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역 묻지마살인사건에 대해 얘기를 할 기회가 있어서, 이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한 번 해 봤다. 그리고 자연적으로 여성혐오 단체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표현의 자유가 떠올랐다.


표현의 자유는 말 그대로 개인이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보장하는 기본권 중 하나다. 참고로 자유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만 자유인 것이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면 그것은 더 이상 자유가 아니다.

그렇다면 남을 증오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표출하는 것에 대해 어디까지가 표현의 자유인지에 관해 의문이 들텐데, 이를 위해 두 가지 모델을 관찰해보자.


미국식 표현의 자유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완전하게 보장해준다. 그래서 신나치군이나 KKK같은 그룹도 다른 인종을 혐오한다는 것을 밝혀도 처벌받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프랑스 표현의 자유는 한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를 자유의 표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프랑스에선 신나치군 같은 그룹이 형성될 수 없는 것이고, 극우파 Front National도 직접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나타내지 못하는 것이다. 참고로 프랑스에서는 1881년부터 '한 사람 또는 한 그룹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는 발언'은 형법상 처벌을 받는다. 


한국은 두 모델 중 미국식 표현의 자유를 채택했다. 그래서 실제로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더라도 모욕성 성립이 상당히 어렵다. 어떻게 보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 크게 문제가 안 된다 볼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에 살아서 그런지 모든 혐오주의 발언을 좋아하지 않는다. 성격으로 인해 누군가에 대한 감정이 안 좋은 것은 인정할 수 있으나, 단순히 그 사람이 어떤 그룹에 속한다는 이유로 증오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저 혐오주의가 말로만 끝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이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은 하나의 예시일 뿐, 실제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인의 피해자가 되는 사건들이 꽤 많다.


살인을 저지르면 어차피 형법으로 처벌받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특정 그룹을 타겟으로 하는 묻지마 살인 사건은 개인에 대한 원한으로 인해 저지른 살인보다 더욱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개인의 원한 살인은 특정 대상을 상대로 하는데 반면, 특정 카테고리에 속하는 그룹에 대한 증오로 인해 발생하는 살인사건은 해당 그룹을 넘어 사회 전체를 상대로 하는 범죄로 볼 수 있다.

*사실상 '묻지마 살인사건'은 아무런 이유 없이 불특정대상을 상대로 하는가하면 증오범죄는 특정 그룹의 대상이 있기 때문에 올바른 표현이 아니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에선 이런 증오범죄를 가중처벌한다. 표현의 자유가 크게 보장되어 있는 미국에서도 흔히 말하는 Hate crime, 즉 증오범죄가 일어날 경우에는 꽤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프랑스도 증오범죄의 경우 처벌이 더 강해지는데, 살인의 경우 최대 30년 징역형에서 가중처벌로 무기징역까지 가고, 피해자에게 영구장애를 준 폭행의 경우 징역이 10년에서 증오범죄의 경우 15년까지 늘어난다.


하지만 이런 선진국의 사례와는 반대로, 우리 나라는 아직 증오범죄로 인한 가중처벌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증오범죄가 왜 일반 범죄보다 더 나쁜지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 하는 것이다. 물론 차별에 대한 교육이 많이 미흡한 것도 문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모순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우리 나라는 표현의 자유가 미국처럼 광범위한데, 이상하게도 윗분들에 대한 표현은 자유롭지 않다.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이런 상황인데 언론의 자유는 말할 것도 없다.


프랑스 대학 1학년 때 헌법학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이런 말을 했었다. "한국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북한은 당연히 민주주의가 아니지만 대한민국도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 때는 그 말이 이해가 않았다. 하지만 법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교수님의 말이 공감이 간다. 우리나라가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과 수준까지도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 그 날,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를 민주주의 국가라고 인정 할 수 있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프랑스에서 법대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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