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XX년 X월 XX일.



이제서야... 드디어 히스이의 모든 이변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구나!


이 모든 것은 전부 빛나 님 덕분이다.


말도 안되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축복마을에서 쫒겨나셨지만 빛나 님은 그 이후로도 포기하지 않고 붉은 하늘을 잠재우기 위한 여정을 계속해 나가셨고 천관산의 신오신전에서 두 마리의 신오님을 잡고는 결국 자신을 내쳤던 전목 단장님께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 보이셨다.


디아루가와 펄기아라...

히스이의 금강과 진주 두 단에서 각자 '신오님' 으로 받들어 온 존재지만 결국 진짜 신오님은 아니었다.


하지만 신오님의 피를 가장 강하게 이어받은, 각 단에서 가장 중요시하던 시간과 공간을 다스리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그런 대단한 존재를 자신의 동료로 삼으시다니...

역시 빛나 님은 앞으로도 이 히스이를 이끌어나갈 영웅임에 틀림없다!


그 영웅의 활약을 기리기 위해서, 내일이면 축복마을에서 은하단과 금강단, 진주단 모두가 함께 즐기는 성대한 축제가 열릴 것이다.



... 정말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랫동안 서로가 가진 신념이 달라 한때는 전쟁까지 일으키며 끊임없이 싸워오던 금강단과 진주단이었는데, 이렇게 전혀 다른 세상에서 온 하나의 존재로 인해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



... ... ...



하지만 그런 빛나 님을 보고 있자면, 존경심이 드는 것과 함께 뭔가의 씁쓸함 역시 느껴진다.


나 역시 이곳과는 다른 장소, 다른 시간대에서 온 사람인데... 나는 그 오랜 세월동안 쌓아온 업적이 빛나 님에 비하면 참 초라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업적이라고 말할것조차 있기는 한 걸까...?


포푸니크를 살린것도, 내가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그 당시 포푸니크의 다음 캡틴이 될 누군가가 나와 똑같이 그리 하였을것이고, 빛나 님의 첫 천관산 여정 역시 사실상 나는 아무것도 도와드린 것이 없다.


돌이켜보면 결국 나는... 이 히스이에 사는 지난 7년간 아무것도 쌓아올리지 못한거나 다름없다.



한심해.(情けない)



순간 어딘가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일기를 쓰고자 펼친 탁자를 비추러 켠 작은 등불의 불빛이 채 닿지 않는 저 어둠속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나는 그를 더 자세히 보고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림자 쪽으로 발을 옮겼다.



... 나...?



틀림없었다.

그것은 또다른 나였다.

형체가 우글거리는 또 하나의 나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축제에, 참가할 자격이, 없어.


... ... ... ... ...



그 말만을 남기고 그림자 상행은, 어둠 속으로 스며들듯이 사라졌다.



... ... ... ... ...



맞다.

나는, 축제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



그 축제는 빛나 님을 위한 것이다.


내가 그곳에 있어봤자, 사람들의 비교 대상이 될 뿐.


게다가 나는 빛나 님이 가장 힘들 때,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했다.


비록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는 하나 진정으로 빛나 님을 생각했더라면 전목 단장님의 명령을 거부하면서까지 축복마을을 뛰쳐나가서 빛나 님을 찾으러 갈 용기를 냈어야 하는데, 내가 겁쟁이인 탓에 그러지 못했다.



... ... ... ... ...



... 축제, 가지 말자.


빛나 님이 무사히 돌아오신것을 축하해드리고 싶었지만, 그건 나중에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

허리춤의 볼이 흔들린다.

이 볼은, 괴력몬이 들어있는 볼인데?



" ... 그런가요, 괴력몬...?

축제에 참여할 것을 정말로 기대하고 있었다고요...?

그러면 어쩔 수 없군요. 그 날, 르푸 님께 따로 부탁해 당신의 몬스터볼을 들고 가달라고 할게요.

저와 다른 친구들의 몫까지 즐겁게 놀고 오세요.

저는... 몸이 안 좋아서 참여하지 못한다고 둘러대야겠습니다. "



 ... ... ... 이만 자자.




IVY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