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머리가 늘었다. 구라 안 치고 정말로. 나는 진지한 얼굴로 세면대 위에 붙은 거울을 노려보았다. 머리 뿌리 부근, 화장실 조명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가느다란 흰 선이 보였다. 나는 그 뿌리 부근을 조심스럽게 손가락 끝으로 매만졌다. 흰 머리가 확실하다. 아무리 내 머리카락이 가늘고 색소가 옅다고 해도 빛을 받는다고 이 정도로 하얘질 순 없다. 옛날부터 귀신을 본다고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아 흰 머리가 자란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갑자기 확 늘었다. 나는 다시 거울을 보았다. 소정환이 있었다. 울상인 소정환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모습이 있었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그 사내가 있었다. 사내가 웃으며 나를 보았다. 사내는 머리카락을 만지던 손을 내리고 차려자세로 나를 보았다. 그러더니 내 쪽을 향해 검지 손가락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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