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늠른 앤솔로지에 실었던 소설입니다. 유료공개합니다.

* UBW 굿엔딩 시점입니다. 런던 사늠 사랑해요!




새해가 밝은지 두 주 정도 흐른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런던의 하늘은 우중충했다. 1월의 영국은 일본과 비슷하게 추운 온도였으며, 비가 내리는 날이 잦았다. 아무래도 몸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날씨였다. 그러나 그들, 에미야 시로와 토오사카 린에게는 날씨를 탓하며 미적거릴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1월 중순의 시계탑은 시험 기간의 한복판이었다.


영국의 대학들은 보통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3주가량의 짧은 방학을 준다. 그리고 방학이 끝나자마자 두 주 정도의 시험 기간을 보낸다. 그 때문에 시로와 린은 근 며칠 동안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시험공부와 과제에 매달리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린의 공방에 한 가닥 들어왔다. 린은 아직은 어스름한 창밖을 보았다.


“결국 밤을 새어 버렸네…….”


주말 내내 공방에만 박혀 마술 실험만 했더니 피곤했다. 체력도 거의 바닥났지만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지쳤다. 왜냐하면 시험 준비하랴, 과제 제출하랴 하는 바람에 자신의 사랑스러운 연인의 얼굴을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로 에너지 충전이 필요해.”


그래도 오늘 낮까지 제출해야 하는 실험 리포트만 어떻게든 끝내면 조금 여유가 생긴다. 듣기로는 시로도 오늘 제출해야 하는 과제만 마치면 한숨을 돌릴 수 있다고 한다. 오늘 저녁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시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말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린의 승낙이 떨어지자마자 끼익하며 문이 열렸다. 린의 공방을 찾아온 것은 1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금발의 소녀― 린과 시로는 ‘세이버’라고 부르는 서번트 아르토리아 팬드래건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린. 역시 밤을 새웠군요.”

“좋은 아침, 세이버. 한숨도 못 잤어. 오늘까지 리포트를 제출해야 해서.”


린은 퀭한 눈으로 대답했다. 세이버는 그런 린을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며 가지고 온 쟁반을 건넸다.


“아침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먹으면서 하세요.”

“고마워.”


세이버가 건네준 쟁반에는 양송이 스프가 담긴 접시와 식빵 두 조각이 담겨 있었다. 린은 왼손으로는 식빵을 스프에 푹 찍어 입에 가져가고, 오른손으로는 펜을 바삐 놀려 리포트를 작성했다.


“린, 지금 쓰고 있는 리포트를 제출하면 조금 여유가 생긴다고 했었지요?”

“응. 그 다음 시험은 목요일이니까 3일 정도 여유가 있어. 교양시험이니 별로 준비할 것도 없고.”

“그럼 오늘 저녁은 시간이 있는 것이죠?”

“아마 그럴 거야. 왜? 무슨 일 있어?”


린은 펜을 멈추고 세이버를 바라보았다. 세이버는 별일 아니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아니요. 그저 오랜만에 같이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확실히 주말 내내 식사는 공방에서 대충 때웠긴 했지. 시로도 한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시로는 주말 동안 조별과제 때문에 다른 학생의 집에 가서 숙박을 해결했다. 세이버는 근 며칠 동안 홀로 식사를 해왔던 셈이다. 아무리 바빴어도 세이버에게 좀 더 신경을 써줬어야 했는데. 린은 어깨를 움츠리며 말했다.


“미안, 세이버. 계속 혼자 내버려 뒀었네.”

“아닙니다. 린이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바쁜 것은 잘 아니까요. 그보다 저는 린과 시로우의 컨디션이 걱정될 뿐입니다.”

“난 버틸 만해…… 아마도. 그럼 오늘 저녁은 집에서 다 같이 먹는 거지? 장을 봐와야겠네.”

“오늘은 월요일이니 린과 시로우는 6시 넘어서 수업이 끝나지 않았나요? 돌아와서부터 요리를 하면 조금 늦을 거예요. 장을 보는 것은 걱정하지 말고 그냥 오세요.”

“그럼 저녁은 어떻게 하게? 세이버는 요리 못하잖아.”

“그건…… 배달음식 같은 것도 있으니까요. 여하튼 린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세이버는 어째선지 말을 살짝 흐렸다. 린은 그것이 조금 의아했지만, 세이버가 걱정하지 말라고 하니 그 이상 묻지는 않았다.


“알았어. 그럼 저녁은 세이버에게 맡길게.”

“네. 그럼 리포트 힘내십시오, 린.”

“고마워, 세이버.”


세이버는 빈 쟁반을 들고 공방을 나갔다. 린은 막판 스퍼트를 올리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과제를 해치워 갔고, 어떻게든 등교 시간에 맞춰 리포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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