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매장 정보에 의하면 ‘IN SCENT COFFEE는 맛있는 음식과 음료에는 항상 좋은 향미가 있다 라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공간입니다.’라는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SCENT는 ‘향기’라는 뜻이죠. 오픈 시기는 작년 4월쯤인 것 같구요.

상수역에서 도보 5분, 합정역에서 도보 8분 거리에 있는 8석~10석 정도의 작은 카페로, 매장 안에는 오덕의 ‘향기’가 느껴지는 각종 물품들이 카운터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요. 식음료 매장에서 볼 수 있는 오타쿠 물품이라고 하면 캐릭터 피규어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런 건 보통 장식용 소품으로 기능할 뿐 오너의 성향과 깊은 관련은 없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인센트 커피를 장식하고 있는 오타쿠 물품 중에는 피규어가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까 이것이 역설적으로 찐 오타쿠가 오너임을 알 수 있는 표식이 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환경적인 부분보다는 어떤 커피를 마실 수 있는지가 저의 주요 관심사인데, 머신 커피의 원두는 핸섬 로스팅 커피의 것이 1종, 싱글오리진은 여러 로스터리의 것을 번갈아가며 사용합니다. 현재 싱글오리진은 모모스의 원두가 4종 준비되어 있구요.

이런 외부 원두를 사용하는 곳은 로스터리와 원두의 선택을 얼마나 잘 하는지, 그리고 이렇게 선택한 원두를 얼마나 맛있게 잘 내릴 수 있는지가 문제라고 하겠는데, 둘 다 중요하지만 후자의 얼마나 잘 내릴 수 있는지가 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골랐다 하더라도 맛내기가 형편 없다면 그 선택이 쓸모가 없고, 좀 떨어지는 재료를 골랐어도 맛내기를 잘 할 줄 안다면 제법 괜찮은 맛의 음식을 맛볼 수도 있는 법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인센트 커피의 맛내기는 합격점을 주어도 괜찮다 하겠습니다.

이런저런 커피들을 맛보았는데, 제 기준에서 그리 흡족하지 않은 로스터리의 커피에서도 가지고 있는 좋은 맛들을 밸런스 있게 잘 뽑아주었고, 더 괜찮다고 생각되는 로스터리의 커피에서는 좀 더 맛있는 맛들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가장 맛있게 마신 건 현재 라인업에 올라가 있는 모모스의 콜롬비아 라 플라타 워시드였는데(엘 파라이소 게이샤 허니를 추천하셨는데, 디게싱 날짜를 생각해서 이 커피를 골랐습니다.), 클린하면서 노트에 부합하는 뉘앙스가 미디엄 정도의 인텐스로 부드럽게 느껴지는 커피였구요. 작년 카페쇼에서 마셨던 모모스의 커피보다 맛이 더 좋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느낀 데에는 물론 추출을 잘 해주신 탓도 있지만, 모모스의 커피가 바뀐 부분이 있어서이기도 한데요. 모모스는 그동안 프로밧P60(프로밧 신형)과 프로밧UG22(프로밧 구형)로 로스팅을 해왔는데, 작년 12월부터 로링S35가 추가되어 세 가지 로스팅 머신으로 로스팅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마신 커피는 로링S35로 볶은 것이고, 어떤 로스팅 머신으로 만든 커피인지는 원두 봉투에 표기가 되어 있구요.(로링은 LORING 35라고 표기가 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모모스의 커피를 마실 때는 이런 부분도 살펴보고 드셔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공교롭게도 모모스 인스타그램에 로링을 사용한다는 포스팅이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인텐스 커피에서 모모스의 원두를 취급하기 시작했는데요. 해당 포스팅을 보고 원두를 주문하신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오타쿠의 특성은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분야)을 깊게 판다(digging)는 것일 텐데요. 이게 좋게 작용하면 그 분야의 고수나 전문가가 되는 데 일조하는 법이지만, 반대로 외골수가 되어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기도 합니다. 사실 예전에 가본 어떤 오타쿠 사장님의 매장에서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외골수적인 맛내기를 하는 것도 본 적이 있구요. 하지만 인센트 커피의 오너 바리스타께는 이런 오타쿠적인 특성이 좋은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저는 커피만 마셔봤지만(참고로 아메리카노는 깔끔하지만 평범한 맛입니다.), 이런 맛내기를 할 줄 아는 분이라면 다른 메뉴를 즐겨보셔도 좋을 것 같구요. 푸딩 맛집으로 유명하다고 하니 방문하실 분들은 참고하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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