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리.”

“냐버지?”

리리는 저 멀리 유성을 쫒던 눈동자를 천천히 끌어내렸다. 모든 것이 얼어붙어버린 커르다스의 언덕. 언덕마루의 큰바위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면, 마치 별빛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 같다고 하여 리리가 별파도 언덕이라 이름붙인 그 언덕에, 여느 때와 같이 그녀가 앉아있었다. 리요하임은 리리를 부르고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냐버지, 방금 별똥별이 떨어졌어.”

“리.”

“원래 이 시갼에는 댤 옆에 별자리갸 보여야하는데 구름이 꼈는지 보이지 않냥.”

“리.”

“냐버지, 세상에는 샤람을 지켜주는 별인 수호성을 갖고 있는 샤람과, 수호성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대. 수호성은 샤람햔테 냐쁜 일이 일어냐지 않게 지켜주댜가 그 샤람이 죽으면 별똥별이 되어 떨어진다고 했어. 근데….”

리요하임은 리리의 말을 끊고 리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리.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싫어.”

리리는 듣기 싫다는 듯 리요하임에게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커르댜스를 떠냐자고 말햐려는 거지? 싫어.”

“리야. 그렇지만 커르다스는 이제 우리가 살기가 너무 힘든 땅이 되어버렸단다. 친구들도 다 좋은 땅을 찾아 떠나버렸잖니. 그리다니아의 Y(야)족에서 머물러도 좋다고 하더구나. 그리다니아가 있는 검은장막 숲에는 사냥할 것도 많고 물고기도 아주 많….”

“냐버지.”

리리는 눈꺼풀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투명한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리요하임의 얼굴과 그 너머의 하얀 설원을 비추고 있었다.

“냐버지, 냐는 녀기가 좋아. 냐버지. 녀기서 가만히 뉴워서 햐늘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에서 냐 혼자 냠겨진 것 같은 기분이 되어버녀. 그치먄 그게 외롭댜거냐 쓸쓸햔 게 아냥. 별빛의 퍄도 속에서 냐도 같이 별빛이 되어 검은 바댜를 헤엄치는 기분이냐.”

어린 리리의 말에 리요하임은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조금 배고퍄도 괜찮냐. 난 녀기가 좋아.”

리리가 리요하임을 보며 말했다. 리요하임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리리의 어깨에 숄을 둘러주었다.

“어서 들어가자꾸나. 어머니가 걱정하신다.”

“냥!”

 

 

 

3

 

 

“왜 이리 늦게 들어오니? 가족들이 걱정했잖니?”

“히히. 미안해, 엄먕.”

“리, 엄마가 냥 발음 고쳐서 말해야 된다구 몇 번이나 말했니. 올바른 에오르제아 공용어를 쓰지 않으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어!”

“그치먄, 어렵댜구!”

리루미나는 실실거리는 딸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리루미나는 보글보글 끓고 있는 냄비를 식탁에 올려놓았다. 그리곤 리루미나를 올려다보는 둘째를 안아들었다.

“네 언니는 누굴 닮아서 저렇게 말을 안 듣는다니? 일찍 들어오래도 안 듣고, 발음 고치라니까 연습할 생각도 안하고. 그치, 우리 슈아?”

아직 네 발로 바닥을 걸어다니던 어린 리슈아는 리루미나의 품에서 “냐웅!”하구 기쁜 듯이 외쳤다. 리루미나는 리슈아를 의자에 앉히고는 옆 자리에 앉았다. 리리는 볼을 푸풀리며 리루미나를 바라보았다.

“아빠 말씀은 들었니?”

“들었어. 안 갈거냥.”

리루미나는 리리를 응시했다.

“친구들도 모두 떠났는데도?”

“냥. 여기갸 좋아.”

“커르다스는 이제 미코테가 살기 힘든 땅으로 변해버렸어.”

“지금 쟐 살고 있잖냥.”

“…아빠가 먹거리 구해오느라 늦게 돌아오시는 걸 보고도 그런 소릴 하니.”

리루미나의 말에 리리는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얼른 앉아서 저녁 먹으렴.”

“냥.”

리루미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접시에서 커르다스 당근 스튜를 퍼서 리슈아의 입안에 넣어주었다. 리슈아는 입 주변에 잔뜩 스튜를 묻히곤 쩝쩝거렸다. 리슈아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곤 리루미나를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열었다.

“먀먀. 우리는 언제 고기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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