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한창때는 잊고 살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자주, 문득 고향에 가고 싶다. 어릴 때 잠깐 살았을 뿐, 이제 거기에는 부모님도 안 계시고, 옛 친구도 남아 있지 않고, 특별한 추억도 없는데. 어느 시인의 말대로 그립다는 것은 이미 그 가슴에 상처가 깊어진 탓이다. 사는 데 지쳐 훈장처럼 난 상처들을 토닥이고 싶은 마음에 문득 고향이 그리운 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고향은 찾아가야 할 어딘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마음속에서 커가고 있다.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노래다. 트로이 전쟁에 참전했던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린 노래다. 그러니까 《일리아스》의 주제가 아킬레우스의 분노였다면, 《오디세이아》의 주제는 오디세우스의 귀향(歸鄕)이다.

《일리아스》가 트로이 전쟁 마지막 50일 동안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기승전결로 풀어냈다면,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10년에 걸친 귀향길에서 마지막 40일 동안을, 현재와 과거 회상 다시 현재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그렸다.

 

 

흔들리는 귀향

 

첫 1~4권은 오디세우스가 떠난 뒤 홀로된 아내 페넬로페와 그녀를 유혹하는 주변 귀족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5권째가 되어서야 나타난다.

전쟁이 끝나 다른 그리스 용사들은 모두 돌아왔는데 오디세우스는 연락조차 없다. 귀족들은 그가 이미 죽었다며 페넬로페에게 더욱 노골적으로 접근한다. 한둘도 아니고 《오디세이아》에서는 백 명이 넘는다고 기록했다. 그리스 남자들의 정열도 대단하지만, 홀로된 페넬로페의 아름다움이 그 열정을 자극했을 것이다. 사실 페넬로페는 트로이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그리스 최고 미인 헬레네의 사촌으로, 그 집안의 유전자를 타고났으니 그녀의 미모도 경국지색(傾國之色), 나라를 위태롭게 할 정도가 아니었을까.

페넬로페는 시아버지 수의를 먼저 짜야 한다며 수의 마련이 끝나면 정혼자를 선택하겠다고 미룬다. 그러면서 낮에는 수의를 짜고 밤이 되면 짠 베를 다시 풀기를 반복했다. 여기서 밤낮 없이 일을 해도 끝나지 않는 일을 가리키는 ‘페넬로페 베 짜기’라는 말이 나왔다.

 

어쨌든 노골적인 구혼에 대한 그녀의 태도가 단호하다기보다 좀 구차하다. 그녀 또한 주저하고 망설인다는 느낌이고, 비집고 들어갈 여지를 보인다. 적어도 정열적인 그리스 구혼자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집적댈 명분을 준다. 하긴 전쟁까지 포함하면 벌써 20년이니. 이렇게 오디세우스의 이타케 궁은 주인이 비운 사이에 주변의 음탕한 귀족들이 제집처럼 활개 치고, 여주인마저 흔들리니, 이를 눈치챈 시녀들까지 위아래 없이 방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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