 싶은 말이었다. 엄마야 말로 이제 완전히 남남인 사람인데 왜 연줄을 놓지 못하시는 거예요.


“차 서방은 너 이혼하고 나서도 우리한테 꼬박꼬박 안부 전화하더라. 해영이가 잠깐 방황하는 거라고. 금방 다시 합칠 거라고. 그런데 넌 뭐니? 딸이란 애가 아주 독하다, 독해. 남자가 아내 일에 손 좀 댈 수 있지. 그거 하나 못 참아서.”


가슴에 돌덩이가 얹힌 것 같다. 해영은 배를 움켜쥐고 몸을 앞으로 숙였다.


“대답 안 해?”


할 말이야 많았다. 하지만 한다 해서 들어줄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해영은 짧은 한마디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궁금하면 직접 찾아보세요.”

“야!”


전원을 끄고, 서랍 깊은 곳에 핸드폰을 박아넣었다. 속이 아파서 미칠 것 같았다. 해영은 결국 화장실로 달려가 목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먹은 것들을 억지로 게워냈다.

머릿속이 어지럽다. 눈이 앞으로 쏟아지는 듯한 두통에 연신 심호흡을 했다. 그는 옷조차 벗지 않은 채 샤워기를 틀고 욕조에 주저앉았다.

희뿌연 연기가 화장실 가득 찼다.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욕조에 물이 점점 차올랐다. 해영은 안경을 벗어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몸을 담갔다. 환청과 이명으로 주변이 시끄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그는 결국 머리를 뒤로 젖혀 귀까지 물에 잠기게 했다.

시끄러워. 왜 아직도 귀에 울리는 걸까.

숨이 막힌다.

발가락 끝에 바닥이 닿는데, 물 밖으로 코와 입이 나와 있긴 한데, 정말 그것뿐이다. 잡을 것도 없고 까치발로 서 있지 않으면 몸이 모두 잠긴다.

딱 내 키만큼 차오른 물.

눈을 물 밖으로 내밀면 보이는 거라곤 바짝 다가온 천장이 다인데.

살 수는 있는데 사는 것 같지가 않다.

해영은 눈을 감고 욕조에 잠수했다. 뜨거운 물이 눈꺼풀을 파고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어둠.

숨을 내쉬었다. 가느다란 기포 몇 개가 물 위로 솟아올랐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

 

 

‘배우 류제나 oo영화제 초청... 단아하면서도 파격적인 드레스 눈길’


참나. 이것도 기사라고. 제나는 커피를 마시다 말고 한숨을 내쉬었다. 남 들으라고 한 게 분명한 그 한숨 소리에 앞에서 운전하던 매니저 홍지유가 고개를 기웃댔다.


“언니. 왜요?”

“아니 뭐. 요즘 기사 꼬라지가 아주 좋다 싶어서.”

“네? 이상한 기사 달렸어요? 대표님한테 말씀드려야 하는 거 아녜요?”


지유가 호들갑을 떨었다. 제나는 고개를 저으며 앞을 가리켰다.


“어어. 운전이나 하세요. 별거 아니야. 그냥 매번 똑같지. 류제나가 뭘 입었다, 무슨 화장을 했다, 구두는 어떻고 장신구는... 아니 요즘에도 이런 기사만 나오니? 내 연기 얘기는 손가락에 꼽네?”


지유도 답답한지 고개를 살살 저었다. 제나는 빨대를 입에 물고 뉴스 홈페이지 스크롤을 마저 내렸다.


“좀 제대로 된 기사를 써 보란 말이야...”


자극적인 사진과 제목으로 판을 치는 기사를 보고 있자니 구역질마저 올라왔다. 제나는 속을 달래기 위해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켰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기사를 보고 입에 들어있던 커피를 도로 뱉어냈다.


“아 진짜 더럽게! 어제 세차 했다고요!”


커피 뿜는 소리에 지유가 짜증스레 투덜댔다. 제나는 미안하다는 의미를 담아 손을 내젓다 말고 황급히 기사를 확인했다.


‘배우 지해영 前남편 oo기업 장남 차승재 사장, 해외로 잠적...’

'배우 지해영, 은퇴 이유가 전남편 때문? oo기업 장남 차승재 사장 연예계 갑질 의혹'


놀란 제나는 떨리는 손으로 기사를 확인했다. 기사들은 죄다 교묘하게 해영과 엮여 있었다. 댓글도 별로 좋지 않았다. 심지어 해영이 연예계를 은퇴한 게 그 남자 때문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지며 포털 사이트와 SNS 모두 엉망이었다.


“지유야.”

“네?”

“차 돌려.”

“네? 다음 스케줄 있는데...”


제나는 머리를 질끈 묶고 모자와 마스크를 찾아 이곳저곳을 뒤졌다.


“괜찮으니까 차 돌려.”

“어디로 가는데요?”


지유가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제나는 핸드폰 메모장을 확인했다. 언젠가 적어둔 게 있는데. 어디 있더라? 빼곡한 메모장을 뒤져 겨우겨우 주소를 찾아내자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여기. 어디인지 알겠어?”

“양현동? 처음 들어보는데요?”

“네비라도 찍어. 빨리.”

“예, 예.”


지유는 갓길에 차를 세운 뒤 주소를 입력했다. 불안함에 네비게이션만 쳐다보던 제나는 지유가 양현동을 향해 차를 돌리고 나서야 뒷좌석에 똑바로 앉았다.


해영아.


속이 타들어 갔다. 혼자 애태워 봤자 꽉 막힌 도로가 뚫릴 리가 없는데 제나는 연신 다리를 떨며 손톱을 잘근댔다. 어제 막 관리를 받아 반짝반짝한 손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래는 후원상자로, 소설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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