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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제대로 문으로 들어오지 않고 창문으로 기어들어온 건, 아마 아츠시의 정신이 온전하지 않기 때문일 터였다. 잠에서 깬 다자이는 침대에서 일어나 다다미 위에 쓰러져 있는 아츠시에게로 다가갔다.

"아츠시..."

불러도 녀석은 깨어나지 않았다. 아마도 백호로 변한 아츠시가 겨우 남아있는 이성을 끌어모아 다자이에게로 온 것일 터였다. 다자이에게로 가면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어. 그건 아츠시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쓸모 있는 인간으로 살기 위해 아츠시는 자신의 이능력을 제대로 제어하길 바랐다. 다자이도 알기에 일단은 아츠시를 내버려두는 것이었다.

"...아... 다자이씨."

결국 여기로 와버렸나. 약간 자괴감에 빠진 얼굴로 다자이를 올려다봤고, 다자이는 웃으며 아츠시의 뺨을 감쌌다.

"다들 놀랄 거야. 월하의 짐승이 이렇게 귀엽다는 걸 알면..."

그 말에 아츠시의 뺨이 빨개졌다. 무... 무슨 소릴 하시는 거에요. 손사래를 치며 팔로 제 얼굴을 가리는 아츠시였다. 다자이는 아츠시의 세세한 행동, 눈빛, 목소리, 성격까지도 모두 사랑스럽고,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건 강가에서 흘러내려가던 자신을 구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저가 어쩔 수 없이 구한 주제에 그 미묘한 색의 눈동자로 자신을 내려다봤을 때, 다자이는 느꼈다.
아, 이것을 내 것으로 해야겠다. 그러면... 어쩌면 나도 이 지루한 세상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또 죽으려고 하신 거죠? 그럼 못 써요. 안 돼요."

금방까지 기가 죽어있던 아츠시가 일어나 붕대를 푼 다자이의 손목을 잡았다. 매일 반복되는 자살 충동, 무기력감... 다자이가 붕대를 감은 이유도 그것이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라 남들에게 보일만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츠시."
"예?"

다자이는 손으로 아츠시의 턱을 그러쥐었다. 보라색과 노란색의 경계... 늘 생각하지만 아츠시의 눈동자는 까만 밤에 흔들리는 오로라의 색과 비슷했다.

"어째서 이런 게 나에게로 온 것일까."
"...이런 게라니요. 너무하세요."

약간 뚱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니 다가와 아츠시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쳤다. 그리곤 옷이 벗겨지고 침대로 기어 올라간 건 순식간이었다. 다자이씨? 약간 놀란 표정으로 올려다보니 다자이가 한 손으로 아츠시의 손목을 잡았다.

"다자이...씨..."
"그럼 시작할까? 월하의 짐승."

그 말에 아츠시는 놀란 눈으로 다자이를 올려다봤고, 다자이는 슬그머니 미소를 지으며 아츠시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

"하읏... 다자이...씨..."

처음 느끼는 감각에 아츠시는 손끝과 다리를 벌벌 떨었다. 다자이의 품에 안겨 생전 해보지도 않았던 행동을 하니 몸이 떨렸다. 그러나 몸을 점령하고, 머리 끝까지 소름이 끼치는 쾌락에 아츠시는 울컥 눈물을 쏟았다.
다자이는 아츠시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핥아 올렸다. 다자이는 아츠시를 처음 만나고 대략 짐작하고 있었다. 저 것, 저 짐승은 나의 것이다. 아니...

"...널 내 것으로 만들 거야."
"하악...안...안 돼..."

다자이의 손에 몇 번이고 사정해버리고, 아츠시는 축 늘어진 채 다자이만 올려다봤다. 벌써 지친 거야? 묻는 다자이의 목소리에 아츠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생전 느껴보지 못한 감각은 아츠시를 두렵게 했다.

"...무서워... 그...그마안..."

다자이는 다가와 아츠시의 눈덩이에 입을 맞추곤 아츠시를 꽉 끌어안았다. 가슴을 맞대로 서로의 심장 고동 소리를 느끼다 아츠시의 귓가에 속삭이는 다자이였다.

"아츠시..."
"...네."
"본능은 정신을 지배해. 지금 너도 마찬가지야. 난 지금 널 조련하는 거야. 나 이외엔 아무도 널 가질 수 없도록..."

귓가에 닿는 다자이의 목소리가 달콤했다. 아츠시는 제 몸을 안은 다자이의 등을 끌어안았고, 다자이는 다시금 허리를 움직였다. 아츠시는 울먹이며 다자이의 이름을 불렀다. 좋은 목소리야. 다자이의 목소리에 아츠시는 고개를 다시금 저었다.
다자이의 손엔 아츠시의 정액이 진득하게 묻어나왔고, 다자이는 격정적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끝까지 깊게 찔러넣자 아츠시가 몸을 바르르 떨었다.

"다자이...씨..."

숨을 몰아 쉬며 다자이를 올려다보자 다자이가 다가와 아츠시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쳤다. 나 사실 너무 무서웠어요. 아츠시의 목소리에 다자이는 아츠시의 옆에 누우며 은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자이씨에게도 버림 받으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
"혼자서 그런 바보같은 생각은 왜 했대?"
"제가 월하의 짐승이 아니었더래도... 절... 거둬주셨을까요?"

그 말에 다자이는 물끄러미 아츠시를 내려다봤다. 글쎄... 일어나지 않은 일은 몰라. 난 오다사쿠가 아니니까. 그 말에 아츠시는 의아한 표정으로 다자이를 올려다봤다. 오다사쿠?

"아니야. 신경쓸 거 없어. 그저 아츠시는 아츠시면 돼. 그러면 충분하니까... 그러니까 쓸 대 없는 걱정하지 마. 예쁜 얼굴 다 망가져."

그 말에 아츠시는 얼굴을 붉혔다. 이리 와.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는 다자이의 목소리에 아츠시는 다자이의 품에 안겼다.
다자이의 붕대 속 모습도, 다정한 목소리도, 흥분한 얼굴로 자신을 탐하는 모습도, 자신만 아는 다자이의 모습이기에 기뻤다. 다자이는 웃으며 아츠시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고, 둘은 거짓말처럼 잠들었다.





안녕하세요. 유려입니다. 일로도 취미로도 글을 쓰는 오타쿠입니다. 하이큐, 주술회전 좋아하고 이런 저런 요런 것 많이 좋아합니다. 스나오사 수위글 위주로 쓰고 있습니다. (아츠키타, 아츠오사, 오이이와, 보쿠아카 등 뭐든 잘 먹습니다) 트위터는 @13pandora2 입니다. 물렁 말랑한 사람이니 친하게 지내주세요. 제 누추한 포타에 오셔서 잠시라도 즐겁게 시간을 보내주시면 기쁠 듯 합니다.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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