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같은 놈과의 하룻밤 실수

다 보는 앞에서 여주에게 외친 그의 말

"책임지세요."


그뒤 1년 후의 이야기..!







비급 스타트 X 귀소본능 









변백현은 김여주와 사귀고 나서 완벽했다. 백현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볼법한 막장 스토리가 제게 일어날까 두려워 성별이 여자인 사람은 과제 외엔 연락도 하지 않았고, 술자리엔 가지도 않았으며, 번호 조차 교환하지 않았다. 아니 백현이 등록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클럽 때문에 벌어진 일이 좀 커서 그런지 그는 유흥가는 근처도 가지 않고 학을 떼고 멀리했다.


친구이자 여친의 동생인 민재마저 ‘야.. 이정도는 괜찮아..’ 라고 했지만 변백현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 어떤 한 톨의 의심도 그녀에게 사고 싶지 않았고, 이별의 한끗 실마리 마저 그녀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그녀의 마음을 건드릴 요소, 신경을 긁을 요소는 제 모든 신경세포를 곤두세워 알아서 미리 쳐냈다.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절대.


그 정도로 변백현은 김여주를 원했고, 갈구했고, 헤어지게 될까, 김여주가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 매일을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그토록 원하는 걸 옆에 둬도 외로운 것이 사람 마음이요, 품 안 가득 안고 있어도 어딘가 부족하다 느끼는 것이 사랑이다.


간사하게도 그렇게 더 바란 덕에 이별할 뻔했던 거면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넌 내 사랑 받기만 해, 라고 먹은 마음과 달리 막상 자신에게 돌아오는 사랑도 그만큼이길 결국은 바라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나 노력했는데, 넌 그대로라고?




서운한 마음이 1그람씩 쌓인다.




내가 널 위해 모든 걸 바치고 있는데, 넌 내게 계속 이런다고?




그렇게 쌓인 서운함은 어느새 백현을 좀먹는다. 쌓이고 쌓인 서운함에 잡아먹히고 만다.

그리고 머리끝까지 가득 채워진 서운함은 결국 터지고야 만다.




“씨발!!!”


“... 변백현.”


“... 와.. 존나 화나...”


“너.. 지금 뭐하는거야?”


“왜..?”


“왜? 왜라니? 지금 너 욕한거 알아?”


“어. 했는데. 욕 좀 했어. 왜.”




희번뜩한 눈은 그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김여주는 몇 번이나 눈을 깜빡이고 되물었다.




“.... 미쳤니?”


“어. 미쳤어. 미쳤는데? 니가 나 미치게 했잖아.”


“...... 하..!”


“멀쩡한 사람도 너랑 만나고 나면 미칠거야. 어?”


“.... 그만하자.”


“뭘 그만해. 뭘 그만하는데!!!”


“......”


“협박하냐? 어???”


“협박이라니.”


“너 그렇게 말할 때마다 내가 바로 닥쳐주니까 좋았지? 어?”


“........”


“니 말 한마디에 바로 깨갱하니까 막 희열 느꼈냐? 어???”


“그만해라.”


“니가 그만하라면 난 그만 해야 해? 왜? 내가 왜.”


“......”


“좋지??? 내가 이러는거 존나 재밌지? 어? 너 지금 재밌잖아!!!”




별거 아닌 일이었는데.




“너 좋다고 빌빌 기는 개새끼 보니까 아주 재밌어죽겠지?”




차곡 차곡 쌓아왔던 일방적인 서운함이 결국 터져버린 것이다. 김여주 입장에서야 아닌 밤중 날벼락이겠지만 그날 이후 백현은 매일이 날벼락이었다.


그가 목이 터져라 악을 쓴다.




“지겨워!! 지겹다고!!! 허구한 날 니 연락 기다리는 것도 지겹고, 니가 뭘 하고 있을까 생각하는 것도 지겹고, 혼자 좇같은 망상 때리는 내가 존나 싫어!!! 너를 좋아하는 내가 지겹고 역겨워서 뒤져버리겠어!!!”




그날, 어김없이 잠든 김여주의 핸드폰을 감시하던 변백현이 봐버린거지.




< 야 너 그 연하 아직도 만나? 그냥 대충 정리해. 걔 군대도 안갔다왔다며. 걔 대학 졸업하면 너 서른이야. 서른. 말이 되냐? >




백현은 이제야 알아차린 것이다. 사랑은 자신만 해선 안되며 쌍방이어야 듣기 좋은 화음이 난다는 것과 주변 정리를 제가 열심히 한다면, 이 연애에 불협화음따윈 없을거라 생각하는 건 오만함 그 자체라는 것을 말이야.


그래. 자신의 친구들이 자신의 사랑을 열렬히 응원해준다고 그녀의 주변 역시 그녀를 응원할거라 생각하는 건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였다는 걸 그는 지금에서야 알아차렸다.


사랑과 현실은 달랐고, 별거 아니라 생각했던 나이 차이는 생각보다 컸던 것이었다.




“내 인생에서 꺼져!! 제발 꺼지라고!!!!!”




사실 저 메시지에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순간 울컥하긴 했지만 남은 그럴 수 있다친거지. 저 여자는 나를 모르잖아. 내가 김여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아끼고 생각하는지. 그녀와의 미래를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결코 모르니까 남이야 분명 그럴 수 있는데,




>나도 모르겠어. 이게 맞는지..

>괜히 사겼나 싶기도 하고..




김여주 너는 그러면 안되는거지. 김여주 너만큼은 내게 그러면 안되는거지.


내가 너한테 어떻게 하는데. 기라면 기고, 빌라면 빌고, 숙이라면 숙이고, 하라는대로 다 하는데. 내 모든 걸 다 갖다바치는데. 어떻게 네가 내게 이래. 모르겠다고? 뭘 몰라? 대체 뭘 모르는거야? 내가 너한테 얼마나 해야 내 마음을 알건데. 아는건 뭔데. 내가 뭐 내가 주는 사랑만큼 똑같이 달래? 어? 적어도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것은 줘야지. 니가 사람새끼면 니 옆에서 사랑 좀 받아보겠다는 새끼 불쌍해서라도 감싸안아야지..!!! 씨발. 이쁘다, 이쁘다 하니까, 내가 개호구병신으로 보이냐?


이게 맞나 모르겠다고? 그럼.. 맞지않으면 틀리다는거야? 난 틀린 답안이라는거야, 뭐야. 어?


결국 터져버린 것이다. 김여주가 떠나갈까, 조금이라도 제게 질려할까 꾹꾹 참아왔던 백현의 앓는 속이 활화산의 용암처럼 퍼엉- 터져버렸다.


참았던 만큼, 아주 커다랗고 폭발적으로.




“아~ 잘나신 김여주는 꺼지는게 아니라, 내가 꺼져 드려야겠지?”




눈물범벅인 얼굴로 악을 쓴다. 시뻘게진 눈을 김여주에게 부라리며 당장이라도 손찌검을 할 듯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잡아먹을 듯 연신 이를 바득바득 갈아대며 악을 쓴다. 미친놈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야차같이 변해버린 그의 모습을 보고도 김여주는 그 자리 그대로였다. 저런 말을 듣고도 눈을 몇 번 질끈 감을 뿐 숨소리 한번 내지 않고 모진 욕을 받아내고 있다.


그게 변백현은 더 화가 났다. 눈앞에 있는 김여주가 지쳐 보여서. 받아칠 기운 하나 없이 지쳐 보여서. 흥분해서 날뛰는 저와 달리 감정하나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인 것만 같아서. 자신만 추해지고 있어서. 쟬 좋아하는 나만 추한 것 같아서. 그 말인즉슨 김여주는 전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 같아서 더 열불이 난다.


백현이 눈가를 거칠게 닦으며 말한다. 말하는 목소리엔 울음기가 가득했지만 여전히 화나 있었다.




“알았어. 이제 꺼져줄게. 얼마나 지겨웠냐? 어? 사겨주느라 존나 힘들었겠다, 너.”


“.......”


“잘 지내지마. 잘 지내면 죽여버리고 싶을 것 같으니까.”


“......”


“우리 다신 보지 말자.”


“........”


“10분 후에 올 거니까 빨리 나가.”


“.....”




파르르 떨리는 음성, 줄줄 흐르는 눈물을 숨기지 않고 한글자한글자 으르렁대며 그가 말한다. 대답도 기다리지않곤 지체없이 현관 쪽으로 걸어나간다. 운동화를 대충 구겨 신은 백현이 돌아보지도 않고 말한다.




“니가 망했으면 좋겠어.”




쾅 소리가 나며 현관이 닫힌다. 제집인데 짐 챙길 시간도 주며 나가주는 집주인이자 이제는 전남친이 된 변백현을 보며 여주가 참아왔던 숨을 내쉰다.


폭풍이 몰아치고 간 것 같았다.

믿겨지지도 않는다. 무슨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았다. 현실감이 떨어진다. 저게 변백현이 맞나? 할 정도로.


잡을까, 도 했지만. 김여주 입장에선 이게 최선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혼자 숨죽여 우는 변백현을 모르지 않았다. 자신이 아무리 채워주려 해도 채워지지 않는 빈 독같은 변백현의 마음을 어찌할 방법을 몰라 내색하지 않았을 뿐이다. 난 그의 여자친구가 되기엔 역량이 부족했다. 아니면 변백현의 말대로 변백현보다 사랑이 부족하거나.


그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그가 바라는 사랑의 방식과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방식이 다르다 생각한다.


파르르 떨리는 숨소리. 참아온 것만 같은 숨소리가 겨우 내쉬어진다. 그리고 거센 빗줄기같았던 변백현보다야 현저히 적은 양이지만 토독- 톡- 그녀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놔줘야했다. 쟤 말대로 내가 쟤를 저렇게 만들었으니 내가 사라져주는게 맞는 것이다.

아니, 얼마나 힘들고 내가 미웠으면 저 착한 애가 저렇게 됐을까.




“.......”




변백현이 오기전에 나가야 더 화를 안낼텐데. 날 보면 더 화가 날텐데.


이상하게도 발길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보던 여주의 눈에서 다시금 굵은 눈물방울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눈을 깜빡일 때마다 후두둑 후두둑 떨어진다.


와- 나 차였다.

마음이 싸하게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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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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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1 멤버십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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