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묻은 너의 손과 발을 닦아 주고 싶었을 뿐인데 너는 왜 그런 나를 내치고서는 죽어버린거야? 왜 내 피가 묻은 채로 너는 죽어버린거야? 그 모습을 온전히 두 눈에 담은 내가 증오 하기를 바랐어? 아니면 혼자가 되서 어쩔 줄 몰라하며 네 높이에 닿지 못 하는 내가 네 다리를 잡고 매달리며 엉엉 울기라도 바랐어? 정작 나는 네가 죽는 걸 알면서도 아무 것도 못 했고 아니 안 했어. 다들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그저 같잖아 빠진 것으로 알고 있는 네 죽음의 이유말이야. 사실, 나는 그걸 알아버려서 조용히 앉아 그저 지켜보기만 했을 뿐, 정말 그게 다야. 나는 그것 뿐이야. 네가 그 어떤 것보다 단지 그냥 삶을 원치 않았잖아. 그런데 나는 왜 아직까지 혼자 살아가지. 왜 곰팡이 냄새 가득한 문 닫힌 방 안에서 홀로 머릴 쥐어 싸매고 무언가를 부정하며 계속 살아가고 있지. 네 마지막 모습의 배경에 머무르면서 나는 왜 죄책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거야, 왜? 나를 죽였어야지, 너는. 너는 어쨌든 죽은 것에게는 불쌍하다는 말을 해 줬으니까. 나도 듣고싶었는데, 불쌍하다는 그 한 마디. 그게 무척이나.

만성적 피로와 구토적 우울감에서 허우적 거리며 미디어를 통해 살아 있음을 느끼고 글을 적으며 간직하는 그런 평범한 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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