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질구질한 구애인  02









“응. 그렇다니까, 응... 아니야, 괜찮아. 내가 더 가까우니까 받아서 갈게. 아, 됐어 좀-! 넌 가만히 있어, 이 사고뭉치야. 응. 알았어. 이따가 집에서 봐. 응.”

“아주 입이 귀에 걸리셨구만.”

“으악-!”


갑자기 제 어깨를 스윽 잡아오는 손길에 막 종료 버튼을 누른 경수가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누구야?”

“아씨, 깜짝 놀랐잖아!”


입사 동기이자 동갑인 태준의 얼굴을 확인한 경수가 가슴을 쓸었다.


“뭘 그렇게까지 놀라시나~ 귀엽게시리. 그 같이 산다던 애인?”

“...아냐.”

“아니긴-? 목소리에서 꿀이 뚝뚝 흐르더만, 뭘.”

“어디가?!”

내가 이제 널 쫌 안다면 아는데, 가끔 애인이랑 통화하는 거 들어보면 나나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할 때랑 목소리가 완전 딴판이라니까? 말투는 투박한데 어딘가 근질근질한.... 아마 나만 느끼는 게 아닐걸?”

“......”


경수는 뭐라 반박을 하려다 이내 포기하곤, 손가락에 걸쳐있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였다. 평소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포커페이스도 아니고, 제3자가 봤을 때 그렇게 느껴질 정도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거니 싶었다. 


“맞다. 그러고 보니, 너 이맘때 즈음 기념일이지 않았어?”

“...어?”


뜬금없는 태준의 말에 경수는 손가락에 끼고 있던 담배를 멍청하게 떨어트려버리고 말았다.


“왜, 작년에 너랑 나 정사원 된 기념으로 전체회식 했던 날, 너 갑자기 배 아프다고 도망갔었잖아. 내가 데리고 병원에 갔다 오겠다고 나서니까 그때서야 너 나한테 귓속말로 사실은 애인이랑 기념일이라고- 그래서 가야하니까 모른 척 해달라고 하고선 그대로 택시타고 날랐던 거, 기억 안 나?”


아.... 그랬었나..... 태준의 말에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날의 일이 새삼 떠올랐다. 그때도 백현과 냉전 아닌 냉전을 벌이고 있던 경수는 그래도 기념일만큼은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갖은 발 연기를 다 선보이며 집으로 달려갔더랬다. 한 손에는 케이크, 한 손에는 평소 백현이 갖고 싶다고 했던 향수를 사들고 들어갔지만, 백현은 그날 경수보다 두 시간 정도 늦게 들어왔고, 경수는 그것들을 자신의 옷장 한 구석에 숨겨놓은 채 결국 꺼내지도 못했다. 거의 끝을 바라보고 있던 시기였기에, 둘 중 어느 한 사람도 기념일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못했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꾸역꾸역 밥만 먹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더랬다. 경수는 다음날 백현이 자고 있는 사이에 출근하면서 몰래 들고 나온 케이크를 집 근처 쓰레기장에 버렸다. 향수는 차마 버리지 못하고 아직도 제 서랍 안 깊숙한 곳에 처박아 둔 상태다.


“아무리 몸이 안 좋아도 회식 한 번 안 빠지던 애가, 심지어 자기 정사원 기념빵을 쌩 까고 도망가는데, 내가 얼마나 놀랐게? 평소에 애인에 대해 물어봐도 심드렁 하길래 난 또 오래 사귀어서 시들시들 한가 했더니 나의 큰 착각이었지. 아주 대단한 사랑꾼이었어, 도경수.”


그렇게 말하며 태준이 어깨를 살짝 부딪쳐 오자 경수는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어 그저 멋쩍은 웃음만 지어보였다.


“그래서, 기념일 언제냐? 아직 안 지났으면 올해는 이 형아가 오붓하게 두 분이서 영화라도 보라고 문상을 선물해줄까 하는,”

“어제.”

“응?”

“어제였어.”


경수는 발끝에 떨구어진, 아직도 연기가 희미하게 올라오는 담배의 불씨를 바라보다 이내 발로 짓이겼다.


“진짜? 아아- 그래서 어제 술 먹자는 콜도 무시하고 내뺀 거구만? 으으- 재수 없어..... 그래서, 간만에 좋은 시간은 보내셨고?”

“....응.”


경수는 억지로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려 대답하곤 새 담배를 꺼내 물었다. 딸깍 딸깍 대여섯 번을 눌러도 켜지지 않는 라이터 불에 저도 모르게 미간이 좁혀지자, 태준이 혀를 차며 제 라이터를 꺼내 담배 끝에 갖다 대줬다.


“거 웬만하면 버리고 새 거 좀 사, 이 미련한 자식아. 대체 며칠 째 쥐어짜내고 있냐? 그렇게 계속 누른다고 없던 가스가 다시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그러게. 끝난 걸 알면서도 포기가 안 되네.”


경수가 피식 웃으며 필터를 깊게 빨았다. 후우..... 허공으로 넓게 퍼져나가는 하얀 연기를 텅 빈 시선이 느리게 쫓았다. 그래. 남들이 봐도 미련해보일터였다. 이미 끝이 나버린 건 깔끔하게 포기하고 버릴 줄도 알아야하는데. 평소 이렇게 무슨 일이든 미련하게 구는 게 버릇이 되서 그런가. 그래서 내가 아직까지도 녀석을 보내지 못하나 보다. 경수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태준에게 차마 하지 못할 말들을 모조리 목구멍으로 집어삼켰다. 경수는 태준에게 헤어졌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그냥 어느 한 사람에게라도 저와 백현이 헤어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었으면 했다. 어차피 태준은 제 애인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조차 전혀 모르는 사람이니까. 접점이 나밖에 없는, 오로지 나만 아는 사람이니까. 이 정도 자기위안은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백현과 제가 헤어진 일이 없던 일로 되는 것도 아니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백현의 이야기가 화두에 오를 때면, 매번 저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뒤엔 반드시 자괴감이 뒤따른다.


부르르르-


경수는 제 재킷에서 울리는 진동을 무시하곤 어느새 반 이상 길이가 줄어든 담배의 필터를 손톱에 힘을 실어 툭툭 튕겨냈다. 두어 번 만에 떨어져나간 불씨가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경수는 그 불씨를 멍하니 쳐다보다 이만 들어가자며 제 어깨를 툭 치는 태준에 정신을 차리곤 그 뒤를 따랐다. 몇 번을 더 울리다 진동은 완전히 멈추었다.






하아.... 길어지는 통화에 한숨을 내뱉으며 경수는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대리급 위로 회의에 들어가 있어 사무실은 거의 비어있는 상태였지만, 대놓고 사적인 전화를 이렇게 길게 할 수는 없었다. 


-그냥 내가 갈게. 응?

“아, 고집 좀 그만 부려. 네가 가면 강남역 그 사람 많은데서 상대방 고생시킬 게 뻔하다니까?”


회사 전화기로 전화를 건 백현은, 경수로 하여금 5분 넘게 같은 소리를 하게 만들고 있었다. 제가 잃어버린 거니까 제가 가겠다는 거였다. 핸드폰도 없는 주제에 어떻게 접선해서 만나겠다는 건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 할 것 같아서 일부러 안 받으려고 한 건데.


“그리고, 애초에 통화한 사람이 난데, 내가 직접 가서 인사하는 게 예의지. 금방 받아서 갈 테니까 너는 그냥 얌전히 집에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어.”

-아니, 그래도....

“쓰읍- 또 말 안 듣지? 자꾸 이러면 나 진짜 화낸다?”

-...내가 미안해서 그러지.... 오늘 날도 추운데, 괜히 너 감기 걸리면 어떡해...?

“참나- 잠깐 만나고 오는 건데, 유난은. 그리고 오늘 별로 춥지도 않아.”

-야. 오늘 영하 11도라고 다들 난리인데, 안 춥긴 뭐가 안 추워! 너 그러다가 저번처럼 또,


......

갑자기 말이 뚝 끊긴 탓에 정적이 흘렀다. 이 난데없는 정적의 이유를 경수는 알고 있다. 경수는 가끔 이런 식으로 뜻하지 않게 그 일을 떠올리게 되는 상황이 찾아올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저 때문이 아닌, 백현 때문에. 오늘은 그래도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안 그랬음 또 침울한 백현의 얼굴을 제 눈으로 봐야했을 테니까.


“아-! 됐어. 찾자마자 바로 집으로 갈 거니까, 괜히 뭉그적대다 오늘도 윗사람들한테 붙잡히지 말고 칼퇴해서 청소나 좀 하고 있어. 알았어?”


경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이 정적을 덮어버리기 위해 일부러 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잔소리를 내뱉었다.


-....응. 받으면 곧장 들어와야 돼. 알았지?

“알았다니까. 끊어. 이따 봐.”


경수는 백현의 말도 듣지 않고 곧바로 빨간 버튼을 눌러 전화를 끊어버렸다. 후우.... 통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자마자 경수는 핸드폰을 손에 쥐고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요즘 들어 백현과 통화할 때 유독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것 같은 느낌이다. 백현과 친구로 지냈던 기간은 고작 1년이었고, 그 안에 썸 아닌 썸을 탄 기간도 꽤나 섞여있었기에 사실 백현과 친구로 지내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 경계선이 모호하달까.... 그래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백현이 요즘 저와 사귀었을 때와 별 다름없이 저를 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저도 모르게 자꾸 착각을 하게 된다. 특히 방금처럼 별거 아닌 일로 저를 걱정하거나 자상하게 대할 때면 더욱 묘한 기분이 되어버린다. 백현이 또래의 사내놈들에 비해 유별나게 살가운 성격인걸 모르는 것도 아니고. 분명 백현의 입장에선 친구로서 해주는 단순한 걱정일 텐데, 마음 한구석 어딘가 기대하려 하는 심리가 자꾸 머리를 내미는 것이다. 혹시 백현도 저처럼 미련이 남아있는 게 아닐까- 라는, 그런 기대.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기대일 뿐, 나의 헛된 바람일 뿐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백현의 말,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고 싶어 하는 자신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다. 백현은 지금 현실세계에서 자리 잡고 잘 살고 있는데, 저 혼자 과거에 계속 머물고 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더 비참하고, 괴롭고, 버겁고... 너무 힘이 든다. 경수는 테이블에 이마를 쿵- 박고 뒷머리를 쥐어뜯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하루하루 제 수명을 깎아 내리는 이 짓도 이젠 슬슬 지쳐간다.






퇴근 하자마자 전철역으로 향했다. 버스로 가기엔 애매해서 오랜만에 전철에 몸을 실었다. 퇴근 지옥철답게 모든 칸은 사람들로 이미 꽉 채워져 있었다. 경수는 손잡이도 잡지 못한 채, 전철이 흔들릴 때마다 저를 둘러싼 사람들에 의해 몸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렸다. 그러는 와중에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혹시 핸드폰 주운 사람인가 싶어, 경수는 옆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겨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화면에 뜬 발신자 이름을 확인한 순간 표정이 순식간에 썩어 들어갔다. 그래. 왜 연락 안 오나 했다. 경수는 작게 혀를 찬 뒤, 통화 버튼을 눌러 귀에 갖다 대었다.


-야! 백현이 또 폰 잃어버렸어?!


여보세요- 라고 하기도 전에 귓가에 쩌렁쩌렁 울리는 날카로운 목소리에 경수는 핸드폰을 잠시 귀에서 떨어트렸다.


“야, 살살 좀 말해. 나 지금 전철이야.”

-지금 그게 중요해? 폰 잃어버렸으면 곧장 나한테 말해줬어야지! 계속 꺼져있어서 걱정했잖아!


숨도 안 쉬고 따박따박 쏘아붙이는 말에 경수는 눈을 한 번 지그시 감았다 떴다. 최대한 화를 억눌러 보려는 노력이었다. 경수는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의식하며 핸드폰을 입술에 바짝 갖다 대곤 낮게 읊조렸다.


“변백현이 잃어버렸지, 내가 잃어버렸냐? 왜 나한테 지랄이야. 그리고, 내가 왜 너한테 변백현 일을 하나하나 보고해야 하는데? 네가 뭔데? 부모냐? 애인이냐?”

-싸가지 없는 놈... 내가 네 생명의 은인이잖아!


이게 진짜, 할 말 없으면 맨날 저 소리지. 싸가지는 누가 없는데?


“은인은 무슨. 변백현이고 너고 오바 좀 작작해. 그래서 뭐 어쩌라고? 5년도 더 지난 일을 대체 언제까지 울궈먹을 건데.”

-평생! 너 죽을 때까지!!

“하.... 시끄럽고, 안 그래도 지금 네가 죽고 못 사는 변백현 폰, 직접 찾으러가는 길이니까, 변백현한테 할 말 있음 나중에 연락해. 끊는다.”

-야...! 야!!!


경수는 미련 없이 종료를 누르곤 다시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저를 흘끗흘끗 쳐다보는 시선들을 애써 무시하며, 경수는 괜히 궁금하지도 않은 전광판을 응시하는 척 했다. 참나... 하루도 안 거르고 변백현 가지고 유난에 오바육바쌈바는. 예나 지금이나, 지가 변백현 애인인 줄 안다니까? 경수는 불쑥 오르는 짜증에 입술을 삐죽였다. 

진성호. 저와 백현이 사귀기 전부터 백현과 알고 지냈다는, 백현에게 있어선 그저 친구일 뿐인, 백현을 9년 가까이 짝사랑하고 있는 아주 불쌍한 녀석. 물론 경수의 기준으론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니까, 두 번째로 불쌍한 녀석이라 해두겠다. 성호는 백현이 서울에 올라오기 전, 커뮤니티에서 알게되어 어쩌다 쪽지로 몇 번 대화하면서 친해진 사이였다. 경수는 성호를 직접 만나기 전까진 백현의 말 그대로 단순한 친구인줄로만 알았다. 물론, 백현에겐 그랬고, 지금 현재도 마찬가지다. 경수는 아직도 백현에게 성호를 처음 소개받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만나자마자 저를 태워버릴 기세로 눈에서 잔뜩 불을 뿜어내는데, 경수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 사람에게 원한을 산 일이 있나- 잠시 고민을 했더랬다. 그리고 그 고민은 금방 해결됐다. 백현이 화장실에 간 사이, 성호는 험악하게 구긴 얼굴을 경수에게 들이대며 으름장을 놓았다. 변백현을 먼저 좋아한 건 나니까, 비겁하게 새치기 하지 말라고-. 그 순간 경수는 푸핫! 하고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초딩도 아니고, 좋아함의 순서를 운운하는 성호가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와버린 것이다. 그런데 성호는 저를 비웃는다고 생각했는지, 사람들이 다 쳐다볼 정도로 길길이 날뛰었다. 그게 성호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 당시 경수는 이미 백현과 썸을 타고 있던 시기였기에, 얼마 안 되어 둘은 사귀게 되었고, 그걸 알게 된 성호는 술을 마시고 경수를 찾아와 옷자락을 붙잡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얼굴은 벌게 가지곤 눈에 눈물을 한가득 머금은 성호는 경수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신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언제든 두 사람 사이에 조금의 틈이라도 보이면 자신이 비집고 들어가 백현을 빼내갈 거라고.... 경수는 입으론 씨발씨발 거리면서도 제게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않는 성호가 안쓰러웠다. 가진 자의 여유가 아니라, 정말로 순수하게- 저와 백현이 사귐으로서 상처 받았을 성호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싶었다. 사실, 어찌 보면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사람이고, 심지어 백현의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니 경계를 해야 마땅한 건데, 이상하게 성호가 싫지 않았다. 밉지가 않았다. 도리어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 저도 모르게 성호의 등을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충동적으로 나온 제 행동에 경수 자신도 속으론 깜짝 놀랐다. 그러나 이미 제 손은 성호의 등에 닿아있었고, 그 손을 내뺄 수도 없었다. 경수는 순간, 네가 지금 감히 나를 동정하는 거냐며, 주먹이라도 날아드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성호는 그런 경수의 손을 내치지 않았다. 오히려 무방비한 경수의 품을 갑자기 파고 들더니, 꺼이꺼이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내가... 내가 언젠가 꼭...! 변백현 뺏고 말거야...!! 두고봐, 도경수우우!! 흐엉엉-!!! 하면서 말이다. 그날 이후, 셋은 자주 함께 어울러 지내게 되었고, 현재까지 그 관계가 이어져 오고 있다. 성호의 바람대로(?) 백현과 경수는 헤어졌지만, 동네가 떠나가라 울부짖었던 그 포부와는 달리 성호는 아직도 백현과 사귀지 못하고 있다. 아니, ‘대쉬 조차 안하고 있다’가 맞겠다.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경수가 보기에 아직까지 성호가 백현을 좋아하고 있는 건 확실하다.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든 톡이든 제게 연락해, ‘우리 백현이, 우리 백현이-’ 하면서 저를 괴롭히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수가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경수는 성호를 놀리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사람이다. 그리고 집요하고 지독한 사람이기도 하다. 경수는 성호가 제 품에서 울었던 일 가지고, 여즉까지 놀려먹고 있다. 물론 백현은 모르는 일이니 백현이 자리에 없을 때만 그 이야기를 꺼내지만, 그럴 때마다 성호는 치를 떨며 싫어한다. 연적인 경수의 품에서 눈물 콧물을 한 바가지 쏟은 것이, 어지간히 자존심이 상했는 듯싶다. 아무튼 각자 형태는 다르지만 저만의 방식으로 세 사람은 친구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서로의 속마음은 철저하게 감춘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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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인물들 등장으로 약간 1.5편 같은(?) 2편..... 어떤 커플이든 저마다의 사정이 있기 마련이죠ㅎ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gongs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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