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를 마친 진영이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는지 가쁜 숨을 내쉬었다.

"하아하아하아"

우진이 물을 건네자 꿀꺽꿀꺽 한 병을 다 들이켰다.

다들 진영만 쳐다보고 있었다.

마침내 진영이 입을 열었다.

"단서가 생겼어요!"




나날이 영사 능력이 진일보하고 있는 진영은 자신이 본 장면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

첫째, 바로 옥수역에서의 그 남자가 고양이로 둔갑해 다니엘을 공격했다.

둘째, 남자는 환술 및 사령술 등에 굉장히 능하다.

셋째, 남자가 맨손(!)으로 다니엘이 애지중지하는 영참도를 부러뜨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쓰러진 다니엘의 모습을 배경으로 남자가 '드디어 곤을 손에 넣었어. 먼저 가 있을테니 강화도로 와'하고 명령하자 그림자만 보이는 누군가가 고개를 숙이는 게 보였다.




진영의 설명을 들은 민현이 고민에 잠긴듯 말했다.

"강화도? 뜬금없이 왜 그런데로 데려갔을까? 그리고 '곤'은 또 뭐고..."

진영이 알아낸 사실을 곱씹고 있는데 지훈이 나타났다. 숙소를 들리겠다던 지훈은 진주색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성인 남자 손바닥 크기의 조개를 들고 왔다.

위급할 때 사용하라는 할머니의 말씀에 혹시 몰라 늘 지니고 다녔던 것인데 무엇인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몰랐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곧 사용할 시기가 올 거라는 것을.

아이들이 있는 해수욕장도 서해안에 있기는 했지만 태안이었기 때문에 강화도까지는 상당한 거리였다.

성우의 '생각을 하더라도 이동하면서 하자'는 말에 다들 동의했다.

차를 가지러 숙소 쪽으로 이동하려는데 관린이 "잠깐"하며 일행을 멈췄다.

관린은 강화도 얘기가 나왔을 때 이미 태동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를 내려 놓았다.

"저거 타" 관린의 손가락이 해수욕장 방향으로 날아오는 헬기를 향했다.

(ιº o º)! 헐!

관린은 능력있는 남자였다.





헬기에 탑승해서 강화도로 날아가는데 민현은 아까부터 재환이 너무 조용한게 신경쓰여 괜찮냐고 물었다.

"형.. 영참도 어떡하지? 다 나 때문이야.."

"아니야. 나쁜 놈이 잘못한 건데 네가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어제 집에서 짐을 싸고 있을 때였다.

이상하게 영참도를 챙기기 싫은 다니엘이 방 밖에 대고 외쳤다. "우리 놀러가는 건데 굳이 영참도를 가져갈 필요가 있을까?"

"야, 넌 TV도 안보냐? 살까 말까는 사지 말고, 가져갈까 말까는 일단 가져가래잖아. 내가 본방사수하는 프로에서 나온 명언이라 기억하고 있지." 재환이 소파에 길게 누워 TV를 보며 대단한 지식이라도 전파하는 행세를 했다.

그 말에 다니엘이 'TV 많이 본게 자랑이냐?'고 외치며 아무튼 알겠다고 영참도를 짐에 넣었었다.



여전히 불안한 얼굴로 손톱끝을 물어뜯는 재환을 본 민현이 덧붙였다.

"네 잘못 아닌거 다니엘도 다 알아. 그리고 영참도 없었으면 다니엘 더 일찍 잡혔을거야."

민현의 마지막 말은 재환에게 조금 위안이 된 거 같았다.




남은 비행시간 동안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검색을 하던 민현이 애들을 소집했다.

"아까부터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그 '곤'이라는거 있잖아? 아무래도 팔괘(八卦)를 말하는거 같아."

팔괘란 건(乾), 태(兌), 리(離), 진(震), 곤(坤), 간(艮), 감(坎), 손(巽)의 8가지 괘를 뜻한다. 각각의 괘는 다른 자연현상, 동물, 방위 등을 상징한다.

"곤괘는 땅을 상징하는데 다니엘이 쓰는 기술이 죄다 땅의 기운을 끌어오는 거잖아?" 민현의 말에 진영이 영사로 보았던 지열참을 떠올렸다.

"맞아요. 좀 전에도 그 남자랑 싸울 때 땅의 열을 끌어다가 지열참을 사용했어요!"

"그리고 곤괘는 소를 상징하기도 하거든. 소가 또 엄청 온순한 동물이잖아. 다니엘 같이 순한 애가 또 없지."

모두 숨소리도 내지 않고 민현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다니엘이 곤괘라는 가정하에 도대체 왜 강화도로 갔을까 고민했는데..."

"했는데?" 재환이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

"... 아무리 생각해도 마니산에 있는 참성단(塹星壇)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어... 근데, 그게 팔괘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민현이 자신 없는 듯 얼버무리는데 조용히 있던 성우가 나섰다.

"민현이 네 말이 다 맞을거야. 내가 물을 상징하는 감괘거든. 그래서 내가 얼음을 주로 다루는거고. 우리가 이렇게 모이게 된 걸 보면 영력이 없는 관린이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명은 아직 깨닫진 못했더라도 각자가 팔괘의 일부분일 가능성이 높아."

입이 마르는지 성우가 혀로 입술을 한번 훑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마니산도 맞을거야. 참성단에 있는 소사나무는 수령이 150년이 넘어서 영기가 있는 나무로 유명하고, 마니산 기슭에 있는 정수사는 선덕여왕 때 세워졌는데 그곳에 흐르는 약수를 마시면 영력이 강해진다는 소문이 있어서 무속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아. 믿어도 괜찮아. 내가 인천 출신이라 강화도 잘 알아."

그 놈이 뭘 꾸미는진 모르겠지만 뭔가를 꾸민다면 마니산이 완벽한 무대라는 생각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었다.

얘기를 듣고 있던 관린이 파일럿을 향해 말했다.

"You've heard us, right?"

파일럿이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하고 덧붙였다. "마침 마니산에 있는 헬기장이 참성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길병원 응급의료센터 헬기장에 잠시 내렸던 헬기가 다시 이륙해서 마니산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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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연성이 쉬운게 아니군요~ 지각이지만 불금이니까요 ㅋㅋ

녤른! 특히 윙녤에 환장하고 워너원 고루 아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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