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어떤 날엔 - 김재환







아네모네

12화









태희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현진은 잠에서 깼다. 몇 시지. 현진이 급히 머리맡의 핸드폰을 찾았지만 어깨가 단단히 뭉쳐 위로 올라가지가 않았다. 현진이 핸드폰 찾기를 포기하고 만면에 인상을 쓰며 몸을 일으켰다. 바깥 공기를 묻혀온 태희가 곧장 토트백을 현진의 침대에 던져두고 그 옆에 걸터앉았다.

 

“어디 아픈가 해서 왔더니 진짠가보네.”

“그런 거 아냐, 태희야.”

“전화 안 받길래.”

“알람소리 말곤 다 무음 해 두잖아.”

“현진 알람 울릴 시간 한참 지났으니까 하는 말이지. 핸드폰 어쨌어?”

 

현진이 곧장 몸을 돌렸다. 협탁 위 전자시계는 이미 한창 스터디가 시작 됐을 시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당장 모자만 쓰고 출발해도 이미 늦은 것을 자각한 현진의 심정이 빠르게 포기로 접어들었다.

 

“어제 태경이 운동가방에 내 핸드폰 넣어놨었어. 생각해보니 그냥 왔네. 태경이 삼성동에 있지?”

“어. 한남동 본가엔 안 들어왔어. 둘이 테니스쳤어?”

“응.”

“난 술이라도 마셨나 했지.”

 

태희의 말마따나,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현진은 멍한 상태가 꽤 오래갔다. 이내 현진이 정신을 차리고 얼굴을 벅벅 쓸었다.

 

“여기까지 찾아오게 해서 미안.”

 

현진이 두 팔을 뻗은 것 보다, 태희가 품 안으로 파고든 게 먼저였다. 짙은 태희의 샴푸 향기를 맡으며, 현진이 더욱 더 깊게 안겨드는 태희의 등을 토닥였다.

 

“걱정했어. 잠 설쳤어.”

“미안. 어제 랠리 무리했더니 피곤해서 연락하는 거 잊고 뻗어버렸어.”

 

그런 거면 됐어. 알았으니까 됐어. 현진의 가슴팍에 먹혀든 태희의 목소리가 꼭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물론 현진이 행방이나 귀가를 알리지 않은 게 드문 경우긴 하지만, 그렇다고 날이 밝자마자 집으로 찾아오는 건 너무나 태희의 방식은 아니어서, 그 의아함 때문에 현진은 태희에게 더욱 미안함을 느꼈다. 현진이 태희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불안해.”

“……”

“나 불안해, 현진. 사실 그래서 왔어.”

“뭐가 불안해, 태희야.”

“나는 현진이, 어제 현진이…”

 

지나한테 간 줄 알았어. 

이어지는 내용이 궁금하세요? 포스트를 구매하고 이어지는 내용을 감상해보세요.

  • 텍스트 14,287 공백 제외
30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