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 새여, 나는 그대가 내 품에 날아오는 것을 아노라.

내가 순결한 요정이 아니어도 그대는 죄 많은 이 몸을 사랑하노라.

우리는 서로를 죄에서 구했노니,

그것은 그대의 사랑이 나를 구원하기 때문이노라.】

 


수진이 흰 슈트를 입고 어두운 방을 가로질러 걷는 모습은 종일 수현과 낭송했던 여류 시인의 ‘하얀 새’를 떠올리게 했다. 오늘 외울 시로 이 시를 지정한 게 수진의 옷차림에 영향을 끼친 것일까. 이것 역시 다 수진의 머릿속에 있는 일이었을까. 나는 수진의 발걸음마다 샘솟는 의문에 혼란했지만 수진이 침대에 가까이 다가오자 그 모든 상념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벌써 잠이 들었나요?”

 

수진이 내게 물었다. 수진의 손이 잠이든 수현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눕자마자 금방, 주무시더라고요.”

 

나의 말을 들으며 수진은 빙긋 웃었다. 그 웃음을 본 순간, 내가 나도 모르게 수진을 종일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 향과 음성과 웃음을 내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즐거운 와중에도 그곳에 수진이 함께 있기를 소망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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