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UCCI







"야 설여주! 성진이 떴어!!"


"...."


"아 진짜 망할 년 저거"






아침 자습시간 여주 단짝 채원이는 다급하게 옆자리에 있는 여주를 불러


근데 여주는 들은 건지 못 들은 건지 계속 입꼬리만 올라간 채로 정면만 주시할 뿐이었지

그러자 채원이는 한숨을 쉬며 여주의 앞에 가서 긴 머리에 숨겨져있는 에어팟을 빼버리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여주는 무슨 영문인지 모른 채로 눈만 껌뻑거리며 앞을 보는 순간 담임이 들어오는 걸 확인하고 급하게 에어팟을 집어넣어


물론 채원이에게 해주는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지 그 답가가 쌍욕으로 돌아온 것만 빼면..


여주가 저렇게 변한건 한 달도 채 안 됐을 때였어

그날도 어김없이 유튜브를 서성거리고 있던 여주는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 영상에 ASMR 롤플레이가 있는 걸 확인해


지금까지는 그냥 일반 비 오는 소리 나 먹는 소리 나 들었는데 롤플레이가 있다는 거에 신기해서 여러 가지 들어가다 금단의 19금을 발견하지


클릭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끌리는 대로 클릭을 해버린 여주는 그날 밤 자신의 최애 유튜버라는 게 처음으로 생겨


바로 유튜버 'ASMR 애옹'


여러 가지 플레이를 바탕으로 성적인 말들과 상황으로 듣는 사람을 아주 매료했는데 닉네임과 달리 목소리는 중저음에 차분해서 그의 영상 1개만 봐도 바로 홀려버린다는 얘기까지 있었지 그리고 거기서 여주도 빠져버린 거고.


그날 밤 여주는 그 유튜버의 영상을 전부 다 들었어 한 영상에 30분 정도의 길이었지만, 잠에 들지 않고 끝까지 다 들었지


그리고 지금은 처음부터 다시 영상을 정주행 중이래




아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자꾸 자기 전에 19금 ASMR을 들으니까 꿈을 꿔도 그런 야시꾸리한 꿈을 꾸게 되고 어제는 그 얼굴도 모르는 애옹이라는 유튜버랑 키스하는 꿈까지 꿨다지 뭐야













아까도 말했지만 여주는 지금 그 유튜버에게 미친 듯이 빠져있어


수업 시간에도 긴 머리로 에어팟을 가린 채로 영상을 볼 정도니

음.. 어느 정도인지는 대략 가늠이 가려나?


하여튼 그래서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하는 말은 당연히 못 알아듣고 자신을 부르는 것도 듣지 못해







"설여주 대답 안 하냐?"


"야...! 야..!!"


".. 네.. 넵!"


"하아.. 너 수업 마치고 교무실로 와"







역시나 채연이의 신호에만 엎드리고 있던 여주는 고개를 들어


당연히 귀에 에어팟이 있다는 걸 모르시는 선생님은 오해할 만도 하지


결국 여주는 수업이 끝나고 에어팟을 주머니에 넣으며 투덜투덜거리면서 교무실로 걸어가


제발 부모님께 전화하는 것만 안 걸렸으면 좋겠다..하며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면서 들어간 여주는







"이거 학습지니까 각반에 나눠주고 와"







엄청난 일거리만 받고 나왔어 물론 교무실에서 나오고 나선 바로 에어팟을 다시 꼈지만..


여주는 2학년 반은 총 7반까지 있었는데 그 학생 수까지 다 더하면 엄청난 종이 분량을 들고 1층에서 4층까지 꾸역꾸역 올라가는 여주야


몇 백 장은 되는 종이에 여주의 다리는 후들거리고 팔은 거의 경련을 일으키는 수준까지 왔지만 이제 3층

한 층만 더.. 하며 식은땀을 흘리며 올라가는 여주의 반대편에서 한 남학생이 내려왔는데


그건 여주의 고등학교 전교회장 민윤기였어


사실 여주는 학교생활에 아무 관심이 없었는데 전교회장은 기억하고 있었지


뭐랄까 전교회장 선거때 2명의 후보가 있었는데 남준 선배랑 윤기 선배 이렇게 둘 이었어

투표는 압도적인 차이로 윤기 선배가 당선되었는데

그때 남준 선배는 울면서 뛰쳐나갈 때 윤기 선배의 비웃는 그 웃음 때문에 기억에 남았다 해


그걸 줄이면 이중성이라 부르는데 그래서 그런지 전교회장은 기억하고 있었어


그렇게 과거 회상이 끝날 때쯤 서로 지나치는 그 구간이 되었는데 분명히 여주와 저 멀리 있던 학생회장이 갑자기 여주와 가깝게 붙더니 부딪치는 게 아니겠어?







"아 씨.. 아파라.."






분명히 서로 간격은 멀었는데 어떻게 부딪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고의로 한 느낌이 든 여주야

바닥에 뿌려진 학습지와 버려진 에어팟에 화는 치밀어 올랐지만..


그래도 뭐 전교 회장한테 덤빌 깡은 안되니까 주위에 그냥 죄송합니다 하고 넘어갈려 했지


그러자 전교회장이 친절하게 손을 내밀며 상냥하게 말해






"괜찮니? 안 다쳤어?"







그 순간 뭔가가 여주의 뇌리를 스치는데 바로 전교 회장의 목소리였어


방금까지 듣고 있던 ASMR 애옹이랑 목소리가 너무 흡사.. 똑같았거든 정말 본인이라 할 정도로 말이야


그리고 여주는 동공이 확장되며 윤기의 손을 잡고 일어나며 물어봐






"ASMR 애옹..?"





그러자 여주의 손을 잡던 윤기의 손은 공기 중으로 분해된 건지 없어져 버렸어


손을 내뺀 거라고 볼 수 있겠는데 그 덕분에 여주는 바닥에 궁둥 방아를 아주 세게 박았지


뭐 사과 인사는 안 하고 그냥 아파하는 여주를 보더니 금방 계단을 내려갔는데 도망가는 모습처럼 보였어





"아악..진짜 밥맛이다 새꺄"





그 뒤를 손가락 욕으로 마무리하는 여주

진짜 애옹님이랑 인성 자체가 다르네.. 자기합리화를 마친 여주는 이제 대형사고를 친 정리를 해야 했지


학습지를 일일이 줍고 그 빡침을 에어팟에서 나오는 애옹의 목소리로 심신 안정을 시켰어


그렇게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몇 번을 빌고서 그날 학교생활이 끝이 났는데 어째서인지 여주는 매우 신나 보였지


그건 바로 오늘이 ASMR 애옹이 스트리밍 하는 날이었거든







"오홍홍~ 11시 정각~"







스트리밍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침대에 누워 목소리 감상 준비를 마친 여주


계획대로 스트리밍은 켜졌고, 오늘 방송의 주제는 QnA였어

물론 여주도 질문을 수도 없이 보냈지


재밌는 질문들도 있었고, 특히나 밸런스 게임이 여주의 웃음 장벽을 무너지게 만들었어


그렇게 즐겁게 스트리밍을 즐기던 중 유튜버 애옹의 한마디로 전교회장이 애옹일지 아닐지 큰 힌트를 얻게 돼










"제가 목덜미에 점이 있는데 그게 양자리처럼 생겼거든요. 완전 신기하죠"







만약 진짜라면 땡잡은 거지만.. 아니라면 전교회장이 졸업하기 전까지 학교생활을 편하게 하는 건 그른 거라고 볼 수 있었어


하지만! 여주의 궁금증은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법


단단히 마음을 먹고 내일 꼭 알아보겠다고 여주는 다짐을 하며 자신에게 소리쳐





"그래 아닐 수도 있잖아! 한 번 벗겨보지 뭐!"








다음날 여주는 자습시간 때부터 학교가 거의 끝나기 전까지 3학년이 있는 3층에 어슬렁 어슬렁 거려


전교회장을 보기 위해서였지 딱 한 번만 보면 되는 건데.. 하면서 애가 탔지만 어째서 하루 종일 전교회장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속에서는 열불이 올라왔지만.. 3학년의 기에 눌려 아무 찍소리도 못하고 계속 조용히 서있기만 한 여주를 아니꼽게 보는 선배들도 있었는데..







"뭐야~ 2학년이 여긴 왜 올라왔대"


"그니까 공부에 방해되게 뭐 하는 거야 참"







누가 봐도 공부는 좆도 안 할 거 같은 3학년들이 저런 얘기를 하니 기가 찰 지경이었어


그래도 계속해서 저런 말을 해대니 18년 강철멘탈 설여주도 흔들릴 만도 했는지 결국 3층에서 내려와

오늘은 허탕인 건가.. 한숨을 쉬며 내려오는데 저기 저 창문 밖에서 보이는 전교 회장의 실루엣


종소리를 들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여주는 미친 듯이 내려가 윤기에게 아주 천천히 접근했어


그리고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라라는 말처럼 아주 재빠르게 체육복 뒤쪽 카라를 벗겨보자 역시나 양자리처럼 생긴 점들이 생겨나있었지








"어?! 양.. 양자리 있다.."







여주가 소리침과 동시에 전교회장은 몸을 돌려 목을 가리고서 여주의 손을 콱 낳아챘어


"아야...!" 하며 여주는 인상을 구겼고, 윤기는 당황한 듯 보이며 그대로 여주를 데리고 구석진 곳으로 데려가

목적지에 도착 후 당황한 표정을 보이는 그와 달리 여주는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대화를 이어가는데





"그럼 선배님이.. 애옹님 맞아요..?"





이미 여주의 눈은 동공 지진이 일어났고, 윤기도 숨기려는 걸 포기하는지 한숨을 크게 쉬더니 고개를 끄덕거려 여주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고 호들갑을 떠는데 윤기는 망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여주를 한심하게 쳐다봐


시간이 지나 여주의 오버액션이 끝나자 윤기는 팔짱을 끼며 다른 손으로 목덜미를 매만지며 말해







"..너 내가 ASMR 올리는 거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마 알겠어?"







네네.. 여주의 고개는 미친 듯이 끄덕거렸어

차분하게 분위기를 압도시켜 대화의 주도권을 자신에게 가져올려 한 윤기였지만..


여주의 눈엔 지금 카리스마든 주도권이든 눈에 보이지 않고 그저 자신의 최애 유튜버가 자신이 아는 사람 그것도 학교 전교 회장이라는 것에 신기해했지


그렇게 오늘은 윤기는 자신이 유튜브를 한다는 걸 처음으로 지인에게 들킨 최악의 날이었지만, 여주에겐 아주 환상의 날이 되었지











그날 이후 둘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어


아주 여주가 대담해졌다랄까 길 가다 윤기가 보이면 어깨동무를 걸기도 하고 수업 시간에도 이젠 에어팟을 끼지 않고 교과서에 '설여주 ♡ 민윤기' 이런 거나 끄적거리고 있었지


아 알고 보니 둘이 집 가는 방향도 같았던 거 있지 그 덕에 여주는 아주아주 몸이 편해졌어


이게 무슨 말이냐면 여주가 그날 무거운 짐이나 가방을 들고 있다가







"아이고~ 애옹 유튜브 구독자 죽겄다~~!!"






이 말 한마디면 옆에 있던 윤기가 짐도 들어준다 카더라


물론 입까지 틀어막으면서 "내가 밖에서 얘기하지 말랬지!!"라는 조금의 잔소리는 들어야 하지만..


한숨 쉬며 다 해주는 윤기에 여주의 소원은 점점 커져만 갔지 전엔 소소하게 짐만 들어달란 정도였지만..








"선배!"


"아 이제 그 선배 소리도 무서워 또 뭘 부탁하려고"


"오늘 선배 집 가고 싶어요!"


"집..? 안돼 오늘 학생회 회의 있어 가야 돼"


"칫, 집이랑 회의랑 뭔 상관이래.."









오늘 제12차 티키타카의 승자는 바로 민윤기 씨!


패자인 여주는 입만 삐쭉 내민 채 그 자리에서 바로 앉아버렸어 마치 마트에서 장난감 사달라고 떼쓰는 어린애처럼 말이지


아 물론 윤기는 못 가게 옷자락을 붙잡고 빤히 쳐다볼 뿐이었지만..


윤기는 한숨 쉬며 알겠다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빨리 오겠다며 여주를 진정시키고 떠나


하지만, 여주는 윤기의 뒤를 쫓아 학생회 회의하는 곳에 몰래 도착해 그리고 회의를 이끄는 윤기의 모습을 몰래 관찰하지


사실 유튜버 애옹이 전교 회장이었다는 그 순간 빼고는 그렇게 잘생겼다 존잘이다 이런 걸 못 느꼈는데 이상하게 회의 중인 윤기의 모습을 보니까 아예 홀린 듯이 쳐다보는 여주야


저 작은 체구에 몰랑한 볼살을 손등으로 지탱하고 회의록을 쳐다보는 윤기의 모습은 섹시 그 자체였으니까


사실 윤기를 보러 학생회에 들어온 학생들도 수두룩했으니 그 모습이 얼마나 사기인지는 가늠할 수 없지







"전에 밥맛이라 했던 거 취소.. 존잘이다 진짜.."






정말 예상외로 30분 이내로 회의는 끝이 났어


덕분에 여주는 룰루랄라 노래 부르며 윤기의 집으로 놀러 갔지


여주는 '남자'의 집에 가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유튜버'의 집에 가는 거라 인식해서 그런지 떨리는 기색 하나 보이지 않고 완전 신나 보였어


그에 비해 윤기는 집에 여자가 오는 게 처음인지라 방에 속옷은 다 치웠는지 침대 옆 휴지뭉치들은 버렸는지 그런 생각들만 하고 있었지


집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마자 여주는 윤기의 방부터 먼저 뛰어들어갔어


윤기가 여주에게 딱 1분만 기다려달라 했지만 그 말도 완전히 까먹은듯했지


제발 제발.. 윤기는 과거의 자신이 제에 발 방을 치워놨으면 했어 그제서야 엄마가 항상 방 치워라 했던 말이 뼈저리게 느껴졌을지도


한발 한발 자신의 방으로 가서 문을 열어보니 다행히도 주변은 치워져있었어


여주는 컴퓨터 앞에 설치된 마이크 장치나 ASMR 기계들을 보고 신기해하고 있었지










"좀 얌전히 있어, 정신 사나워"


"헐 이거 비싼 거 아니에요? 대박대박"


"아니아니.. 그거 막 만지면.."


"어? 나 이 기계 아는데!"







정말 정신없음을 인간으로 표현하면 그냥 지금 이 순간의 설여주가 아닐까


윤기는 한숨을 쉬며 침대 모서리에 걸 터 앉아 신기하게 구경하는 여주를 쳐다보고 있었어


그때 여주가 마이크로 고개를 기울였을 때 여주의 예쁜 곡선 모양의 목선이 윤기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윤기는 몇 분간 그것만 빤히 쳐다봤어 진짜 목선에 혹 간거 같았지








"예쁘네."


"예? 머라구용??"


"아니, 목선 예쁘다고."


"잉 목선..? 참 취향 특이하셔.."










여주는 자신의 목을 만져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윤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쳐다보다 이번엔 컴퓨터 장치에 관심을 가져


그러다 컴퓨터 전원도 키고 여주의 최애 유튜브 채널 'ASMR 애옹'에도 들어가는데 지금까지 올린 영상들 중 인기 순위가 가장 높은 SM 플 ASMR 영상을 보고 여주는 뭔가 할 말이 생각났는지 윤기를 보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해







"이거 그 sm 플 또 찍어줘요! 그거 조회 수 잘 나온단 말이에요"


"..너 sm 용품 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지?"


"힝.. 난 구독자 입장에서 얘기해 준건뎅.. 조회 수 잘 나오려면 그게 젤 좋다고요!"









라고 말하고 본론은 그저 사심 채우기라 부르지

사실상 전교 회장이랑 성인 용품이랑 매치가 잘 안 맞긴 하지만..


이미 윤기의 서랍장에는 몇몇 개 있다는 건 비밀 ><


여주의 말이 맞으니까 윤기는 대답하기 전 조금 뜸을 들여 이 조건을 수락해야 하는지 또 생각하는 거지


여주는 그런 윤기 앞에서 무릎 꿇은 채로 두 손을 곱게 모아 눈이 많이 건조한지 겁나 깜빡거리며 윤기를 쳐다봐


시간이 조금 지나자 윤기가 결정을 내린 건지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내려







"그럼 sm은 좀 그렇고.. 방치플은 어때?"


"헐 방치플이래.. 대박 나 뒷목잡고 넘어가게 생겼네~"













"영상은 다 찍었고.. 오케이 업로드!"








컴퓨터 앞에 앉아 업로드를 클릭한 윤기는 옆에 있던 가방을 메고 이제 등교할 준비를 해


업로드된 영상을 보며 좋아할 여주를 상상하며 웃으면서 말이야


그 시각 여주는 북적거리는 아침 버스에서 쪄죽어가고 있었어


어우 목적지까지는 한참 남았고 자리는 잘 나오지 않았지


그때 휴대폰에 유튜브 알람이 울리고 바로 여주 앞에 바로 자리가 나는 아주 놀라운 일이 일어나







"오 대박.. 개이득..!"







'ASMR 애옹' 영상을 앉아서 보는 날은 아주 땡잡은 날이었기에 여주는 기대를 아주 잔뜩 한 채로 유튜브 영상을 클릭해


- 19금/감금 ASMR 벌려봐 살고 싶은 만큼 ... -



"와 미쳤다..진짜 헐.."






자신의 이성과 욕구 두 마리 토끼다 잡은 영상이 정말 오랜만에 탄생한 그 순간을 바로 느낄 수 있다니 여주는 휴대폰을 껴앉으며 발을 동동 굴러


윤기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척추에서부터 소름을 돋게 만든다고 해야 할까 정말 지금 이걸 듣고 있는 장소가 버스가 아니라 윤기네 집 지하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어


그 정도로 높은 퀄리티가 나온 영상에 여주는 환장했고 그게 육성으로 표출이 돼버리자 주변에서 제제가 가해졌지








"어이 거기 학생 좀 조용히 해요"


"아..네에"







결국 학교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눈치 보며 조용히 주먹 쥐며 허벅지를 때리는 정도로만 만족하고 버스가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최고 속력으로 윤기가 자주 있는 구름다리 쪽으로 뛰어가


역시나 윤기는 구름다리에서 여주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여주를 보며 해맑게 웃음을 지으면서 반겨줘


여주는 윤기 앞에 서서 일단 숨을 고르고 복식호흡으로 큰 소리로 소리쳐






"선배!! 이번에도 미쳤어요 진짜 떡상 각이에요!!!!"


"뭐.. 네가 괜찮다고 하면 성공이네.."


"아니이! 괜찮은 수준이 아니라니까요 진짜 선배 목소리는 보물이야 정말.. 어떻게 그렇게 막 꼴리ㄱ.."


"조, 조용..!! 학교인 거 잊었어?"


"아, 큼.. 너무 좋아서 잊어버렸네.."









여주가 머쓱해하는 찰나의 사이 3학년 다른 학생들이 "윤기야아~"하며 우르르 몰려와


그 덕에 여주는 구름다리 안전봉에 부딪쳐 다행히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위험할 뻔한 상황이었어


여자 선배들을 찌릿하며 째려봐도 자신에게는 1초의 눈길도 주지 않고 오직 윤기에게만 들러붙었지


거기에 윤기는 또다시 전교회장 모드를 장착한 건지 친절하고 모범생인 척 얘기해 주고 여주는 윤기의 그런 모습이 가식적으로 보였어


오랜 시간이 지나고 그 여자 선배들이 떠나자 여주는 팔짱을 끼며 윤기에게 따져







"어우 그 밥맛 모드 좀 안 하며 안 되나?"


"밥맛 모드..?"


"아니 막 모범생인 것처럼 연기하는 거 우리 애옹님 같지가 않잖아"


"참, 그럼 네가 좋아하는 애옹모드는 어떤 건데?"







여주의 당당한 발언에 윤기는 웃음이 터졌어

하지만 여주가 웃지 않고 반응하지 않자 그제서야 분위기를 알아차리고 헛기침을 하며 묻지


그러자 여주는 자고로 애옹모드는.. 하며 윤기의 멱살을 잡고 자신의 쪽으로 훅 끌어당겨


갑자기 가까워진 둘의 간격에 윤기는 놀라 입술을 집어넣고 눈알을 막 굴리는데 한편으론 여주 목선이 더 잘 보이니까 속에서는 좋아 죽을 거 같았어









"이렇게 잡고 바로 키스를..!"







여주가 입술 박치기를 하려 가까이 다가가다 진짜 윤기가 입술만 빼면 키스할 거 같다는 불안감에 멱살을 풀고 윤기를 밀쳐버려


윤기는 교복을 다시 단정하게 하며 헛기침을 했지만 한편으론 너무너무 아쉬웠어


조금만 더 가까이 있었으면 키스할 수 있었는데 하며 말이야


그때 윤기의 머릿속에서 아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내 말 알아들었어요? 그니까 빨리 그 밥맛 모드는 해지시켜요"




"그럼 네가 해지시켜봐. 애옹모드 직접 켜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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