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특별한 것 없고 그저 똑같은 나날들이 되면 보통 그 사람은 늙은 것이다. 보다 어리고 젊은 사람들이 사소한 일에 목숨이라도 건 양 웃고우는 장면을 보고 '아직 덜 커서 저러지'하고 혀를 찬다면 아마도 그것은 부러움이나 변해버린 자신에 대한 합리화에 기인할 것이다. 사실 온갖 것에 무덤덤해지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그러기를 바라는 이가 딱히 많은 것 같지도 않다.

좀만 젊었다면 더 다채로웠을 텐데, 더 자유로웠을 텐데, 원하는 거 다 할 텐데, 하는 말을 하고 있다면 주의할 일이다. 당신은 그 시기를 이미 거쳤고, 그러지 않은 채 지금이 됐다. 그러므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실제로 스스로 거쳐온 젊은 날을 무시하는 처사인 한편, 그러지 않고(혹은 못하고) 있는 그 시기의 주변 사람들을 들들 볶을 좋은 기름이 되기 십상이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지금 하면 된다. 실제로 더 어렸을 때, 더 빨리 했으면 더 좋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당신이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은 그저 지금 뿐이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보장되어있지 않다. 지금의 퍼포먼스에 너무 실망할 것도 없다. 당신의 가치는 뭔가를 잘하고 못하고로 판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면 뭐하냐, 남들이 다 다르게 생각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 남들 가운데 당신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사랑하는 이들의 의견도 귀 기울이기 바란다. 남들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 기왕 휘둘릴 것이라면 꼭 나쁜 평가 말고 좋은 평가에도 휘둘려도 될 테니까.

딱딱해지고 더이상 재미있고 즐거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내가 혹은 남들이 정한 기준치나 달성하며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때 당신은 늙어간다. 늙는 것은 깊어짐과 향기로움을 보장하지 않는다. 늙는 것을 피하려 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그저 늙기만 하는 것은 경계함직하다. 물론 이조차 본인 선택이지만. 스스로 어떻게 나이먹어갈 것인지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나는 아름답게 늙기로 결심했다. 누가 뭐라고 하든, 어떤 굴곡이 오든. 아름다운 삶을 향한 추구는 적절한 상황이 인도해주는 개념이 아니다. 뭔가 다른 것을 하느라 나중에 다음에 할 것이 아니라 뭘 하든 멋있게 해야한다. 주변을 압박하고 이겨서 생기는 권위적 멋이 아니라 은은한 향기처럼 편안하고 아름다운 그런 멋.

같이 걸어가고 싶습니다.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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