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블도어는 교장실로 향하는 석상 앞 인물을 보곤 발걸음을 뚝 멈췄다.


현재 영국 마법 세계뿐만 아니라 주변 나라에까지 대서특필 된 화제의 인물이었다.


시리우스 블랙.


과거엔 은혜를 원수로 갚은 이. 현재는 억울하게 10년 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인 이었다.


덤블도어가 아꼈던 용맹한 사자였다.


덤블도어가 믿지 못해 버렸던 사자였다.


시리우스도 덤블도어를 보았는지 숙이고 있던 허리를 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턱을 당겨 덤블도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유가 담긴 고아한 몸짓은 십삼 년 전과 마찬가지였다.


그간의 일들이 그에게 피해를 줬을지언정 모든 것을 바꾸진 않았다는 듯, 습관처럼 올곧은 자세를 하고 덤블도어를 응시했다.


음울함이 담긴 은회안이 이 시대의 현자라 불리는 이를 질척하게 좇았다. 언제나 현명한 선택을 하는 줄로만 알았던 현자를 좇았다.


덤블도어는 잠시 가만히 서서 그 시선을 받아들였다.


은회안에 서리는 울분과 허망함이 요동쳐 흘러넘치는 걸 지켜보며 시리우스의 상태를 살폈다.


탈옥하고서도 고생을 꽤 했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낯이 맑았다. 잘 먹고 잘 자며 푹 쉬기라도 한 건지 생기 없는 안색 외에는 별 이상 없어 보였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들어가서 하세.”



덤블도어는 시리우스를 데리고 교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너덜너덜하게 해진 옷을 입어도 바라지 않는 그의 잘난 미모는 여전했다. 오히려 그간 고생 탓에 생긴 음울한 분위기가 그를 상처 가득한 사연이 있어 보이게 했고, 차분함이 생겨나 예전엔 없던 진중한 매력이 피어났다.



“여긴 변한 것 없이 그대로군요.”



약간 갈라진 거친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시리우스가 감옥에 있는 동안 십 년이 지났다. 아무리 바뀌는 것이 잘 없는 마법 세계라지만 그 시간이면 많은 게 바뀌기 충분했다.


자주 가던 옷 가게, 식당, 친구들과 자주 놀던 장소 전부 변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시리우스의 미간이 좁혀졌다 다시 펴졌다. 언제 좁혔냐는 듯 하얀 미간은 주름 한 점 없이 깨끗했다.



“늙으니 크게 변하는 게 꺼려져서 말일세.”



덤블도어의 말을 끝으로 잠시 침묵이 자리했다. 모래라도 씹는 듯 입안이 텁텁하고 꺼끌거렸다.


한참의 침묵이 지나고서야 시리우스는 입을 뗐다. 시선은 여전히 덤블도어가 내준 찻물에서 떼지

않은 채였다.


잔잔한 표면 위로 시리우스의 눈이 비쳤다.



“교장선생님은 드레이코 말포이에 대해 얼마나 아십니까?“



처음 뗀 말문이 그거였다.


페티그루에 관해 물을 줄 알았더니 뜬금없는 말포이였다.



“글쎄, 그 아이가 나이에 맞지 않게 상당히 영특하다는 건 아네만.”



시리우스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덤블도어는 사뭇 인자히 웃으며 시리우스의 의도를 파악하려 했다.


드레이코 말포이는 상당한 유명인사였다. 호그와트 내에서든 밖에서든 말이다. 그 말포이 가주가 아끼는 독자인 데다 어린데도 사업 수완이 좋았으니까.


톰 리들을 떠올리게 하는 비상한 머리와 아름다운 미모. 사람들을 이끄는 카리스마와 리더쉽.


그런데도 톰 리들과 다른 점이라면 간사한 뱀이라기엔 적인 사자와 사이좋은 점일까.


그 점이 참 무서웠다. 톰은 슬리데린만을 장악했지만, 이 어린 뱀은 가릴 것 없이 모두를 장악하려 하고 있으니까.


무엇보다도, 드레이코는 덤블도어가 예측하기 어려운 이였다.


분명 예상한 적 없는 곳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일을 벌이곤 했으니.


일 학년 때나 이 학년 때나 해리가 곤경에 처했을 때 불쑥 나타나는데. 이것 참 요상한 일이었다.


예고한 적도 없고 정보가 흐른 적도 없는 일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튀어 나가니 말이다.


다른 이들은 드레이코 말포이를 선망하거나 질투 같은 감정을 품지만 덤블도어는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이 시대의 최고라 불리는 현자는 그런 감정을 품기엔 너무 많은 걸 알았고, 늙어 있었다.


그는 그저 이동시킨 적도 없던 말이 갑자기 혼자 튀어 나간 것에 이상함만 느꼈다.


경계를 하자니 어설픈 면이 보이고,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는. 드레이코는 덤블도어로서도 이상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말하자면 체스를 두고 있는데 옮길 생각 없던 말 하나가 “끼욧! 저 녀석들 참수할깝쇼?! …이미 하고 왔습니다!!” 하고 적을 순식간에 부순 후 외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말 주인인 덤블도어는 그걸 “허허… 그렇구나?”하고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다.



“그간 그 아이와 있었나?”


“…그렇죠.”



페티그루가 애니마구스를 할 줄 안다는 사실은 이미 쫙 퍼졌다.


그리고 덤블도어는 시리우스의 애니마구스가 검은개인 것을 알고 있었다. 보름달마다 고생인 털 뭉치 친구를 위해 그 마법을 연습했다는 사실도.


아마도 드레이코가 키우던 개가 시리우스였던 모양이지.


설마 날마다 색색이 물들며 화려한 옷 치장을 하는 개가 시리우스일 거라곤 생각일랑 안 해서 예상 못 했다.


덤블도어는 시리우스의 목에 채워진 검은 가죽의 개 목걸이(최근 블랙이즈 근본이 된 드레이코의

작)를 흘긋 보았다.


시리우스의 하얀 목에 대비되어 개 목걸이라는 뜬금없는 모양새도 어울렸다. 잘난 얼굴 탓에 우스꽝스럽기보단 오히려 음험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드레이코에 관해 물을 게 있어서 온 겁니다.”


“자네가 이름을 부를 정도로 그 아이를 아끼는 가 보군. 그래, 피터 페티그루에 대한 이야기도 제쳐 놓고 그 애에 대해 무얼 물으려는 건가?”



시리우스는 차마 속에 든 말을 입으로 꺼내기 힘들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미간을 구기며 눈을 질끈 감는 모습이 사뭇 애달팠다.


이 물음을 꺼내고 싶지 않지만 꺼낼 수밖에 없다는 듯, 꽉 조여든 턱의 근육이 얕게 경련했다.



“천천히 얘기하게. 차를 마셔보는 건 어떤가. 따뜻한 차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지.”



시리우스는 버석한 입술을 찻물로 적셨다. 찻잔을 내려놓자 출렁이던 표면이 이내 잠잠해졌다.


입술을 사리 물던 시리우스는 결심이 섰는지 툭, 떨구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시리우스는 찻잔을 내려놓고 덤블도어를 보았다.


눈앞의 현자가 제게 옳은 길을 안내해 주길 바라며 간절하게.


어느새 음울하던 은회안은 굳은 결심으로 단단해져 있었다.


그건 제 것을 이미 잃어본 이가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지키려는 결심이 담긴 눈이었다.



“그 애가 어둠의 마법에 당했습니다.”



덤블도어의 눈이 점차 크게 뜨여지더니 입이 떡 벌어졌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덤블도어의 눈에 명백한 혼란이 서렸다. 방금 제가 들은 것을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드레이코가 어둠의 마법에 걸렸어요.“



날카로운 바람이 불어와 창문을 채찍처럼 갈겼다. 성난 바람에 창문이 흔들렸고, 교장실 안에는 요란한 밖과 다르게 오직 정적이 맴돌았다.



*



말포이 부부는 만나길 바란다는 덤블도어의 요청에 호그와트로 향했다.


평소였다면 상황을 봐가며 왜 부르냐 뻐겼겠지만 사항이 사항이었다. 덤블도어는 이사회 회장인 루시우스 말포이가 아니라, 학생 드레이코 말포이의 보호자로서 부부를 부른 것이다.


교장이 학생 문제 탓에 보호자를 부르는 일은 잘 없다. 말포이 부부의 재학시절 머루더즈라는 난동꾼들이 일 치고 소환되는 것 외엔 없었다. 그마저도 한 번뿐이었다.


보통은 서면으로 학생의 문제나 사고를 통지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니까 덤블도어가 부부를 불렀다는 건 일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었다.


루시우스와 나시사는 걱정과 불안을 가득 담고 교장실에 도착했다. 덤블도어만 있을 줄 알았던 교장실에는 익숙한 이도 있었다.



”시리우스 블랙? 덤블도어, 당신은 분명 내 아들 일로 우릴 불렀소. 그런데 저자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아, 나도 댁들이랑 겸상하기 싫거든? 그냥 앉지? 할 얘기 많으니까.”



시리우스가 빈정거리는 어투로 말했다. 나시사는 덤블도어를 한 번보곤 루시우스를 데리고 자리에 앉았다. 그녀에겐 지금 시리우스 블랙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드레이코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기에 그들을 부른 건지가 중요했다.


루시우스는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제 아내의 이끎을 순순히 따랐다.



“둘 다 오랜만일세. 음, 루시우스는 그리 오랜만은 아니던가?”


“덤블도어, 급한 만큼 인사치레는 생략하고 본론부터 말하죠. 내 아들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요?”



언제나 대화의 시작 전 인사치레를 중요시하던 나시사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덤블도어는 이야기의 시작을 어떻게 끊어야 할지 고민하며 수염을 쓸었다.



”잠시 기다리게 드레이코의 일이니 올 사람이 하나 더 있어.“



덤블도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교장실 안으로 세베루스가 들어왔다. 세베루스는 교장실 안에 있는 이들을 훑다가 시리우스와 눈이 마주치자 작게 혀를 찼다.



”세베루스?“


”오랜만에 뵙습니다, 나시사선배.”


”오, 그래. 네가 드레이코를 많이 챙겨준다는 건 들었단다. 드레이코가 너를 어찌나 좋아하던지.“



세베루스는 루시우스에게도 눈인사를 건네곤, 상당히 떫은 표정으로 시리우스의 옆 빈자리에 앉았다. 원래는 덤블도어의 맞은편 빈자리에 앉을 듯했지만 상사의 눈짓에 세베루스의 선택권은 없었다.



”스네이프도 왔으니 이제 말하시지. 왜 우릴 부른 거지, 덤블도어?“


”정확히 말하자면 자네들을 부른 건 내가 아닌 여기, 시리우스일세.“



말포이 부부와 스네이프의 시선이 시리우스에게로 꽂혔다. 의문 섞인 시선들에 시리우스가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뭘 봐?”


“자넨 왜 목에 그딴 걸… 아니 됐네. 역겨워서 듣고 싶진 않군.”



루시우스가 질색하며 고개를 저었고 세베루스의 눈에 깊은 경멸이 서렸다. 그러든 말든 시리우스는 불량한 자세로 소파에 기댄 채 그들을 비웃었다.



“이거 니 아들이 채운 거거든?”


“…뭐?”


”무슨….“


”허?”



시리우스는 셋의 반응을 무시하며 손을 휘적였다. 주제를 넘기자는 손짓이었다. 그도 드레이코와 함께한 깜찍쁘띠샤방방패션쇼를 이야기로 풀고 싶진 않았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너흰 드레이코에 대해 얼마나 아냐.”


“부모로서 알만큼을 알지. 근데 자네가 언제부터 내 아들을 이름으로 불렀지?”


“그러게. 시리우스 네가 조카를 그렇게 챙기는 줄은 몰랐는걸.”



시리우스는 그런 둘을 향해 비웃음으로 답해줬다.



“걔가 밤마다 악몽 꾸는 건 알고?”


“잠깐, 드레이코가 악몽을 꾼다고?”


“악몽을 꿀 때마다 누구한테 쫓기듯 구는 건?”


“뭐?”


“악몽을 꾸고 나면 왼팔을 붙잡고 한참 동안 떠는 건?”


“잠깐!”


“그 애가 어둠의 마법에 당해서 기억이 없다는 것도 알아?”



쏘아붙이듯 뱉어진 시리우스의 말에 방 안은 정적으로 물들었다.



“그걸… 어떻게 믿지?”



루시우스는 여전히 오만한 표정이었으나 평소와 달리 불안으로 눈이 떨리고 있었다. 나시사는 시리우스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확실치 않음에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덤블도어가 그 아이와 관련 깊은 모두를 불렀다는 건 저치의 말이 사실인 거군요.”



세베루스의 낮은 음성에 나시사가 입을 틀어막았다. 어둠의 마법? 그런 걸 왜 제 아들이 당했다는 말인가. 나시사는 제발 부정해 달라는 듯 세베루스를 보았다.


이 자리에 있는 이 중 어둠의 마법에 가장 통달한 건 세베루스일 것이다. 그만큼 세베루스는 시리우스의 방금 말이 현실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설마 말포이의 아들을 대놓고 건드리는 놈이 있을 줄은 몰랐지만. 아주 교묘히 건드렸으니 지금껏 부모도, 대부도 몰랐던 거겠지.



“글쎄. 사실인지는 나도 모르겠으나, 가능성이 높아서 자네들을 불렀네. 시리우스, 나에게 말했던 것처럼 자세히 얘기해주게.”


“난 드레이코가 삼 학년이 되기 전 방학 때 만나서 며칠 전까지 계속 같이 있었어. 그 탓에 그 애의 일상을 지켜보게 됐고, 이상한 점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지.”


“그럴 리가. 드레이코의 주변 인물은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 받는데?”


“아무튼.”


“왜 말을 돌리지?”


“아, 말 좀 끊지 마! 네가 드레이코에 대해 나보다 잘 알아?! 난 걔 잠옷 취향까지 다 알아!”


“…왜? 아니. 왜 내 아들의 잠옷 취향을 아는 거지?”


“엄….”


“여보, 지금 중요한 건 드레이코 상태잖아요. 시리우스 네가 내 아들의 잠옷 취향까지 아는 변태지만 일단 얘기나 해보렴. 변명은 나중에 들어줄 테니. 변명이 형편없다면 아즈카반에 보내버리겠지만.”



나시사는 정말로 까딱하면 그를 다시 아즈카반으로 보내버리겠다는 듯 매섭게 눈을 치켜떴다. 싸늘함이 가득한 그 눈이 어찌나 매서운지 루시우스마저 제 아내의 기에 눌려 입을 다물었다.


세베루스는 한심스러운 시리우스의 행태에 입을 불만스레 씰룩였다. 역겨운 자식한테서 제 대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짜증 나는데 말은 제대로 안 하고 자꾸 딴 길로 새고 있었다.



“걔가 너희 피해서 별장에 계속 있었던 것도 그 이유일 거야. 밤마다 악몽에 심하게 시달렸거든. 들어보니까 몇 년 된 것 같던데.”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이….”


“그나마 다른 사람이랑 같이 자면 온기 탓에 괜찮은 것 같더라.”



시리우스의 덧붙인 말에 루시우스가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 장갑 낀 손이 주먹을 쥐며 가죽이 말리는 소리가 들렸다.


생각해 보니 드레이코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말포이 부부에게 같이 자달라 요청한 게 늘었었다.


원래는 의젓한 척 혼자 자는 애가 그러길래 귀여운 어리광으로 넘겼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악몽에 시달리다 끝내 못 참고 도움을 요청한 거였다면?


귀족은 감정을 억누르고 표현을 절제해야 한다. 감정보다 이성을 따르며 냉철하게 행동해야 한다. 이건 말포이의 귀한 아이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루시우스와 나시사는 드레이코가 아주 어릴 때부터 이 이론을 주입했었다. 언제나 감정을 숨기고, 약점을 들키지 마라. 들키는 순간 너의 약점은 순식간에 난도질당할 것이다.


그렇다고 제 부모에게까지 숨기라는 건 아니었는데.


말포이 부부의 얼굴에 씌워졌던 가면은 금이 가다 못해 처참히 깨져 여린 속살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한테 직접 얘기한 적 있어. 자기 기억이 이상하다고, 어딘가 잘라내 억지로 붙여놓은 것 같다고.”



시리우스는 언제나 오만하던 이들이 무너진 모습을 보며 씁쓸하게 말했다. 드레이코를 볼 때마다 부모를 만나면 한 소리 해 줄 작정이었는데, 막상 저런 모습을 보니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어둠의 마법…. 내 아들이 왜 그런.“



나시사의 입에서 흐느낌에 가까운 음성이 뱉어졌다. 말포이 부부가 혼란에 잠긴 사이, 세베루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일 학년 때부터 대자라는 이유로 다른 학생에 비해 제법 관심을 주었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특이점을 찾아야 했다. 언제부터 문제였을까. 그가 놓친 게 무엇일까.



”드레이코가, 오클러먼시를 배운 적 있습니까?“


”아니. 아직 가르친 적 없네….”


“일 학년 때 드레이코에게 레질리먼시를 시도한 적 있었습니다. 자꾸 밤마다 소망의 거울에 가려 해서 이유를 알려는 목적이었고요. 그때… 이상하게 기억이 끊겨서 읽히더군요.”



스네이프가 덤블도어를 보았다. 그의 생각대로라면 덤블도어는 수상해서라도 드레이코에게 레질리먼시를 걸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치 누군가 정신을 헤집은 경험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세베루스의 말에 나시사는 사형선고라도 받은 것처럼 몸을 수그리고 흐느꼈다. 마른 몸이 작게 떨리자 루시우스가 서글픈 얼굴로 나시사를 감싸 안았다.



“9살. 그래, 9살부터일 거예요. 그 아이가 유독 달라진 건. 아, 내가 왜 못 알아차렸지? 디키 그 어린애가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 잘못도 있소, 여보. 아버지가 되어서 그 애에게 벌어진 일도 모르고.”


“드레이코는 분명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었어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울기도 하고. 그런데 어느 때부터 다치면 그냥 숨기고, 서재에 있는 어둠의 마법은 닥치는 대로 읽고.”



나시사의 고운 얼굴이 슬픔과 절망, 죄책감으로 얼룩져 구겨졌다. 눈에서는 끊임없이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루시우스는 손수건을 꺼내 나시사의 눈물진 눈가를 닦아주었다.



“사교 파티도 그랬어요. 원래는 친구들을 만난다고 파티를 좋아하더니 9살 때부터 꺼리는 게 보였어요.“



문제를 찾기 시작하니 나시사의 머릿속에선 끊임없이 단서가 쏟아져 나왔다. 루시우스가 모르는 일들도 가득했다. 언제나 드레이코를 돌봐온 나시사만이 찾을 수 있는 일들이 많았다.



”몸이 약했던 것도 설마…!“


”확실히 그 전엔 평범했군요. 갑자기 몸이 허약해져서 약을 꾸준히 먹어야 했고요.“



루시우스의 경악 어린 탄식에 세베루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레이코는 1, 2학년 당시 몸이 허약해서 병동 단골이기도 했다. 피부가 민감해 폼프리 부인의 연고를 바를 때마다 힘들어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지금까지 그냥 넘겼던 부분들이 전부 이상해 보이기 시작했다.


드레이코는 왜 소망의 거울에 맴돌았을까. 바실리스크의 독도 정말 연구용일까? 아니면 누군가를 향한…. 아니, 이건 억측일 거다. 그럴 거다.


혼란스러운 침묵 속 교장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 아버지? 여긴 무슨 일이세요?“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의 주인공 드레이코였다. 교장실 안에 있는 예상치 못한 인물들 탓인지 드레이코는 당황한 낯이었으나 그것도 금방 감춰졌다. 나시사가 가르친 만큼 능숙한 포커페이스였다.


나시사는 제가 가르친 것을 그대로 행하는 드레이코의 모습에 더 서러워져 손수건으로 눈가를 가렸다.


드레이코는 울고 있는 나시사, 금방이라도 울듯 일그러진 얼굴의 루시우스, 죄책감으로 가득한 세베루스, 개 목걸이 차고 있는 시리우스 등의 모습에 당황했다.



‘아니 이게 뭔 일인데….‘



드레이코는 제게 쏟아지는 복합적인 시선들 사이에서 애매하게 웃었다.



‘시리우스 저 놈은 왜 아직도 개 목걸이를 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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