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Y - ex i never had

프롬님 :)

봉봉 오 쇼콜라

13





퇴근하고 한잔하기 위해 들어오는 직장인들로 가득 찬 포장마차는 소란스러웠다.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 누군가 한가운데 서서 데시벨을 측정한다면 높은 수치가 나올 정도로 시끄러웠다.

그중에서 딱 한 테이블. 여주와 태형이 마주 보고 앉은 테이블만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여주는 마시려던 소주잔을 허공에 든 채로 태형을 빤히 쳐다봤다. 여주를 돌처럼 굳게 만든 장본인은 연거푸 두 잔을 이어 마셨다. 마시던지 내려놓던지 하나만 하지. 참다못한 태형이 말했다. 여주가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나 취했나 봐요. 귀가 맛이 갔나 봐."

"뭐라고 들었는데요."

"셰프님 좋아해 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 뭐 그런 거?"

"제대로 들은 거 맞는데."

"미쳤어요?"

"안 미쳤는데."

"그럼 진짜 진심으로 한 말이에요? 김태형씨 나 좋아해요?"

"그런 거 같은데."

"왜요? 아니, 언제부터? 아니, 왜?"

"생각 안 해봤는데. 그런 거 재면서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라."



태형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혹시 취한 게 내가 아니라 김태형씬가? 아까 술 못 이기네 어쩌네 한 게 이런 뜻이었나? 여주가 테이블에 놓인 소주 병을 확인하며 혼잣말을 쏟아냈다.



"강여주씨한테 술로 못 이긴다는 게 무슨 뜻이겠어요."

"제가 술이 더 세다는 거죠."

"어이가 없네."

"..."

"취할 생각이 없다는 뜻입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만취하는 미친놈 안 되려고."



태형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전히 벙찐 얼굴을 한 여주가 태형의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위로 올렸다. 자, 잠깐. 나 아직 혼란스러운데 일어서면 안 되죠. 여주가 다급한 손길로 태형을 당겼다. 태형이 큰 저항 없이 다시 앉았다.



"김태형씨 나 싫어하지 않았어요?"

"그냥 마음에 안 들었던 거죠."

"그러니까. 그게 그거잖아."

"강여주씨도 나 싫어했는데 이제 내가 편하다며."

"싫어하진 않았고 재수 없던 거였죠. 편해진 건 뭐…."





"강여주씨는 내가 편해질 동안 나는 좋아졌어요."

"..."

"그게 그렇게 이상한 감정 변화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그러니까 나중에 여유 되면 진지하게 생각해 봐요. 말을 마친 태형이 먼저 일어나 계산대로 향했다. 오늘 내가 사기로 한 건데. 여주가 그 사실을 깨달은 건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였다.







방송 나간다며? 남준이 베이커리에 기웃대며 물었다. 아직 라뒤레가 오픈하기도 전이었는데 벌써 세 번째 듣는 말이었다. 여기 소문이 왜 이렇게 빨라? 여주가 반죽을 오븐에 넣으며 대꾸했다.



"정국이가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던데. 걔 네 팬 아니냐?"

"파티쉐님 일호 팬은 저죠!"



옆에서 묵묵히 반죽하던 지민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그 말에 웃음이 터진 여주가 깔깔대니 지민의 입이 댓발 나온다.



"지금도 이렇게 팬이 많은데 방송 나가면 어떡하냐. 라뒤레 예약 일 년 치는 다 차겠다. 그럼 월급 올려주시나?"

"완전 일석이조네요!"




"파티쉐까지 유명해지면 다른 레스토랑에 뺏기지 않게 제가 더 잘해야겠네요."

"사장님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어요?"

"출장 가는 길에 두고 온 게 있어서 잠깐 들렀습니다. 여주씨 잠깐 시간 괜찮아요?"



, 네! 마지막 반죽을 막 오븐에 넣은 여주가 두꺼운 장갑을 벗으며 답했다. 윤기의 시선이 붕대를 두른 여주의 손에 잠깐 머물렀다.

사장실 문을 연 윤기가 의자를 빼 여주가 앉을 수 있게 했다. 커피 드실래요? 윤기의 물음에 여주가 잠시 고민하다 끄덕였다. 어제의 충격이 커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 카페인이 절실했다.



"방송 나가기로 했나 봐요."

"셰프님이 말씀하셨어요?"

"아뇨. 좀 전에 세 분이 하는 얘기 들은 거예요."

"아. 어제 셰프님한테 제안을 받아서요. 나쁘지 않은 기회인 것 같아서 하겠다고 했어요."

"더 바빠질 텐데. 그 손은 다 낫고 나가는 게 좋지 않겠어요?"



아, 이거. 여주가 붕대 감은 손을 내려다봤다. 심한 것도 아니고, 당장 다음 주 촬영이라 급한 것 같기도 해서. 여주가 괜찮다는 투로 답했다.



"불편한 거나 혹시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요."

"..."

"라뒤레 사장으로서 하는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럴게요."



커피 잘 마셨어요. 여주가 머그잔을 내려놓으며 일어섰다. 여주씨. 윤기가 여주의 이름을 불렀다.



"사장이 아닌 남자로서 말해도 되는 순간이 온다면 꼭 알려주세요."

"..."

"그게 언제든."



…네. 말씀드릴게요. 여주가 옅은 웃음기를 띤 얼굴로 답했다. 윤기의 입가에도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



"아침부터 본건 좋은데, 여기서 나오는 건 별로네."



여주가 사장실 문을 닫고 나오자마자 태형과 마주쳤다. 태형은 여주와 사장실 팻말을 번갈아보며 픽 웃었다. 당황한 여주가 대충 인사하고 지나가려고 했지만 좁은 복도에서 그러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침부터 윤기형은 무슨 일로?"

"방송 나가는 것 때문에요. 그러는 김태형씨는 왜요?"

"강여주씨 방송 나가는 것 때문에. 근데 이제 그 볼일 사라졌어요."



여기서 뭐해요? 사장실 문이 열리며 의아한 표정의 윤기가 나왔다. 두고 간 서류를 챙겨 나오니 금방 방을 나선 여주가 아직도 서 있으니 이상할 만했다. 여주가 답하기 위해 뒤를 돌려고 했지만 제 쪽으로 당기는 태형이 좀 더 빨랐다.




"강여주씨랑 아침 인사."



졸지에 태형과 가까이 붙어선 여주가 흠칫 놀랐지만 당황한 티를 내면 수상해 보일 것만 같아 대충 장단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픈 준비로 바빠서 이만. 태형이 미련 없이 먼저 복도를 벗어났다. 그럼 저도 마저 준비하러, 여주가 윤기에게 목례하고는 베이커리로 향했다.








여주는 브레이크 타임에도 홀로 나가지 않고 베이커리에 앉아 태형이 나온 방송을 보고 있었다. 당장 다음 주 촬영이라는데 어떤 식으로 방송이 진행되는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였다.

화면 속 태형은 능숙했다. 여주는 트러플 코스를 준비할 때 처음 가까이서 태형을 봤던 생소함과, 같이 자선행사에 참여하며 봤던 요리에 진심인 색다른 모습을 떠올렸다. 라뒤레에 오고 나서 맞닥뜨린 김태형의 실체에 실망하고 재수 없어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사사건건 부딪치며 알게 되는 새로운 것들이 더 많았다. 그렇게 쌓인 경험들 때문인지, 라뒤레에 오기 전 화면으로만 봤던 셰프 김태형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많았다.



"화면발 잘 받죠."

"깜짝아."

"어디 갔나 했더니 날 보고 있었네. 보고 싶으면 실물 보러 와도 되는데."

"셰프님 본 게 아니라 방송 본 거거든요. 저도 출연해야 하니까요."

"그런 거 본다고 안 늘 텐데."

"방송 경험 많다고 자랑해요?"

"팁 주려는 건데. 싫음 말고요."

"뭔데요."



여주가 인상을 쓰며 물었다. 베이커리를 빠져나가려는 척하던 태형이 픽 웃으며 뒤를 돌았다.



"궁금해요?"

"아무래도 자랑하려던 거 맞는 거 같은데."

"안 궁금하면 말고."

"…뭔데요."

"오늘 마감하고 주방으로 오면 알려줄게요."

"지금은 안 돼요? 오늘 운동 가려고 했는데."

"다니는 거였어요? 데스크 직원도 여주씨 환불한 줄 알던데."



헐. 그럼 안 되는데. 여주가 당황한 틈을 타 태형이 사라졌다. …근데 아파트 헬스장이라 데스크 직원 자체가 없잖아. 지난번엔 라뒤레 규정집 어쩌고 하더니 눈 하나 깜짝 않고 사람을 낚아. 여주가 헛웃음을 치며 보던 방송을 꺼버렸다.



"제가 정말 도와드릴 거 없어여? 두 분 후회 안 하시겠어여?"

"촬영할 때 보조 쓰는 거 봤냐? 진짜 필요 없으니까 퇴근 좀 해."

"주방은 제 구역이라구여. 파티쉐님이 여기서 일대일 강습을 받으신다는데 뭐라도 좀 도움이 돼야 제 마음이 편할 것 같단 말이에여."



마감한 주방에 여주와 태형, 그리고 정국만이 남았다. 정국은 여주의 등장에 신이 나서 퇴근도 미루고 도와주겠다며 보조 역할을 자처 중이었다. 참다못한 태형이 욕을 뱉기 일보 직전인 표정으로 뒤를 돌자 정국이 눈치 빠르게 도망쳤다. 정국씨 있는 게 더 좋은데. 여주가 저도 모르게 속마음을 중얼거렸다. 어제 고백도 있었고, 태형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여주는 신경이 쓰여서였다.



"난 전정국 없어야 한다고 보는데."

"..."

"딴맘 있어서 아니고 촬영은 혼자 하니까요. 거기선 나도 못 도와줘."

"…오해 안 했거든요?"



태형이 어깨를 으쓱하며 집기들이 가지런히 정리된 테이블로 여주를 데려갔다. 영업 중일 때와는 다르게 마감 후의 주방은 차분하고 단정된 분위기였다. 이렇게 마무리된 데에는 정국의 공이 크겠지만.



"촬영장에서 실제 쓸 수 있는 공간은 이만큼도 안 돼요. 바닥에는 비싼 장비들 선들도 있어서 움직이다 걸릴 수도 있고."

"이렇게 좁아요?"

"실제 가면 더 좁다고 느껴질걸요. 그리고 이 앞은 전부 카메라라고 생각하면 되고."



태형이 화구로 가득한 반대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중앙에는 시계가 있는데 처음엔 그거 보면 더 부담감 느낄 수도 있어요. 여주는 태형의 말 하나하나를 귀담아들었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 있는 거랑 없는 건 천지 차이일 테니까. 강여주씨는 괜찮을 수도 있고."

"저 촬영할 때 셰프님도 옆에 있어요?"

"나한테 의지하려는 거 보니까 재밌네요."

"…의지하는 게 아니라. 그냥 좀 떨릴 것 같아서 그런 거거든요."





"옆에서 절대 안 떨어질 테니까 걱정 마요."



이상하게 태형의 말에 안심이 된 여주가 진지하게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시간이 제한되어 있을 테니 만들 수 있는 디저트도 굉장히 한정적일 거고. 어쩌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죽 작업 같은 것들은 미리 만들어져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맛이 반감될 수도 있으니까….

태형은 진지하게 상황을 그려내는 여주를 빤히 보기만 했다. 여주의 많은 모습들 중에서도, 본인의 디저트에 집중하는 모습이 가장 예뻐 보였다. 한참이나 여주를 보던 태형은, 생각을 끝낸 여주와 눈이 마주치고도 정신을 차리는데 약간의 버퍼링이 걸렸다.



"…왜 그렇게 봐요?"

"보면 안 돼요?"

"안 되죠. 민망하잖아요."

"난 강여주씨가 쳐다봐도 안 민망할 것 같은데."

"과연 그럴까요."



여주가 몸을 돌려 태형과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여주가 각 잡고 쳐다보는 모습에 당황한 태형이 저도 모르게 눈을 피했다. 거봐요, 민망하죠? 여주가 이겼다는 생각에 씩 웃으며 다시 테이블 쪽을 쳐다보려 했다.



"안 민망한데."

"..."



저희 홀에서 놀고 있는데 혹시 언제쯤 끝나시는……? 지민의 우렁찬 등장에 태형은 붙잡고 있던 여주의 팔을 놓았고, 여주도 황급히 떨어져 섰다.



"난 안 가."

"저는 갈게요! 이제 막 끝났어요."



분위기가 요상했던것 같은데…. 지민이 수상쩍은 눈으로 둘을 번갈아봤다.








주방에서 방송에 관한 팁을 전수하는 동안 홀은 파티가 열려있었다. 마감 후 퇴근하려는 석진을 꼬신 정국이 벌인 일이라는 걸 전해 들은 여주가 혀를 끌끌 찼다.



"사장님도 안 계시는데 여기서 이래도 돼요?"

"사장님 곧 올 거예요. 아까 전화했을 때 거의 다 왔다고 했어요."

"이런 일이 자주 있나 봐요."

"가끔? 여주씨는 수업 잘 받으셨어요? 셰프가 속 썩이진 않았고요?"



형은 가끔 보면 날 유치원생처럼 대하는 경향이 있어. 태형이 투덜댔다.



"가끔 아니고 매일인데. 그나마 요즘 좀 사람 돼서 윤기가 흰머리가 안 나잖냐. 근데 너 퇴근한다고 들었는데."



석진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지민이 파티를 제안했을 때 단칼에 집에 가겠다던 태형은 레드와인으로 풍미를 더한 통삼겹구이와 막 튀겨낸 매쉬드 포테이토를 접시에 담고 있었다.



"여기 요리할 줄 아는 사람이 전정국뿐이잖아."

"우리 시켜 먹으려고 했는데."

"먹기 싫다고?"

"그럴 리가. 여주씨도 얼른 앉아요! 우리 셰프님이 이렇게 요리해 주는 거 진짜 흔치 않은 일이거든요."



이미 테이블에는 술판이 벌어져 있었다. 호석과 슬기는 벌써 취한 건지 볼이 발그레했다. 여주가 남준의 맞은편에 앉으니 환영주라며 금방 잔이 채워졌다.



"시작한다고 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취한 사람들이 보이네요."

"싸장님~~~"



호석이 때마침 나타난 윤기를 격하게 환영했다. 제게 달라붙는 호석을 떼어낸 윤기가 남준의 옆자리에 앉았다. 남준은 윤기에게도 환영주를 따라주었다.



"김태형이 웬일이래. 이런 일 있으면 참석도 안 하던 애가 요리까지 해오고."



윤기 역시 태형의 변화가 신기한지 한마디 거들었다. 태형은 대꾸 없이 접시를 윤기 쪽으로 툭 밀었다. 맛있네. 윤기가 고기를 한 점 먹으며 중얼거렸다.



"평소 평판이 아주 별로시네요?"

"현재가 중요한 거죠."

"현재도 좋다고는 안 했는데."

"이 정도면 개과천선이지. 어디서 이런 걸 먹어."



여주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태형이 받아쳤다. 둘이 많이 친해졌네요. 석진이 포크를 입에 문 채 넌지시 말을 꺼냈다. 말을 주고받던 태형과 여주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윤기의 시선도 둘에게 고정됐다.



"고기 더 가져올게요."



태형이 어색한 분위기에 먼저 벗어났다. 진짜 수상하네. 석진이 태형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대다가 문득 윤기와 여주의 관계를 깨닫고 입을 꾹 다물었다.



"저도 서류만 좀 두고 오겠습니다."



윤기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둘의 빈자리는 알딸딸한 지민과 정국이 차지했다. 할 말이 많아 보였던 석진은 더 이상 말을 얹는 것을 포기하고 새로 자리에 앉은 직원들에 말을 걸기 시작했다. 잠깐 생각에 잠긴 여주도 제게 계속해서 말을 거는 남준에게 금방 대꾸를 해주었다.








서류를 두고 막 사장실 문을 닫고 나온 윤기는 울리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연화였다. 잠시 고민하다 거절을 누르고 홀로 나가려는데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왜."

- …윤기야.

"..."

- 그 사람이 때린 거 미안하다고 빌어….

"..."

- 받아주면 나 미친년이지?

"답을 알면서 나한테 물어보는 이유가 뭔데?"

- ...

"한번 때린 사람이 두 번 안 때리란 법 없어. 마지막 남은 정으로 해주는 충고야."

- 너한테 가도 돼?

"연화야."

- ...

"나 좀 놔주면 안 되냐."



잠시 말이 없던 전화는 그대로 끊겼다. 한숨을 내쉰 윤기가 좁은 복도를 걸어 나왔다. 끝에는 태형이 서 있었다.



"형 아직도 그 여자랑 연락해?"

"..."

"제정신이 아니구나. 여전히 돌았어."

"김태형."

"..."

"넌 이해 못 해."

"이해? 그래, 나 이해 못 해. 십 년 전에 미국에서 다 죽어가는 형 살린 것도 나고, 휘둘리는 거 지켜본 것도 한두 번이 아닌데."

"..."

"그런데 이건 아니지. 강여주 좋아하는 건 맞아? 2순위 아니고?"



태형의 거침없는 말이 이어졌다. 신경을 긁어서인지 윤기의 얼굴도 차가워졌다.



"말 함부로 하지 마. 맞고 왔다는데 그럼 그걸 그냥 둬?"

"그냥 둬야지."

"..."

"좋아하는 게 강여주면 그냥 뒀어야지."



태형과 윤기 사이에 숨 막히는 침묵이 흘렀다. 윤기는 태형이 왜 이토록 화를 내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윤기가 연화 때문에 힘들어할 때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힘을 줬던 동생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이렇게 나온다는 건….



"너 강여주씨 좋아해?"



하루 종일 윤기를 찜찜하게 했던 질문을 뱉고야 말았다. 태형이 이렇게 화를 내는 게 여주 때문이라면.



"형."

"..."

"난 여태껏 형이 맞다고 생각하면서 살았어. 라뒤레 차리겠다고 할 때도 형 하나 믿고 뉴욕 명성 그거 다 두고 한국 들어왔고. 직원 중에 안 맞는 사람 있어도 형이 곤란하겠지, 한 번 더 곱씹으면서 양보한 적도 많아."

"..."




"그래. 나 강여주씨 좋아해. 음식 말고 처음으로 욕심이 생긴 거거든."

"..."

"미안. 나 이건 양보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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