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좋아! 딱 맞네!"

따스한 햇살이 사람들도, 길고양이도 나른하게 만드는 시간. 미도리야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쭉 새벽알바인가-"

'20시간 편의점 알바' 살인적인 스케줄이라 점장도 미도리야를 말렸다. 하지만 미도리야는 확고했다.


"밥은 편의점에서 해결하려고요. 아, 물론! 돈은 제 돈으로! 돈통에 넣어 둘게요!"

미도리야가 돈을 떼먹을 상은 아니었기 때문에, 점장도 cctv 하나만 달아두고 미도리야에게 편의점을 맡겼다. 미도리야가 무개성이라는 말을 들은 점장은 돈통 오른쪽 서랍 2번째 칸에 전기충격기와 공기총을 구해다 넣어 주었다.

사람이 많은 1시에서 3시까지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미리 11시 반쯤에 삼각김밥 2개를 까 먹는 것이 꿀팁이었다. 미도리야가 근무하는 편의점은 항상 평판이 좋았다. 미도리야는 아이들에게 항상 친절했고, 원하는 물건이 선반 높이 있어 곤란해하고 있으면 금방 알아채고 달려와 온 힘을 다해 꺼내 주었다. 미도리야도 키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한가한 시간에는 아이들과 둘러앉아 놀아 주었고, 공부 실력만큼은 꽤나 좋았던 미도리야였기에 아이들이 모르는 문제를 들고 오면 최선을 다해 풀어 주었다.


미도리야가 편의점 알바를 한 지 3달째 되는 날,

그 사람이 찾아왔다.


'째깍- 째깍- 째깍- 탁-'

"벌써 새벽 2시네-"

'딸랑-!'


너덜너덜한 가격표를 바꿔 붙이고 있는데 누군가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미도리야는 휙 뒤를 돌아봤다. 누덕누덕한 옷가지, 지저분한 얼굴, 하얗지도, 파랗지도 않은 하늘빛 머리카락-

"엥?"

미도리야의 눈이 커졌다. 이 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람- 

근데 이 사람이 뭔 짓을 했더라? 분명 시가라키의 얼굴만큼은 뉴스에 커다랗게 실렸던 걸 본 기억이 있었다. 그럼 빌런인 건가? 그냥 거지 같은데-

"음- 무슨 일이세요? 찾으시는 물건이라도?"

시가라키의 빨간 눈이 커다래졌다.

"나 몰라?"

"알긴 알아요. 빌런이잖아요."

어의 없을 정도로 태평한 미도리야를 보며, 시가라키는 헛웃음을 지었다.

"빌런은 맞는데, 그럼 경찰에 신고해야지"

"그렇긴 한데, 보통 그걸 자기 입으로 말해요?"

"너야말로 왜 그렇게 태평해?"

"신고하면, 경찰이 오겠죠?"

"히어로도 오겠지"

"그게 싫어요. 경찰도."

"왜?"

순간, 미도리야의 동공이 떨렸다. 옛 기억이라도 되살리나? 주마등?

"그냥요. 시끌시끌한 건 질색이라-"


미도리야는 뒤로 돌아 찢어진 가격표를 꺼내고, 새 가격표를 꽃았다.

시가라키가 다시 한번 더 헛웃음쳤다. 빌런을 앞에 두고 등을 보이다니- 대충 주인장을 죽이고 음식들만 좀 훔쳐서 달아날 생각이었는데-

"뭔가 필요하신 거 있어요?"

"먹을만한 거."

"맛있는 거요?"

시가라키가 긍정했다. 미도리야는 눈을 꾹 감고 잠시 고심하더니 마카롱과 생크림빵을 가리켰다.

"저건 어때요? 원래 엄청 인기 많은데, 오늘은 다 안 팔렸네."

"그러든지-"


미도리야는 마카롱과 생크림빵을 손에 들고 바코드를 찍었다.

"5700원입니다. 봉투 필요하세요?"

"나 돈 없는데"

미도리야가 바코드 스캐너를 툭 떨어뜨렸다.

"네?"


진짜 거지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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