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프리랜서 인터뷰어 글쎄, 미란이에요. 

6월 24일~7월 15일까지 4주간 진행한 프로그램을 무사히 마쳤어요. 기획 및 진행 제안을 받은 날로부터 현재까지 돌아보며 후기를 작성해봤어요.





5월

9일(일) 뉴그라운드로부터 시즌2 프로그램 제안

11일(화) 시즌2 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 수락



시즌2 프로그램 진행에 앞서 뉴그라운드 시즌1 <내 일 전문가가 되는 일-기록 : 프리랜서>에 참여했다. 다양한 분야, 연차의 프리랜서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체력관리 하며 일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더욱이 각자 다른 일을 하면서도 고민의 교집합을 발견할 때면 경험을 기꺼이 끄집어내 공감하고 격려하고 응원하고 조언을 냈다. 그 8주간의 기억이, 기록이 나를 단단히 붙잡아주는 지지대라고 느꼈고, 뉴그라운드라는 판을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여기까지는 프로그램 참여자로서의 감상이다. 


프로그램을 마치기 2주 전쯤 시즌2 프로그램 진행자로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처음 연락을 받고서 잘못 받았나? 싶을 정도로 깜짝 놀랐고, 내용을 거듭 확인하며 내가 과연 함께 해도 될 깜냥인가, 내 어떤 역량이 뉴그라운드에 도움이 되나, 아니 그 전에 그런 역량이 뭐가 있지? 하는 의문에 스스로 답을 내려야 했다. 그때 도움이 된 건 친구의 말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굳힌 뒤에는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지가 중요했다. 잘하고 싶고 재미있고 지금도 하고 있는 건 아무래도 '인터뷰'였고, 뉴그라운드에서도 내가 연재하는 무소속 여성 인터뷰 프로젝트 <FIND YOU BEYOND THE QUESTION>를 좋게 봐주셔서 이 키워드로 가져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때 한 번 더 막혔다. 현실적으로 내가 직접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은 불가능했으므로 인터뷰 방식을 알려주는 쪽이 나에게도 적당했다. 시간과 체력을 분배할 수 있으면서도 해보지 않은 영역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내심 이건 그냥 스터디나 정보를 알려주는 무료 프로그램이 아니라 강의 형식을 일정 정도 담은 유료 프로그램인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두려움이 자리했다. 한 가지 명확한 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고, 해보면서 맞는지 안 맞는지 알아간다는 점이었다. 그게 당시 내게 용기를 내게 했다.







5월

13일(목) 프로그램 기획안, 소개 페이지 작성

14일(금) 시즌2 프로그램 오픈!

21일(금) 모집 현황 공유



타이틀은 내게 힘을 준 친구의 아이디어에 힘입었다. <한 발짝 곁에 서는 인터뷰>. 짓고 나서 어찌나 마음에 드는지 계속 읊조리며 좋아했다. 다행히 뉴그라운드의 반응도 좋아서 안심됐다. 4주 꽉꽉 채워 기획하면서 첫 주를 제외하면 매회 과제가 있어 부담스럽지 않을까, 과연 따라올 수 있을까, 내가 어떻게 그 역할을 해야 할까 등의 고민이 시작됐다. 서점에서 독서모임을 진행할 때는 책을 읽지 않고 모임에 오게끔 하는 것으로 문턱을 낮췄고 그 점이 아주 유용했는데, 여기서는 좀 달라야 한다고 여겼다. 오히려 인터뷰라는 하나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이 프로그램의 효용이 있기 때문에 분량이 어떻건 인터뷰 과정을 꼭 경험하게끔 펼치고 싶었다. 결과물을 원했다기보다는 그 과정을 익혀야 어떤 콘텐츠로든 만들어낼 토대가 만들어질 거라 생각했다. 그러니 60분으로 줄이고 싶지만 아무리 적게 잡아도 90분이어야 했다. 시간도 시작과 마치는 시간이 적당해야 하니 저녁 8시로. 줌으로 진행하는 게 아주 다행이었다. 


소개 페이지를 작성할 때 가장 공들였다. 프로그램이 매력적으로 보이길, 이미 접해본 콘텐츠가 하나쯤은 있길, '여성'이라는 키워드에 방점이 찍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본격적인 내용은 모임 때 설명하면 되니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중요했다(!). 인터뷰하면서, 인터뷰를 읽으면서 자주 떠올리곤 하는 키워드인 '사랑'을 메인으로 쥐었다가 '존경'이란 키워드를 덧붙였다. 트위터에서 접한 글이 큰 영향을 줬다. 그러니 뭔가 부족했던 공간이 메워지는 듯했다. 그래, 사랑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은 존경이었다. 소개글을 다 작성한 뒤에 뉴그라운드의 피드백을 받아 수정을 거쳤고, 다음 날 바로 프로그램이 오픈됐다. 


ⓒ 인터뷰어 미란





6월

24일(목) 1회차 / 함께 할 동료들과 첫인사를 나누고, 인터뷰의 쓸모와 진행 방법을 알려드리고, 참여하는 목적을 공유합니다. 


7월

1일(목) 2회차 / 1회차에 안내한 과제를 해온 후, 첫 인터뷰로 알게 된 점과 흥미로운 점을 공유합니다. 동료, 강사의 피드백으로 강점을 발견합니다.

8일(목) 3회차 / 녹취록을 작성하며 어려웠던 부분, 궁금한 점을 공유하며 인터뷰 방향을 다듬어봅니다.

15일(목) 4회차 / 최종 인터뷰를 보며 상대(인터뷰이)와 나(인터뷰어)에 관해 알게 된 점, 이 이야기로 주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싶은지 나눕니다. 공개한다면 어떤 플랫폼을 이용할지 고민해봅니다.



운 좋게 8명 정원이 다 찬 상태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애초에 마음을 비운 부분은 전원 참석이다. 그건 정말 희박한 타이밍의 영역이므로 큰 욕심을 부리거나 마음쓰지 않았다. 그게 4주차까지 마무리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믿는다. 다만 1주차부터 힘을 너무 줘서 장표를 만들다 보니 3주차에 다다랐을 땐 지쳐가는 내가 보였다. 사실 여기엔 모임 후속 조치인 장표, 영상 공유가 보태진 게 영향을 미쳤다. 참여자 분들의 요구 및 동의도 있었고, 불참하신 분들까지 같이 챙기려는 마음이 몸을 버겁게 만들었다. 그래도 해보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했을 때 어떤 상태에 이르는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 어떤 패턴으로 준비하고 임하는지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또 세세한 부분을 신경쓰는 게 딱히 눈에 보이지도 않고 의미가 없어 보일지 몰라도 참여자 분들만큼은 그걸 느끼리라 여기면서 게을리 하지 않으려 애썼다. 


사실 온라인 모임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건 굉장한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간단한 형식의 독서모임을 진행할 때도 그랬는데, 틀이 보다 탄탄히 갖춰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더 그럴 터. 그래선지 모임이 있는 날은 체력 비축 및 집중을 위해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았다. 낮에 뭔가를 먹은 뒤 곧장 컴퓨터 앞에 앉아 장표를 마지막으로 수정하고, 참여자 분들의 구글문서에 피드백을 달고, 모임 시뮬레이션을 하고, 잠시 쉬면서 옷을 갖춰입은 뒤 모임 시작하는 일과를 4주간 지속했다. 줌이라서 다행이기도, 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했다. 당장의 내 상황(무소속, 프리랜서)에 딱 맞는 방식 말이다.


그래도 고민되는 지점은 내가 전달하는 정보량이 많아서 매회차 숙지하는 것만으로 버거울 텐데, 과제 부담을 덜기 위해 만들 만한 장치가 없을까? 하는 거였다. 나중에는 나름의 방법을 찾겠지만 이번 모임에서는 그런 방법을 대체한 게 Q&A 시간과 피드백이었다. 나는 가급적 그 과정을 꼼꼼히 보고서 진행해나갈 수 있게끔 가이드를 제시하고, 참여자 분들은 잘게 쪼갠 단계를 얕게나마 경험해보면서 본인의 관심과 역량을, 스타일을 알아가는 것이 프로그램의 주된 목적이니까. 


4주차를 앞두고서 제일 고심한 건 결과물을 확인하는 일보다, 이 프로그램이 저마다에게 남긴 것을 점검하는 일이었다. 모임 이후에 따로 피드백 폼을 마련해 답변을 들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모두의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흐르지 않나. 부담은 최소한이어야 했다. 그래서 인터뷰 기획-섭외-대화-기록-콘텐츠 제작 영역에서 마지막으로 점검해야 하는 부분만 보완하는 내용에 시간을 짧게 할당하고 후기 듣는 시간을 대부분으로 채웠다. 예상처럼 이런 시간을 만들어둔 건 아주 탁월했다. 막연히 콘텐츠로 접할 수밖에 없는 인터뷰를 인터뷰어의 입장에서 사전 준비(35)-인터뷰 진행(15)-기록(50)의 비중으로 전달했기에, 정보/나(인터뷰어)/가까운 여성(인터뷰이)을 어떻게 대하고 받아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 






*프로그램 참여자의 허락을 구해 공개 또는 블러처리했어요.



7월

21일(수) 뉴그라운드 시즌2 리더 모임



마지막으로 어제 뉴그라운드 시즌2 리더 모임에서 ORID 기법으로 회고한 내용은 이렇다.


O 모임을 어덯게 리드했나요?

- 기존에 독서모임 하던 경험이 있어서 그걸 적재적소에 활용했어요. 장표로 모임 흐름을 만들어서 진행하되 1~2주는 강의 부분에 오랜 시간 할애하고, 3~4주는 강의도 있지만 참여자들의 Q&A나 이야기를 듣는 데 시간을 더 할애했어요. 


R 모임을 리드하며 가장 보람있고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장 어려운 순간은 언제였나요?

- 구글문서에 작성된 기획, 인터뷰 녹취, 초고를 보던 순간이요. 동시에 어려운 순간이기도 해요. 그걸 보고서 피드백을 남기는 일이 재밌기도 하면서 책임감도 느껴졌어요. 제 코멘트에 따라 방향이 바뀔 수도, 시야가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옳다/그르다, 좋다/싫다는 판단보다는 평소 제 강점이기도 한 좋은 쪽으로 발전시킬 구석을 더 말하고 그 부분에 집중했어요. 


I 나는 리더로서 무엇을 배웠나요? 스스로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면에서 그런가요?

- 스터디가 아닌 유료 프로그램으로 강의해보는 경험은 처음이었는데요. 게다가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내가 투자해야 할 부분과 준비해야 할 부분을 좀 더 엄격하게 보게 됐어요. (사전 준비를 잘하자!) 아쉬운 점은 매번 정보량이 많아서 참여자들이 따라오는 게 힘들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었어요. 이후에 그런 프로그램을 하게 된다면 보다 느슨하게 해보고 싶어요. 


D 다음에는 어떤 부분을 강화하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서 모임을 리드하고 싶나요?

- 정보량을 보다 컴팩트하게 줄이고, 매 회차 자료 공유하는 건 고민을 해보려고요. 


혼자 회고했다면 보완할 점만 눈에 보였을 테다. 다른 리더분들 덕분에 잘해온 부분, 과도하게 잘해온 부분, 조금은 템포를 늦춰도 괜찮은 부분, 참고하면 좋을 부분 등을 짚었다. 4주가 그리 긴 시간은 아닌데도 달라진 내 모습, 조금은 발전한 내 모습,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잘하는 모습을 발견해서 의미 있었다. 아마 다음 모임을 하게 된다면, 보완할 지점은 명확하겠다. 조금은 나를 챙기면서 진행하고 과도하게 애쓰지 말 것! 



무소속 여성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새로운 판을 짜주신 뉴그라운드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호기심과 믿음과 관심으로 프로그램을 신청해주신 8분에게 아주 많이 감사드립니다. 

구상하고 진행하신 인터뷰를 간절히 기다리는 독자가 여기 있다는 거 꼭 기억해주세요.

언젠가 어떠한 기회로든 또 뵙길 고대할게요. 계신 곳에서 건강하세요!





| 프로그램 리더인 미란은 어떤 사람이냐면요.


💜 질문 너머 당신을 발견하는 인터뷰어


인터뷰 하는 동안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되새기곤 해요. 비단 마주해서 대화나누는 순간에만 국한되지 않아요. 그 사람을 상상하며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지 고심하며 질문을 구성할 때부터, 만날 날과 장소를 정할 때, 만난 후 대화를 복기하며 곱씹고, 글 형태로 정리하는 순간까지를 포함하고 있죠.


저마다 다른 모양, 결, 색깔, 냄새와 나이테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고 고유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이 바로 인터뷰어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한 발짝 곁에 서는 인터뷰>에서는 어떻게 그 이야기를 듣고, 정제된 언어로 전달할지 다룰 예정이에요. 스킬에 앞서 어떤 마음과 태도로 인터뷰이를 대할 건지 고민하다 보면 내 삶에도 조금은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자리잡을 지도 모르죠.



뉴스엔 기자, 질문서점 인공위성 에디터로 일하며 다양한 이를 인터뷰해왔습니다. 질문, 대화, 기록이라는 키워드에 큰 흥미를 느끼며, 셋 모두를 품고 있는 인터뷰를 가장 좋아합니다. 본인이기 때문에 볼 수 없는 점을 제가 유리처럼 비춰줄 수 있을 때 성취감이 큽니다. '질문 너머의 당신을 알아간다'는 슬로건으로 무소속 여성 인터뷰 프로젝트 <FIND YOU BEYOND THE QUESTION>을 연재한 후, 이야깃거리가 있는 곳에서 소속 없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 무소속 여성 인터뷰 프로젝트 <FIND YOU BEYOND THE QUESTION>



애매하고 모호한 삶 사이를 헤집어 사람을 기록으로 남겨요. 프리랜서 인터뷰어 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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