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빈과 민_020#



 

 

 “너를 좋아해. ―나랑 사귀지 않을래?”

 

 조용한 교실 안에 정적만이 흘렀다. 나는 조금 미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아이는 내가 대답을 하지 않아도 어떤 말을 할지 이미 알고 있는 듯 슬픈 얼굴을 했다.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미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거든.”

 

 아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교실을 나섰다. 노을빛에 물든 고요한 그 속에서 나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1층에서 기다리고 있을 너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자, 당황스러운 마음보다 걱정이 앞섰다. 어릴 때부터 항상 같이 등교하고 같이 하교했는데, 왜 그날은 네가 없던 걸까. 다른 건물을 둘러봐도,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너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벤치에 털썩 주저앉아 너를 기다리다 할 수 없이 혼자 집으로 향했다.

 

 

 “…음. 오늘 날씨가 좀 안 좋은 것 같은데? 재빈이 너는 우산 챙겨왔어?”

 

 다행히 아침에는 너를 찾을 수 있었다. 종일 연락도 받지 않더니 오늘도 왠지 네 상태가 이상해 보여, 몸이 좋지 않은 걸까, 하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몸 안 좋은 거…”

 

 불쑥, 너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을 뱉는 순간,

 

 “허억…! 미…미안…!”

 

 너는 매우 놀라며 뛰어가 버렸다. 그때부터 왠지 나를 피하는 것 같은 느낌이 새록새록 피어나기 시작했다. 정말로 몸이 좋지 않을 걸까? 그렇다면 몸이 아프다고 나에게 솔직하게 털어 놓았겠지. 그게 아니라면 어제 내가 고백받는 모습을 본 걸까? …하지만, 지금껏 네가 나를 피하는 일은 없었다. 역시 인기 많은 설 민이라며 부럽다고 하거나, 그래도 사귀어 보는 게 어떻겠냐며…후후,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으니까. 그런데 만약에, 정말 만약에 네가 어제의 일을 목격하고, 나를 피하고 있다면, 만약 그렇다면―

 

―너도 나를 좋아하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해도 될까?

 

 

 “재빈아.”

 

 세차게 오는 비가 창을 무섭게 두드렸다. 다른 애들은 모두 집에 간 것 같은데, 생각하며 교실 문을 열자 역시 교실에는 네가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며 혼자서 무슨 고민을 하는 걸까. 내가 너를 부르자 너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집에 갈까?”

 “……너 먼저 가. 난….”

 

 역시 피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무리 그래도 너를 두고 갈 수는 없잖아. 나는 살짝 미소 지으며 너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돌리는 너의 얼굴이 조금 붉은 것도 같았다.

 

 “나랑 같이 가자. 우산, 네 것도 챙겼거든.”

 

 잠시 조용히 내 말을 듣던 너는―

 

“됐어. 난 그치면 갈게.”

 

―이렇게 대답했다. 그냥, 그냥 오늘 재빈이에게 말해 버릴까. 가슴속에서 너에 대한 마음이 솟구쳐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재빈아. 나 너희 집에 오늘 가도 돼?”

 “……?”

 

정말 만약 너도 나를 좋아한다면―. 다시 고개를 돌리는 너의 얼굴을 보며 나는 살며시 웃음 지었다.

 

 

 “나 들어가도 돼?”

 “응―.”

 

 너의 집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익숙한 향이 베어 있는 너의 옷을 입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너는 이불 안에 쏙 들어가 나를 보고 있었다. …너에게 말해버리면 이 익숙한 공간에 오는 것도 마지막이 될까? 그런 생각이 문득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비 그치면 바로 가.”

 “……재빈아.”

 

 너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네가 나를 싫어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는 너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되면? …네가 나를 볼 때마다 혐오와 같은 감정을 품게 되면? 나를 보는 네가 더 이상 웃지 않게 되면―,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하지만―

 

 “…왜 자꾸 피하는 거야?”

 “피, 피하냐니…. 그런 적 없어.”

 

―하지만, 더 욕심을 내고 싶었다. 그저 친한 소꿉친구가 아닌, 연인이 되고 싶은 그런 욕심. 이런 감정을 갖는 게 옳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저 네가 나를 피하는 이유가 나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내 마음대로 해석해 버리고 싶었다.

 

 “…며칠 전부터…. 네가 날 피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나, 너한테 할 말이 있는데.”

 

 세차게 베란다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나의 등을 떠미는 것 같았다. 너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젠 더 물러날 곳도 없어. 그렇게 생각하며 터질 것 같은 가슴의 두근거림을 느끼며 나는 입을 열었다.

 

 “…나 너 좋아해, 재빈아.”

 “……?!”

 

 조금 놀라며 나를 바라보는 너는 고개를 숙이며 이불 속에서 나와 침대 위에 앉았다. 붉어진 너의 귀가 눈에 들어왔다.

 

 “…너…고…고백……. 나…나는 남자인데…….”

 “재빈아.”

 “…읏…!”

 

 살며시 어깨를 잡았다.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리는 너의 붉게 물든 얼굴이 너무 귀여웠다. 정말로 너도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이 느껴져서 나는 조금 용기를 내어 말을 이었다.

 

 “예전부터…. 난 너만을 좋아했어. 재빈아, 좋아해. 널 이렇게 좋아하는데…다른 누군가와 사귈 리 없잖아. 그래서 지금까지 아무와도 사귀지 않은 거야.”

 

 입을 열자마자 말이 술술 잘도 나왔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흥분되어 나도 모르게 자꾸 목소리가 떨렸다. 네가 어떻게 대답할지 무서웠다. 다 말해 놓고서 무섭다니, 나도 참 웃기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애써 참으며 너의 말을 기다렸다.

 

 “…나도…, 나도 네가 다른 사람이랑 사귀는 거 싫어. 나도…네가 좋아.”

 “……!”

 

 말도 안 돼―.

 

 꿈이라고 해도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거야. 두 팔을 뻗어 나의 몸을 껴안은 너의 품이 너무도 따뜻했다. 너의 입에서 나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게 되다니, 상상했던 것보다 수백 배는 더 행복해서 나는 너를 끌어안은 팔에 더욱 힘을 실었다. 조심히 고개를 들어 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만 이렇게 떨리는 건 아닌가 봐. 너는 새빨개진 얼굴로 내 눈을 피했다.

 

 “키스해도 돼…?”

 “…자…잠까…으응…….”

 

 너의 뺨을 어루만졌다. 귀여운 입술에 입 맞추자 너의 몸의 떨림이, 너의 온기가 나의 피부에 닿아 이 행복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



 천천히 감았던 눈을 뜨자,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이 뚜렷해졌다. 다시 한번, 숨을 깊게 내쉬었다. 할 수 있어. 그렇게 다짐하며 마음속에 새기고서, 민은 겉옷을 챙겨 그 사람에게로 향했다.

 

 

 

 

 “그래,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왔는지 들어나 보자. 전화도 안 받고 문자엔 답도 없더니.”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가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떤 대답을 듣게 될까. 이런 것들을 생각하니 심장이 시끄럽게 울려대어, 생각해왔던 말들이 흩어져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그저 한 마디를 내뱉으면 되는 건데, 이게 너무 어려웠다. 민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설 민,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 사람에게 버려지는 게 아니잖아. 이 사람이 너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이제 더는 상관 없다는 걸 잘 알잖아.

 

 네가 정말로, 진심으로 두려워하는 건―

 

 “아버지, 저 재빈이 좋아해요.”

 

―재빈이와 함께 있지 못하게 되는 것. 그 없이 살아가는 것. 사랑스러운 미소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는 것.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뱉은 말에 손이 조금 떨려왔으나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요. 전 재빈이 없인 못 살아요, 아버지. 제 전부를…, 없는 취급 하지 말아주세요. 그러니까, 전 다른 사람과 결혼 못합니다. …가보겠습니다.”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그의 말을 끊고, 민은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그에게 조용히 묵례를 하고 성급히 방을 나왔다. 몸이 떨리고 숨이 가빠오는 것이 느껴지는 한편, 가슴이 후련했다. 

마침내 그는―그 공간에서 벗어났다.

 


.


 

 “꼭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네요, 대리님.”

 “아…. 그렇네요.”

 

 그의 말에 코드를 입력하던 재빈의 손이 멈추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회색빛의 구름이 마치 자신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민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그에게 전화를 해볼까 생각하다 이내 그만두었다. 

 

 “앗, 아아…. 잘못 입력하던 걸 이제야 알았다. 아악, 민대리님 저 어떡하죠…?”

 “……천천히 해요.”

 

 그의 옆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던 부하 직원이 머리를 싸매고 앓는 소리를 내는 것을 듣다가 재빈은 일어나 탕비실로 향했다.

 연구실에 우산이 있을까? 캠퍼스 안에 편의점이 있으니까 우산 살 수 있겠지? 그나저나, 민이는 오늘도 연구실에서 자나? 아니면…. 그런 생각을 하며 커피를 내리던 재빈은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에 급히 화면을 보았다. 

 

 “……!”

 

 당연히 민의 이름이 적혀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예상외로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민이 아버님.”

 

 민과 분위기가 비슷했던 기억이 났다. 키가 크고, 민과 같은 검은색 머리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 성인이 되고 나서 대면하거나 통화할 일은 없었는데 대체 무슨 일로 연락하신 걸까, 하고 생각하던 참에 그 통화 상대는 어처구니없는 말로 대답했다.

 

[그래. …내가 무슨 일로 전화한 건지 알겠니?]

 

 갑작스러운 그의 전화에, 처음에는 민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침착하게 전화기 뒤로 울리는 그의 말에 귀 기울이자 휴대폰을 든 오른손이 점점 떨려왔다. 재빈은 전화를 끊고 황급히 건물을 나섰다.

 

 밖에는 주룩주룩, 비가 내리고 있었다.

 

.

 

 두 번째로 향한 곳은 어느 호텔의 레스토랑이었다. 앨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문을 열자,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고급스러운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이른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창밖은 비가 올 듯 어두웠다. 재빈이가 우산을 챙겨갔어야 할 텐데, 민은 생각하며 만나기로 예정되어 있던 여성을 찾았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프런트에 있던 직원의 안내를 따라 이동하자, 정장 차림을 한 여성이 보였다. 민은 그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설 민입니다.”

 “안녕하세요.”

 

 차분히 대답하는 여성의 앞자리에 앉았다. 자신을 보는 여성의 얼굴을 바라보다, 민은 망설이지 않고 선뜻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말씀드리기 송구하나, 당신과 식사할 수 없습니다. 저희 아버지께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이미 애인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민은 고개를 숙였다. 앞쪽에 앉은 여성은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앉아 민을 응시했다. 여성의 말을 기다리며 민은 계속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괜찮다고는 하지 않을게요. 설 민씨가 마음에 들었다거나…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꽤 애썼거든요. 사전에 제게 말씀 해주셨다면 좋았을 텐데요.”

 

 여성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민의 가슴을 콕콕 찔러대었다. 민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사뭇 진지한 민의 표정을 응시하다 여성은 깊게 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주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여성은 민에게서 눈을 돌렸다. 

 

 “……그래요. 앞으로는 제 시간을 뺏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이렇게 가 버리기엔 좀 아까운데요.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만큼, 설 민씨랑 인맥이라도 쌓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레스토랑의 중문이 벌컥 열리더니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신발을 신고서 그가―, 재빈이 뛰쳐 들어오는 것이었다. 우산도 없이 온몸이 젖은 재빈의 모습에 직원들은 당황하며 웅성이고 있었다. 민은 재빈의 모습을 보자 황급히 일어나 그에게 달려갔다.

 

 “재, 재빈아…. 우산도 없이 다 젖었어. 감기 걸리….”

 “설 민!”

 

 목청이 떨어지라 그의 이름을 소리치는 재빈은 눈물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민은 쿵, 하고 무엇인가 자신의 심장에 떨어지는 것만 같이 마음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재빈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져 이미 푹 젖어버린 그의 신발을 적셨다. 슬픈 빛이 맴도는 그의 두 눈이 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흐윽……. 설 민, 넌 정말 바보야. 흑…, 나한테…나한테 아무 말도 없이 어떻게 매번! 너 혼자 결정하고…흐윽, 너 혼자 아파할 수가 있어…!”

 “재빈아….”

 

 민은 재빈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창가 자리에 앉은 여성은 둘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조용하던 레스토랑이 소란스러워지자, 직원들은 재빈과 민을 바라보며 이도 저도 못하고 서 있었다.

 

 “아버님께 다 들었어…. 왜 그렇게 힘든 일을 다 떠안고 혼자 고민한 거야…! 나…나는…흐윽…, 네가 소개팅을 가서 화난 게 아니야…흐윽…, 네가 매번 혼자 힘드니까, 나한테 기대지도 않으니까. 난 너한테 그것 밖에 안 되는 존재야? 흑…, 응…? 나에게 의지해줘…. 내가 너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한테 힘든 일, 슬픈 일, 괴로운 일. 모두 얘기해 줘…. 흐윽, 난 너랑 같이 슬퍼하고 싶어.”

 

 눈물이 핑 돌았다. 왜 그러지 않았을까. 힘든 일이 있으면 말해 달라고,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냐고 할 때마다 왜 나 혼자 이걸 감당하려고만 했을까. 10년간 함께 걸어온 그 길에는 항상 네가 있었는데.

 

 “흑…, 재빈아…흐으…미안…. 너무 미안해….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아서 미안해. 나 혼자 해결하고―.”

 

―나 혼자 아파해서 미안해.

 

 재빈의 몸을 끌어안은 민은 재빈의 등을 토닥이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

 

 

 차가운 빗소리가 들렸다. 차창에 스치는 굵은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민은 따뜻한 재빈의 손을 움켜잡았다. 그의 온기는 따스하고 사랑스러워서, 차가운 민의 것을 솔솔 녹이는 것만 같았다.

 

 “아, 들어가세요. 오늘 시간 쓰시게 해 정말로 사과드립니다.”

 

 민이 고개를 숙이며 건넨 명함을 받으며, 여성은 살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흠……. 다음에 꼭 연락드리죠. 물론, 일 얘기로요. …그나저나―.”

 “…?”

 

 여성의 눈빛을 바라보던 재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시선이 재빈에게 닿으며 여성은 말을 이었다.

 

 “좋은 애인을 두신 것 같네요. 모쪼록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아, 그….”

 

 갑작스러운 여성의 발언에 재빈은 당황하며 민을 바라보았다. 민 역시 조금 당황하며 맞잡은 재빈의 손을 더욱 꼬옥 잡았다.

 

 “죄송해요. 그런데, 그 상황에선 애인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을 수 없어서요. 아무에게도 말 안 하니 걱정마세요. 사실 일 관련 아니면 저도 남자에게 관심 없으니까.”

 “…아, 감사합니다. 그럼 살펴 가십시오.”

 

 인사를 마치고 여성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가는 것을 바라보다 민은 차에 시동을 걸었다. 재빈은 민의 어깨에 살며시 기대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미안해, 민아. 내가 아까 너무…, 너무 크게 소리쳤나봐. 레스토랑 직원 분들께도 미안하고, 원치 않게 우리가 사귀는 것도 들켜버린 것 같고…. 아, 어떡하지. 민이가 커밍아웃 당해 버려서…아…아….”

 

 당황하는 재빈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던 민은 재빈의 앞머리를 쓸어올리더니 이마에 입 맞추었다.

 

 “난 괜찮아, 재빈아. 그리고, 저 분은 생각이 깊으신 분인 것 같으니까…, 아마 괜찮을 거야. 그리고, 어릴 때도 그랬던 것처럼 재빈이가 너무 좋으니까…그러니까….”

 “!”

 

 입술에 닿은 부드러운 감촉은 당연하지만, 그의 애인의 것이었다. 그 당연한 사실이 재빈과, 그리고 민의 가슴을 콩콩 두드려서―그들은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느낄 그 사랑스러운 감각이 서로의 따뜻한 온기를 감싸 안아, 서로를 바라보며 한 번 더 웃으며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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