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doja cat - Say so














여주네 집은 아주 당도 높은 수박만 파는 수박 농장을 하고 있다. 여주의 할머니 할아버지 때부터 쭈욱 내려 온 수박 농장. 티비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알음 알음 수박 맛 좀 안다 하는 사람들은 꾸준하게 주문을 하고 방문을 하는 곳이었다. 


여주는 쉬는날에는 농장에 내려와 부모님의 일을 도왔다. 수박 농장 딸래미면 수박도 엄청 많이 먹고 좋아하겠네? 싶지만, 웬걸 너무 질려요. 수박 보기만 해도 멀미가 난다 그거예요. 그래도 여주는 착한 자녀니까 일을 하다가 쉬는 시간에 엄마가 주는 수박을 말 없이 먹고는 했다.


당연히 여름에는 수박이 미치게 많이 나가는 시기였다. 그런데 여기는 주로 단골들이 많이 시키는 곳이라 여주가 거의 이름과 주소를 달달 외우는 정도였다. 음, 올해에도 감사하게 주문을 해주셨네. 김지선님...양혜지님...정말순님...등등...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마크님.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을 하기도 하고, 대부분이 전화로 주문을 하는데 이마크님은 항상 얼웨이즈 무조건 문자로 주문을 하셨다. 카톡도 아니고 전화도 아니고 무조건 문자.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꼴로 주문을 했다. 이렇게 여주네 농장에서 주문을 한 지 벌써 4년째. 여주가 20살때부터였다.




이마크님


: 안녕하세용~

 수박 주문 되나용?


아 이마크님 안녕하세요~ :

올해에도 와주셨네요^^

두개 맞으신가요?


: 네!!!!!!

 진짜 너무너무 맛있어용

 오 근데 저를 기억하시네요?

 감동...TT


저희 단골이신데 :

 당연히 기억하죠ㅎㅎㅎ

 엄청 싱싱한걸로 보내드릴게요!


 : TT 지짜 완전 감사합니다


항상 보내던 주소로 보내드리면 될까요? :


 : 네! 주소도 아시다니

 TT 지짜 완전 감사합니다






항상 이 패턴이었다. 어째 말투도 딱 내 나이대 사람인 것 같고. 수박이 얼마나 좋으면 여름만 되면 일주일에 한번씩 꼭 수박을 시켜 먹을까 싶었다.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게 여주는 이마크씨에게 보낼 수박을 고르고 골라 정말 싱싱하고 맛있는 아이들로 픽해서 배송을 보냈다. 그러면 딱 일주일 뒤에 오웅 너무 맛있어요 이번 수박이 유독 더 맛있네요웅 하는 문자가 오면서 두개 더 부탁한다는 주문을 했다.


그렇게 여름방학을 농장에서 모두 보내고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온 여주. 이번이 대학의 마지막 학기라 자취방을 빼게 됐다. 물론 다시 본가로 내려가는 건 아니고 다른 집을 찾아서 계약을 했다. 여주가 이사를 가던 날 친오빠인 도영이 올라와 여주의 이사를 도왔다. 학생때는 원룸에 살았다면 지금은 조금 커진 1.5룸. 도영이는 야 여기서 두 명 살 수 있겠다. 나 들어와도 되냐? 하다가 여주한테 등짝을 한 대 맞았다.


쿵쾅대며 짐을 옮기고 침대를 설치하고 아주 난리 법석도 아니었다. 그렇게 이사를 마치고 여주는 그 집에 적응을 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윗 집이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지? 옆집은 쥐죽은듯 조용한 것 같은데 윗 집이 왜 이렇게 쿵쾅대는지. 게다가 고양이까지 키우는 건지 애옹대는 소리가 났다.


이거 한 번 올라가서 뭐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 여주는 일단 경비실에 가서 아저씨에게 여쭸다.




"혹시, 402호에 누구 사나요?"

"아~ 2주전에 이사온 청년인데?"

"너무 시끄러워요. 고양이도 키우는지 밤마다 운다니까요?"

"어엉 그래? 그 집 고양이 안 키우는데?"

"아닌데...제가 들었거든요.."

"이 근처에 길고양이가 엄~청 많아. 일단, 내가 그 청년한테 말 잘 해볼게."

"감사합니다."




아저씨가 말해준다고 하니까 괜찮겠지 뭐. 


그런데 역시 층간소음이 말 한 마디로 끝날까? 그 날도 어김없이 애옹대는 소리와 쿠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거 진짜 안 되겠네. 아 근데 남자라며? 내가...내가 이길 수 있을까..? 아 혼자 올라가는 건 좀 오바인가..그래 김도영을 부르자. 여주는 다음 날 제 오빠 도영에게 도움을 청했다. 도움 도움! 그러면 도영이는 세상 비장한 얼굴로 말 했다.




"오빠만! 믿어!"




쟈근 주먹을 쥐고 말 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초조해 보이는 눈빛이기는 했다. 여주는 도영이를 앞세우고 그 뒤에 숨어 쫄래쫄래 한 층을 올라갔다. 띵동- 초인종을 눌렀으나 안에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사람 없는 거 아니야? 도영이 물었지만, 방금 전까지 쿵쿵대는 소리를 여주가 들었는데. 사람이 없을리가 없는데? 그리고 다시 한 번 띵동- 또 한 번 띵동- 한 다섯번째 누르자 안에서 누구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도영이가 목을 큼큼 가다듬고 말 했다.




"아...아랫층인데요!"

"아, 네."




문이 열리고,





"무슨 일이세요?"




멀끔하게 생긴 남자가 나왔다. 오우. 이럴거면 김도영 부르지 말고 나 혼자 올 걸. 집 안인데 모자를 쓰고 눈은 왕방울만 하고 얼굴은 째깐한 남자가 나와서 도영과 여주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 남자의 얼굴에 홀린 여주가 입을 떡 벌리고 있자 도영이 여주를 흔들며 야잇, 너가 얘기 해. 하고 여주를 앞으로 내세웠다. 그래 잘생겨도 층간소음은 좀 오바잖아.




"그...제가 아랫집 사는데요. 츠..층간소음이.."

"아 죄송합니다."

"....넵. 조심 해주세요. 그리고!!!"

"네?"

"....고양이 키우세요?"

".....네."

"아무리 여기가 반려동물이 가능하다고 해도....!"

"죄송합니다."

"...저도 보여주시면 안 될까요."




김도영이 이마를 탁 짚었다. 여주는 이 남자와 지독하게 엮이고 싶었다. 그 남자는 어...하고 조금 당황한듯 해 보이더니, 고양이가 낯을 가려서 안 된다고 그랬다. 세상 단호하네. 그리고 여주를 아래 위로 훑어보더니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뭐야, 이상해...그러더니 유의 할게요 죄송합니다. 하고 문을 탁 닫았다.




"오빠."

"왜."

"나 이 남자랑 살림 합칠까."

"진짜 헛소리 해잇."




그 후로 여주는 분리수거를 나갈때도 윗집 남자가 있나 찾았다. 혹여나 마주치는 날에는 안녕하세요!!! 하고 밝게 인사했고 그 남자는 여전히 고개만 까딱. 그리고 코를 킁킁대며 혼자 들어갔다. 쳇. 이웃인데 좀 친해지면 덧나나? 그래서 어느날은 괘씸해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는데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윗집 청년이 눈치를 보기 시작하더니 저기...하고 여주를 불렀다.




"...저요?"

"네."

"왜요?"

"...안녕하세요."




뭐야...

귀여워...

은근 안녕하세용. 이라고 들리는 말투에 여주는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러면 윗집 청년은 코를 킁킁대며 왜 웃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코를 킁킁대는 건 습관인가. 그 후부터 여주는 그냥 윗집 청년이 살갑게 인사를 받던 말던 상관 하지 않고 안녕하세요! 하고 먼저 인사를 했다. 낯을 가리는가보다 싶었지 뭐. 그러다 윗집청년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졌다. 몇 살인지 이름은 뭔지. 이런 거 뭐 알아가다가 어? 사랑도 알아가고 그런 거 아니겠냐고.




"저기요."

"..네?"

"이름이 뭐예요?"

"저요?"

"네."

"...이민형이요."




그 남자는 여전히 코를 킁킁대며 대답했다. 아...이민형...저는 김여주예요. 아이엠그라운드 자기소개하기. 나이는 나랑 동갑이라고 그랬다. 오우 이거 완전....데스티니. 그런데 이게 끝이었다. 다짜고짜 그쪽이 키우는 고양이 진짜 보고싶다고 이야기를 했는데도 절대 안 된다고 고양이가 너무너무 낯을 가려서 안 된다고 철벽을 쳤다. 하 증말 이웃간의 정이 없으셔.




"그러면 우리 집 와요."

"....예?"




이민형씨는 세상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같이 밥이라도 먹자고 개수작을 부렸지만 그 남자는 오웅. 하면서 매일 거절만 하기 바빴다. 그래 내가 너무 부담스럽게 굴긴 했구나. 싶어서 마주쳐도 인사를 하지 않으면, 또 여주씨이. 안녕하세용. 하고 인사를 건넸다.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그렇게 여주는 윗집 남자 이민형씨와 만나면 인사를 하는 정도로만 1년을 살았다. 하, 나 이 사람이랑 운명이 아닌가. 여주는 눈물을 머금었다. 그리고 돌아온 여름. 대학을 졸업한 여주는 곧장 농장으로 내려갔다. 음, 이번 주문도. 김지선님...양혜지님...정말순님...등등...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마크님. 여전히 계시네. 여주는 낯익은 이름에 웃음이 났다.





이마크님


: 안녕하세용~

 수박 주문 되나용?


아 이마크님 안녕하세요~ :

올해에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두개 맞으신가요?


: 네!!!!!!

저는 여기 수박만 먹어용ㅋㅋ


ㅠㅠ너무 감사합니다 :

그 주소로 보내드리면 될까요?


: 음..

제가 이사를 해서용 TT


아 그러시군요! :

주소 알려주시면 저장 해놓겠습니다^^


: 이번엔

제가 받으러 가도 될까용





처음이었다. 이마크씨가 여길 찾아온다고? 여주는 괜스레 5년동안 펜팔을 나누던 친구를 만나는 듯한 설렘을 느꼈다. 엄마 아빠! 이마크씨가 수박을 직접 사러 오신대! 그러면 여주의 부모님도 굉장히 반가워 하셨다. 여주는 이마크씨에게 상세주소를 보내줬고 이마크씨는 오늘 당장 수박을 받으러 온다고 했다. 마감 하는 시간에 오겠다고 하길래 저녁에 오시라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지나, 이마크씨가 오기로 한 시간이었다. 여주는 설레는 마음으로 입구에 나가 이마크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가 앞에 서있을테니까 도착하시면 전화 주시겠어요? 그러면 이마크씨는 알겠습니당. 답장을 보냈다. 그렇게 오기로 한 시간보다 한 5분 정도 지났을까? 이마크님. 이라는 이름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이마크씨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처음이었다.




"네 여보세요?"

- 어디 계시죠?

"저 여기 앞에서 손 흔들고 있거든요! 보이시나요?

- 아 네네.




검은 세단이 저 멀리서 들어오고 있었고 여주는 땀을 닦으며 손을 흔들었다. 제대로 모시겠습니다. 우리 농장의 vip 이마크님. 여주의 부모님도 버선발로 뛰쳐나와 vip를 맞이했다. 심지어 농장에서 키우고 있는 강아지들도 왕왕대기 시작했고 근처에서 밥을 얻어먹고 살던 길고양이들이 왜옹왜옹거리기 시작했다. 완전 이 동네에 사는 모든 생물들이 우리 vip님을 반겨주네 싶었다.


vip님이 차에서 내렸고, 여주는 엥.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야? 제 눈을 비벼댔다.




"안녕하세요."




....윗집 청년이잖아? 맞지? 쌍둥인가? 아...아닌가? 아 이상하네. 여주는 윗집 청년과 수박 농장 vip 이마크씨의 말투가 매치가 되질 않았다. 이름도 이민형이라면서. 안녕하세용. 네!!!! 부탁드립니당. 이렇게 말 하던 사람이 저 사람이라고..? 여기서 어리둥절한 건 여주뿐이었다. 마크는 여주를 모른채 했다. 여주의 부모님은 아휴 안녕하세요. 하면서 수박을 차에 실어줬고 마크는 감사합니다. 사람좋게 인사 했다.




"서울 안 가세요?"

"...네?"

"가실거면 태워드릴게요."




마크가 여주에게 물었다. 그러면 여주는 눈만 껌뻑거리면서 이걸 거절해 말어. 고민 했고, 여주의 부모님은 그러지 않으셔도 된다고 하면서도 은근슬쩍 여주의 등을 떠밀었다. 왜냐면 여주가 서울 가려면 아버지가 데려다줘야 하거든. 그 와중에 여주는 이 사람이 자기를 알아봤다고 확신 했다. 왜냐면 모르는 사이였다면, 여주가 서울에 사는지 이 곳에 사는지 몰랐을텐데 말이다.


여주는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차에 타지 않았겠지만 이미 얼굴도 아는 사이고, 그리고 자기가 이 농장의 딸인 걸 알고 온 건지 궁금해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 차에 몸을 실었다. 이마크씨. 우리 농장 vip. 그리고 잘생긴 윗집 청년. 다 동일인물이라고? 여주는 지금 이거 트루먼쇼인가 싶었다.


여주는 차에 타자마자 몸을 휙 틀어 마크를 바라보고 물었다.




"저 알죠."

"네. 알죠."

"저 언제부터 아셨어요?"

"엄..."

"혹시 막 저 스토킹하고..."

"오우, 저 그런 사람 아니예요!"




윗집청년이 저렇게 목소리를 크게 내는 걸 여주는 처음 봤다. 




"시끄럽다고 찾아온 날. 여주씨한테 수박냄새가 엄청 많이 났어요."

"....그 정도라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 수박 냄새를 못 맡을리가 없지."




마크는 차를 몰다 말고 길가에 잠시 세우고 핸들에 손을 올린채 여주를 바라봤다.




"나 고양이 키우는데."

"알아요 맨날 우다다다 달리잖아요."

"보고싶다고 했죠?"

"네. 좀 보여줘요 같이 봅시다!"

"나랑 엄청 닮았어요."

"헐 잘생겼...아니..."




헙. 여주가 입을 막았다. 이 방정맞은 주둥이. 몇 달동안 윗집청년에게 흑심을 품고 바라봤던 여주는 vip이마크씨가 윗집청년인 걸 알고 나서부터 이거 운명 아니야? 하면서 브레이크가 밟히지를 않았다. 아 솔직히 그 쪽 잘생겼잖아요. 이거 완전 운명임. 여주는 일부러 쪼잘쪼잘 말 했다. 그러면 마크는 아학학 소리내면서 크게 웃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기 어필을 하기 시작했다.




"나 엄청 착한데. 수박도 제일 좋아하고."

"..그래서요?"

"냄새도 잘 맡아요. 그리고 여주씨 말대로 잘생겼죠?"

"자랑하는 건가?"

"이것도 운명인데."





"나 안 키울래요?"




마크의 귀에서 뾱.

고양이 귀가 튀어나왔다.






🍉🐱🍉🐱🍉🐱🍉🐱🍉🐱🍉🐱🍉🐱🍉






마크는 혼자 사는 수인이었다. 일단 주인같은 건 필요 없었다. 자기를 돌봐줄 사람은 수의사 형아 재현만 있으면 충분했다. 그래서 혼자 수인으로 푱 바뀌기도 하고 사람인 상태로 일을 잘 하면서 살아갔다. 


마크는 과일중에, 아니 생각해보면 음식중에 수박을 가장 좋아했다. 오웅 어느 수박이 가장 맛있을까. 수소문 하고 맛집이라는 농장은 다 주문해보고 했지만 마크의 성에 차는 수박이 없었다. 그러다가 알게된 여주네 농장.




"오마이깟! 여기야!"




마크는 그 농장을 알고난 후부터 수박은 무조건 그 곳에서만 구매를 했다. 여름마다 일주일에 한번 씩 꼭 시켜서 그런지 주인분이 마크를 알아봤다. 마크는 오웅...나 단골 그런 건가봐. 하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여주네 농장 아니면 다른 수박을 먹을 수가 없었다. 달달한 그 특유의 냄새가 너무 좋았다.


어느날 고양이로 변해서 우다다다 좀 하고 있었는데 밑에 집이 소란스러웠다. 이사왔나? 음 근데 되게 좋은 냄새 나는거같아웅. 좋당. 마크는 그렇게 생각했다. 종종 본인을 돌봐주러 오는 수의사 형아인 재현형에게 이야기를 했다. 형 애옹 밑에 이사 온 사람 되게 좋은 사람 같아옹. 그런데 경비아저씨가 연락이 왔다. 밑에층에서 너무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왔다고.




"혹시 고양이 키워 청년?"

"네? 아니요.."




고양이를 키우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자기가 수인인 것은 들키면 안 됐다. 아 내가 너무 우다다 했나. 조금 자제해야지 했지만 그게 맘대로 될까. 아니나 다를까, 그 날도 우다다 하고 있었는데 띵동 띵동 소란스럽게 초인종이 울렸다. 퐁! 사람으로 변하니 머리가 엉망진창이었다. 오웅, 이 머리는 진짜 정리가 안 되네. 게다가 귀가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았잖아? 에휴휴. 그렇게 모자를 눌러쓰고 문을 열었는데.


토끼같이 생긴 남자 뒤에 토끼같이 생긴 여자. 어...이 냄새...나 이 냄새 알아...이 냄새...내가 제일 좋아하는 냄새잖아....여주네 수박...거기 냄새인데! 이 남자한테도, 저 뒤에 있는 여자한테도 그 수박 냄새가 났다. 오웅 말도 안돼. 이 여자...여주네 농장 사람인가봐.


그때부터 마크는 여주에게 관심이 생겼다. 그런데 자꾸 자기를 보러 오겠다잖아? 낯을 가려서 안 된다고 둘러댔다. 낯 가리는 건 맞으니까. 이름이 뭐냐고 묻길래 고양이 이름 말고 사람 이름을 말했다. 사실 마크도 여주랑 놀고싶었다. 노는 것 말고도....음. 여주한테 머리를 부비적거리고 껴안고싶었다. 저 냄새 너무 좋아. 그런데, 그러다가 퐁! 고양이로 변하면 어떡해? 날 싫어하면 어떡해.


그게 겁이 났다. 매일 자기 집에 놀러오겠다고 하고, 아니면 밥이라도 같이 먹자고 했지만 마크에게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그래서 마크는 제 정체를 꽁꽁 숨겼다. 아니, 사실은. 여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내가 바로 그 이마크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고, 이렇게 한층 더 친근해진 후에 자기가 고양이 수인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마크가 바로 존버의 왕이었다. 그냥 앙큼한 고양이 그 자체 말이다.


마크의 예상대로 여주는 자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귀엽다. 토끼 수인 아닐까? 되게 토끼같아. 나 여주씨가 맨날 머리 쓰다듬어주면 좋겠다. 저 달달한 냄새 나는 손으로 나 이쁘다고 해주면 좋겠다. 누가 나 만지는 거 싫은데, 그게 여주씨면 좋겠다. 주인도 필요 없는데 여주씨가 내 주인 한다고 하면 좋겠다.


그래서, 여주씨.

나 안 키울 거야?

옆에서 잘 때 토닥토닥 해 줄 인간이 필요해.

나 키워라.

내 주인 해주라.





응?










얼레벌레 마크 생일 기념~..

우리 마크 생일 축하해옹💚








소소하고 미지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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