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식훈육] 천사는 욕심이 많다. 의 에필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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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건의 발단은, 이 한마디로부터 시작되었다.

 

“천사 날개 이쁘지 않니.”

 

이 무슨 자다 봉창 두들기는 소리람. 성재는 황당한 표정으로 일훈을 바라봤지만, 일훈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갖고 싶어.”

“안됩니다.”

 

성재는 일훈의 말을 예상이라도 한 듯,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 왜.”

“당신이 아무리 박물관에 불을 질러 고가의 보석을 빼 오는 게 가능한 악마라지만, 천계만큼은 건들지 말아주세요. 골치 아파집니다.”

“그거도 안 걸리면 마찬가지잖아.”

“그게 가능할 것 같습니까?”

“아주 불가능도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일훈이 손바닥을 펼치자 낡은 종이 한 장이 그 위에 둥둥 떠다녔다. 성재가 궁금증이 어린 눈으로 바라보자, 그 종이가 허공을 가르고 성재의 앞에 안착했다. 그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천사를 타락 시켜라.

악마의 피를 마시게 하고

천사임을 잊은 최후의 순간에

그 십자가를 빼앗아라.」

 

“이게 뭡니까?”

 

성재의 물음에 일훈은 그저 씨익 웃어 보였다. 성재는 저 표정을 알고 있다. 무언갈 저지르기 직전의 특유의 짓궂은 표정이다. 성재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종이와 일훈을 번갈아 보았다.

 

“이런 건 또 어디서…….”

“다 방법이 있지. 너무 깊게 알려고는 하지 마.”

“...하아. 이미 다 짜인 각본이었네요.”

“그래서, 협력자가 필요한데,”

“안녕히 계십시오.”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서둘러 자리를 뜨려는 성재의 앞에 일훈이 불쑥 나타났다. 성재는 곤란한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고, 일훈은 그만큼 거리를 좁혀 다가갔다.

 

“성재야.”

“갑자기 이름으로 부르지 마세요.”

“성재야.”

“당신이 인간계에 저지른 일 뒤처리도 힘듭니다.”

“성재야.”

“하물며 천상계는…….”

“내가 사랑하는 성재야.”

“…….”

“도와줄 거지? 언제나처럼.”

 

성재의 넥카라를 은근슬쩍 만지며 생글생글 웃는 일훈. 같은 악마까지 홀려버리는 매력에 굴복해버린 성재는 빨개진 얼굴로 마른세수를 벅벅 했다. 너무 가깝게 다가온 일훈을 살짝 밀어내자 쉽게 밀려났다. 만족한 표정을 지은 일훈은 그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말을 이었다.

 

“필요한 것들은 다 준비되어있어.”

“…말려도 소용없습니까?”

“응.”

“하아……. 그럼 계획이라도 들어봅시다.”

 

방긋 웃으며 설명을 시작한 일훈의 계획은 이러했다.

가장 최근,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인간계로 내려간 천사 하나를 타락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본인의 기억까지 지워 철저하게 행할 것이라고. 아주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타락을 시키고, 의지할 사람이 본인밖에 없어질 때 피를 마시게 한다. 마지막으로 천사의 표식인 십자가를 빼앗는다. 전체적인 흐름은 이러했다.

 

“제 역할은?”

“일단, 인간계에 내려가면 내 악마의 기억을 봉인해줘. 넌 나의……. 소꿉친구 정도면 되려나. 옆에 있어 주면서 내 보좌를 해주면 돼.”

 

보좌 정도야, 지금도 계속해왔던 일이니 어려울 건 없다. 성재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제일 중요한 거. 중간에 내 기억을 되돌리는 타이밍인데, 이것도 너의 판단에 맡길게. 잘 할 수 있지?”

“……제가 도망가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요.”

“널 믿어.”

“…미리 말씀드리지만, 잘못되기라도 하면 전 바로 발 뺍니다.”

 

신빙성이 없는 성재의 말에 일훈은 그저 미소 지었다. 도대체 뭘 보고 저렇게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는 거지. 그게 그의 매력이긴 하지만. 일훈은 작게 돋아난 뿔과 까만 꼬리를 감추고 큰 원형 거울 앞에 섰다.

 

자, 그럼 가볼까?

 

 

 

 

 

***

 

 



 

성재의 기록 


 


나와 일훈은 아주 어린 몸으로 돌아갔다. 이렇게까지 어릴 필요가 있나 했지만, 어떠한 균열도 있으면 안 된다며 일훈이 단호하게 말하는 바람에 성인의 두뇌로 유아시절을 보내야 했다. 더불어 육아까지. 다사다난한 날이었고 다시 마계로 돌아가고 싶었던 날도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발을 빼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원래 그 천사, 임현식의 인생은, 솔로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리며 사람들에게 치유의 음악을 전달하는, 천사의 사명을 다 할 거물이 될 운명이었다. 그러나 그 인생에 정일훈이라는 악마가 개입하게 되며 어떻게 변할는지.

 

일훈의 기억을 되돌린 날은, 일훈의 눈이 제물로 바쳐진 날이었다. 악마의 기억을 지우고 선한 마음만 남아있던 일훈의 행동은 예측불허였고, 혹시나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선택을 할까 무서웠다. 그렇게 목소리까지 일훈의 가치를 나타낼 수 있는 대부분을 잃었을 때, 일훈의 기억은 완전히 돌아왔다.

 

그 시점부터, 무대는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현식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했다. 자책은 천사가 타락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감정이었고 일훈은 그를 알고 있었다. 물론 일훈은 죽은 적도 없다. 그러나 나의 열혈한 눈물연기로 현식의 마음은 점점 검게 물들었고, 매 꿈에 일훈이 나타나도록 조작했다. 더, 더한 절망감을 안겨주기 위해.

 

그들의 노래는, 더 이상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심장에 완전한 어둠이 가라앉았을 때 그와 일훈은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졌다. 그것은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사람이 가장 현실과 허상을 구분하기 힘들 때, 술에 떡이 되도록 취한 날을 골라 담판을 지었다. 일훈의 피를 마신 현식은, 천사의 엠블럼인 십자가를 빼앗기고 지옥이라 불리는 마계로 끌려갔다. 마지막까지 일훈을 부르며 사랑한다 말한 그 천사. 하하. 그저 놀이에 필요한 도구였을 뿐인데. 바보 같기는.

 

그 이후로 현식의 종적은 찾을 수 없었다. 완전 소멸 한 것인지, 악마로 재탄생한 것인지.

 

여기까지가 호기심이 많은 악마가 꾸민 모든 연기의 서막, 중막 그리고 종막이다.

 

마지막으로, 해피엔딩을 기대한 관객에겐, 격한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미카엘츠바사, 줄여서 미쯔입니다. 쓰고싶은 걸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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