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글자부터 마지막글자까지 스포일러




어제는 산타루치아가 뇌리에 깊게 남아서 오늘은 사의 찬미를 중심으로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객석에 앉았다. 그런데 지난번에 쓴 후기의 많은 내용이 틀렸음을 심덕이 사의 찬미를 부르는 순간 바로 깨달았다(ㅋ..) 심덕이 석주를 내심 딱하게 여긴게 애초에 사의 찬미 덕이었던 것이다.

인물이 둘이다 보니 서로 한 번씩 주고받는 것이 있고 꿈꾸는 바를 같은 방식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천당도 지옥도 아니고 다시 이승의 화물칸으로 떨어졌음을 서서히 깨달으며 몸을 움츠리던 심덕이 노래가락을 읊는다. 노래를 하며 다시 무대 위의 윤심덕이 된다. 살았더라면 죽으려는 결심을 하지 않았더라면 만났을 관객을 향해 절한다. 그 노래를 옅들은 석주는 깊게 감명받는다. 석주가 일기를 몰래 훔쳐본 것처럼 석주도 의도치는 않았지만 심덕이 품은 인생의 아픔을 느끼게 된다. 석주도 포기한 딸을 생각하며 노래를 한다. 아이에게 돌아가 조금전 알게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고 싶지만 아이에게 자신의 엉망이었던 삶을 알려주고 싶지 않다(어쩌면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그래서 홀로 노래를 해본다. 이번에는 염불 같은 엉망인 가락이 아니라 심덕처럼 고운 소리로.

이번에 유달리 기억되는 장면이 있다. 석주와 심덕이 물속에서 추는 춤을 자세히 보려고 일부러 왼쪽에 앉았는데, 덕분에 석주가 심덕을 한바퀴 돌려 물 밖으로 끄는 동선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심덕이 석주처럼 물위를 바라보는게 아니라, 석주를 돌아보는게 아닌가? 헐? 네?... 여기서요?

한정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쉴새없이 티키타카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백합극 너무나 아름답고요 절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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