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5년차 동거 중인 익준이와 송화.

익준이는 권태기가 온 듯하다. 송화 얼굴만 봐도 좋아서 웃던 익준이가, 송화 얼굴도 잘 보지 않고 병원에서 마주쳐도 피하는 느낌이다. 물론 송화도 느끼고 있었고.


정말 오랜만에 바쁜 일정을 제치고 데이트를 하게 된 둘.

"익준아, 우리 어디갈까?" 오랜만의 데이트에 들뜬 송화와는 달리 뭔가 모르게 짜증이 나있는 익준.

"쉬자, 피곤하다."

"뭐? 겨우 시간 빼서 데이트하는건데 쉬자고? 그러지 말고.. 바닷가! 바닷가 어때?"

"귀찮다니까."

익준이의 '귀찮다니까.' 이 한마디에 상처를 받은 송화는 결국 폭발한다.

"야 이익준, 너 나한테 왜 그래? 내가 뭐 잘못한거 있어? 요즘 내가 무슨 말만하면 짜증내고, 화내고. 대체 왜 그러냐고. 나랑 데이트하는 게 귀찮으면 나랑 왜 사귀는데? 난 너한테 뭔데?"

"그럼 뭐, 어쩌라고, 짜증나고 화가 나는데."

"그럼 헤어지면 되겠네. 헤어지자 우리. 나 더이상 못 참겠다. 오늘부로 끝이야."

"뭐 그러던지. 오늘로 끝인걸로 하자."

헤어지자는 말을 너무 쉽게하는 송화에 화가 난 익준은 홧김에 헤어지자고 말했다. 물론 송화도 익준이도 둘 다 진심은 아니었다. 서로를 여전히 사랑하고 아끼는건 여전했으니까. 하지만 둘은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송화가 나간 후 텅 빈 집에 혼자 남아있던 익준은 아무도 모르게 소리 소문없이 혼자 눈물을 훔쳤다. 송화 앞에선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익준이지만 사실 자신도 전과는 다르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집을 나온 송화는 집 문 앞에 웅크려앉아 혼자 눈물을 흘리며 자책하고 있었다. 

"왜 헤어지자고 말한거야 채송화. 너도 알잖아, 익준이도 괴로울거라는 걸."

알면서도 익준이가 너무나도 밉고 원망스러웠던 터, 송화는 결국 해서는 안될 말을 했다.

그렇게 우린 헤어졌다.

서로 좋아 죽던 둘은 이제 더 이상 없었다.


"미안해, 이젠 행복하길 바랄게. 사랑했어."

가끔 글 쓰는 사람

𝐬𝐨𝐝𝐚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