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하는 연애 -中-



뉴이스트로 데뷔했지만, 주목 받지 못한채 실패라는 쓰디쓴맛을 맛봤다. 계속해서 앨범을 냈지만 그때마다 다른 가수들에게 묻혀버렸다.
정말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욕 먹을 각오까지 하면서 멤버들과 함께 프로듀스 101을 나가게 되었다.
녹화장에 도착해서 많은 연습생들을 보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다 경쟁자가 될거라는 사실에 표정이 밝지만은 못했다. 그러던중 한 아이가 계속해서 눈에 들어왔다. 기획사 퍼포먼스부터 중간중간 화면에 잡힐 때마다 내 시선은 항상 그 아이에게 가 있었다.
박지훈. 많고많은 100명 중 가장 눈에 들어온 아이었다. 


나만 그런게 아닌지, 나야나 첫 무대가 방송을 통해 나간 후 박지훈 이란 아이의 파급이 엄청났다. 윙크남이란 별명을 갖게 되었고, 프듀 첫 방송 후 줄 곧 1위를 차지할 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이목되었다. 그럴수록 더더욱 나의 시선은 그 아이를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 한번도 말을 걸 기회가 없어 계속 옆에서 바라만 봤다.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은 강했지만, 그룹평가, 포지션평가, 컨셉평가에서도 그 아이와 다른 팀이 되었다.


마지막 생방송 무대에 오르게 될 20명이 추려졌다.
떨어지지 않은 사실에 너무 감사했고, 이 아이와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에도 감사했다. 다행이 마지막 무대는 그 아이와 함께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처음 한 팀이 되어 설레는 마음이 주체가 되지 않았다. 혹여나 그 아이에게 들킬까 쉽게 다가가지 못했었다
다행히 그 아이와 함께 포지션평가를 했던 다니엘과 성우 덕에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수줍은듯 인사하는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날 정도로 이쁘다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하마터면 애들있는 앞에서 안을뻔한걸 간신히 참고, 잠시 연습실 밖으로 나간적도 많았다.

연습벌레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정말 주구장창 연습만 하는 아이었다. 혹여나 쓰러지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다들 숙소로 돌아가고 아이혼자 남아있는 연습실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그렇게 2시간쯤 지났을 무렵 불이꺼지고 어깨가 축 쳐진 채로 나오는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 지훈아! "

" 어? 민현이형? 안 들어갔어요? "

" 아..어어, 잠깐 바람 좀 쐬러. 여태 연습한거야? "

" 네.. 자꾸 실수하는거 같아서요. "

" 무슨 실수를 한다고.. 너무 그러다 몸상해. "

" 그렇다고 연습 안하면 무대 위에서 실수할까봐.. "

" 오히려 그렇게 괜한 생각하는게 더 안좋다? 자 이거 마시고 힘내! "


언제쯤 나오려나 하면서 뽑아둔 이온음료를 아이에게 내밀었다.


" 고마워요 형- "


살짝 빨개진듯한 아이의 얼굴을 보자 괜한 기대감이 생겼다. 이 아이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그 이후부터 시간이 생길때마다 아이의 옆에 가서 붙어있었다. 행여나 아프지는 않을까,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이의 표정만 신경쓰고 있었다.


" 어? 지훈이는? "

" 잠깐 화장실갔다 온다고 나갔어. "


갑자기 끊겨버린 노래덕분에 연습이 잠깐 중단되었다. 중단되자마자 아이를 찾아 두리번 거렸는데 어디에도 보이지않자 성우에게 물어보니 화장실을 갔단다.. 언제간거지 계속 보고 있었는데.. 나도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 성우에게 말한 뒤 아이를 찾아 화장실로 향했다.


" 하.. 지훈아 힘내자, 할 수 있어. 너는 할 수 있어. "


화장실 안에서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아이의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웠다. 어린나이에 혼자 얼마나 감당하기 힘들까.. 나와는 달리 같은 소속사 연습생들도 다 떠나고 혼자 남아 얼마나 힘들고 외로울까 하는 생각에 주저없이 화장실로 들어가 아이를 안아주었다. 갑자기 들어와 자신을 안은 나를 얼마나 이상하게 생각할까? 라는 생각이 들자 아이를 품에서 살짝 떼어내 눈을 마주봤다.


" 힘..들지? "


한마디 했을 뿐인데 그 이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 울어도돼, 지훈아 울어도돼. "


울지 않으려는 듯 입술을 꽉 깨무는 아이에게 울어도 된다고 등을 쓸어주자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소리내 우는 아이의 등을 연신 쓰다듬으며 괜찮아, 괜찮아. 하며 낮게 말을 이어갔다.


" 힘들면 형한테 와서 얘기해 지훈아, 네 말이면 언제든지 들어줄게, 혼자 삭히지말고 꼭 형한테 와서 얘기해 지훈아. "

" 흐흐흑, 형.. 나 너무 힘들어요.. 흐흑, 데뷔 못할까봐.. 사람들이.. 꼴 좋다고 욕할까봐..흐흐흑.. "

" 누가 너를 욕해, 이렇게 열심히 하는 애를. "

" 이런 관심이.. 좋은데.. 너무 무서워요.. "

" 괜찮아 괜찮아, 우리 지훈이 잘 하고 있다고 응원해주는 관심이야, 절대 너를 욕하거나 하지 않아 지훈아, 너 데뷔할 수 있어. 우리 꼭 같이 데뷔하자. "



화장실에서 한바탕 울고 팅팅 부은 눈으로 연습실로 돌아가서 나보고 지훈이 울렸냐며, 나쁜 황민현-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직도 훌쩍이는 아이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 얘들아 힘내자! "


그렇게 마지막 생방송 무대도 모두 끝마쳤다. 최종 11인 결과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무대위에 서서 그 아이만을 바라봤다. 긴장이 됐는지 연신 손만 주무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어서 대형을 이탈할 수가 없어 안절부절하고 있을 때, 아이가 뒤를 돌아봤다. 정확히 나를 본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이와 눈이 마주쳤을때 안심하라는듯 웃어주었다. 아이는 그 모습을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이내 다시 앞을 보았다.


순위 발표식이 다 끝나고 카메라가 철수하기 시작했다. 결국 해냈다 황민현. 뿌듯하면서도 다른 멤버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또 한편으론 그 아이와 함께 워너원이라는 그룹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도 기뻤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오가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그 아이만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가 불편한지 내 주변을 서성이는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고 싶었지만, 저 멀리 나에게 다가오는 멤버들 때문에 갈 수 없었다. 멤버들이 오기전 아이가 잠깐 다가와 살짝 안아주고는 다시 가버렸다. 쫒아가려 했지만 축하한다고 전하는 멤버들덕에 그러지 못했다.


처음 숙소로 가는 길, 너무나도 설렜다.
도착하자마자 많은 카메라들과 스텝분들이 보여 당황하자, 지성형이 다가와 리얼리티 촬영이 오늘부터 시작한다고 알려줬다. 숙소와서 쉬는 기간 동안 뭐하고 지냈냐고 아이에게 물어보려 했는데,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금새 시무룩해졌다.


숙소로 들어와 촬영과 함께 방을 정하는 시간이었다.
랜덤으로 원하는 방을 선택하는거였는데, 멤버들이 하나둘씩 들어오는 동안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다른 방을 선택했나 하고 실망을 하던 순간, 문을 벌컥 열고 아이가 들어왔다. 그 순간 아이의 뒤에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는거 같았다. 온통 하얀 세상속에 아이 혼자 밝은 빛을 내며 내 앞에 나타났다. 너무 좋아하는 티를 보이면 안될거 같아 아이에게 살짝 미소만 지어줬다. 하나둘 들어오면서 자연스레 침대에 짐을 풀어 남은 곳이라곤 내 침대 위 뿐이었다.


혹시나 2층 싫어하나 싶어 바꿔줄까 물으니 써보고싶었다는 말에 이내 웃으며 알겠다고 대답해줬다. 데뷔도 같이 하고, 같은 방에다가 침대도 위아래를 쓰다니, 황민현 운은 올해 다 쓰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뉴이스트때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말 그대로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정신없는 나날이 지속되던 중 데뷔를 하였고, 음악방송 첫 1위도 하였다. 그 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1위 기념으로 연습없이 숙소로 돌아가 쉬라는 말에 멤버들 모두 들떠있었다. 숙소로 가는 차에 올라타 혼자 앉아있는 아이에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 고생했어, 지훈아. 1위 축하해. "

" 형도 고생많았어요. 우리 1위한거 너무너무 행복해요. 앞으로도 잘 해봐요 우리. "

" 응, 가는 동안 좀 자. 숙소가서 파티한다던데 지금 이라도 좀 자야지. "

" 너무 떨려서 잠이 안와요, 형. "


베실베실 웃으면서 말하는 아이의 얼굴에서는 평소 보지 못한 행복함 가득한 얼굴이었다. 너가 행복해하니까 나도 너무 행복하다 지훈아.




파티를 한다더니 미성년자가 있는 지금 이곳에 술을 사들고온 성우와 재환을 있는 힘껏 째려봐 주었다.


" 여기 애기들도 있는데, 술을 사오면 어떻게해. "

" 에이, 형- 얘네는 한모금도 안 줄거에요! 얘네는 사이다랑 콜라! "


짜잔 하며, 사이다와 콜라를 번쩍 들어올리며 재환이 말하자, 어어 형!! 이런날 저희도 마셔야죠!! 라며 소리지르는 우진에게 그래그래 라며 술을 따라주는 성운을 보고선 쯧쯧, 하며 혀를 내둘렀다. 워낙 술을 못마셔서 좋아하지 않는 터라 미성년자들을 위한 사이다를 내 잔에 따랐다. 



" 워너원 1위 축하해!! "


누구라 할것 없이 잔을 들고 외쳤다. 


" 크, 술 되게 쓰다. "


옆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고, 아이의 손에는 맥주잔이 들려있었다.


" 그럼 술이 쓰지 달겠어? "


쓰다는 아이에 말에 얼른 안주될만한 과자를 입에 넣어주었다.


" 쳇, 근데 형은 왜 안마셔요? "

" 나는 술 잘 못 먹어, 좋아하지도 않고. "

" 그래도 이런날은 같이 마시지.. "

" 쪼꼬만게 벌써부터. "

" 에이, 형 저 안쪼꼬매요! "

" 뭐야, 지훈이 벌써 취했어? "

" 아이참, 이거 먹고 취할리가요! "


멤버들의 장난스러운 말에 앞에 있던 소주병을 병째 입에 들이붓는 아이에 모습에 놀라 병을 뺏었다.


" 박지훈! "

" 으으으, 쓰다 쓰다.. "


허겁지겁 주방으로 뛰어가 얼음물을 가지고 와 아이에게 건냈다.


" 이거 얼른 마셔. "


좀 진정이 됐는지 후후- 하고 숨을 내뱉는 모습이 보였다.


" 꼬맹이 박지훈씨, 그렇게 먹는다고 어른 되는거 아니거든요. "

" 쳇, 형들이 자꾸 그러니까 그랬잖아요. "

" 오구오구, 우리 지훈이 어리다고 그래서 삐졌어요? "

" 저도 몇달 뒤며 성인이거든요! "

" 우쭈쭈, 알았어 지훈이. 다컸네 다컸어 어른이네 어른이야. "


지성형이 놀리듯 얘기하자 반박하려는듯 입을 열던 아이가 갑자기 픽- 하고 쓰러졌다. 너무 놀라 다가가 안으니 쌔근쌔근 숨소리가 들려온다.


" 아우 야, 지훈이 취했나보다. 다행이다 술버릇 얌전해서- "


지성형이 정말 다행이라는듯 가슴을 쓸어내리는듯한 모션을 취했고, 잠에 들어버린 아이를 안고 있는 내게 방에 좀 눕혀놓으라 했다. 아이를 안아들고 방으로 들어와 도저히 2층에 눕힐 수가 없어 내 침대에 눕혔다.
이불까지 덮어주고 다시 거실로 나와 멤버들과 얘기를 나누다 하나둘 취한채로 벌러덩 눕길래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쓰러지듯 잠든지 5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괜찮나싶어 자세히 얼굴을 보려고 다가가니 깨어나려는듯 인상을 찌푸리는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 어..어?! "


놀란 목소리를 하며 일어나려는 아이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 아 머리야.. 흐.. "

" 정신 좀 들어? "

" 민현형? "

" 그러게 뭐 하러 마셔가지고. "

" ...... "

" 속은 좀 어때, 너 갑자기 잠들어가지고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

" 제가 잠들었어요? "

" 어, 얘기 잘하다가 갑자기 쓰러져서 아픈줄 알고 놀랬잖아. "

" 죄송해요.. "

" 아냐, 죄송하긴 다신 안그러면 되지, 2층에 눕히기 힘들어서 그냥 내 침대에 눕혔으니까 오늘은 거기서 자. "

" 형은요? "

" 나? 나는 너 침대에서 자야지 뭐. "

" 같이 자요. "

" 뭐? "


같이 자자는 아이의 말에 놀라 되물었다. 아이가 침대 안쪽으로 더 들어가며 옆 자리가 톡톡 치며 같이 자자며 애교를 부린다.


" 같이 자요 혀엉- "

" 왜 갑자기 안부리던 애교를 부려, 아직 술 덜 깼구나? "

" 빨리이, 민현이형- 같이 자요. "

" 하하, 진짜.. "


어쩔 수 없다는 웃으며 아이의 옆으로가 누웠다. 알코올 향이 아이에게 났다. 어울리지 않는 향이었다. 갑작스레 안아오는 아이의 행동에 적잖게 놀랐다.


" 지훈아? "

" 형- "

" 응. "

" 좋아해요. "


뜬금없이 좋아한다고 말하곤 제 말에 놀랐는지 내게서 떨어지는 아이의 모습이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말없이 눈을 꼭 감고 있는 아이의 얼굴 보다 천천히 떠지는 아이의 눈을 쳐다보곤 '나도' 라 대답하며 아이에 볼에 살짝 입맞췄다. 그러자 대담하게 아이가 내 입에 입을 맞추어왔다. 아직 술이 덜깬건가, 꿈이라 생각하는건가 싶어 입술을 떼려는 아이의 뒷머리를 감싸안고
아이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어주곤 입술을 땠다.


" 이거 꿈 아니야 지훈아. "

" ...... "

" 나 좀 봐봐, 지훈아. "

" 형.. "

" 나도 너 많이 좋아해 지훈아. "

" ...... "

" 내가 먼저 말하고 싶었는데, 지훈이가 먼저 말해줬네. "

" 정말..정말 내가 좋아요? "

" 몰랐어? 나는 티 엄청 많이 냈는데. "


내 말의 뭔가 생각을 하는듯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아이가 너무나 귀여워 보인다.


" 형, 그냥 동생으로서 형이 좋다는게 아니에요. 저는.. "

" 알아. 나도 너 형으로서 좋아하는거 아니야. "

" 어떻게.. "

" 사랑해 박지훈. "

" ...... "

" 사랑해 지훈아. "

" 나도 사랑해요, 민현이형. "



그렇게 멤버들 몰래, 아이와의 연애가 시작되었다.




푸르른윙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