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그렌라간에서 한번 인용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덕언니는 죽었어 더는 없어. 하지만 내 등에 이 가슴에 하나가 되어 살아가.

하늘이 막는다면 하늘까지 뚫고, 사람이 막는다면 그조차도 부수고서

나 혼자 이기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이기는 것이다.

그 언니는 이 세상에 없지만 그래도 내게 혼을 이식하고 갔다.

나는 그 의지를 잇겠지만 그 의지마저 돌파하겠다!]

 

 

2017년 봄이 올 무렵.

서서히 사람들은 지치기 시작했다.

과연 ‘그 사람’이 내려올지도 관건이었고, 이른바 태극기부대 사람들이 더욱더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대통령님, 계엄령을 내려주세요!]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엄청난 공포와 경악을 몰고 올 한마디였다. 만약 나이든 사람들 원하는 대로 계엄령이 내려졌다 치자, 그러면 거기에 나간 자신의 자식이나 손자들이 거기서 죽어간다면 어떨 것인가?

거기서 나는 한 가지 단편 이야기 소재가 떠올랐다. [시위대의 김씨 할아버지]

내용은 이랬다. 시위대의 김씨 할아버지가 계엄령을 원한다고 외쳐댔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되긴 했으나!

 

[국군 만세! 국군 만세!]

 

총부리는 할아버지의 아들과 손자를 닥치는 대로 쏘아댄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본 할아버지는 군인들을 향해 외쳤다.

 

[아니, 이놈들아! 빨갱이 쓸으라고 했더니 내 자식, 내 손주 쏴버리면 어떡하냐!]

 

그러나 무심한 총부리는 할아버지 마저 쏴버리고 말았다는 그런 내용이 생각난 것이었다.

 

그리고 더 엄청난 공포와 경악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으니!

사람들이 겨울철 내내 촛불시위를 이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그것을 받아들여 대통령을 탄핵할지 의견을 모으고 있었다. 그런데 그 대통령을 옹호한다면 지지하는 당에서 결코 의원투표 탄핵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탐욕에 가득차있기 때문에 안되는 카드다 싶으면 지키지 않고 그대로 내쳐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그 대통령은 장기말이 된 격이었다.

의원투표를 할 때 반대인원이 소수였고 거의 대부분이 찬성의견으로 탄핵 결정이 났을 때 내 예상이 맞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사람들은 자신만의 탐욕을 갖고 있어’

 

그래서 일부 지지의원들이 탈당하고 그 대통령을 지지하는 당을 만들었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태극기 집회를 열고 있으나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인생들이다.

 

어쨌든, 의원투표로 1차 탄핵을 당한 그 대통령은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는 말 그대로 ‘굴욕’을 겪었다. 그런데 정지 안시키면 또 누군가의 입을 빌려 좌지우지 할수도 있는 일이었기에 어쩔수 없었다.

하지만 범이 가고 여우가 온다고 했던가? 그 대통령이 가고 나니 법무부 장관이 직권을 대행한답시고 그 자리를 차지 했다. 내가 은근히 관상을 잘 보는데 그 사람 눈에 [고집불통]이라고 적혀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그 장관에 대해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보니 이거 이러다가 성소수자들이 큰일나게 생긴 것이었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성소수자들을 바라보는 시선때문이었다.

너무나도 뼛속깊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보니 성소수자 보는 눈이 세모꼴에 도끼눈이었던지라 성소수자에 대한 발언들이 너무나도 내 눈에 독이 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이 대행권한 자리에 앉는다는 소식에 큰일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은 것이었다.

 

‘큰일이다. 만약 거기가 권력을 잡게 되면 분명 뭔가 일이 나도 큰 일이 날텐데...’

 

그래서 나는 별일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또 바랬다. 진짜, 원덕언니 한테도 빌기도 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하늘이 도운건지 계엄령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었다. 마치 짜여진 각본과도 같았다.

그 사람이 대행권한에 있었을 적에 일이었다. 어떤 여자 국회의원이 난데없이 [계엄령 내리지 마라!]라며 어떤 문건을 들고 나온 것이었다. 사람들은 무슨 말도안되는 소리냐고, 분란일으키지 말라고 나섰다.

하지만 알고보니 정말로 계엄령을 계획하고 있었고, 어느 부대는 어디위치에, 전차는 어디에 배치할지 다 나와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국회의원들이 군 부대에 찾아가기도 했고, 혹시라도 계엄령이나 쿠데타 등을 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었다.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나서 경악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 대행권한은 “어디서 뭔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으나 그것은 날조다. 무슨 계엄령이냐!”라고 변명했지만, 이것을 쓰는 지금도 계엄령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일이 종종 있으니 말이다. 아직 그 사건에 대해 밝혀진 것이 없고, 진범도 잡히지 않았으니 말이다.

계획했던 군인이 미국으로 넘어갔다고 하는데 아직도 안잡혔으니, 어쩌면 토사구팽마냥 삶겨진 사냥개가 된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

 

게다가 그 권한대행에 대해 조금 걱정이 컸던 것이, 옛날 다른 대통령처럼 쿠데타를 일으켜서 자신이 권한대행이 아닌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정도는 아닌게, 사람들 눈이 있어서 안한건지 아니면 정말로 하늘이 도와서 그렇게 된게 아닌가도 싶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갈 무렵이었다. 정말로 사람들은 지치기 시작했고, 남은 사람들은 이제 판결을 기다릴 뿐이었다.

당시, 1차탄핵때 직무정지를 당했고, 그 다음에 남은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만약 판결에서 만장일치로 찬성이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고, 만약 3명정도가 반대하면 다시 하게 될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리고 3월, 운명의 날이 찾아왔다.

그날 많은 사람들이 숨죽이며 기다렸다.

일반 시민들, 그리고 대통령의 지지자들.

 

헌법재판소에 여러 재판장들이 둘러 앉는다.

그리고 재판소장이 낭독하는 판결문의 주문.

 

[대통령을 파면한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지지자들의 탄식이 뒤 섞였다.

(이때 지지자들 끼리 서로 난동 부리다가 몇 죽었다고 한다)

나는?

원덕언니의 복수가 어느정도는 이뤄졌다고 생각은 했으나 그리 드라마틱 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허무했다. 그런데 허무하다기 보다는 운이 좋은 거겠지.

그것이야 말로 원덕언니가 바랬던 것일지도 모르니까.

피 흘리는 복수보다는 그래도 피를 덜 흘리는 복수가 그나마 나으니까.


실은 그때, 회사에서 조금 울긴 했다. 근데 누가 보면 내가 태극기인줄 알겠지만....

그래도 내가 거기 물러나서 슬프다기 보단 원덕언니의 원한이 풀린것에 대한 눈물이었으니까.

 

그렇게 촛불시위는 매우 평화로웠다는 역사적인 기록을 남기고 끝나게 되었다.

이후, 그 대통령은 수감번호 503으로 재탄생되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그 대통령을 풀어달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논란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평화시위가 그냥 평화시위라고만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은 정말로 천운이 뒤따라야지 성공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례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 점을 빌어 그 언니에게 감사드릴 따름이다. 

 

 

작가후기

그렇게 그 사람이 503호로 재탄생되었습니다.

다시없을 [통쾌한] 순간이었죠.

그 언니의 복수가.... 나름 이뤄지긴 했으나 솔직히 말하자면 인생사 참 허무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언젠가 3부를 쓸지는 모르겠으나, 그 복수가 덜 이뤄져서 이른바 [검은태양]이라는 상황에 까지 이른다고 해야 할것 같습니다.

미리 3부 예고를 하자면, 이른바 [검은태양]이라는 제목으로 현 시점에서 쓰게 될것 같습니다.


다음시간에는

9편 아무도 기다리지 않던 영웅 편이 이어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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