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다급해... 쏘님 사랑해요. 늘 마찬가지로 퇴고 없는 짧은 글. 쓰고 싶던거 다 쑤셔 박은 잡탕ㅋㅋ





   거센 눈발을 해치고 두 사람은 설원을 내달렸다. 혹시나 뒤에 누군가 따라오지는 않을지, 그들이 쏜 총에 맞아 흰 눈밭을 붉게 물들이지 않을지 걱정하며 두 사람은 추위를 가르며 봄을 찾아 헤맸다.




 제국에서 도망쳐 나온지는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때도 겨울이었다. 살이 애는듯 추웠고, 피부를 때리는 눈발이 날카롭기만 했다. 그 때도, 조슈아는, 지금처럼 요한의 등을 보고 달렸었다. 등 뒤에서 들리는 군인들의 고함소리가, 화약이 폭발하는 그 향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이 조슈아에게 속삭였었다. 너희들이 머물곳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살아 숨 쉬는 한 영원히 떠돌것이라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약속했다. 우리의 손으로 제국을 버렸으니 그 곳에서 얻은 모든것을 두고 가자고. 그들의 명예도, 힘도, 모든것을 두고 떠나기로. 두 사람은 소리마저 집어 삼키는 눈 밭에 두 사람의 모든것을 버렸다. 아슬하게 버티고 선 검 위에 검은빛의 영대와 팬듈럼, 고독함과, 외로움을 모두 두고 떠났다.


 두 사람의 첫 보금자리는 집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낡고 허물어진 창고였다. 간신히 버티고 선 벽과 지붕은 이미 갈라지고 무너져 눈이 오면 얼어 죽을 것 처럼 추웠고, 비가 오면 안이 잠기기 일수였다. 봄에는 끊임없이 꽃잎이 날아 들어왔고 가을에는 낙엽이 쌓였으나, 조슈아는 작지만 행복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 해 겨울, 군인들이 들이닥쳤었다. 두 사람은 다시 눈을 가르고 달렸다. 아무것도 챙길 수 없었지만, 조슈아는 자신의 작고 옅은 행복만은 손에 쥐고 요한의 등을 따라갔다. 악에 받힌 고함과, 터져나오는 빛과, 그들이 쌓아 올렸던 모든 것들을 태우는 재가 그들의 뒤를 쫒아 왔지만 아무래도 괜찮았다. 그들은 다시 눈밭을 가로질렀다.


 그들은 계속해서 반복했다. 봄에는 터를 잡았고, 여름에는 사냥을 했으며, 가을에는 작은 텃밭을 수확했다. 겨울에는 가을에 모아둔 장작으로 벽난로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그 불이 타오르기 전에 도망쳤다.


 가진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그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병마와 싸우는 것이 되었다. 작은 상처도 곪아 터지면 몇날을 아팠고, 가벼운 감기도 곧 앓아 누울 병이 되었다. 두 사람은 갈루스의 군인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병과도 싸워야 했다.


 아마도 세번째 겨울에 요한이 총에 맞았었다. 눈밭위에 흩뿌려지는 붉은 핏자국이 너무나도 선명했다. 요한은 말했었다. 괜찮으니 돌아보지 말고 달리라고. 그는 봄이 지나도록 내내 아팠다. 덧난 상처에서는 계속해서 진물이 흘렀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날 또한 있었다. 조슈아는 밤마다 믿지도 않던 신에게 빌었다. 제발 요한이 죽지 않게 해 달라고. 제발, 그가 살아 있게만 해 달라고.


 다섯번째 겨울은 너무도 추웠다. 잔기침으로 시작한 잔병은 곧 질병이 되었다. 뜨거운 조슈아의 머리에 찬 수건을 갈아주던 요한의 표정은 여전히 건조했다. 상처로 가득한 요한의 손을 보던 조슈아는 다 쉬어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혼자 떠나라고. 나 때문에 시작한 겨울은 두고 홀로 떠나라고. 그 말을 들은 요한의 표정은... 너무 흐려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여섯번째 겨울에는 병사들이 집 안까지 들어왔었다. 여기까지라고 생각 했었다. 오년이면 꽤나 오래 버텼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닫힌 문 틈을 살피던 요한의 눈이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고민하던 요한은 조용히 말했다. 둘로 갈라지자. 조슈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요한이 조슈아의 양 팔을 단단히 붙들고 말했다. 여기까지 와서 끝을 낼 수는 없어. 다음에 가기로 한 마을에서 만나자. 바닷가가 보이는 그 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자. 조슈아는 고개를 끄덕이자 요한이 피식 웃고는 축축한 조슈아의 뺨을 벅벅 문질러 닦았다. 그리고 둘은 갈라졌다. 흰 눈밭 사이로 유독 진하게 보이는 요한은 불을 들고 달렸다. 검은 천을 펄럭이며 달리는 요한을 보던 조슈아는 뒤돌아 달렸다. 손에 들고 있던 행복이 어디로갔는지, 알 수 없었다.


 조슈아는 늘 그러했듯, 집을 구하고 봄을 기다렸다. 봄이 되었지만 요한은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슈아는 살아가야 했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 할 수는 없었다.




 그 해 겨울부터는 아무도 조슈아를 찾지 않았다. 처음으로 맞은 평화로운 겨울이었다. 소름끼치도록 조용한 눈밭을 조슈아는 걷고 걷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홀로 맞는 겨울은 처음이었다. 차라리, 같이 도망치는것이 더 좋았을지도 몰라.


 봄이 오자 조슈아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두 사람의 몫을 홀로 해야 하니 몇배는 더 움직여야만 했다.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바닷가를 돌았다. 근처를 산책하던 노부부가 혼자 왔냐 묻자, 조슈아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고 답했다. 애인이냐는 물음에 얼굴이 살짝 달아 올랐다. 그리고는 옅게 웃자 어서 오기 바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게,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 고개를 들었지만 귓가에는 총성과, 컴컴한 숲이 보이는 것 같았다. 캄캄한 숲을 가로지르며 뛰어 들어가는 작은 불빛이 점점 멀어졌다.


 겨울을 보낼 식량과 장작을 보던 조슈아는 흐뭇하게 웃었다. 이 정도면, 칭찬받아 마땅하다. 혼자서도 해 낼 수 있었다. 조슈아는 테이블에 앉아 타는 장작불을 보았다. 방 안은 따뜻했지만 이상하게도 추웠다.


 머그잔에 뜨거운 물을 받고 잔을 툭툭 치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창 밖은 이미 컴컴하게 물들어 있었다. 조슈아는 침착하게 겉옷과 가방을 챙겼다. 다시 한 번 노크소리가 들리자, 문 손잡이를 잡았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문을 열었다.








 " ... "


 " ... "


 " 메리 크리스마스. "


 " ...메리 크리스마스. "


 조슈아는 가방을 떨어뜨렸다. 어이없다는 표정의 요한이 가방을 들어 툭툭 털고는 건내줬으나 조슈아는 요한을 바라보기만 했다. 혹시, 내가 미쳐서 보고 싶은것을 보기만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멍청하게 서 있는 조슈아를 요한이 툭 치고 들어갔다. 들고 있던 가방과 짐을 내려 놓고는 바로 창고로 향했다. 한번 훑어 보고는 열심히 했네. 내일 나가서 나무만 좀 더,


 조슈아가 요한을 끌어 안았다. 다시는 못 보는 줄만 알았는데, 조슈아의 앞에 서 있었다. 요한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가 풀리더니 조슈아를 마주 안았다. 보고싶었어요. 조슈아가 요한을 조금 더 강하게 안았다. ... 글쎄, 별로? 요한이 웃었다. 잔에 담긴 물이 차갑게 식을 때 까지 두 사람은 서로를 안고 있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행복이 반짝이며 돌아왔다.






 




 " 조슈아씨, 옆에 그 사람은 누구? "


 " 아, 그때 기다린다는 사람이요. "


 " 아- 그 애인? "


 " ...네. 어제 돌아왔네요. "


 요한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는 조슈아를 바라보았다. 뻔뻔하기는. 옆구리를 쿡 찌르자 그제야 어색하게 웃는다. 애인같은 소리 하고 있네. 요한이 조슈아를 지나쳐갔다. 노부부는 두 사람을 보고는 쿡쿡 웃었다. 곧 봄이 올 것 같네요. 조슈아는 요한의 등을 따라갔다.


 밤이 늦어도 두 사람은 테이블에 앉아 타는 장작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요한은 건조한 표정이었지만 조슈아는 웃었다. 혼자 겨울을 준비 하는것은 힘들었다. 내년부터는 두 사람이 같이 할 것이니, 조금은 덜 외로울 것이다. 혹시 다음 겨울은 또 다시 떠돌아 다녀도 상관 없었다. 그 영원을 함께 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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