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

저러면 안돼 저건 안되는 거야, 삼삼오오 모여앉아 입운동하는 시간 어머닌 당장이라도 화면에 들어갈 기세였고 머리맡엔 캐스터의 해설을 자장가삼아 잠든 동생이 있었다 격양된 함성이 터져나올 땐 온 우주가 울리는 것 같았다 떨리는 순간… 보는 경기는 다 진다며 방으로 도망간 언니도 궁금한지 조개마냥 고갤 내밀고 아버진 거친 욕과 함께 이부자리를 걷어차셨다 에라이, 티비 전원이 꺼지면 태초 그리스인의 옛 조상들을 떠올리곤 했다 이토록 먼 날이 오기까지 거쳐간 수많은 메달들 이제는 바래진 색으로 누군들 목에 걸 수 있을까 불 꺼진 방안 내려앉은 침묵처럼 누구는 분통 터뜨리고 또 누군 몇 세기 전 함성을 떠올린다 세월을 돌고 돌아 풍파 겪은 것이 비단 하나 뿐일런지 하다못해 엊저녁 밥먹다 흘린 국물도 얼룩이 남는데- 쉬이 얻어 쉬이 사라지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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