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트위터에서 텀블벅을 통해 후원금을 모아 발행된 책과 관련하여, 저자와 키배를 벌인 일이 있었다.

해당 서적과 관련된 논쟁이 이틀이 넘어가고 나서, 해당 발행물을 출판한 1인 출판사 대표의 입장문이 트위터를 통해 공개 되었다. 나는 이것을 보고 뭐든간에 이와 관련된 글을 남겨 놓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세히는 아래의 링크를 통해 직접 판단하길 바란다)

기존에 어떤 필드에 오랫동안 몸을 담아온 사람이, 해당 필드에 완전히 새로 들어온 사람을 포섭하여 자기 뜻대로 움직이게 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심지어 이런 행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다.

어떤 필드에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는 여러가지 약점이 있다. 우선 그에게는 당연한 말이지만 경험이 없으며, 자신을 보호해 줄 장치가 없으며, 애초에 무엇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또한 어느 필드든 가장 활발하게 실무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은, 당장 눈앞에 있는 일을 쳐내기에 바쁘기 때문에 이제 겨우 발을 들인 새내기들을 살펴봐줄 여유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하게도 새로운 사람에게는 필연적으로 그 필드에서 실무는 안하지만 결과를 가지고 싶은 사람이-새로운 사람이 그 필드에 원래 없었던 스킬을 가질 수록- 몰리게 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한가한 틀딱일 수록 뉴비에게, 특히 나쁜 의도를 가지고 몰려온다는 것이다.

나 또한 이전에 틀딱하게 크게 물린 적이 있다. 이후에 가장 후회했던 점은 "왜 친하지 않더라도 어쩄든 말이라도 섞어본 사람에게 한번을 안물어봤던가" 라는 것이었다. 그 외에 월급을 떼이고, 법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어느정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하였던 원칙을 몇가지 적고자 한다. 참고로 법률적인 건 포함하지 않았다. 또한 원칙이기 때문에 예외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부탁드린다. 

사실 어찌 보면 흔하디 흔한 말이나 누군가에겐 필요할 수 있으므로.


1. 자기 입으로 자신에 대해서 객관적인 사실의 제출이 아닌 형용사로 말하는 사람, 회사는 신뢰하지 않는다

특히나 협업을 할 경우 무조건 이력서를 받아야 한다.

니가 찾아보면 인터넷에서 내가 유명하다는 말은 다 무시해도 좋다.

쟁쟁한 교수들도 회사들이랑 일할 때 어쨌든 사내 규정 때문에 이력서 받는다.

절대로 이력서 주고 싶지 않다고 하면 그 사람 전체에 대해서 의심을 해도 좋다.

협업이 아니라 대화 차원 또는 내가 일을 받아야 하는 경우면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에 참여해왔는지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묻도록 한다. 가능한 해당 내용에서 구체적인 기관명이나 회사 명을 잘 기억해두고, 맞는지 확인해 보는게 좋다.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할 경우 개인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믿어서는 안된다.

LinkedIn이 있는 사람이면 앞으로도 알고 지내고 하기 위해서 이웃 신청을 하겠다고 하고 이력을 훑어보자. 

업계 거물이랑 내가 친구이고 자시고 이런 말은 아무 정보값이 없는 말이다. 설령 업계 사람이 실제 아는 사람이어도 지나가는 행인 1이었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참고는 하더라도 말만을 근거로 판단을 내리면 안된다.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일단 10명 이상) 회사의 경우에는 다음의 사이트로 일단 조회를 해보도록 하자.

https://kreditjob.com/ -크레딧잡.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기준 연봉 평균도 볼수 있다(단 과거 데이터일 수 있다)

http://dart.fss.or.kr/ -전자공시시스템. 기업의 재무재표 상황을 조회할 수 있다. (주식할 때도 유용하다)

http://www.alio.go.kr/home.do -ALIO.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참고로 잡플래닛은 최근 정보가 잘 갱신되지 않는 것 같아 포함시키지 않았다.

위의 리퍼런스 체크는 무조건 계약 전에 끝내야 하는 사항이다. 절대로 이게 확인되기 전에 계약서 날인하면 안된다. 일도 진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업계 관행상 그냥 하고 있는 경우도 많겠으나 어쨌든 힘들어진다. 

교수면 학교마다 연구 성과가 홈페이지에 나와있으니, 최소한 어떤 것에 대해 연구하는지 정도는 훑어보도록 하자. 


2. 구두 약속은 믿으면 안된다

이건 본인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데, 큰 회사가 아니라 작은 규모로 일할 수록 문서는 더더욱 중요하게 남겨야 한다. 돈이나 업무 진행에 관련된 것을 유난히 메일 보내기 싫어하는 회사/사람이 있다. 이 경우 전화나 문자를 하더라도 상대에게 다음과 같이 메일을 보내도록 한다. 

예) 프리랜서 A는 업계 틀딱에게 다음과 같은 전화를 받았다.
틀: 여보세요? A씨? 그래서 우리 일 건, 생각해 봤어?
A: 어 그게.. 그러니까 한 달 동안 140페이지를 하면 XXX만원이라고 하셨는데.. 이건 단가가 너무 약해서 제가 하기가..
틀: 이봐 A씨, 그래도 그 정도면 A씨 처럼 번역 초짜한텐 엄청 많이 처준거야. 만약 이 가격으로 정 힘들다면 $$만원 더 얹어줄 수 있는데, 그거면 되나? 대신 A씨 실력 확인때문에 테스트 번역을 좀 해줘야 겠어.
A: 아.. 그럼 테스트 번역에도 번역 단가가 포함이 되는건가요?
틀: 아 글쎄, 내가 잘해준다니까? 일단은 파일 보낼테니, 그거 번역해서 보내봐.
A: 단가가 없으면 안되는데..

(전화를 끊고 A가 적어야 하는 메일)
안녕하십니까, 프리랜서 A입니다.
금일(2020년 12월 7일) 오후 3시 유선상으로 논의 한 바와 같이,
번역 견적 주신 문서의 일부에 대해 테스트 번역을 하고, 그대로 번역 진행할 경우에
XXX+$$만원을 지급해주신다는 내용 잘 확인하였습니다.
이에, 관련하여 테스트 파일과 함께 위의 내용이 적힌 견적을 같이 송부 주시면,
테스트 번역을 진행하도록 하겠사오니,
업무에 참조하여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A드림

물론 이것으로도 해결이 안되는 틀딱이 훨씬 많겠지만 처음부터 물릴 가능성은 확 낮아진다.

만약 본인이 일을 의뢰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쓸 수 있다.

예) 모 자영업자 대표 B는 협업을 요청한 틀딱과 다음과 같은 통화를 하였다.
B:아, 그러면 테마가 DD는 &&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틀: 아 내가 알아서 한대두. 내가 이래뵈도 업계 잔뼈가 굵어. 그러니까 B씨는,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 내가 하라는대로만 하면 자다가도 떡이 떨어질 거야. 
B:(..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그러면 우선 그 내용으로 기획서 부탁드립니다. 양식은 제가 이메일로 보낼테니..
틀: 아, 그래도 내가 안믿겨? B씨 정말 실망스럽네. 내가 이래뵈도 다른 사람들도 나랑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인데 특별히 B씨랑 일한다잖아? 근데 나를 계속 의심해?
B:아 아닙니다...
(전화를 끊고 B가 적어야 하는 메일)
안녕하십니까, 뫄뫄 대표 B입니다.
금일(2020년 12월 7일) 유선상으로 논의 드린 바와 관련하여,
제가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거듭 확인하고자 메일 드렸습니다.
본 기획의 주제는 "DD는 &&이다"로 이해하였는데,
해당 내용은 해석에 따라 여러가지로 풀릴 수 있어,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진행하시기 원하는지를 꼭 파악을 해야
제가 최선의 힘으로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이에 첨부한 양식에 관련된 내용을 기재하여 답신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추신:12월 8일~10일은 다른 외근 관계로 연락이 어려우니 메일상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B 드림

이 경우에도 끝까지 기획을 제출하고자 하지 않는 경우, 당신의 자영업에 큰 타격을 주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특히나 본인이 대표인 경우 책임을 모두 뒤집어쓸 수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하고 넘어가야 한다.

포인트는 상대가 답을 주지 않더라도 내가 정리한 내용을 보내는 것이다. 이 경우 상대가 메일로 부정을 하지 않았더라도 후에 남는 것은 내가 정리한 내용밖에 없어 나에게 유리하다. 

A의 경우나, B의 경우나 답이 금방 나오진 않을 것이다. 전화로 연락이 오면 올 때마다 이를 기재해서 답신을 하는 것이 좋다. 당신이 일일이 기록하는 것을 알면, 상대방도 당신을 막대하는 것을 약간 자제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업계에 갓 발을 내딘 당신에게 위와 같은 수고를 다 견디면서 일해야 하는 사람이 제발로 걸어와 컨택을 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3. 계약서를 꼭 만들고, 계약서 내에 면책 조항 등을 꼭 설정하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계약서를 작성을 할때 신경을 써야 할 내용을 기술하겠다. 직접 고용이 아니더라도 프로젝트에 따라서 계약서를 맺을 수 있다. 

보통 계약서는 다음과 같은 항목을 포함한다.

1.목적: 왜 이 계약서를 쓰는가. (ex. 본 계약은 "갑"이 "을"에게 의뢰한 $$ 업무를 "을"이 공급함에 있어, "갑"과 "을"사이의 의무 및 권리를 기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계약 기간: 계약 기간은 명확한 일자 또는 어떤 업무가 마무리 되었을 시기까지로 결정할 수 있다.(예. 본 계약은 날인 이후 YYMMDD까지 지속되나, 의뢰된 업무 **가 마무리 되지 않았을 경우 자동으로 해당 업무가 완결될 때까지 연장 될 수 있다/또는 **가 빨리 마무리 되었을 경우 완결 후 $$개월까지 유효하다)

3.계약 금액: 계약 금액은 일시금으로 써서는 안된다. 각 작업 과정 별로 금액을 명확하게 나눠야 한다. 이것을 명확하게 나누지 않으면 도중에 프로젝트가 엎어졌을때 돈 하나도 못받고 끝날 수 있다. 

또한 지급시기를 명문화 한다. 명문화 하지 않으면 일하고 90일이 지나도 돈 못받을 수 있다. 

(ex. 계약금액은 다음과 같다. 계약 금액은 각 지불 시기 30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한다)

착수 시점15%($$만원)
전체 %% 페이지중 $$페이지 완료20%(***만원)
전체 %%페이지중 %%페이지 draft 완료40%(@@만원)
draft 1차 QC(feedback이라고도 한다)10%(^^만원)
draft 2차 QC(최종 feedback 반영)15%($$만원)

착수금의 시기는 업종마다 다를 수 있으며 위와 같이 분절해서 못주는 업계도 있다. 이 경우 왜 못주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이메일에 남겨두고, 분절해서 못주더라도 업무를 한 부분까지는 금액을 지급하도록 기재한다. 본인이 갑의 위치일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금액은 계약서에 명확하게 적혀있어야 한다. 계약서에 금액이 적혀있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다고 보아도 좋다. 

4.납품 시기: 납품시기가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 가능한 상세히 쓰는 것이 좋다(년 일 월로 명시, 또는 매달 5일 등으로). 피치못할 사정이 있을 경우에 대한 예외 조항을 정할 수는 있다. 

5.비밀 유지 조항: 출판업 등에 있어서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비밀 유지 조항은 양쪽에 해당하는 내용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예. "을"은 본 작업과 관련된 어떠한 일체의 정보를 외부에 누설하거나 유출해서는 안되며,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법적 책임은 "을"이 진다. 또한 "갑"은 업무 차원에서 얻게 된 "을"의 정보를 "을"의 동의 없이 외부에 누설하여서는 안된다. 또한, "을"은 "갑"의 동의 없이 "갑"의 상표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

6. 손해 배상: 계약이 불이행이 되었을 경우의 책임의 소지를 결정하는 항목이다. 

(예. "을"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본 계약이 불이행이 되었을 경우, "을"은 "갑"이 제시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며, 이때 손해배상은 ***로 한다(보통 금액등이 들어감). 또한, "갑"의 귀책유로 인하여 본 계약이 불이행이 되었을 경우, "갑"은 "을" 이 납품한 작업물에 대하여 작업료를 지불할 책임이 있다)

7.해지: 계약이 해지될 수 있는 조건이다. 보통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간다. 

(1) 정당한 이유 없이 작업 진행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2)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기간에 작업완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3) “갑”이 계약금액을 지급하지 않았을 경우

8.소송 관할: 혹시 같이 일하는 대상이 해외에 있을 경우에 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항목이다. 미국회사랑 계약서 쓸때 가끔 "소송시 영어로만 진행하며 소송은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진행한다" 라고 기재되어있는 경우가 있다.

(예. 본 계약으로 발생하는 분쟁은 한국어를 통해 $$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여 진행한다)

8. 양 측의 주소, 주민번호 또는 회사명, 대표자, 성명, 연락처

계약서는 두 부 인쇄해서 양쪽이 원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쪽이 가지고 있어서는 안된다. 

표준 계약서 예제는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s://www.mcst.go.kr/kor/s_data/generalData/dataList.jsp?pMenuCD=0405050000 


위에 세 가지 원칙을 썼는데, 다소 귀찮아 보이나 법무담당이 있는 멀쩡한 회사에서는 당연히 이루어지는 업무이다. 

저 세 개를 통과 못하면 어쨌든 제발로 찾아온 그 틀딱에게 당신은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이걸 어긴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21세 때 단기 알바자리를 구한 적이 있었다. 구한 경로는 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당시 같은 학교 사람이니 문제 없겠지 하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계약서고 고용 조건이고 한 가지도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사인하라는 것에 사인하고 업무에 착수했다. 심지어 고용주가 현금 없다고 해서 돈까지 빌려줬었다(10만원..바보였다). 이후 3개월 동안 월급 주겠다는 말만 믿고 계속 일하다가 빡쳐서 따지고, 너는 어떻게 좋은 마음으로 일을 시켜줬냐는 말에 어이가 털려 수소문을 해서 결국 그 사람이 상습적으로 멍청한 애들 학교 커뮤니티에서 데려와서 공짜로 일시키는 새끼인 걸 알게 되었다. 그 후 개빡쳐서 고용노동법 공부하고 노동청에 찌르기 전에 전화 걸어서 니가 쓰게 시킨 계약서 법적으로 의미가 없고 (고용 계약서도 아니고 돈 안줘도 참아라 이런 계약서였다) 어떻게 어떻게 신고할테니 두고봐라 라고 하고 끊고 위의 내용 메일로 보낸지 15분만에 3개월치 월급이 들어왔다. 10만원은 안 돌아왔다.

부디 다른 여성분들이 나처럼 헛다리 짚지 않고도 스마트하게 틀딱을 쳐낼 수 있기를 바란다. 

만화와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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