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줘>의 본편 무료공개본입니다.


※창작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니 꼭꼭!! 세계관 숙지를 겸해주시길 바랍니다.

세계관 링크: https://yahangender.postype.com/post/1419058 


-


   “와, 여기가 말로만 듣던 도시구나.”

   “처음 와보던가?”

   “응!!”


   코라손과 로우는 손을 맞잡고 길을 걷고 있었다. 늘 평소와 같은 스킨십이었지만,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잘 닦인 도로는 분명 항상 걷던 장소가 아니었다. 빌딩들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고 시골에서는 한 대 볼까 말까 한 자동차가 여러 대 도로 위를 달리는 그곳은 바로 도시였다.

   로우가 잠시 출장 겸 도시로 떠난 지 일주일이 될 무렵, 홀로 집을 지키고 있던 코라손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그를 쫓아 도시로 와버렸다. 물론 목공소에서 준 일거리와, 그 일은 아무래도 좋은 듯 보였던 선배들이 시킨 심부름 거리가 명분으로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정말 명분에 불과했다. 오랜만에 보는 로우를 껴안고 한참을 물고 빨던 코라손은 신체 활동이 가능한 정도까지라도 로우 에너지를 채운 뒤에야 도시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사람 많다.”

   “아무래도 그렇지. 건물이 많은 만큼 저 안에 사람들이 가득 있다는 뜻이니까.”

   “우와-.”


   감탄을 숨기지 못한 코라손은 정신없이 주위를 구경하며 위태롭게 걷고 있었다. 로우는 그를 옆에서 지켜보며 들리지 않게 웃음을 흘렸다. 그러면서도 그가 넘어지지 않게 붙잡아주면서 조금은 쌀쌀해진 바람에 나풀대는 카디건을 여몄다.


   “로시?”


   그때, 앞에서 제법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와 코라손도 로우도, 앞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두 사람은 코라손의 덩치도 평범하게 보일 만큼 몸집이 컸다. 인섹타 독나방과 장수풍뎅이. 공격적이고 힘이 센 종들이었다. 특히 독나방 쪽은 위험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코라손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로우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섰다.


   “당신들, 누군데 앞을 막고 있는…….”

   “설마, 도, 도피……?”


   하지만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코라손은 턱을 덜덜 떨며 눈을 크게 뜬 채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겁을 먹고 있다는 것이 한눈에 보여, 로우는 남자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는 그쯤은 위협으로 받아들이지도 않고,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웃으며 한 걸음 더 다가왔다.


   “훗훗훗! 진짜로 로시였나. 설마 살아 있을 줄은 몰랐는데, 플로스까지 달고 다니고. 역시 내 동생이로군. 그동안 잘 지냈나?”


   그때 로우의 머릿속에서 한 이야기가 스쳐 지나갔다. 어느덧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코라손의 형에 관한 이야기. 그가 직접 얘기를 꺼낸 적이 없어서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전해 들었던 정보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때 당시에도, 지금까지도 그의 형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인섹타에게 형제지간이란 그저 허울만 좋은 명분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둘은 너무나 달랐다.

   저 위험해 보이는 사내가, 진짜 코라씨의 형이라고?

   로우는 경계하듯 그를 바라보며 코라손의 손을 힘껏 붙들고 말할 순간도 주지 않으려 자신의 뒤로 보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는 업무 때문에 바빠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인연이 있다면 다시 만날 테니 가던 길, 마저 가주시겠습니까.”


   언뜻 들으면 정중한 듯했지만, 그 속내에는 ‘우리는 너희한테 볼 일 없으니까 꺼져,’나 다름없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내는 입가에 지었던 미소를 더 짙게 그리며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이거야 원, 누가 보면 잡아먹는 줄 알겠군. 안 그러나, 베르고?”

   “흠…….”

   “뭐, 어쨌든 바쁜 모양이니 보내주지. 다음에 만나게 되면 못다 한 얘길 나눠보자고, 로시.”


   그는 잔뜩 굳어 있는 코라손의 어깨를 두드리며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 그들의 뒤통수를 끝까지 노려보던 로우는 맞닿은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가자 황급히 코라손을 올려다보며 뺨을 매만졌다.


   “코라씨, 괜찮아? 저 사람, 진짜 코라씨 형 맞는 거야?”

   “어, 어……. 그런 것, 같아.”


   그는 여전히 공포심으로 동공을 잘게 흔들리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다지도 떠는 걸까. 그가 이토록 힘겨워하는 것은 처음 봤다. 로우는 앞뒤 재지 않고 그를 진정시키려 힘껏 껴안았다. 키 차이 때문에 품에 쏙 안겨 들어간 자세가 되었지만, 그를 안심시킬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다행히 후들거리던 몸과 심하게 요동치던 심장이 정상적으로 돌아왔지만, 아까까지만 해도 들떠 있던 것에 비하면 표정이 나아지지 않았다. 로우는 불안감에 한 번 더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미 그 둘은 사라지고 없었다.

   별일, 없겠지.

   로우는 근거 없는 걱정은 떨쳐버리고 코라손을 잡아끌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와 얘기를 나누고 그를 느끼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게 길에서 잠깐 만났던 기묘한 사내는 기억의 저편으로 잊혀가는 듯했다.


「完」


야젠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