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럽고 여린 종아리를 쓸어내리자 움푹 팬 발목이 히로마사의 손에 꼭 맞아떨어졌다. 그는 엄지로 힘줄을 문지르며 발등에 입 맞췄다. 붙잡혀있던 발이 움찔했다. 그는 멈추지 않고 흰 발등 아래로 보이는 푸른 핏줄을 따라 입술을 훑어 내렸다. 그 끝에 움츠러든 발가락이 나왔다. 곱은 마디마디에 한 번, 두 번, …다섯 번 입 맞추고 올려다보자 다이텐구가 얼굴을 붉혔다.

“좋다.”

“뭐, 뭐가?”

“피부가 매끄럽고 부드러워. 네가 좋아하는 당고처럼 윤기 나고 쫀득한 것 같기도 하고,”

다이텐구는 발을 쭉 뻗어 나불대는 히로마사의 뺨을 툭 쳤다. 히로마사는 잘 됐다는 듯 그 발을 단단히 붙잡고 꽉 깨물었다. 다이텐구의 날개가 들썩했다.

평소 신경 쓰지 않았던 발을 히로마사가 물고 빠는 것이 오싹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발등을 긁고 혀가 발바닥을 핥는 느낌, 히로마사의 타액이 촉촉이 그의 발을 적시다가 말라 서늘해지는 감각, 그 모든 것이 다이텐구를 부끄럽고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가 가장 짜릿하게 느꼈던 것은 모든 것을 맛보겠다는 듯이 열중한 히로마사를 눈에 담는 것이었다. 그는 평생의 연인이 자신에게 몰두한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다 이따금 그를 올려다보는 히로마사와 눈이 마주치면 빨라지는 고동소리에 귀 기울였다.

“발바닥에 굳은살이 없네. 걷지 않아서 그런가?”

다이텐구의 발을 제 어깨높이까지 든 히로마사가 발뒤꿈치를 갉작였다. 거의 드러누운 다이텐구가 가까스로 대답했다.

“그럴, 지도….”

“이건 나만 알고 있는 거지?”

다이텐구는 웃고 말았다. 투정부리듯이 소유욕을 드러내는 히로마사가 상황에 맞지 않게 귀엽게 느껴진 탓이다.

가느다랗게 뜬 눈에 담긴 즐거움을 보고 히로마사는 약간 심통이 났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연인의 표정이 트집 잡을 구석 없이 깨끗했으므로.

대신 다른 쪽으로 주의를 돌리기로 했다.

“아, 히로,”

“쉬이.”

빙그레 웃으며 제 위로 올라오는 히로마사를 보며 다이텐구는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았다. 연인의 모든 것을 먹어치울 것 같던 야수는 다이텐구가 진력이 나도록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


긴 밤이 지난 후 동틀 녘이었다. 다이텐구는 문득 눈을 떴다. 몸은 개운했고 침구는 청결했다. 누가 뒤처리를 했을지 안 봐도 뻔했다.

다이텐구는 그를 안고 있던 히로마사를 올려다봤다. 곤히 잠든 얼굴은 아직 어린 티가 났다. 눈을 가린 앞머리를 살짝 걷자 부드럽게 감긴 눈과 잘생긴 눈썹이 드러났다. 그것도 잠시, 다이텐구가 손을 떼자 머리카락이 도로 내려왔다. 다이텐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히로마사의 머리카락을 넘기며 그의 얼굴을 탐했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눈가와 우뚝한 콧대, 색이 옅은 입술.

그 입술에 담았던 것 중 무엇이 있었는지 세어보려니 머리가 어질했다. 덮쳐오는 지난밤의 기억을 애써 지우며 다이텐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히로마사가 어찌나 꽉 끌어안고 있었던지 몸을 빼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겨우 이불 밖으로 나온 다이텐구가 홀로 남겨진 히로마사를 내려다봤다. 다이텐구의 베개를 더듬으며 인상을 찌푸린 모습이 안타깝긴 했지만, 더 안겨있다가는 밤의 여운에 휩쓸려버렸을 것이다.

유카타 아래로 보이는 히로마사의 몸에서 시선을 떼려던 다이텐구는 이불 밖으로 튀어나온 발에서 멈추고 말았다. 나가려던 그를 다리를 써서 막으려 했구나, 하는 깨달음은 잠시였다.

다이텐구는 딱 봐도 험한 발 옆에 앉았다. 두 손으로 발을 잡자 그의 손을 훨씬 넘어가는 큰 발이었다. 발등으로는 핏줄이 몇 가닥 서 있었고 깨졌던 것인지 울퉁불퉁한 흔적이 남은 발톱이 손에 거슬렸다. 질긴 피부는 발바닥에 가선 딱딱해졌다. 엄지발가락 아래부터 다른 피부와 다르게 잡히는 굳은살을 매만지던 다이텐구는 발뒤꿈치에 이르러 충격 받았다.

연인의 발뒤꿈치는 깊은 굳은살 때문에 핏기가 보이지 않았다. 껍데기 같은 피부가 거칠거칠했고 희게 거스러미가 인 부분도 있었다. 고귀한 혈통에 몇 칸이나 되는 저택을 다스리고, 데리고 있는 시종은 수를 헤아리기 힘든 사람인데 이렇게 험한 부분이 있었다. 그게 괜히 가슴이 아파서 다이텐구는 연인의 발을 몇 번이나 쓰다듬었다.

그런다고 부드러워지지도, 매끄러워지지도 않지만. 비바람을 휘둘러도 연인의 발을 파고들 가시는 어떻게 해줄 수 없는 게 대요괴의 한계였다. 그저 별 탈 없기를 바라며 그 발에 입 맞추는 것이 최선이었다.

“아까 좋았어?”

히로마사의 잠긴 목소리가 다이텐구의 상념을 일깨웠다. 장난스러운 얼굴로 내려다보는 연인이 그저 하염없이 사랑스러워서 다이텐구는 다시 웃고 말았다. 그 웃음이 이미 준비된 야수를 다시 깨울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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